대만 장애인 복지 생산품 우선 구매와 작업장 월 임대료 지원이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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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장애인 등급제 폐지 여부가 이슈가 되면서 관심을 끄는 나라가 대만(臺灣)이다. 이유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경제 복지 수준을 가진 대만이 우리나라에 앞서 장애인 등급제를 폐지했기 때문이다. 4월 초 대만 수도 타이베이를 방문해서 등급제 폐지 후 변화를 알아보고, 대만 장애인 복지 핵심인 장애인 작업장들을 둘러봤다.
대만, 장애인 등급제 폐지 했지만 변화는 없어
현재 국내 장애계에서 장애인 등급제 폐지를 말하면서 예로 들고 있는 나라 중 하나가 바로 대만이다. 대만은 1980년 장애인복지법을 제정해서, 16개 장애 종별에, 장애인에게 1급에서 4급까지 등급을 매긴 장애인 등급제도를 30여년 운영해 오다가, 작년 7월 4년여 준비 끝에 ICF 즉 유엔 장애 분류 기준을 받아들여 장애인 등급제도를 폐지했다고 한다. 장애인 등급제도를 폐지하면서 법 이름도 ‘장애인권리보장법’으로 바꿨다는 게 현지 장애인 단체 관계자 전언이었다.
참고로 대만은 인구 2천4백만명에 109만명의 장애인들이 등록되어 있는 나라다. 이런 장애인 인구 통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만은 등급제는 폐지했지만, 여전히 장애인 등록제도는 유지하고 있는 나라다.
개인적으로 타이베이를 방문했을 때 제일 궁금했던 게 ‘장애인 등급제가 폐지되면 과연 장애인들에게 어떤 변화가 찾아올 것인가?’ 여부였다. 현재 우리나라도 등급제 폐지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앞서 대만에서 등급제를 폐지했다고 하니, 대만에서 우리나라의 등급제 폐지 후 찾아 올 변화의 단초를 미리 알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하지만 결론은 실망감이었다. 타이베이에서 만난 현지 장애인 단체 관계자들은 한 목소리로 “장애인 등급제가 폐지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만 장애인 복지에 큰 변화는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다만 장애인 등급제 폐지로 확실히 바뀐 것은, 대만 장애인들은 등록하면 장애인 수첩을 받게 된다고 하는데, 이 수첩에 예전에는 무슨 장애 몇 급이라고 장애 급수가 적혀 있었지만, 등급제가 폐지된 후에는 몇 급이라는 장애 등급 대신 장애인이 어디에 장애를 가지고 있고, 장애 때문에 어떤 한계가 있는지 만을 명시해 놓고 있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다리에 장애를 갖고 있는 장애인의 경우, 대만 장애인 수첩에는 다리가 불편하다고 장애 상태가 적혀 있고, 그로 인해 보행이 불편하다는, 장애로 인해 힘든 점만 기록되어 있다는 게 현지 장애인 단체 관계자 얘기였다.
이렇게 장애인 수첩의 장애에 대한 명시가 바뀐 것을 제외하고는, 타이베이에 가서 보니까 현지 장애인 단체 관계자들 지적대로 제도가 바뀐 시기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장애인 등급제 폐지 이후 대만 장애인들이 겪는 뚜렷한 변화는 없어 보였다. 그런데 언뜻 든 생각은 바로 이 점이 문제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한 마디로 얘기하면, 대만에서 장애인 등급제 폐지가 장애인들에게 획기적인 복지 서비스를 가져오지 않은 채, 대만 정부가 그냥 기계적으로 장애인 등급제를 폐지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실제로도 현지에서 만나본 대만 장애인들은 등급제 폐지 이후에 복지서비스가 늘고 강화됐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었다.
국내 사정을 살펴보면, 현재 장애계에서 장애인 등급제 폐지를 요구하는 건 등급제가 폐지되면 장애인들이 필요에 따라 강화된 복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배경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우리나라도 대만처럼 등급제만 폐지하고 추가 복지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다면, 장애인들의 실망이 크겠다는 우려감이 들었다.
직접 지원 대신 일자리 제공에 주력하는 대만 장애인 복지
대만은 경제 수준을 비롯해서 우리나라와 전반적인 수준이 비슷한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 복지 분야에서는 다른 점이 여럿 있었다. 먼저 대만은 우리나라처럼 민간이 요금 할인 등으로 장애인을 지원하는 제도가 거의 없었다.
또 대만 정부는 우리나라처럼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운영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저소득 장애인들에게 장애연금을 따로 지원하는 제도는 운영하지 않고 있었다.
대신 대만은 정부를 대신해서, 전부는 아니고,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장애인 수당 제도를 도입해서 운영하고 있었다. 가령 대만 수도 타이베이시의 경우 소득이 없는 중증장애인에게 대만 화폐로 월 2천 원에서 4천 원 사이의 장애수당을 지급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월 7만 원에서 15만 원의 수준의 장애수당이다.
이밖에는 중증장애인을 위한 직접 소득지원 정책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게 대만 장애인 복지 현실이었다.
그러면 대만의 장애인, 특히 중증장애인들은 어떻게 먹고 살고 있을까?
타이베이에서 목격한 대만의 중증장애인을 위한 복지 정책 중 인상적이었던 건, 중증장애인을 위한 복지 제도에서 대만은 일을 통한 복지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대만은 중증장애인 고용을 위해 현지 말로 비호공장, 우리나라 말로 바꾸면 보호공장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중증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인데, 이곳에 교사 지원과, 장애인 작업장의 월 임대료를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장애인 보호 작업장 생산품의 5%를 정부나 지자체 기관에서 의무적으로 구매하고 있는 게 대만의 중증장애인을 위한 복지의 핵심정책이었다.
정리하면, 대만은 중증장애인에게 연금 등의 직접 지원 제도나 민간의 요금할인 지원 대신 중증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갖게 해주는 복지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그러면 연금 등의 직접지원 대신 일자리 제공을 통한 간접지원 정책이 대만의 중증장애인들에게 얼마나 큰 효과가 있을까?
타이베이에 가서 빅토리재단이라는, 장애인 복지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중증장애인 보호작업장들을 둘러볼 기회를 가졌다. 지금부터 대만의 중증장애인 작업장들을 소개한다.
▲ 타이베이 시내 고가도로 밑에 있는 빅토리 주유소, 연 매출이 2백억 원인 장애우 작업장이다. |
▲ 주유소 옆 세차장에서 지적장애인들이 세차를 하고 있다. |
시장에서 경쟁하는 대만 장애인 복지공장
먼저 정식 명칭이 ‘타이베이 빅토리 심신장애인 능력개발센터 부설 빅토리 주유소’라는 긴 이름을 가진 장애인 작업장을 방문했다. 타이베이 시내 고가도로 밑에 자리 잡고 있는 이 주유소는 24시간 영업을 하고, 전체직원 60명 중에 장애인 직원 비율이 80%에 이른다는 게 작업장 관계자 얘기였다.
이 주유소는 재단이 타이베이시에서 위탁을 받아 운영하고 있는데, 작업장 관계자에 따르면, 타이베이시에서 위탁을 주면서 두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고 하며, 조건의 내용은 전체직원의 75% 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해야 하고, 장애인을 고용할 때 반드시 세 가지 장애 종별 이상의 장애인을 고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서 주유소를 위탁 운영할 수 있게 됐으며, 햇수로는 12년째 운영하고 있고, 1년 매출은 대만 돈으로 5~6억, 우리나라 돈으로 200억 원 정도라는 게 관계자의 이어진 설명이었다.
주유소 작업장은 현재 지적장애인과 청각, 지체장애인 등 8개 영역의 장애인들을 고용하고 있었다. 주유소에 고용된 장애인들은 세 가지 일을 단계적으로 하게 되는데, 먼저는 차 세차 일, 다음에는 주유 일, 그 다음에는 돈 계산일을 하게 된다는 게 작업장 관계자 얘기였다.
임금은 일하는 장애인들의 장애 상태가 다 다르고, 또 하루 4시간 일하고, 8시간씩 일하는 장애인들이 있으니까 뭉뚱그려 제시할 수 없지만, 평균임금을 보면 장애인 1인이 대만 돈으로 1만8천 원에서 2만 원 정도를 받고 있다는 게 작업장 관계자 설명이었다. 우리나라 돈으로 월 70~80만원 정도의 임금이라고 보면 되겠다.
작업장 책임자는 “지적장애를 갖고 있는 중증장애인이 손님을 상대하고 직접 서비스하는 게 어렵다고 하지만, 재단이 산하에 여러 개 작업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장애인 특성에 맞는 일자리를 배치할 수 있다”며 “재단에서 한 달에 두 번 회의를 통해 손님과 상대하는 일이 적합한 장애인은 편의점이나 주유소로 배치하고, 손님과 상대하는 일이 어려운 장애인은 제조업 작업장에 보내는 식으로 장애인들의 일자리 배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6월에 타이베이 시내에 새로운 주유소 작업장 문을 열 계획이며, 현 주유소 옆에 카페 작업장을 만들어서 조만간 중증장애인 15명을 더 고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라는 게 책임자의 이어진 설명이었다.
“타이베이 시내의 다른 장애인 작업장은 시에서 임대료와 교사 인건비 등을 지원하지만, 이 주유소 작업장은 시의 지원을 일절 받지 않는다. 영업 규모가 크고, 이익을 많이 내고 있기 때문이다.” 주유소 작업장을 견학하고 난 뒤 귓전으로 들은 작업장 관계자의 자랑이었다.
▲ 이번 대만 방문은 10월에 있을 아시아 장애인 국제교류대회 사전 답사 형식으로 진행됐다. 타이베이시내에 있는 빅토리재단 사무실에서 한일 대표단들이 빅토리 재단 창잉쑤 대표와 기념사진을 찍었다. 가운데 목발을 짚고 있는 사람이 창잉쑤 대표다. |
이어 타이베이 시내에 있는 빅토리 재단 사무실에서 재단 운영 책임자인 창잉쑤(張英樹) 주임을 만났다. 그는 뇌병변장애를 갖고 있었다.
창 주임에 따르면, 빅토리재단은 1964년, 대만 남부 빈동이라는 지역에서 장애인 복지시설운영 법인으로 설립됐다고 한다. “타이베이에서 작업장 사업을 시작한 건 2000년부터이고, 재단은 다른 장애인 단체와 차별성을 가지고 있는데, 외부의 지원을 기대하지 않고, 자조적으로 작업장을 운영해서 전적으로 작업장에서 나오는 수입으로 운영되고 있는 게 차별성의 핵심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에 따르면 “재단은 중증장애를 가지고 집에서 나오지 못하는 장애인들에게는 컴퓨터 디자인을 가르쳐서 집에서 일하게 하고, 집에서 나올 수 있는 중증장애인들에게는, 재단이 현재 열 개가 넘는 작업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작업장에 배치해서 일을 하게 하는 방식으로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창 주임이 말하는 빅토리 재단 한 곳에서 운영하고 있는 장애인 작업장 목록은 현란했다. 데이터 입력사업, 꽃 재배 사업, 식당 운영, 주유소 운영, 도시락 배달사업, 편의점 운영, 인쇄소 운영, 지하철 역사 내 커피전문점 운영, 유리공예 작업장 운영 등 재단은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장애인 작업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심지어 빅토리 재단은 대만 총통 궁에서 관광객들을 상대로 한 사진을 찍어주는 사업도 위탁받아서 운영하고 있었다. 그에 따르면
“여기에 그치지 않고 5월부터는 새로운 사업 분야에 진출해서 장애인 작업장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하는데 장례식장에 장례물품을 보급하는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라는 게 창 주임 말이었다.
창 주임은 “빅토리 재단을 운영하면서 대만 정부의 지원을 기대하지 않고 대신 시장의 동향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해야 시장에서 돈을 벌 수 있을까에 신경을 쓰고 오로지 장애인들이 무슨 일을 해서 돈을 벌 수 있을까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재단을 운영하고 있다”는 게 그의 말이었다.
그래서 “주유소와 식당 편의점 등 위치가 중요한 사업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 요청해서 오히려 임대료를 내는 한이 있어도 장소 임대를 받고, 위치가 중요하지 않은 꽃 재배, 인쇄, 유리공예 등의 사업은 시장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일만 하고 있는데, 이 두 가지 경영 방침이 빅토리 재단이 정부 지원 없이 운영되고 있는 비결이다”라는 게 그의 말이었다.
“이런 원칙을 가지고 장애인 작업장을 운영하면서, 하나의 장애인 작업장이 시장에서 살아남고 성공하면, 거기서 나오는 수익으로 두 번째 작업장 문을 열고, 두 번째 세 번째 작업장이 성공하면 그 수익으로 다른 작업장에 투자해서 어느 덧 재단 산하에 열 개가 넘는 장애인 작업장을 만들 수 있었다”는 게 그의 자랑이었다.
장애인 작업장을 확장해 오면서 그동안 실패를 경험한 적이 없었느냐는 질문에 창 주임은 “그동안 실패를 많이 겪었다. 빈동이라는 지역에서 처음 장애인 작업장 만드는 사업을 시작했는데 얼마 안가 작업장 문을 모두 닫을 수밖에 없었다. 이유는 지역이다 보니 시장이 작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타이베이라는 큰 도시로 와서 작업장 사업을 다시 시작했는데 타이베이는 3백만 인구가 살고 있고, 지역이 크다 보니 작업장 사업이 성공할 수 있었다”라고 대답했다.
현재 빅토리 재단 전체 직원은 2백여명이고 그 중에 장애인 직원은 160명이라는 게 이어진 그의 설명이었다. “임금도 대만 대졸 초임이 3만 원(120만 원)정도라고 하는데, 장애인 직원의 경우 평균 임금이 2만 원(80만 원) 정도여서 적지 않은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게 그의 말이었다.
▲ 타이베이시에 있는 유리공예 작업장에서 장애인들이 일하고 있는 모습 |
타이베이시 청사 안에 있는 장애인 작업장
빅토리 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대표적인 편의점 장애인 작업장을 방문했다. 타이베이시 인근 신배시에 있는 패밀리마트 편의점이었는데, 매장 안에 들어서니 정면에 신배시 비호(보호)공장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었다.
편의점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는 책임자는 “편의점에서는 16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는데, 교사가 3명, 비장애인 직원이 4명, 9명의 장애인 직원이 일하고 있다. 장애인들은 청각, 지적, 정신장애인이 일하고 있으며, 하루 24시간 3교대로 일을 한다. 장애인 직원은 늦어도 밤 11시 까지만 일하고, 야간에는 비장애인이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들이 편의점에서 하는 일은 물건 정리와 계산 업무 등 다른 편의점과 차이가 없는데, 다만 장애 상태에 따라서 중증 지적장애인은 물건 진열하는 일을 주로 하고 있고, 경증 지적장애인나, 구화를 할 수 있는 청각장애인은 손님을 상대하고, 돈을 받고 계산 하는 일을 맡고 있다”는 게 이어진 그의 설명이었다.
“편의점 매장 월 임대료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내주고 있으며, 현재 영업 이익으로 직원들 급여를 지급할 수준 정도는 되는데, 장애인 직원 숫자를 더 늘리면 어려운 점이 생길 것 같다. 하지만 편의점 운영 목적이 장애인 고용에 있으니까, 어떻게든 장애인 고용을 늘릴 계획이다”라고 교사는 말했다.
다시 타이베이시로 돌아와 빅토리 재단 산하 유리공예 제품 생산 작업장을 방문했다. 지난 2008년에 만들어진 이 작업장에는 6명의 중증장애인들이 일하고 있었다.
“장애인들이 생산한 유리 공예 제품 판로는 두 곳인데, 하나는 타이베이시 정부에서 직원 선물 등으로 기념품이 필요할 때 이 작업장의 생산 제품을 구입하고, 또 하나의 판로는 고급스러운 유리공예 제품들은 중국 본토 부자들이 사간다”는 게 교사 말이었다.
이 곳에서 중증장애인 작업장에 대한 타이베이시의 지원 제도를 확실하게 알 수 있었는데, 타이베이시는 장애인 작업장에 대해, 기계설비 갖추는 예산을 지원하고, 작업장 월 임대료를 지원하며, 6명의 장애인당 교사 1명의 임금을 지원하고 있었다.
타이베이 시내에 있는 또 다른 작업장인 디지털 인쇄 공장에는 역시 6명의 장애인이 일하고 있었으며, 한 달 매출이 우리나라 돈으로 1천만 원 정도가 된다고 했다.
판로는 시정부에서 의뢰하고 발주하는 인쇄물이 대부분이라는 게 공장 책임자 얘기였는데, 책임자에 따르면, “타이베이시가 작업장의 월 임대료를 지원하는 것 외에도 시 산하 기관 들을 경쟁시켜, 장애인 생산품을 5% 이상 구매한 기관들의 순위를 매겨서 장려금 등을 주고 격려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의 이어진 설명에 따르면, “타이베이시에 서 작업장 월세를 지원해 주고, 장애인 6명당 교사 1명의 임금을 지원해 주는 게 작업장을 유지하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 이정도 지원을 받으면 어느 작업장도 최소한 유지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만에는 80여개의 중증장애인 보호작업장이 있는데 그 중 절반이 타이베이시에 몰려 있다”는 게 그의 말이었다.
▲ 디지털 인쇄작업장에서 장애인들이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
▲ 타이베이 시 청사 안에 있는 식당 작업장 전경, 하루 700여 명이 이 식당을 찾는다고 한다. |
▲ 식당에서 지적장애인이 서빙하고 있는 모습 |
이어 타이베이시 청사 안에 있는 카페테리아 식당 장애인 보호공장을 방문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시 청사 1층 로비에 장애인들이 운영하는 식당이 자리 잡고 있었다.
식당 운영 책임자에 따르면, “16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는데, 3명이 비장애인 교사고, 나머지 13명이 장애인 직원”이란다. “식당 문을 연 지 올해로 8년째고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문을 열며, 하루 이용 손님은 600명에서 700명 정도”라는 게 이어진 설명이었다.
식당 운영 책임자는 “처음 식당 문을 열었을 때에는 손님이 장애인 직원과 비장애인 직원을 따로 구별할 수 있도록 유니폼 색깔을 달리해서 직원들에게 입혔는데, 차별이라고 판단돼서 지금은 전 직원에게 유니폼을 똑같이 입히고 있고, 만약 식당을 찾는 손님이 장애인 직원에게 서비스 받는 걸 거부하면 바로 나가라고 그런다”라고 식당 운영 방침을 설명했다.
“이 식당은 운영 수익이 상당하기 때문에 타이베이시의 보조금을 일절 받지 않고 있으며, 장애인 직원들에게 월 우리나라 돈으로 80만 원 정도의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게 식당 운영 책임자 말이었다.
타이베이시에서 마지막으로 방문한 작업장은 빵 만드는 작업장이었다. 우리나라 말로 ‘북유럽 선생’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작업장 역시 빅토리재단 산하 작업장이었다.
중증장애인 6명이 빵과 푸딩을 만들어 팔고 있었으며, “첨가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일일이 손으로 만들다보니 제품을 하루 50개에서 100개 밖에 생산하지 못한다”는 게 책임자 말이다.
“판로는 인터넷 예약판매에 주로 의존하고 있으며, 가끔 기업들에서 직원들에게 기념품으로 나눠준다며 대량 구매해 주고 있다”는 게 책임자 말이었다. “지금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서 추가 인원을 채용할 건데 연말까지 장애인 직원을 12명으로 늘릴 예정이다”라는 게 그의 말이었다.
▲ 편의점 내에는 장애인 비호(보호) 공장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었다. |
▲ 편의점에서 일하는 지적장애인, 입구에 서서 손님들에세 인사라는 게 주업무인 듯 했다. |
우리나라도 중증장애인 작업장에 대한 지원 늘려야
가서 보니까 대만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이 많은 나라였다. 장애인 담당 부처도 대만 복지부는 전반적인 장애인 복지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고, 대만 노동부는 장애인들의 일자리 문제, 그리고 보건부는 정신장애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는 게 현지 장애인 단체 관계 얘기였다.
대만이 우리나라와 다른 점은, 통역에게 들은 얘기인데, 대만은 국민들이 세금을 적게 낸단다.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도 정부가 국민의 복지를 책임지지 않고, 개인들이 알아서 먹고 살아야 하는, 개인 책임주의 정서가 강하다는 게 통역 설명이었다.
그래서인지 대만 장애인 복지는 전반적으로 우리나라보다는 수준이 낮다는 느낌을 현지에서 받았다. 대만도 국가 대신 가족이 장애인들을 책임지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렇지만 이런 대만에서 배워야 할 점이 하나 있다. 장애인 작업장 소개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만은 제조업뿐만 아니라 직접 시민들을 상대하는 서비스 업종인 24시간 편의점과, 주유소, 그리고 식당 등을 장애인 보호공장으로 지정해 교사 인건비와 월 임대료를 지원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편의점 같은 서비스 업종에서 일하고 있는 중증장애인의 경우 모두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를 받고 있을 정도로 일단은 대만의 장애인 보호공장 지원 제도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비쳤다.
물론 대만에 가서 짧은 시간 본 것을 대만 장애인 복지의 전부라고 얘기 할 수는 없지만, 대만의 장애인 복지공장 지원 제도를 보면서 솔직히 부러웠던 게 사실이다. 우리나라도 말로만 장애인 고용을 얘기할 게 아니라, 중증장애인 고용을 위해, 중증장애인이 일하는 곳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서 대만처럼 작업장에 대한 월 임대료 지원 등의 지원정책을 시행하면, 중증장애인 고용이 지금보다는 늘지 않을까, 라는 결론이 가능했던 대만 방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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