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타와 가혹행위 피해자, 32년 만에 어머니를 만나다 > 기획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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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타와 가혹행위 피해자, 32년 만에 어머니를 만나다

○○의집 사건의 새로운 피해자 나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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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명의 장애인을 자신의 친자로 등록해 상해, 폭행, 감금 등을 자행하고 2구의 시신을 10여 년간 병원 냉동고에 방치해 세상을 분노케 한 ○○의집 사건의 새로운 피해자가 나타났다.

청각장애인 임지훈(남·41) 씨. 9살에 암흑의 공간으로 들어갔던 임씨는 15살이 되던 해 지옥과 같은 그곳을 도망쳐 나왔다. 그가 늘어놓은 ○○의집 울타리 안의 상황은 지옥과 다름없었다. 세상에 알려졌던 일 외에 또 다른 일들이 그곳에서 일어났고, 그 일들은 예상을 뛰어넘을 만큼 잔혹했다. 천사의 탈을 썼던 가해자, 그리고 임씨의 기억, 그 악몽과 같은 기억을 <함께걸음>이 더듬어 봤다.

   
 

기적 같은 재회

임씨는 지방의 한 공장에서 성실한 직장생활을 하는 평범한 근로자다. 그는 청각장애와 언어장애가 있어 직장동료와의 의사소통에 다소 불편함은 있지만, 업무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그 기억은 9살 무렵 집안 형편 때문에 가족과 헤어지고 천사라고 불리던 한 목사에게 맡겨진 후부터였다. 가끔 동료에게 그때의 일들을 설명하곤 했지만, 다시는 떠올리기 싫은 기억으로 임씨에게 남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 지인에 따르면 우연히 ○○의집 사건을 다룬 SBS의 한 시사프로그램을 보게 됐고, 거기서 풀어내는 이야기가 임씨의 어린 시절 아픈 기억과 일치한다는 것이었다. 곧바로 임씨는 해당 프로그램을 봤고, 그는 화면에서 기억에 남아 있던 한 사람의 얼굴을 발견했다.

그 사람은 32년 전 헤어졌던 어머니였다. 가난 때문에 어린 나이에 헤어졌지만, 임씨는 어머니의 얼굴만은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게 임씨는 악몽과 같은 세월을 지나 32년 만에 그리워하던 어머니를 만나게 됐다. 실로 기적과 같은 만남이었다.

그곳은 지옥이었다

가난 때문에 맡겨졌던 그곳에서의 일들은 임씨에게 지옥과도 같았다. 임씨가 풀어놓은 그곳에서의 기억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임씨는 사건이 드러났던 강원도 소재 시설이 서울에 있었을 때 맡겨졌다. 그때부터 그가 겪었던 그곳에서의 생활은 인간의 삶이었다고 말하기 어려웠다. 오래전 기억인데다 단편적인 일들이었고 장애 때문에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지만, 그곳에서의 아픈 기억만은 또렷이 가지고 있었다. 임씨는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수화는 하지 못했으며, 구화와 필담, 그리고 몸짓 언어(보디랭귀지)만으로 자신의 기억을 표현했다.

임씨는 먼저 가해자 J씨에 대한 이야기부터 꺼냈다. 그가 풀어놓은 J씨의 폭행은 끔찍할 만큼 잔인했다. 단단한 각목으로 엉덩이와 손, 발바닥을 상처가 터져 피가 날 때까지 때리는 것은 일상이었다. 화가 나면 부위를 가릴 것 없이 마구잡이로 각목을 휘둘렀다고 한다. 그때의 상처로 말미암은 흉터가 임씨의 몸 곳곳에 아직 남아 있으며, 머리와 겨드랑이와 가까운 가슴 부위에는 심각한 상처로 인한 큰 흉터까지 남아 있었다.
충격적인 진술은 계속 이어졌다. 임씨는 J씨 부부에 의해 6명의 장애인이 목숨을 잃었다고 표현했다. J씨가 4명을 죽이고, 당시 J씨의 부인이었던 S씨가 2명을 살해했다는 것이다. 사망여부나 시신처리 방법은 알지 못했지만 검찰의 적극적인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다. 임씨는 심한 폭행에 의해 쓰러진 장애인을 J씨가 끌고 나갔고, 그 후 보이지 않은 것으로 보아 죽은 것이 확실하다고 전했다.

   
▲ 임씨가 취재진에게 사건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충격적인 사실은 또 있었다. J씨는 임씨가 말을 듣지 않는다며 바늘로 임씨의 한쪽 눈을 두어 차례 찔러 한쪽 시각을 완전히 잃게 했다고 임씨는 표현했다. 그로 인해 현재 임씨 의 오른쪽 눈은 보이지 않는 상태다. 게다가 같은 이유로 J씨가 임씨의 오른손을 망치로 내리쳤다고 임씨는 진술했고, 그 일로 임씨의 오른손 손가락 관절 부위는 현재 함몰된 상태로 남아 있다.

또 J씨는 임씨가 도망치지 못하게 하기 위해 팔에 연락처 등 신상정보를 문신으로 새겼다고 한다. 지난 6월 J씨로부터 구출한 4명의 장애인 중 한 사람의 팔에도 신상정보를 담은 문신이 있었다.

임씨는 물고문을 당했던 기억도 갖고 있었다. 이번 사건의 다른 피해 장애인도 물고문에 대해 진술한 바 있었다. 임씨는 J씨가 임씨의 손과 발을 밧줄이나 노끈으로 움직이지 못하게 묶은 뒤 물을 담은 욕조와 같은 곳에 머리를 수차례 담갔다 빼는 방식으로 자신을 학대했다고 전했다.

임씨는 시설의 건물 구조도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임씨의 진술에 따르면 임씨 등 장애인들이 생활하던 건물은 모든 출입구가 못질 등으로 봉쇄돼 있어 전혀 드나들 수 없었다. 한겨울에도 난방은 전혀 없었으며, 밥은 하루에 단 한 끼만 주어졌다. 게다가 그 한 끼니마저도 단 한가지의 반찬도 없이 국 한 그릇과 밥 한공기가 전부였다.

그러나 J씨 부부의 생활은 임씨 등 장애인들의 생활과는 정반대였던 것으로 임씨는 기억했다. 임씨는 J씨의 부인 S씨의 화장대에 귀금속 등 패물이 넘쳐났고, 침대와 가구 등은 매우 크고 화려했다고 전했다. 또 이들이 주거했던 공간의 모든 출입구를 막아 놓았던 J씨 부부는 지하 통로를 통해 그곳을 출입했다. J씨 부부는 종종 장기간 외국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J씨의 친구라는 사람이 이곳으로 와 장애인들을 감시했다고 한다. 그 대가로 장씨는 그 친구라는 사람에게 일당 6만 원의 금액을 쥐여 준 것으로 임씨는 기억하고 있었다.

   
▲ 가해자 장씨가 임씨의 팔에 강제로 새긴 문신. 당시 임씨의 이름이었던 '성대'와 '환자' 그리고 장씨의 연락처를 새겨 넣었다
   
▲ 장씨가 망치로 가격해 함몰된 임씨의 손. 피해자 중 장성민 씨도 똑 같은 상처가 있다

세상 밖으로

임씨는 계속되는 폭행과 극심한 배고픔을 견디다 못해 담을 넘어 탈출을 시도했다. 그러나 팔에 새긴 문신 탓에 J씨에게 다시 붙잡혔고, 그때마다 또다시 심한 폭행과 학대를 당해야만 했다. 결국, 임씨는 4번째 탈출 시도 때 J씨 부부의 그늘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폭행과 감금, 학대로부터는 벗어났지만 당장 먹을 것과 잘 곳이 없었다. 그는 길에 버려진 음식을 주워 먹고 길에서 잠을 잤다. 임씨는 갈 곳이 없었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 헤어질 때의 기억, J씨에게 맡겨질 때의 기억을 더듬어 가며 하염없이 길을 걸어갈 뿐이었다. 그러던 임씨를 한 수녀가 발견해 지역의 한 장애인생활시설에 맡겼고, 그곳에서 좋은 사람을 만나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어머니에 대한 기억만은 놓지 않았다. 표현은 서툴지만, 임씨는 언제나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희망은 있다

가해자 J씨는 지난해 12월 시체유기, 상해, 폭행, 감금, 학대 등의 혐의로 구속수감 됐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J씨 측은 공소사실 모두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재판은 현재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3월 26일 J씨에 대한 세 번째 공판이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에서 열렸고, 증인 3명에 대한 심문이 있었지만 J씨 변호인 측은 증인 진술의 신빙성을 문제 삼거나 “준비가 덜 됐다. 시간을 더 달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이제 새로 나타난 임씨의 진술이 더해졌고, 임씨의 진술은 이번 재판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단, J씨의 폭행에 따른 오른쪽 눈 실명, 오른손 관절 함몰, 몸 곳곳의 크고 작은 흉터 등 임씨의 폭행 피해는 공소시효가 지남에 따라 이에 대한 처벌은 어렵다.

어머니와 아들이 모진 세월을 견뎌내고 헤어진 지 32년 만에 기적처럼 다시 만났다. 둘을 서로 부둥켜안고 목메어 울었다. 그들의 잃어버렸던 가족을 다시 찾았다. “희망을 놓지 않았다.” 어머니는 아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언제나 품고 있었다고 한다.

이제 가해자 J씨에 대한 처벌과 남겨진 피해자의 삶이 남았다. 국민 모두를 분노케 했던 사건에 대해 사법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지켜봐야 할 이유다.

   
▲ 32년 만에 재회한 임씨 가족
작성자이승현 기자  walktour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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