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 세계는 지금 > 기획 연재


기획 연재

Ⅱ. 세계는 지금

본문

 

   
 

 

 

   
대만Taiwan 

 

 

 

 

등급제 폐지 후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한 대만,
‘ICF’ 장기간 연구해 서비스 분류체계로 활용

대만은 복지, 경제, 문화 등의 수준이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나라로서, 대만 역시 1980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등급제가 담긴 장애인복지법을 제정했고, 우리보다 더 오랜 시간 장애등급제로 서비스 지원체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대만은 ICF를 약 5년간 연구하여 장애판정기준을 개발한 뒤 장애인권리보장법으로 전면 재개정하고, 2012년 7월부터 신규신청자나 재심사자들을 대상으로 적용할 것으로 공표하게 됐다고 한다. 그래서 현재 한국 장애계에서는 복지선진국가 뿐만 아니라, 우리와 비슷한 환경과 제도에서 새로운 제도로의 변화를 먼저 모색하고 실행에 옮긴 대만을 주목하고 있다.


1980년 제정된 대만 장애인복지법 中
제3조 [1]이 법에서 “장애자”라 함은 중앙주관기관이 정한 등급에 부합하는 다음 각호의 장애자로써 장애자 수첩을 소지한 자를 말한다. [2] 제1항의 장애자등급, 제1항 제7호의 중요기관 및 제11호의 기타 장애자의 종류는 중앙주관기관이 중앙위생주관기관과 함께 이를 정한다.

 2012년 공표된 대만 장애인권리보장법 中 1996년 7월 11일 발표
장애인 인권이 있는 사람들의 보호에 관한 법률
이 법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사회, 정치, 경제, 문화적 기회에서의 동등한 참여를 보호하기 위해 자립과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제정되어 있습니다.

 

대만의 기존 복지법안 초입부에는 장애인(실제 ‘장애자’로 명시되어 있음)의 정의 및 분류기준을 열거하는 반면, 개정된 장애인권리보장법안 첫 줄에는 “장애인 인권이 있는 사람들…, 이 법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이익을 보호, 동등한 참여를 보호한다”는 문구를 삽입했다. 이것은 권리보장법의 핵심이자 이념으로, 장애인을 의료적 관점으로 정의하고 분류했던 기존 법의 방향성 및 가치기준 자체를 바꾼 것으로, 매우 고무적인 이념과 가치의 변화라고 볼 수 있겠다.

 

 

   
영국United Kingdom

 

 

 

 

영국, 이용자 중심의 복지서비스 마련
지자체 부서 간 통합·연계도 원활해

영국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한 경력이 있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이리나 국장의 설명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장애가 있으면 의사가 그 정보를 사회복지청으로 넘긴다. 그렇게 의뢰가 들어와 사례회의가 열리게 되면, 사회복지사가 의무적으로 해당 가정을 찾아가 확인하고 필요한 복지가 무엇이 있는지 살피고, 심층적으로 사례관리를 해야 하는 사례인지 아닌지를 사정(査定)해야 한다. 또한, 영국에서는 장애인 등록이 원칙이지만 강제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장애인 등록은 복지서비스 개선을 위한 하나의 통계일 뿐이지 등록이 우리나라와 같이 자격을 부여하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 즉 장애인은 등록유무에 상관없이, 아동이든 어른이든 사회적 욕구가 충족되지 않는다고 요청하면 사회복지사는 나가서 장애인의 욕구를 살펴야 하는 의무가 있다는 게 이 국장의 설명이다.

“영국에서는 장애아이가 태어나면 부모가 나라에 얘기하기도 전에 지역마다 있는 보건소 관계자가 집을 방문해 아이를 살피고, 아이가 3~4살이 지날 때까지는 2주에 한 번씩 의무적으로 방문해서 부모가 아이를 잘 돌보는지, 필요한 것이 있는지 등을 살핀다. 경제적으로 어렵다면 사회복지청으로, 의료적 문제면 보건청 안에서 책임을 진다”며 영국은 지자체 내 부서 간 서비스 연계도 잘 되어 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영국은 장애아에 대한 서비스 판정을 ‘돌봄’과 ‘이동’ 두 가지로만 나눠서 판정한다고 한다. 욕구조사 질문이 담긴 책자를 주고, 거기에 10m 걷는데 소요되는 시간, 옷 갈아입는 시간, 도움 주는 인원 등등을 기록하게 한다. 이러한 방식은 장애 당사자 또는 그의 가족이 서비스 판정의 주체자로서 사회복지서비스 사정 권리를 갖는다는 걸 의미한다. 물론 증거를 뒷받침하기 위해서 의사의 소견을 받고, 사회복지사가 방문해서 확인한 결과보고서를 제출해야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서비스 공급자가 주체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리고 지역 사회복지청에서 개별 심층사례관리를 위해 회의가 열리게 되면 여러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이고, 그 자리에서 책임자 한 명을 선정하는데, 사회복지사나 교육, 보건청 등의 관계자 뿐만 아니라 부모가 사례책임 관리자로 적합하다고 판단할 때는 부모에게 관리자 자격을 부여한다는 게 이 국장의 설명이다. 이 국장은 “만약 부모가 책임 관리자가 되면, 부모의 판단 하에 필요할 때마다 전문가들을 불러 모으고 회의를 개최할 수 있다”며, “이것은 국가가 서비스의 주도권을 장애인 당사자나 그 가족에게 부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여 말했다.
 

 

사회복지서비스는 ‘국가의 의무’

영국에 사는 근육병인 만 8살 마틴은 앞이 보이지 않는 중복장애 아동이다. 근육은 자꾸 쳐지고 뼈도 약해져서 부딪히면 쉽게 부상을 입는 마틴은 8살 때까지는 엄마가 잘 돌봐왔지만, 부모님이 결국 이혼하면서 엄마랑 더 이상 같이 살지 못하게 된다. 마틴의 엄마는 아빠가 막노동 현장에 다니면서 집에 자주 못 오기 때문에 아빠가 아이를 잘 키우지 못할 것을 알고 사회복지청에 전화해 “내가 아이를 놓고 가니 이제는 국가가 책임을 져 달라”고 요청한다. 곧 사회복지청에서는 사례관리 회의가 열린다. 마틴의 사례를 관리하게 된 담당 사회복지사 A씨는 아빠가 일하는 시간에 돌보미를 보내주고, 주말에는 마틴을 돌봄서비스 휴식 센터에 보내서 쉬고 오도록 하는 서비스를 연계해 준다. 하지만 얼마 못가 간호상식이 전혀 없었던 아빠의 부실로 마틴이 다치는 일이 여러 번 발생했고, 사회복지사 A씨는 아빠의 노력은 인정하지만, 아이의 건강이 위험하다고 판단되어 지자체에 이를 알리고 간호상식이 있는 양부모를 찾기로 한다. A씨는 영국 전역에 있는 에이전시에 양육부모를 찾는 공고를 내고 전국을 다니며 인터뷰를 한다. 양부모를 하겠다는 사람이 아무리 먼 곳에 살아도 직접 찾아간다. 그러나 A씨는 1년 이상을 공들여 찾아봤지만 적합한 양부모를 찾지 못해 결국 마틴을 기숙학교로 보내게 된다. 물론 마틴의 건강을 고려한 최적의 기숙학교다. 비용이 1년에 3억이 들어가지만 마틴이 살던 지자체는 마틴이 18살이 될 때까지 지원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위의 이야기는 이리나 국장이 영국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담당했던 실제 사례로,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서비스를 제공한 심층사례 중 하나다. 이 국장은 “이런 심층사례가 들어오면 힘든 건 당연한데, 나라고 이만큼이나 하고 싶었겠나. 하지만 그렇게 안 해서 잘못되면 내가 일을 그만둬야 하고, 지자체가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일할 수밖에 없다. 영국은 이처럼 지자체와 공무원에게 책임을 막중하게 주어준다”라며, “영국에서 사회복지는 국가의 의무조항이고, 그래서 국가를 대변하는 사회복지사가 한 개인을 책임지고 주기적으로 돌보는 것은 매우당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장애인복지법 제2조 2항과 그 시행령 2항을 풀어서 보면, 「장애인복지법을 적용받는 장애인은 제1항에 따른 국가가 정해 놓은 기준에 미쳐야 하며, 장애기준은 정도에 따라 등급을 구분, 그 등급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 인데, 이 시행령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장애등록을 하지 않은 장애인은 결국 복지서비스를 받기 어렵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같은 국내 장애등급제에 대해 이리나 국장은 “간단한 사례의 경우는 가능하겠지만, 일생을 다 책임져야 하는 복합적이고 장기적인 사례도 있는데 이러한 등급제로 판정한다는 게 가당키나 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앞서 이리나 국장이 설명한 영국의 복지서비스를 우리의 현 실정에서 따라가려면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진 뱁새 꼴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영국만큼 사회복지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재원과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인데, 현재 우리나라는 복지예산이 턱 없이 적게 책정되어 있는데다가, 국내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사회복지를 전공해도 공무원 채용인원은 한정돼 있고, 사회복지사 자격증까지 따고 나서도 취업이 어려운 형편이니 갈 길이 멀다.

우리나라는 사회복지사 공무원들이 각 동사무소에 2~5명 있지만, 영국은 사회정책을 공부한 학생들 중 95%정도는 사회복지사 공무원으로 채용된다고 한다. 이 국장은 “국가의무인 교육을 위해 수많은 교사를 배출하고 지자체마다 교육청이 있듯이, 사회복지 역시 국가의무이기 때문에 특정한 영역, NGO 등에 뜻을 두는 사람 외에는 대부분 공무원이 된다”며, “재원의 문제가 있겠지만 우리나라도 전문인력을 내버려두지 말고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통합사례관리가 잘 구축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작성자이애리 기자  dung727@naver.com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함께걸음 페이스북 바로가기
함께걸음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제호 : 디지털 함께걸음
주소 : 우)07236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22, 이룸센터 3층 303호
대표전화 : (02) 2675-5364  /  Fax : (02) 2675-8675
등록번호 : 서울아00388  /  등록(발행)일 : 2007년 6월 26일
발행 :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  발행인 : 김성재 
편집인 : 이미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치훈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함께걸음'이 생산한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by
Copyright © 2021 함께걸음. All rights reserved. Supported by 푸른아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