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Ⅳ. 복지와 권리, 무엇이 쟁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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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조한진교수 인터뷰
 

Q. 복지부 관계자에 따르면, 현 정부가 등급제 폐지 이후 서비스 전달체계로 2012년 구성된 희망복지지원단(이하 희망단)이 통합전달체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했다

정부가 희망단을 운영하고 있고 점점 확대하려는 것을 알겠지만, 과연 희망단에서 장애인복지 전달체계에 관련된 것을 다 감당할 수 있겠냐는 의문이 든다.

희망단의 문제점은 장애인 전담기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희망단은 노인, 아동 등 모든 사회복지 대상자를 다 관리하는데, 장애인쪽은 장애유형도 다양하고, 생애주기별로 이슈도 달라서 반드시 전담반이 필요하다. 또 평가도구도 한 가지일 수가 없다. 그래서 희망단이 전달체계가 되려면 그 인력의 상당수가 장애인쪽을 전담해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이 있겠냐는 것이 의문이다. 그리고 근본적인 문제는 희망단이 중앙정부 소속이 아닌 지방정부 소속이어서 이것은 지방자치단체장의 의지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알다시피 지금 장애인복지가 얼마나 천차만별인가. 전국에 복지관과 장애인고용공단도 지사들이 있는 상황에서 희망단이 모니터링 역할을 하지 않는 이상, 해줄 수 있는 것은 몇 가지 없고 안내만 하게 되지 않겠나. 

Q. 등급제폐지 및 새 제도 구축을 위해 기획추진단을 구성한다고 하는데, 이에 대한 견해를 밝혀 달라

기획추진단을 구성해 제도를 구축해 나가겠다는 것에는 상당히 회의적이다. 지난 2010년에 장애등급 재판정 때문에 문제가 돼서 복지부가 등급판정 기준을 개정하기 위해 ‘장애인서비스지원체계개편기획단’을 구성했다. 그 안에 세 개 분과가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등록판정분과였고, 내가 거기 위원장을 맡았었다. 당시 장애인 위원들은 등급판정 문제를 미봉책으로 끝내지 말고 근본적인 등급제에 대한 문제부터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그런 와중에 장애인들이 격렬하게 반발하고, 국회의원들까지도 등급판정 기준을 개정하라고 재촉하니까, 복지부는 근본적인 사안보다는 당장 문제가 되는 것부터 해결하자고 했다. 그래서 위원장으로서 곤란했지만, 복지부가 당장 힘든게 있다고 하니 복지부에서 내세운 등급판정기준 개정안 심의를 통과시켜 주고, 그 다음에 장애등급제 관련해서 근본적인 것을 논의해보자고 했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 최근까지도 회의를 개최하지 않았고, 도리어 새 기획추진단을 구성하려 하고 있다.

새 정부도 들어서고 했으니 새 제도에 관련해서 TFT를 다시 만들 수도 있겠지만, 어떤 TFT가 구성된다 한들, 지난 TFT처럼 복지부가 원하는 것이 있으면 통과시켜 버린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장애등급제 폐지를 위한 기획추진단을 구성하겠다고 하는데, 일단 중·경증 단계로 나누는 것을 통과시키고 그 다음에 근본적인 것을 얘기하자고 할지도 모를 일이다. 

   
 

Q. 장애계 일각에서는 등급제 폐지 이후 서비스의 감면·할인과 같은 간접소득이 기존에 비해 하향 조정될까봐 염려가 큰 것 같다. 이 부분에 있어 장애인 당사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할인해주는 것과 더 줘서 쓰게 하는 것은 얼핏 보면 깎아주나 돈 줘서 쓰게 하는 것이 똑같을 것 같지만 다르다. 돈을 우선적으로 주고 개인이 스스로 서비스를 사도록 하기 때문에 거시적 관점에서 경제적으로도 발전할 뿐 아니라, 미시적인 관점으로 볼 때도 장애인들이 더 당당해지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말하는 ‘권리’의 측면이다.

현재 바우처를 제외하고는 장애인 당사자에게 직접 돈이 들어오지 않는다. 그렇게 장애인들은 국가로부터 서비스 적격성만 인정받고, 해당 비용은 지방정부와 기관과의 사이에서 오고 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관은 국가에만 잘 보이려 하고 서비스 이용자에게 잘 보일 이유가 없
는 것이다.하지만 직접적 소득보장으로 현금이 당사자를 거쳐서 기관으로 가게 되면, ‘어떤 기관을 선택할 것인가’ 하는 권리가 이용 당사자에게 생기기 때문에, 기관이 국가보다 당사자한테 더 잘 하게 될 것이라는 거다. 이것은 완전히 판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것을 생각해서라도 간접소득보장을 직접소득보장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은 돈의 양을 늘리자는 개념이 아닌, 흐름을 바꾸자는 것이다. 돈의 흐름만 바꿔도 장애인의 서비스 질은 상당히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Q. 장애인권리보장법제정추진연대가 구성되었고, 활발히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 장애등급제 폐지 또한 권리보장법 제정의 일환으로 알고 있는데,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의 의의는 무엇이며, 권리옹호기구(P&A) 도입 방향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위해 연대가 구성됐고 법안을 구성하고자 논의 중이지만, 쉽게 생각이 일치하지 않는 것 같다. 한쪽에서는 권리보장법을 현 장애인복지법을 폐지한 뒤 그것을 대체하는 입법으로 만들자고 주장하고 있고, 또 다른 쪽에서는 장애인복지법 안에 권리보장 관련 내용을 추가하면 되기 때문에 굳이 새 법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냐는 입장이다. 그것에 반해 저는 현 장애인복지법에서 불가피한 부분들은 개정하되, 권리보장법을 모법형태로 분리해
제정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이유는 서비스의 내용을 규정하는 것까지도 권리에 집어넣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현 장애인 관련법들이 우후죽순으로 많이 나와 있는데 장애인복지법에서 더 나아간 형태의 법이 된다면, 장애인고용촉진법이나 장애인차별금지법 같은 다른 법들과는 아무 관계가 없어지기 때문에 장애관련 법들을 아우르는 모법 형태가 좋을 것 같다는 것이다. 마치 모법 형태인 사회복지사업법 안에 사회복지 관련법들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권리옹호제도화와 함께 권리옹호기구로 미국의 권리옹호기구인 P&A가 모델로 제시되고 있다. 간단히 설명하면 P&A는 두 가지 역할을 담당하는데, 인권침해를 막는 일을 하고, 서비스를 받는 과정에 있어서의 여러 가지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역할을 주로 한다. 우리나라로 보면 인권위와 권익위와 같은 일을 동시에 하고 있는 것이다.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에 있어서 무엇보다 복지와 권리 부분을 분리해서 생각해야지 두루뭉술하게 다 권리라고 하면 안 된다. 개념을 잘 파악하고 가야한다. 물론 모든 서비스를 권리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겠지만, 복지는 권리와는 다르게 실제로 주어져야 할 것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 같은 경우도 발달장애인지원 및 권리보장법이라고 되어 있지 않나. 예를 들어 KTX를 할인 받아서 서울에 왔는데, 그것을 할인 안 해주면 그게 인권침해가 되나. 그렇지 않다. 이것은 권리의 문제는 아닌 것이다. 다시 말해서 권리는 절차적인 것을 강조하는 절차적 정의라면 복지는 결과적 정의라고 말할 수 있다.

 

마치며_국민의 보편적 복지와 권리보장을 위하여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개인별서비스 맞춤형 복지를 해 나갈 것이라고 표명했고, 정부는 그에 따른 사례관리의 필요성을 절감하여 현재 통합사례관리시스템을 서서히 확장해 나가고 있다고 한다. 또한, 현 복지부 진영 장관이 대통령인수위원회 부위원장 당시, 국회에서 반드시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약속한 만큼 보편적 복지와 장애인 당사자의 권리를 보장 받는 사회를 기대대 볼 수 있는 시즌이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장애계도 장애등급제 폐지와 서비스 분류 및 전달체계를 바꾼다는, 장애인 문제에 한정된 미시적 관점에서 벗어나, 당연히 누러야 할 국민의 ‘사회적 권리’의 측면으로서 보편적 복지를 지향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동안 대한민국 정부가 방관자적 입장으로 국민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복지와 권리를 묵과해왔다면, 세계가 복지에서 권리의 패러다임으로 축을 옮기는 시점에서 이제 대한민국도 ‘국민의’, 국민을 위한’ 보편적 복지의 실현과 ‘국민에 의한’ 권리가 보장되는 진정한 선진국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작성자이애리 기자  dung7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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