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귀래사랑의집 사건, 가해자 처벌·피해자 안전 확보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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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추악한 진실을 드러낸 원주귀래사랑의집 사건. 수십 년 동안 장애인을 이용해 자신의 욕심을 채워온 장아무개씨의 만행이 세상에 알려진 지 벌써 8개월여가 흘렀다. (함께걸음 2012년 7월호 ‘천사라는 가면 뒤에 숨겨진 추악한 진실’ 참조) 장씨와 마주했을 때의 분노, 그가 저질러온 일들에 대한 개탄, 피해 장애인들에 대한 안타까움, 그리고 불투명한 사건 해결의 실마리에 먹먹했던 가슴은 아직 많은 이에게 남아있다.
분노와 눈물로 시작됐던 원주귀래사랑의집 사건은 지난 8개월 동안 각계의 수많은 사람의 노력과 지원으로 하나둘씩 제자리를 찾아갔고, 많은 이들은 또 다른 아픔과 슬픔에 눈물 흘렸으며, 멈추지 않는 분노에 가슴을 부여잡아야 했다. 그러나 놓지 않았던 희망과 기대는 결국 장씨를 구속 수사케 했고, 법정에 서게 했다.
2012년 5월, 장씨의 집 앞 차가운 철조망 앞에 처음 섰던 그때부터 2013년 1월 장씨가 구속되기까지 원주귀래사랑의집 사건이 흘러 온 과정을 되짚어 보겠다.
실체가 드러나다
원주귀래사랑의집 사건은 수십 년간 미신고 시설의 형태로 장애인 21명을 친자로 입적해 장애인의 인권을 침해한 사건이다.
조사결과 21명 중 2명은 사망한 채 각각 10년, 12년간 병원 영안실 냉동고에 방치돼 있었고, 장씨와 생활했던 1명의 팔에는 도망간다는 이유로 이름과 장애유형, 전화번호를 짙게 문신했다. 또 장씨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인물을 허위로 등록하는 등 수십 년간 기초생활수급비 및 장애수당을 착취해왔으며, 어려운 생활 속에서 장애인들을 돌보고 있다고 사람들을 속여 수억 원대의 후원금을 받아 챙겨왔다.
냉동고에 방치된 장애인 2명과 장씨와 함께 생활하고 있던 4명, 그 뒤 추가로 밝혀진 2명 외 13명은 주민등록마저 말소돼 현재까지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장성아 씨, 결국 숨져
지난해 6월 21일 장씨로부터 구출해 낸 장애인 4명의 삶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장씨의 눈을 피해 지방의 한적한 곳에서 생활하던 그들은 웃음을 다시 찾았다. 짙게 새겨졌던 성대씨 팔의 문신은 지워졌으며, 나쁜 생활 탓에 무너졌던 그들의 건강도 점차 회복돼 갔다. 장씨와 함께 살았던 지난 세월, 그가 저질렀던 악행에 대한 진술도 순조롭게 진행됐고, 많은 이가 새롭게 시작된 그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성아 씨의 건강은 그리 좋지 못했다. 장씨에게서 벗어난 후 진행된 건강검진에서 성아 씨는 직장암 4기 판정을 받았고, 수술 후 관리를 할 수 없는 상황 탓에 수술도 불가능했다. 그러다 결국 지난 1월 24일 오전, 수십 년간 장씨의 그늘 아래서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아왔던 성아 씨가 위독한 상태에 빠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당시 성아 씨는 항암치료 중이었으나 폐렴까지 겹치는 바람에 입원치료 중이었다. 그런 가운데 급성 패혈증이 발생해 인공호흡기 사용과 항생제 투여 진단이 내려졌고 시간이 많지 않다는 의사의 소견이 이어졌다. 결국, 성아 씨는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지난 1월 26일 오후 6시40분 한 많은 세상을 떠났다. 악몽과 같은 시간과 장소에서 빠져나온 지 만 7개월여,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했던 성아 씨는 그렇게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이틀 후인 28일, 원주귀래사랑의집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뒤 두 번째 장례식이 치러졌다. 지난해 9월 24일 거행된 故이광동, 故장성희씨의 장례식에서 흘린 눈물과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은 채였다.
구속 수사 그리고 첫 공판
4명의 분리조치 후 장씨의 혐의 대한 경찰의 수사는 더디기만 했다.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다. 그래도 수사는 계속됐고 장씨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던 중 지난해 11월 22일 국가인권위원회는 학대, 폭행, 감금, 협박, 성추행, 노동 착취, 유기, 금전 착취, 후원금 착복 등을 이유로 검찰에 장씨를 수사 의뢰했다. 이후 언론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검찰 수사는 빠르게 진행돼 12월 위와 같은 혐의가 대부분 인정하고 장씨에 대한 구속 수사를 단행했으며, 지난 1월 29일 오전 춘천지방법원원주지원에서 첫 번째 공판이 열렸다.
이날 공판에서 우만우 검사는 시체유기, 감금, 문신·삭발 등 학대, 폭행, 미 교육, 악의적 차별, 미신고 시설 운영을 증거와 함께 장씨의 혐의를 직접 진술했다. 그러나 이 같은 공소사실에 대해 인정하느냐는 판사의 물음에 피고인 장씨는 전혀 다른 말만 늘어놓으며 정확한 답변을 피했고 수차례 계속된 판사와 경찰의 저지에도 장씨는 멈추지 않았다. 결국, 담당 판사의 “조용히 하라”는 큰 소리가 몇 차례 오간 후에야 장씨는 순간 입을 다물었지만, 공판이 종료된 후에도 그의 변명은 그칠 줄 몰랐다. 2차 공판은 오는 3월 12일 오전 10시 같은 장소에서 열릴 계획이다. 이날 1차 공판에서의 태도로 보아 앞으로 장씨는 기소된 모든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할 것으로 예상돼 재판은 장기화 될 전망이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8개월이란 시간은 변화라는 단어가 모든 곳에 스며들기에는 충분치 못했다. 모든 것은 진행 중이다. 장씨에 대한 처벌이 확정되기까지는 앞으로 얼마나 더 걸릴지 모를 일이고, 피해 장애인 3명의 생활은 아직도 안정돼 있지 못하다. 이들의 친아버지는 아직 장씨로 돼 있으며, 故장성희 씨는 여전히 병원 냉동고에 누워있다. 그리고 장씨와 같은 일이, 장씨가 이용했던 법과 행정의 허점은 또 언제 어디서 악용될지 모를 일이다.
일단 장씨에 대한 판단은 오는 3월로 미뤄졌다. 그때면 담당 검사도, 판사도 모두 새로운 인물로 교체된다. 일부에서는 엄중한 처벌이 내려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아직 예단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법의 객관적이고 엄정한 판단이 필요한 상황임은 분명하다.
이와 함께 피해 장애인 3명의 안정된 생활과 인간다운 삶을 위한 우리 사회의 노력도 계속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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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장지수님의 댓글
장지수 작성일
이게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게 너무 슬프다. 안타깝다.
괴롭다. 분노가 치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