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지역사회를 잇는 소통의 장이 되겠습니다”
본문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 그리고 장애인과 지역사회가 소통할 수 있는 장은 별로 없는 실정이다. 지역 내에 있는 장애인복지관만 해도 주로 장애인들이 이용하는 곳이고, 비장애인들과 섞여 무언가를 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많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장애인들끼리 뭔가를 할 수 있는 일이 많은가 하면, 여건이 여의치 않을 때가 많다. 일을 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들의 경우 학교를 마치고 복지관도 나갈 수 없게 되면 갈 곳도 없고, 돌봐줄 이나 하릴 없이 집에만 있거나 집주변을 홀로 맴돌기도 한다. 또 낮 동안에 돌봐줄 가족이나 활동보조도 없는 중증장애인의 경우는 부득이하게 주간보호시설이 필요하지만, 이마저도 부족한 실정이다. 우리사회는 이러한 장애인들의 수요를 알고 있지만, 그것의 반 이상도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열악한 장애인들의 현실과 필요를 살피고 그들이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또 지역사회 내에서 장애인들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고 있는 곳이 있다. 본지는 지난달 25일 장애인과 지역사회를 잇는 소통의 현장, 창동염광교회를 찾았다.
▲ 염광교회 전경 |
장애인 중심의 교회
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염광교회는 지금으로부터 41년 전인 1972년, 원로목사인 故최기석 목사와 성도 12명에 의해 세워졌다. 장애인부서가 속해 있는 사회봉사부를 담당하는 이상록 목사의 설명에 따르면, 교회는 故최기석 원로목사의 뜻에 따라 가장 큰 본당 1층의 공간을 모두 장애인들을 위해 내줄 정도로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크다고 한다. 또한, 장애인을 위한 주간보호센터, 직업재활사업, 문화센터 등이 특별히 200명 정도 되는 발달장애인을 위해 마련되어 있다는 게 이 목사의 설명이었다.
이상록 목사는 “원로목사님이 목회 초반부터 장애인에 대한 마음이 있으셔서 교회 내에서도 가장 다니기 좋고 편한 공간을 장애인들을 위해 내주셨다. 그래서 처음에는 다른 비장애인 교인들 중에 싫어하고 반대하는 분들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장애인들이 더 많아졌고, 그들에게 더 많은 지원을 하고 있는데도 불편해 하기보다 오히려 장애인들을 위해 열심히 봉사하는 교인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교회 내에서 장애인식개선 교육을 하고 있기 때문에 교인들의 인식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고, 동네 주민들도 처음에는 지적장애인들의 돌발적인 행동 때문에 놀라는 사건들도 간혹 있어서 힘들어 했지만, 요즘은 워낙 오랫동안 봐와서인지 한 동네 주민처럼 편하게 잘 지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이상록 목사(맨 왼쪽), 바리스타 선생님과 까페에서 일하는 지적장애인들 |
장애인 위해 ‘문화생활에서 일자리 창출까지’
교회 본당 1층에 들어서자마자 한 눈에 보인 곳은 ‘로뎀’이라는 나름 규모가 큰 까페였는데, 그곳에는 세 명의 지적장애인이 일을 하고 있었다. 물론 이들을 지도하는 두 명의 전문 바리스타가 있었지만, 지적장애인들 역시 프로 바리스타 못지않게 각종 커피음료를 능숙하게 만들어냈다.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영업하는 로뎀까페는,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각각 지정된 시간에 지적장애인 3명씩, 즉 총 6명에게 일자리를 지원하고 봉사자들이 나머지 시간을 채워 일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목사에 따르면, 이곳에서 나온 순수익금으로 지적장애인 바리스타들의 인건비를 지급하고, 그 외의 금액은 장애인복지기금으로 저축하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지적장애인들에게 제빵수업을 진행하여 제빵을 배운 지적장애인들이 직접 빵을 만들어 로뎀까페에서 판매하고 그 판매수익금으로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고 한다.
▲ 교회 본당 1층에 있는 로뎀 까페 |
이 목사는 “최근에는 주간보호센터에 있었던 지적장애인 친구들이 농장에서 소일거리라도 할 수 있도록 해서 지금은 농장이 직업재활 프로그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이 자기 위치에 따라 행동이나 모습도 변하는 것 같다”며, “주간보호센터에 있으면서 체험활동으로 갈 때는 하는 둥 마는 둥하고 농작물도 거칠게 다뤘는데, 지금은 복장도 갖춰주고 급여까지 주니까 자기 일이라고 생각되는지, 아주 열심히 조심스럽게 일하고 책임감도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농작물을 재배하고 판매해서 나온 수익금만으로는 장애인들에게 최저 임금도 주기가 어렵기 때문에 교회는 협동조합을 구성했다고 한다. 이 협동조합은 현재 100가정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매달 한 가정 당 2만 원씩 회비를 내서 농장에서 나온 농작물이나 농작물을 재료로 만든 반찬 등을 구입하는 ‘소박한 밥상’을 운영하고 있다.
▲ 농장체험 중인 장애인들 |
▲ 농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 지적장애인들. 이들이 수확한 농작물은 매달 교회 내 협동조합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
광교회는 또한 활동이 어려운 중증장애인들을 위해 ‘피망’이라는 주간보호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피망은 ‘피어라 희망센터’의 줄임말로, 피망은 염광교회가 지적장애인의 직업재활을 위해 이화여대 근처에 마련한 까페의 이름이기도 하다. 피망주간보호센터는 교회 내 본당 1층에 위치해 있으며, 최대 20명까지 수용 가능하고, 큰 방 세 칸으로 되어 있어서 한 칸은 식당, 한 칸은 부엌 및 다용도실, 한 칸은 쉴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주간보호센터에는 매일 교회 내 혹은 외부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찾아와 혼자 활동하기 어려운 중증장애인들의 생활을 도와주고 있다고 한다. 이상록 목사는 “요즘 소문이 났는지, 피망주간보호센터로 들어오려는 대기인원수가 많아졌다”며, “교회는 장애인들이 마냥 기다리지 않도록 어느 정도 활동이 가능한 장애인들을 선별해서 바리스타 교육이나 농장 직업재활, 제빵수업 등의 활동을 먼저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가도록 힘쓸 것”
▲ 제빵 직업훈련을 받고 있는 지적장애인들 |
이 외에도 염광교회가 지역의 장애인들을 위해 하는 일들이 더 있다. 지역 내 1만 원 미만의 보험료를 내고 있는 장애인들에게 보험료 지원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 목사는 “형편이 어려워 보험료도 못 내는 장애인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지원하게 됐는데, 교회가 지역주민을 돕기 시작하니까 도봉구청도 독거노인 등 1만 원 미만의 보험료를 내는 분들을 지원해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염광교회는 매해 4월 첫째 주 일요일을 ‘장애인 주일’로 지정했다고 한다. 4월 20일이 ‘장애인의 날’인데, 그날만 반짝 이벤트를 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앞서 교회에서 교인들을 대상으로 장애인식개선 교육을 하기 위해서라는 것이었다.
▲ 주간보호센터 '피망'에서 식사 중인 장애인들과 자원봉사자들 |
이상록 목사는 “우리 교회는 어떻게 하면 지역 사회에서 장애인들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부분을 가장 많이 고민하고 있다”며, “교회의 장점은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많은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과 공동체를 이루고 또 교회가 장애인과 지역주민들과의 유대관계를 위해 지원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장애인에 대한 각별한 애정으로 40여 년간 목회를 해온 염광교회 최기석 원로목사. 그를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하고 싶었지만 최 목사는 취재 전날, 암으로 투병하다 75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삼가고인의 명복을 빈다.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