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장 추락사고 철도공사에 책임 묻는다 > 기획 연재

한 시각장애인이 경기도 덕정역 승강장에서 전철을 타려다가 추락해서 부상을 당한 사건에 대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철도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에 얽힌 사연을 취재했다.

덕정역, 3개월 전에 똑같은 사고 있었는데 조치 없어

지난해 9월 14일 이른 아침, 1급 시각장애인인 김아무개 씨는 수락산역 근처에 있는 대린원이라는 침술사 양성학교에 가기 위해, 집에서 나와 양주 덕정역에 도착했다. 인천행 전철을 타기 위해 승강장으로 올라가던 김아무개 씨는 계단을 다 올라갔을 즈음, 마침 인천행 전철이 들어온다는 덕정역 안내 방송을 듣게 됐다. 서둘러 승강장 탑승구 가까이에 접근한 김씨는 전철이 정차하는 소리를 들었고, 곧바로 전철을 타려고 승강장에서 발을 내딛었다. 그러나 그 순간 김씨는 전철 승차 대신 선로 아래로 추락하여 늑골에 골절상을 입는 등 전치 6주의 부상을 입게 되었다.

김씨의 추락 과정을 다시 살펴보면, 사고 순간 덕정역에 도착한 전철은 반대 방면인 동두천행 전철이었다. 하지만 승강장으로 가는 계단을 오르면서 인천행 전철이 들어온다는 안내방송을 들은 김씨는 앞을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역에 도착한 동두천행 전철을 인천행 전철로 잘못 알고, 승차하려다가 선로 아래로 떨어져 부상을 당한 것이다. 

그런데 덕정역 측은 추락해 중상을 입은 김씨를 119 구급대를 불러 병원에 후송하지 않고, 대신 역무원이 선로에 나타나서 김씨에게 “일어나라”며 반강제적으로 몸을 일으키게 하고, “승강장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선로 끝까지 걸어가야 한다”며, 선로 끝까지 끌고 갔다는 게 김아무개 씨 주장이다. 이어 역무원은 역무원실에 도착해서는 덕정역은 추락사고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질 수 없다는 입장을 김씨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는 게 사고를 당한 김아무개 씨 증언이다.

문제는 덕정역에서는 이 날 김씨 추락사고 외에도, 지난해 6월 같은 장소에서 전철에 타려던 다른 시각장애인 역시 승강장에서 추락하여 중상을 입는 사고를 당했던 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불과 3개월 전에 시각장애인이 동일한 사고로 승강장에서 추락하여 중상을 입은 사실이 있었음에도 그 후 덕정역은 장애인들의 추락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승강장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하거나, 공익근무요원 등을 승강장에 배치하는 등의 시각장애인의 안전한 승하차를 돕기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1천5백만 원 손해배상 청구소송, 법원 판결 주목

실태를 보면, 전철이나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각장애인들의 경우 주위 상황을 파악하고 확인하기가 힘들어 승강장에서 쉽게 추락할 개연성이 높고, 그래서 대형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현저하게 큰 게 사실이다.
시각장애인들은 전철이 도착하는 것도 전철이 정차하는 소리를 듣고서야 판단할 수밖에 없고, 또 전철이 정차하는 소리가 자신이 탑승하려는 방면의 전철이 도착하였는지, 아니면 반대 방면 전철이 도착한 것인지 쉽게 확인하기 어려운 게 또한 현실이다. 때문에 시각장애인이 전철을 이용하는 경우, 승하차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승강장에 시각장애인용 점형 블록이 설치된 것만으로는 안 되고, 스크린 도어 등 확실한 안전시설을 설치해야만 한다.

하지만 현재 지하철역의 경우 대부분 스크린 도어가 설치되어 있지만, 도시 외곽 전철역에는 예산을 이유로 스크린 도어가 설치되지 않은 역들이 대다수다. 그래서 시각장애인들의 안전을 위해 전철역에도 하루속히 스크린 도어 등 안전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는 게 소송을 제기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의 주장이다.

만약 스크린 도어 설치에 시간이 걸린다면, 차선책으로 시각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가 안전하게 전철에 승하차할 수 있도록 승강장에 역무원이나 공익근무요원 등 안전요원을 상시 근무하게 해야 한다는 게 연구소 주장이다.

덕정역에서 추락사고를 당한 김아무개 씨는 사고 후 늑골이 부러지는 등 전치 6주의 부상을 입었고, 또 사고의 후유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으며, 다니던 침술사 양성학교도 그만두는 등의 심각한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김씨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덕정역을 운영하고 있는 철도공사를 상대로 관리 책임을 물어, 김씨가 입은 피해를 보상하라며, 지난해 12월 말 법원에 1천5백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공공운송수단인 전철 승강장에서의 장애인 추락사건에 대해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