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시설서 남녀 장애인 집단 목욕 등 "인권침해 일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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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복지법인오순절평화의마을인권침해해결을위한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동대책위)는 6일 서울 이룸센터에서 사회복지법인 오순절평화의마을의 산하시설에서 벌어진 장애인 인권침해를 알리는 증언대회를 열었다.ⓒ이승현 기자 |
사회복지법인오순절평화의마을인권침해해결을위한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동대책위)는 지난 6일 서울 이룸센터에서 사회복지법인 오순절평화의마을의 산하시설에서 벌어진 장애인 인권침해를 알리는 증언대회를 열었다.
‘시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권, 본질을 말하다’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번 증언대회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공공운수노조사회복지지부,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9개 단체로 결성된 공동대책위가 주관했으며, 이날 시설에서 해고된 노조원 및 현직 교사, 이용자 가족 등이 증언자로 참석했다.
또한 이 자리에 시설에서 피해를 당한 당사자 및 가족, 단체 대표자들과 법률 전문가를 비롯해 현재 오순절평화의마을에서 재직 중인 관계자들도 다수 참가했다.
가해자의 양심선언으로 수면위로 드러난 시설의 인권침해 실상
오순절평화의마을의 산하 장애인시설인 여주 ‘천사들의 집’과 ‘평화재활원’에서 근무하던 직원 몇 명이 노조를 만든 뒤 법인의 비리와 거주인 인권침해 실상 등을 법인의 관리·감독권이 있는 부산시와 시설의 지원·지도·감독의 책임이 있는 여주군에 이러한 사실을 알렸고, 노조원들은 해고됐다. 이후 부산시는 감사에 들어갔으며, 여주군 경찰서는 비리, 횡령, 인권침해 사안에 대해 수사를 진행 중에 있다.
그리고 이날 증언대회에 노조원이었던 시설종사자와 현직 교사, 그리고 이용자 가족이 참석하여 그간 천사들의 집과 평화재활원에서 벌어졌던 인권침해 실상을 자세히 전했다.
현재 여주 ‘천사들의 집’에서 근무하는 황리예 생활재활교사는 “나 또한 다른 시설종사자들과 마찬가지로 시설에서 장애인들에게 인권침해를 가했다"며, "지금 이렇게 양심선언을 하면 앞으로는 사회복지 쪽에서 일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내가 했던 일들을 반성하고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을 지켜주고 싶어서 이번 증언대회에 나오게 됐다”고 참석 이유를 밝혔다.
노조를 결성하고 비리를 알려 해고된 전 평화재활원 사무국장 신해 씨는 “이 자리를 만들기 위해 오랜 기간을 노력해왔다”며, “이 사건을 계기로 생각 없이, 책임 없이 벌어지는 시설들의 비리에 대해서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증언대회에서 사회를 맡은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김정하 상임활동가는 “이 자리는 장애인들이 사회복지시설에서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본질적으로 검토해 보고자 마련했다”고 밝힌 뒤, “시설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 양심선언을 하고자 어렵게 나오신 분들이 있다. 어떤 분은 이미 해고되기도 했다”며, “이처럼 현장에 같이 있으면서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하기가 어려운 것이 우리사회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 이날 열린 증언대회 발언자들.(왼쪽부터)이용자 가족 장혜영 씨, 황리예 교사, 신해 전 평화재활원 사무국장, 김정하 활동가, 김재왕 변호사, 여준민 활동가 ⓒ이승현 기자 |
도가니 사건의 후유증 - 인권문제 ’하향평준화’
황리예 교사에 따르면, 평화재활원 4층은 황교사가 주로 일했던 곳으로 23명의 청소년 이용자들과 7명의 교사들이 머물렀는데, 이곳에서 많은 인권침해가 일어났다고 한다. 그 예로, 대변을 많이 보는 장애인의 식사량을 턱 없이 줄이고, 우는 것으로 자기표현을 하는 이용자에게는 밥을 뺏고, 문을 잠그고 눈물을 그칠 때까지 밖으로 못 나오게 했다. 또 소변을 많이 본다는 이유로 물을 거의 주지 않고, 뒤처리를 하기 싫어 덮는 이불 없이 얇은 이불 한 장만 깔고 자게 했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훈육을 이유로 글루건 스틱으로 발바닥, 손, 머리 등을 때리기도 했으며, 행동이 거친 장애인은 옷 소매 부분을 봉해서 손이 나오지 못하게 하거나 두 손을 묶어 두기도 했다. 또 일부 지적장애 이용자들에게는 세탁실에 보내서 세탁시키고 옥상에 빨래를 널게 하는 등의 노동을 하게 했다. 대가는 고작 커피 1~2잔. 그리고 더 심각한 것은 일반욕실의 7~8배 정도 되는 목욕탕에서, 23명의 남녀 장애아동들을 한꺼번에 20분 만에 목욕을 시켰고, 중증장애인의 경우 공개된 장소에 마련된 목욕배드에서 누가 들어오든지 상관없이 옷을 벗기고 목욕을 시켰으며, 남자 교사가 여성장애인의 생리대까지 갈아주는 등 성적수치심을 느낄 만한 인권침해가 생활 곳곳에 있었다는 게 황교사의 증언이었다.
황 교사는 “처음에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별거 아니라고 생각한 훈육 방법들이 일상화되니까 죄책감도 사라지고 버릇처럼 이용자들을 혼내기도 했다”며, “낮에 일하는 교사들은 4~5명이고 돌보는 이용자들이 23명이나 되다 보니 통제가 어려워서 이용자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쉬운 훈육 방법을 택했다”고 고백했다.
김정하 활동가는 이러한 실상에 대해 “성폭력 등 도가니 사건 정도의 피해가 아니면 소소하게 벌어지는 차별적·폭력적 언어, 폭력과 권위적인 문화를 마치 인권침해가 아닌 듯 왜곡하고 외면하고 있는데, 이것이 도가니 사건의 후유증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여준민 상임활동가도 “도가니가 준 영향이 긍정적인 영향도 있지만, 극악한 사건에만 집중된 나머지 충격적인 사건이 아니면 인권문제로 바라보지 않는 경향을 양산했다”며, “사람은 자존감으로 살아가는데 일상생활에서의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무시와 학대 또한 심각한 인권문제”라고 주장했다.이어 여 활동가는 “우리 사회가 점점 인권문제 있어 기준이 하향평준화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인권침해 보고도 ‘쉬쉬’하는 시설 내 관행 없어져야
김정하 활동가는 "시설 내부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내부에서 풀고 끝나자는 식으로 몰아간다. 문제에 대해 얘기조차 꺼낼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거나 문제제기 한 사람들이 오히려 해고를 당하기도 한다"며, "시설종사자들에게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공포감을 주고, 문제제기를 하고 양심선언을 하는 직원들을 왕따시키는 등 운영자들이 의도적으로 문제를 왜곡시키는 것이 현 시설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 13년째 평화의마을에서 살고 있는 한 지적장애 1급 이용자의 친언니인 평화재활원 전 학부모회회장 장혜영 씨.ⓒ이승현 기자 |
장 씨는 “이 자리에 시설측의 땅에 떨어진 도덕성을 말하려 나온 게 아니다. 직업의식의 부재, 직무유기를 고발하러 나왔다"고 밝힌 뒤, "수개월 전에 문제가 드러났지만, 여전히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리고 동생은 아직 그 시설에 그대로 있다"며, "동생 하나만을 위한다면 그냥 동생만 집으로 데려오거나 더 나은 시설로 보내는 선택을 하겠지만, 이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 한 동생은 한국 사회 어느 사회복지시설에 가더라도 비슷한 상황을 겪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여준민 활동가는 “(오순절평화의마을)법인 측에서 해결의 의지가 있지 않고, 인권위를 비롯해 부산시, 복지부, 여주시도 다 알고 있는데 그 어느 곳도 손을 쓰고 있지 않고 있다. 법인은 오히려 문제제기한 분들을 인신공격하면서 시설파괴자로 몰고 있다”며, “최근에 시설내부에서 거주인들이 더 방치되고 있다고 한다. 장애가 있거나 아픈 사람들에게 방임 방치는 가장 큰 폭력"이라며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여 활동가는 “시설의 인권침해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단순히 폐쇄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지금의 구조를 개선하고 해결해 나갈까를 모색해 봐야 한다. 즉 근본적으로 시설의 잘못된 고리와 구조를 깨야 한다"며 "시설에서의 인권은 구조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 사회 전반적으로 예산이 없다는 핑계로 당연시 여겼던 것들을 이제는 어떤 관점으로 봐야하는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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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님의 댓글
소나무 작성일
여준민 님 똑바로 알고 이런 기사 올리시죠
황리예 말과 신혜라는 작자는 무슨 음모로 이런 짓을 ...악의 끝은 드러나는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