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장애인의 인터넷 접근권 논란 > 기획 연재

미국에서 청각장애인이 한 유명 인터넷 쇼핑몰을 상대로 장애인의 편의를 고려하지 않았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장애인의 인터넷쇼핑몰 접근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10일(현지시간) CNN 인터넷판에 따르면, 미국 미주리주의 청각장애인 멜리사 얼은 장애 때문에 인터넷쇼핑몰 이베이를 통해 온라인 구매가 불가능하다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최근 패소했다.

얼은 이베이의 신분조회시스템이 구매자가 전화로만 비밀번호를 제공토록 돼 있어 이용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이베이 측은 얼에게 다른 신분조회 방법을 제시했다고 주장했으며, 미국 연방법원은 얼이 충분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면서 기각 판결을 내렸다.
 
이러한 판결에 이베이 측은 "법원의 결정에 만족한다. 이베이는 장애인을 포함해 모든 이용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얼 측 변호인은 항소할 계획이다.
 
앞서 미국 청각장애인협회(NAD)는 2010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가 모든 프로그램에서 자막방송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해 2014년까지 영화를 포함해 모든 영상콘텐츠에 자막방송을 하라는 내용의 승소 판결을 받아낸 바 있다.

장애인 변호사인 윌리엄 고렌은 이처럼 상반된 판결이 나온 것은 인터넷이 활성화되기 전인 1990년 제정된 미국 장애인법(ADA)에 대한 해석 차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ADA 규정에 장애인이 구매할 수 있는 장소에 물리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돼 있는 만큼 판매업소를 소개하는 웹사이트들은 이 법에 의해 규제를 받지만, 웹사이트만으로 사업을 하면 규제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온라인 구매가 보편화된 만큼 이 법안의 규제대상이 온라인 쇼핑몰까지 확대돼야 한다고 보는 등 서로 다른 해석 탓에 일관성 없는 판결까지 나오게 됐다는 것이다.
 
고렌 변호사는 "현재 의회도 이 법에 대해 별다른 개정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어 결국 대법원에서 명확한 해석을 내려 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