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장애인들을 죽음으로 몰아갈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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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이 죽어가고 있다. 한 장애운동 활동가는 불길 속에서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고, 우애 깊은 남매도 화재 속을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남동생은 뇌사 판정, 누나는 숨을 거뒀다. 한 할아버지는 손자의 장애를 자신 탓이라고 슬퍼하다가 그 손자와 함께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들은 죽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죽었다. 장애계는 죽은 이들에게 활동보조만 제대로 지원됐어도 이 같은 억울한 죽음은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외쳤고, 보건복지부는 예산의 논리를 들며 장애인들의 주장을 묵살하고 있다. 그러면 무엇이 장애인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인가. 또 장애인들이 주장하고 있는 활동보조 24시간 지원은 우리나라 복지 현실에서 과연 가능한 일인가.
잇따르는 장애인의 죽음
지난 10월 26일 새벽 2시10분경 서울 성동구 행당동 2층 연립주택 1층에서 불이 나, 혼자 누워 있던 뇌병변장애 1급 장애인 김주영(34)씨가 연기에 질식해 숨졌다. 불은 10분 만에 꺼졌지만 채 다섯 걸음도 되지 못하는 거리를 혼자서는 갈 수 없었던 김씨는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았다.
같은 달 29일 오후 6시5분경 경기도 파주시 금촌동 한 아파트 14층에서 불이 나 집 안에 있던 박지우(13·미등록 발달장애), 박지훈(11·뇌병변 1급) 남매가 현장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연기에 질식해 중태에 빠졌다. 결국, 박지우양은 사고 발생 9일 만인 지난 11월7일 인제대 일산백병원 중환자실에서 숨을 거뒀고, 동생 지훈군은 병원으로부터 뇌사판정을 받았다.
지난 11월18일 오후 2시경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 한 주택 창고에서 A(72)씨와 A씨의 외손자 B(12·뇌병변장애 1급)군이 함께 목매 숨진 채 발견됐다. 외손자를 지극히 아꼈던 할아버지였지만 외손자의 장애가 자신의 업보 탓인 줄 여겼고, 딸이 외손자를 돌보느라 고생하는 것이 안타까워 외손자를 숨지게 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장애계에서는 잇따르는 장애인의 죽음을 두고 현재 활동지원서비스의 부족한 시간 탓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활동보조는 혼자서는 생활이 불편한 장애인이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다. 특히 식사, 용변 등 일상적인 생활도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중증장애인들에게 활동보조는 생명줄과 같은 존재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행 활동지원서비스는 길어야 하루 12시간으로 故김주영씨와 같은 24시간 활동보조가 필요한 중증장애인은 긴 시간 동안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활동보조나 돌봄서비스가 故박지우양의 손을 덜어주었다면 남매는 살 수 있었고, 외손자를 돌보느라 고생하는 딸의 손을 국가가 잡아주었다면 할아버지는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장애인 단체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故김주영씨와 가장 가까이서 활동했던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진영 소장은 지난 10월29일 김씨의 빈소가 있는 서울 한양대학교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무엇이 누구로 인해 또 한 동지를 이렇게 무참하게 보내야 하는 건가? 그날 밤 화재가 났을 때 옆에 활동보조인만 있었어도 김주영 동지는 그리 가지 않았다”며 “(김씨는) 손가락밖에 겨우 움직일 수 없었는데 불이 났을 때 얼마나 무섭고 얼마나 두려웠을까, 또 얼마나 외로웠을까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지고 억울하다”고 김씨의 죽음에 대한 슬픔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김씨는) 언제나 활동보조 시간이 부족해 그 시간에 맞추다보니 하루하루 쫓기듯이 생활해온 동지였다”며 “김주영 동지의 어머니는 나에게 ‘이렇게 태어난 것도 억울한데, 한 번도 땅에 발을 디뎌본 적이 없는데 왜 그렇게 가야만 하냐’고 말했다. 그 말에 한동안 참았던 서러움의 분노가 치밀었다”고 호소했다.
또 “장애인으로 태어난 게 무슨 죄인가? 누구는 장애인으로 태어나고 싶어 태어났고 장애인으로 살고 싶어 살고 있나? 분명 김주영 동지도, 여기에 모인 여러 동지도 사람이다”라며 “정부는 더 이상 중증장애인들을 한 겨울에 수도관이 터져 얼어 죽게 하거나 불에 타서 죽게 하지 말아 달라. 제발 우리를 사람으로 보라”고 열변을 토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김씨의 죽음 이후 즉각 성명을 발표하고 현행 활동보조지원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했다.
전장연은 “혼자서 거동하기 힘든 중증장애인에게 활동보조란 그야말로 생존권 그 자체”라며
“가고 싶은 곳을 가고 싶은 때에 가고,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싶은 때에 먹고, 남들처럼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을 사는 그런 절절한 꿈을 어찌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인간답게 살다가 인간답게 죽고싶다’는 우리의 바람이 어찌 사치란 말인가”라고 주장했다.
또 “활동보조는 故김주영 동지의 삶과 꿈이 담긴 제도이며, 오랜 세월 시설에 갇혀 살던 장애인이 자립생활을 꿈꾸며 가장 절실히 원하는 제도”라며 “지금도 수많은 중증장애인들이 활동보조를 간절히 바라고 있지만, 어떤 이는 장애등급이 2급 또는 3급이라는 이유로 활동보조를 신청할 수도 없어 자립생활을 포기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부족한 서비스 시간으로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한다”며 안타까운 현실을 지적했다.
이에 전장연은 ▲필요한 사람에게 하루 24시간 활동보조를 보장할 것 ▲활동보조 대폭축소 계획을 중단하고 확대계획을 마련할 것 ▲장애등급제 폐지하고 대상제한 폐지할 것 ▲본인부담금 폐지하고 활동보조를 권리로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 故 김주영 씨의 영정 앞에서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진영 소장이 오열하고 있다 |
국회 “50% 증액하라”
복지부 “동의할 수 없다”
부족한 활동보조지원 때문에 장애인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잇따르고,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국회는 최중증장애인의 24시간 활동보조지원을 위해 관련 예산 증액을 결정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이를 거부해 논란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11월 20일 내년 장애인활동지원 예산으로 복지부가 요청한 3213억7600만원보다 1535억9400만원 많은 4749억7000만원을 편성하자는 내용의 세입세출예산안 예비심사 결과를 내놓았다. 증액분은 최중증 독거 장애인 1578명과 최중증 장애인가구 및 취약가구 장애인 551명 등 모두 2100여명에게 24시간 활동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투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국회의 예산 증액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20일 열린 복지위에서 임채민 복지부 장관은 예산 증액에 동의하느냐는 물음에 “(복지예산) 조정에 대해서 동의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장애인단체들이 요구해온 24시간 활동지원이 내년 예산에 반영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신 故김주영씨의 죽음 이후 복지부가 결정한 응급안전 등을 소폭 보완하는 형태로 사업이 이뤄질 공산이 크다. 또 복지부는 1급 장애인만 신청할 수 있는 현행 활동지원서비스를 내년에는 2급 장애인까지 대상 확대를 예고하고 예산을 3.7% 증액했다. 그러나 내년 활동보조인에게 지급하는 서비스 수가를 3% 올린다고 가정했을 때, 3.7% 증액은 예산 동결이나 다름없다는 것이 장애인 단체들의 주장이다.
또 복지부는 복지위가 장애인활동지원예산 증액안과 함께 내놓은 0~2살 보육료 지원 전계층 확대(5438억5300만원), 국공립 어린이집 300곳 신설과 300곳 리모델링을 포함한 어린이집 기능 보강(869억1500만원), 0~5살 보육시설 미이용 아동 양육수당 20만원으로 증액(7476억6800만원) 요구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기초노령연금액도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 평균소득(A값)의 5%(9만7100원)에서 6%(11만6600원)으로 인상하자는 게 국회의 요구지만, 복지부는 국회의 연금제도개선위원회 설치·운영이 선행돼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이 같은 복지부의 태도에 대해 장애인 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전장연은 복지위 다음날인 21일 복지부 청사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예산 증액에 반대하는 복지부를 규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남병준 정책실장은 “장애인복지에 앞장서야 할 복지부가 24시간 활동보조 보장이 아니라 혼자 사는 최증증장애인의 집에 119를 부를 수 있는 비상벨을 달아주는 식으로 대책을 마련 중”이라며 “이미 작년, 재작년에도 복지부의 반대로 예산 증액이 물거품이 된 적이 있는데 이번만큼은 반드시 이 예산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같은 시각,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원교 회장이 임채민 장관과 복지부 청사에서 면담을 진행했지만 결국 그들이 원하던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 임 장관은 장애인 단체들의 요구와 국회의 예산 증액 요구에 대해 “노력하겠다”라고만 답했다. 또 본인부담금 폐지에 대해서는 “가족의 소득을 고려해야 한다”며 답변을 피했고,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에 대해서도 “너무 크다”며 의지조차 보이지 않은 것으로 대표단은 전했다.
▲ 지난 11월 21일 보건복지부 앞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 |
朴·文 후보 “24시간 보장하겠다”
이 같은 복지부의 반대에도 혼자 사는 최중증장애인에 대한 24시간 활동보조 지원이 실현될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다. 12월 대선에 나선 후보들이 24시간 활동보조지원을 주요 장애인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28일 2012대선장애인연대 주최로 KBS스포츠월드 제1체육관에서 열린 ‘제18대 대선 장애인복지 공약선포식’에서 각 후보들은 24시간 활동보조지원제도에 대해 약속했다.
이날 새누리당 진영 정책위의장은 박근혜 후보를 대신해 “최근 활동보조인이 퇴근한 후 발생한 화재로 김주영 씨가 사망하면서 활동지원제도의 확대 요구가 뜨거운 것으로 안다”며 “새누리당은 장애인이 활동하고 싶은 만큼 마음껏 활동할 수 있도록 장애인활동지원 24시간 보장을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대신해 나온 한명숙 전 대표는 “장애인이 원하는 어디에서든 편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활동지원을 24시간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서비스 상한제 역시 폐지하고 장애등급에 대한 대상 제한을 없애 환경과 욕구에 따른 판정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문 후보의 약속을 전했다.
이와 같은 주요 대선 후보들의 약속으로 일단 24시간 활동보조에 대한 희망은 제시된 셈이다. 그러나 대선 후보들의 공약이 지켜질지에 대해서는 대선 이후 지속해서 지켜봐야할 일이다.
또, 국회가 요구한 50% 예산 증액도 아직은 부족하다고 현장에서는 말하고 있다.
지난 10월 30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故김주영 활동가의 장례식에서 장애해방열사 단 박김영희 대표는 추모사를 통해 다음과 같이 말하며 울분을 토했다.
“다시는 너처럼 외로운 죽음을 맞지 않는, 그런 장애인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고 네가 말하고 있다 생각한다. 장애인 단 한 사람에게도 그런 외로운 죽음이 없도록, 화염 속에서 이 세상을 원망하면서 죽어가는 사람이 없도록 너는 같이 우리와 함께 투쟁할 것이라고 믿는다. 네가 도와달라고 말할 때 도와주고 손 내미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을 때까지, 활동보조 서비스 24시간, 네가 원할 때 걱정하지 않고 보장될 때까지 우리는 같이 투쟁 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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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승엽님의 댓글
45승엽 작성일복지관에서는 자판기를 패기하십시요 : 외야구요 동근이가 만이싸먹어니까요?
나주 황현옥님의 댓글
나주 황현옥 작성일사랑하는 나의 동지여 이제 여러분과 함께할수없지만 여러분 피눈물로 중앙정부와 투쟁하며 전국에서 활동하고게시는한 제자신 이기적인 삶을 살지못하도록 제마음에 체찍을 치며 더열심히 살아가게하고게싶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