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참정권 제한하는 공직선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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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에게 대선 등 후보 공약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가 제공되고 있지 않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하 연구소)는 14일 오전 국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올바른 점자형 선거공보물 제공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공직선거법 제65조 제4항은 점자형 선거공보물 제공을 의무사항이 아닌 임의사항, 즉 후보자의 의사에 따라 제공하지 않아도 상관이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게다가 이 규정은 점자형 선거공보물의 발행 매수를 책자형의 범위로 한정하고 있는데, 같은 내용의 활자를 점자로 바꾸면 3배 이상의 매수 차이가 난다는 사실은 고려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시각장애인이 책자형보다 부실한 내용의 점자공보물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연구소는 법규정 자체가 직접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강조했다.
연구소는 “참정권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형성하는 기본권인데도 이 같은 규정으로 시각장애인의 참정권을 제한하고 있으니 실로 악법 중의 악법”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2010년 11월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 국회의장에게 점자형 선거공보 제공을 의무화하고 면수 제한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을 권고한 바 있지만 시행되지는 않고 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개발지원센터 이연주 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시각장애인 유권자 약 24만 명 중 점자로만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장애인은 8만 명 정도”라며 “현재 대선 공보물은 12면으로 제한돼 있다. 그렇다면 사실상 점자공보물 제한은 최소 36면이 돼야하는데 공직선거법은 활자와 점자 모두 12면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 때문에 시각장애인은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3분의 1밖에 알 수 없고 실질적으로는 이보다 더 적은 정보밖에 알 수 없다”며 “이 때문에 시각장애인이 선거를 하기 위해서는 주변 지인들의 이야기나 공중파에서 나오는 후보자들의 이야기만 듣고 후보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또 “대선이나 총선은 방송에서 많이 나오기 때문에 알 수 있지만 보궐선거나 지방선거 등은 후보자가 누구인지 조차 모를 때가 허다하다. 후보자가 누구인지 알아도 후보자의 공약은 알 수가 없다”며 “공약이 선관위 홈페이지나 후보자 홈페이지에 올라와도 접근성이 부실하기 때문에 정보를 얻을 수 없다. 그러면 결국 아무나 찍거나 선거를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했으며 ▲18대 대선에서의 장애인 참정권 실질적 보장 ▲시각장애인에게 책자형 선거공보물과 동일한 점자형 선거공보물 의무적 제공 ▲점자형 선거공보물의 임의제공 규정을 의무제공으로 개정 ▲점자형 선거공보물의 매수제한 규정 개정 ▲공직선거법 65조 4항 폐기를 요구했다.
연구소 인권센터 김강원 간사는 “이번 소송이 지지부진했던 장애인 참정권 보장에 한 단초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앞으로 산적해 있는 참정권 보장 과제를 하나둘 씩 해결해 나가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를 반드시 이룩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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