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생에 대한 학교폭력, 무엇이 문제인가? > 기획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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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학생에 대한 학교폭력, 무엇이 문제인가?

침묵 속에 묻혔던 발달장애학생 집단폭행
중학동창생들 수년간 상습폭행…담뱃불로 지지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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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A군(17)은 지난 10월 4일 출신 중학교 근처 인적이 드문 주택가 골목길에서 중학교 동창 9명으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했다. 이유는 없었다. 굳이 이유를 들자면 A군이 자폐성 장애를 갖고 있다는 것뿐이다. 가해 학생들은 A군의 머리를 수차례 때리는가 하면 심지어 담뱃불로 손등을 지지기까지 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A군에 대한 가해 학생들의 집단폭행이 이번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학생 때부터 수년간 지속해서 A군을 괴롭힌 집단학교폭행 사건을 심층 취재했다.

   
▲ 지난 10월 4일 A군이 중학교 동창 10명에게 집단폭행 당했던 장소


짙어지는 폭력의 그림자

자폐성 장애 1급인 A군은 말이 서툴 뿐, 의사소통이나 교우관계도 원활한 편이다. 낯을 심하게 가리지만 자신에게 호의적인 사람에게는 마음을 열고, 자신의 의사도 표현할 수 있으며, 현재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도 반 친구나 선생님들과의 관계도 매우 좋은 편이다.

그러나 이런 A군에게 폭력이라는 그늘이 드리워진 건 중학생 때 학교를 옮기면서부터였다. 특수학교에 다니던 A군은 근처 일반 중학교로 전학했다. 그러나 그 학교의 학생들은 A군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자폐성 장애 1급이라 해도 충분히 혼자 생활이 가능할 정도인데다 교우관계도 원만했지만, 그 모든 것은 가려진 채 괴롭힘의 대상으로 치부됐다.

그때부터 A군의 하루하루는 괴로운 나날의 연속이었다. 학생 몇몇은 걸핏하면 A군을 때리고 괴롭혔으며 심지어 금품까지 요구해 A군의 돈을 강제로 뺐었다. 그러나 A군은 가족에게도, 선생님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A군의 장애 때문이 아니라 A군은 가해 학생들의 보복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선생님이나 가족에게 이르면 죽여 버릴 거라고 협박했고 A군은 그들의 협박에 겁을 먹고 입을 닫은 것이다.

A군은 돈이 모자랐고 돈이 없는 A군을 가해 학생들은 더욱 매몰차게 몰아붙였다. 결국, A군은 어머니의 돈까지 손을 대기 시작했고, 동네 사람들에게 돈을 달라 부탁하기도 했다. 그때까지도 A군이 처한 상황을 가족과 선생님 아무도 몰랐다. 가끔 A군의 몸에 상처가 있는 것을 발견해도 그저 친구들과 장난을 치거나 하다가 생긴 줄로만 알았지, 폭력에 의한 상처로는 생각지 못했다.

결국, 가해 학생들의 폭력의 정도는 점점 심해져만 갔고 폭력을 견디다 못한 A군은 급기야 지난 1월 어머니가 집에 숨겨두었던 현금 30만 원을 훔쳐 가해 학생들에게 강제로 갖다 바쳤다. 또 같은 달 며칠 후 마찬가지 이유로 현금 20만 원을 훔쳤다. 그 돈은 또 고스란히 A군을 괴롭히고 때린 학생들에게로 돌아갔다.

A군의 어머니는 돈이 없어진 것을 알았지만, 그것이 A군의 소행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어머니의 의심은 A군의 누나에게로 향했고 A군의 누나는 당연히 그 사실에 대해 극구 부인했다. 결국, A군의 어머니와 누나는 심하게 다투는 등 가정 내 불화마저 생겼으나 A군은 두려움에 입을 열지 못했다.

   
▲ 사건발생 후 A군이 수첩에 쓴 진술 기록


쉽지 않은 혐의 입증

어머니가 A군의 행동이나 생활을 주목하기 시작한 건 지난 2월 중학교 졸업식 전날이었다. A군이 양 눈꺼풀에서 피를 흘린 채 집으로 왔을 때부터다. A군의 양 눈꺼풀에는 날카로운 것으로 긁은 것으로 보이는 상처가 깊게 나 있었다. 그 상처는 누가 봐도 누군가가 강제적으로 낸 상처임이 분명했다. 그것을 본 어머니는 지금까지 없어진 돈이며 A군이 입어왔던 상처들이 누군가의 폭력에 의한 것으로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폭력의 가해자는 학교 학생들일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러나 A군은 이 같은 사실들에 대해 말을 하지 않았고 어머니는 이제 졸업을 하는 마당에 다시는 그 학생들을 만나지 않을 거로 생각하고 넘어가 버리자 다짐했다. 그러나 어머니의 생각과는 달리 학생들의 폭력은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다른 학교로 가서도 끊이질 않았다. 그들이 노린 것은 A군으로부터 빼앗아 왔던 돈이 목적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지난 5월 다시 현금 17만이 없어졌고, 지난 7월 10일경에는 가해 학생들은 담뱃불로 A군의 몸을 지지는 등의 폭력을 자행하고 말았다. 이를 안 A군의 누나는 다음날 학교폭력신고센터에 신고했고, 경찰이 발생한 사건에 대해 수사를 진행했으며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해 폭행에 가담한 9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검찰로 해당 사건을 송치했다.

하지만 사건 진행은 더뎠고 해결은 쉽지 않았다. 경찰의 강압적인 수사에 A군은 입을 열지 않았던 데다, 부족한 진술과 가해 학생들의 혐의 부인 탓에 수사는 장기화의 길로 접어들고 말았다.


보복성 폭행마저 자행돼

더욱 심각한 문제는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지난 10월 4일 또다시 A군은 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가해 학생들에게 끌려가 폭행을 당했다. 보복성 폭행이 심히 의심되는 부분이다.

가해 학생들은 A군을 중학교 인근 공원 어귀로 끌고 가 담뱃불로 손등을 지지고 머리를 수차례 때리는 등 집단으로 A군을 괴롭혔다. 집단 폭행에 가담했던 학생은 총 10명이었으며, 이 과정에서 4명의 학생은 폭행 장소에 접근하거나 보는 이가 있는지 감시했고, 나머지 6명은 A군에게 직접적인 폭행을 가했다. 이 중에는 지난 7월 일어난 폭행에 가담했던 학생이 3명 포함돼 있었다.

   
▲ 지난 10월 4일 가해 학생들이 A군의 손등에 담뱃불로 지진 상처

당시 현장의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폭행 장면은 포착되지 않았으나 폭행이 가해졌을 것으로 의심되는 장소 인근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몇몇 학생들이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감시를 하는 모습이 담겼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혐의를 확실히 입증하기에 부족할 것으로 보여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도 길어질 전망이다.


안전망 구축, 대책 마련 시급

A군에게 가해진 지속적이고 집단적인 폭행은 A군의 몸에만 상처를 남긴 것이 아니라 마음에도 상처를 남겼다. A군은 익숙하지 않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더욱 마음을 열지 않았고 말도 하지 않게 됐다.

그럼에도 A군은 현재 고등학교에서 다행히 잘 지내고 있으며 해당 고등학교에서도 A군에게 추가적인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고 추가 방안을 마련 중이다. 그러나 그 안전망 속 사각지대를 틈타 또 가해 학생들이 보복할지 모르는 상황이므로 더욱 철저한 보호와 감시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A군에 대한 전문가 심리치료상담을 진행해 A군이 더욱 안정적인 상태에서 경찰 진술 등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며 경찰 조사에도 현재 A군을 지도하고 있는 특수교사 등 진술조력인 참석 하에 침착하게 진술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위 사건과 같은 장애학생을 대상으로 한 폭력뿐만 아니라 전국의 학교에서 한 학생을 집단 폭행하거나 따돌리는 일이 최근 급격히 증가했다. 특히 자기 방어 능력이 비장애우보다 부족한 자폐성 장애우나 지적장애우는 폭력에 더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또 A군처럼 폭행을 당하더라도 보복이 두려워 입을 열지 않을 가능성이 커, 자칫 잘못하면 큰 사고가 발생할 때까지 알려지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학교 폭력 피해자나 피해자로 의심되는 학생은 등하교 도우미와 담당 생활 지도 선생님을 두어 지속해서 해당 학생에게 관심을 두는 등 안전망을 세심하게 구축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A군이 현재 다니고 있는 고등학교에서는 A군이 당한 학교 집단폭행을 매우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등하교 지도 등 A군의 안전과 심리적 안정을 위해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어느 학교든 폭력이 발생하기 전에 이를 예방하기 위한 확실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이는 학생들과 학교가 중심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이기도 하고 현재 정부와 국회도 이에 대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대책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보다 실효성 있는 확실한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이 같은 끔찍한 집단학교폭력은 되풀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작성자이승현 기자  walktour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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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황현옥님의 댓글

황현옥 작성일

왜이리 삶이 힘겨운가요 삼성 고 이병철 회장 차명계좌 9조원대 사회환원 하시고가셨으면 복지국가되었을텐데 한줌의재 되시면서 자손들의 만일의 대비 하고떠나셨군요 정말 고 강태원옹 과비교되느군요 박경석 오라버니 당신은 우리의힘이요 부디건강하시고 윤종술 대표님 항상 우리곁에서 경상도 사투리 우렁차게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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