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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알 권리 침해하는 공직선거법 개정해야

시각장애인 참정권 실현을 위한 공익소송 기자회견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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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권익문제연구소(이하 연구소)가 11월 14일 시각장애인들의 알 권리 확보를 위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날 국회 브리핑룸에서 열린 ‘시각장애인들의 참정권 보장을 위한 헌법소원 제기 기자회견’에서 연구소는 현재 시각장애인들의 참정권 보장을 침해하는 대표적인 악법으로 공직선거법 제65조 4항을 꼽았다.

 

   
▲ 14일 국회 브리핑룸에서 열린 ‘시각장애인들의 참정권 보장을 위한 헌법소원 제기 기자회견’©사진 이승현 기자


인권위가 개정 권고했지만 무시하는 선관위

공직선거법 제65조는 공직선거의 선거공보 관련 규정인데, 점자형 선거공보의 발행을 의무가 아닌 임의규정으로 명시하고 있고, 선거 문서를 점자화시킬 경우 분량이 3배 정도 늘어나게 되는 것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점자형 공보물을 책자형 선거공보의 분량 제한 내에서 제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 조항 때문에 현재 시각장애인들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 그리고 대통령 선거 때 후보자들의 자세한 면면을 알지 못한 채 선거를 해야 하고, 그래서 후보자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선거를 포기하기도 하는 등, 심각하게 참정권을 침해받고 있다는 게 시각장애인들의 주장이다.

그런데 문제의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해, 이미 국가인권위원회가 개정 권고를 한 적이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0년 11월 ‘점자형 선거공보의 제작을 임의사항으로 규정하고, 그 면수를 책자형 선거공보 면수 이내로 제한하는 현행 공직선거법은 참정권 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국회의장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에게 시각장애인이 선거공보를 통해 비장애인과 동등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공직선거법 관련 규정을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한 적이 있었다.

당시 국가인권위원회는 ‘시각장애인이 점자형 선거공보를 제공받을 권리는 헌법 장애인차별금지법, 장애인복지법,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이 보장하는 기본적 권리인바, 현행 공직선거법관련 규정은 장애를 이유로 참정권 영역에서 장애인을 차별할 수 있는 규정인 만큼, 시각장애인의 동등한 선거관련 정보 접근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되어야 한다’고 권고한 적이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같은 해 열린 국회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국정 감사에서 다수의 국회의원들은 공직선거법 독소 조항이 장애를 가진 유권자의 참정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법 개정을 요구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공직선거법 개정 의사가 없다면서, 반대이유를 의견서 형식으로 인권위에 제출했다.

선관위는 당시 의견서에서 ‘점자형 선거공보를 의무적으로 제작할 경우 공직선거후보자 및 정당의 선거운동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우리나라에 점자 인쇄시설이 부족해서 점자 선거공보를 제작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선관위 주장에 대해 당시 인권위는, 우선 점자형 선거공보 의무 제작이 후보자 및 정당의 선거운동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선관위 주장에 대해서, ‘공직선거가 사적 영역이 아닌 공적 영역에서의 국가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것이다’라며 ‘때문에 선거운동의 자유가 시각장애인들의 참정권 및 동등한 정보 접근권을 침해하면서까지 우선적으로 보호되어야할 가치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 점자인쇄시설 부족 주장에 대해서는 ‘전국적으로 점자도서관이 설립되어 있어 점자 선거 공보 인쇄 역량이 충분하다’고 반박한 적이 있다.


헌법재판소 어떤 판결 내릴지 주목

연구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런 인권위의 개정 권고가 있었는데도 선관위가 무시하면서 시각장애인들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헌법소원을 제기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헌법 제11조는 국민의 인간답게 살 권리, 헌법 제34조는 장애인과 관련하여 국가의 의무 및 장애인의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이런 헌법 조항에 따라 만들어진 법이 장애인차별금지법인데,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르면, 장애인에 대하여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하는 경우 차별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 법 제27조 장애인의 참정권 보장 조항에서는 ‘장애인이 선거권 피선거권 청원권 등을 포함한 참정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국가와 지자체는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면서, 구체적으로 ‘공직선거후보자 및 정당은 장애인에게 후보자 및 정당에 관한 정보를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한 정도의 수준으로 전달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현 시각장애인들의 참정권을 침해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65조 4항 조항이 합헌이 되기 위해서는 이런 장애인차별금지법 조항을 지켜서 점자형 선거공보를 제작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이 아닌 제작해야 한다고 의무를 부여하는 규정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위헌이라는 게 연구소 주장이다.

이날 연구소가 공직선거법 규정이 위헌임을 판결해 달라는 헌법소원을 제기했기 때문에 향후 헌법재판소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 관심을 끌고 있다. 만약 헌법재판소가 장애인 단체들 손을 들어주면서 현 공직선거법 문제 조항이 위헌이라고 판결하면 문제의 공직선거법 조항은 그 순간 바로 법률적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 또 하나의 가능성은 헌법재판소가 부분적 위헌 판결을 내리면서 기간을 두고 선거법을 개정하라고 권고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이번에는 어떤 식으로든지 시각장애인의 참정권을 보장하는 결정이 내려지기를 연구소와 장애인 단체들은 바라고 있다.

 

작성자이태곤 기자  a352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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