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을 경험하는 사람은 이 사회의 ‘위협 요인’이 아닙니다"
본문
지난 9일 조국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에 임명됐다. 이에 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는 10일 입장을 밝히며 법무부장관이 입장을 밝혀줄 것을 촉구했다. 전문은 다음과 같다.
[입장문]
정신질환을 경험하는 사람은 이 사회의 ‘위협 요인’이 아닙니다
2019년 8월 20일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국이 국민들께 드리는 다짐’을 통하여 정신질환을 경험한다는 이유만으로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혐오와 편견의 프레임은 강화되었다. 이로써 대한민국 사회의 소수자인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를 경험하는 사람들은 국가로부터 ‘위험하며 통제받아야 되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이에 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는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를 경험하는 당사자의 행복, 자립, 주체 찾기를 함께하는 단체로서 작금의 다짐을 발표한 조국 법무부장관에게 다짐을 되묻고자 이 입장문을 작성하게 되었음을 밝힌다.
1. 녹슨 낙인의 쇠사슬로 끊어내는 것이 법무부 수장의 역할이다
법무부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 인권이 존중 받는 사회를 위해 법치주의에 근간을 두고 법을 해석하고 판단하여 적용하는 조직이다. 해당 조직은 인권을 중시하고 약자를 보호하며 인권이 존중받는 사회를 위해 헌신하고 나아가 인권옹호를 임무로 수행하여야 한다. 이러한 조직의 이념과 역할에 대해 책임을 지고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법무부의 수장인 법무부 장관의 주요 사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국 법무부장관은 후보자 시절에 ‘반인권적인’ 다짐을 발표하여 법무부의 이념과 역할에 대립되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조국 법무부장관이 내세운 기조는 ‘사회방위’를 내세워 ‘소수자를 일반화시키고 억압하는’ 전형적인 구시대적 통제 방식이었다. 이로 하여금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를 경험하는 당사자들에게 ‘혐오와 편견’이라는 녹슨 낙인의 쇠사슬을 달아 놓게 되었다.
녹슨 낙인의 쇠사슬을 끊어내야 할 법무부의 수장이 후보자 시절 다짐했던 것은 수장으로서 가져야 할 올바른 마음가짐이 아님을 분명히 밝히며 소수자인 당사자를 ‘위험분자’ 취급하는 다짐에 대해 숙고할 것을 요청하는 바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여 법무부 장관이 혐오와 편견을 조장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2. 정신질환을 경험하는 사람의 인권이 한 나라의 인권 지표가 될 수 있다
법무부장관은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를 경험하는 국민이 대한민국 사회에서 가장 불공정하고 정의롭지 못 하며 존중 받지 못 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법무부장관이 주장한 바와 같이 국민들에게 해를 가하는 위협적인 존재들이 아니며 오히려 사회가 인정하지 않고 퇴출하고 싶은 ‘버림받은’ 또는 ‘버림받아가는 존재’에 가깝다.
오히려 법무부장관은 미디어매체와 사회가 만들어 낸 혐오와 편견의 ‘허울’에 주목하는 것이 아닌 인간 존엄성에 기초하여 당사자 전체의 삶을 고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짐’에서와 같이 특정한 사건만 가지고 소수자 전체가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정말 위험할 수 있는 발언임을 인지하길 바란다.
또한 법무부장관은 정신질환을 경험하는 ‘사람’이 위험한 것인지, 사람이 직면한 ‘장벽들’이 위험한 것인지 판단하길 바란다.
- 최저임금법 제7조(최저임금의 적용제외)에 근거하여 정신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최소한 보장 받아야 할 노동자로서 권리도 지켜지지 않는 것은 공정한 것인가?
- 정신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도로교통법, 약사법, 철도안전법, 수상레저안전법, 국민영양관리법,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항공법, 위생사에 관한 법률, 사회복지사업법, 의료법 등 수많은 법률에서 기회의 자유를 박탈하고 직업선택에 제한을 두는 것이 공정한 것인가?
- 장애유형 중 취업자 비율이 9.7%로 장애유형 중 13번째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고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 비율이 58.4%로 장애인 평균 수급비율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경제적 지위가 공정한 것인가?
- 정신질환자 가운데 범죄를 저지른 비율은 0.136%, 강력범죄는 0.014%로 다른 인구집단에 비하여 현저히 낮음에도 불구하고 민감개인정보인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를 함부로 보도해 혐오와 편견만을 부추겨 사실을 왜곡하고 당사자의 삶을 위태롭게 하는 것은 공정한 것인가?
-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주거, 소득, 고용 등 인간으로서 보장받아야 할 기본적인 권리들이 박탈되고 법적 의사결정 능력마저 의심받는 것이 공정한 것인가?
조국 법무부장관은 정신질환을 경험하더라도 우리들이 인간이라는 점을 인지하길 바란다.
3. 공정하고 인권이 존중 받는 사회를 위해 법무부장관은 다시 입장을 밝힐 것을 촉구한다
본 단체는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를 경험하는 국민이 사회적으로 빼앗긴 법적 권리가 복권될 수 있도록 법무부장관으로서 최선을 다해줄 것을 요청하며 작금의 다짐에 대해 다시 입장을 표명해줄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하나. 법무부장관에게 후보자시절 발표한 ‘다짐’에 대해 다시 입장을 밝힐 것을 촉구한다.
하나. 법무부장관에게 사회적으로 상실된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를 경험하는 자의 법적권리가 복권될 수 있도록 법무부장관으로서 구체적인 노력을 다해줄 것을 요청한다.
하나. 법무부장관에게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를 경험한다는 이유만으로 배제되고 있는 불공정 법률들을 적극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다짐을 요청한다.
하나. 법무부장관에게 당사자의 인권 보장을 위해 절차적 보호 체계를 확립할 것을 요청한다.
끝으로 본 단체는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를 경험하는 사람의 인권이 정치적 이념과 당리당략으로 점철되어져 이용되는 것을 원치 않으며 규탄되어야 할 행동이라고 분명히 밝힌다. 이 글은 오로지 당사자의 인권을 위협할 수 있는 발언을 한 법무부장관에게만 전달코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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