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성년후견 결격조항 일괄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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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9일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표한 ‘외국입법 동향과 분석(작성자 박준모 입법조사관)’에 따르면, 지난 6월 7일 일본에서는 성년후견인이 선임된 사람(이하 “피후견인”)에 대하여 각종 자격취득과 직업선택을 가로막는 결격조항을 일괄적으로 폐지하는 내용의 「성년피후견인등의 권리에 관한 조치의 적정화 등을 도모하기 위한 관계법률의 정비에 관한 법률」(이하 “결격조항 일괄 폐지 법률”)이 국회를 통과 하였다.
피후견인은 질병·노령·장애 등 정신적 제약으로 일정한 법률행위를 할 때 법원이 지정한 후견인의 조력을 받을 필요가 있는 사람을 말한다. 정신적 제약 정도와 행위 권한 등에 따라 피성년후견인과 피한정후견인 등으로 나뉜다.
현재 우리나라의 개별법률 약 300개에는 피후견인이 된 경우, 특정 자격을 취득하거나 특정 직업을 가지는 것이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결격조항이 존재한다. 피성년후견인 또는 피한정후견인은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 국가공무원법 제33조가 예이다.
이러한 기계적인 결격 조항은 특정 자격이나 직업을 선택할 수 없는 것도 문제지만, 이미 직업이나 자격을 갖춘 사람 역시 후견인이 선임되는 순간 직업을 잃거나 자격에서 박탈되어 다시 취득하지 않으면 회복할 수 없으며, 휴직신청·휴직 수당등의 이익을 취득할 수도 없다.
이러한 결격제도의 문제점은 실제로 많은 폐해를 야기할 수 있다. 교통사고 등 일시적인 사유로 정신적인 제약이 생길 수 있고 이러한 경우 치료나 수술을 위해서는 후견인 선임이 필요하다. 그러나 결격조항으로 인해 본래 가지고 있던 자격이나 직업을 상실하게 되고 사고에서 회복된다고 해도 자격이나 직업을 다시 회복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5년 11월 근무중 과로로 인한 뇌졸중으로 쓰러진 공무원 김모 씨가 투병으로 인해 직접 은행예금인출이 어려워 성년후견을 신청했고, 결격조항의 존재를 알지도 못한 상황에서 공무원의 자격을 잃어 ‘당연퇴직’을 통보받았다. 나아가 휴직기간 받았던 급여와 보험료 까지 추징당하고 말았다. 김 씨는 공무원지위 확인소송을 준비하는 도중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으며, 유족들이 결격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황이다.
성년후견제도 자체의 위헌성은 별론, 특정인을 사회로부터 배제하는 결격조항은 그 자체로 명백한 장애차별이다. 직업 또는 자격의 적격성은 후견인 선임여부에 따라 일률적으로 결정할 것이 아니라 개인별로 개별적으로 판단하면 될 일이다.
현행 결격조항들은 일본법을 계수하는 과정에서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세계에 유례가 없는 것이다. 일본마저 일괄 폐지 법률이 국회를 통과한 만큼, 우리나라도 차별법령 정비를 서둘러 장애인을 차별하고 배제하는 결격조항을 조속히 폐지해야 할 것이다.
-담당: 인권정책국장 김강원 02)2675-8153, 010-2620-3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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