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장애인들을 죽음으로 몰아갈 텐가”
경찰의 무리한 진압과 통제로 기자회견은 무산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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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11시 찬바람이 몰아치던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인 장애인들은 억울한 그녀의 죽음에 절규하며 그녀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주영아!"
행복한 자립 생활을 꿈꾸며 끊임없이 투쟁하고 노력했던 故김주영 활동가(34)의 마지막 길은 눈물로 가득했다.
장애인들의 눈물과 절규는 그녀의 죽음을 향한 것만이 아니었다. 대한민국 장애인들이 그동안 받아 왔던 세상의 편견과 멸시, 차별이 함께 울음으로 터져나왔다. 정부의 부실한 장애인 복지는 분노로 메아리쳤다.
"무엇이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인가? 그녀는 왜 불길 속에서 고통스럽게 죽어가야만 했나? 언제까지 장애인들은 이렇게 죽어야만 하는가?"
활동보조 시간이 부족해 불길 속에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故김주영 활동가의 넋을 위로하고 그녀가 남긴 뜻을 기리는 장례식이 서울 한복판에서 열렸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장애해방운동가 故김주영동지 장례위원회는 30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장례식을 열고 김씨의 억울한 죽음을 애도하는 한편 활동보조 24시간 보장,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요구했다.
故김주영 활동가는 지난 26일 새벽 2시10분경 자신이 살고 있던 서울 성동구 행당동 연립주택에서 전기 합선으로 추정되는 불이 나 연기에 질식해 숨졌다. 김씨는 뇌병변장애 1급으로 전동휠체어 없이는 이동이 힘들며, 화재 당시 누워있던 상태였기 때문에 미쳐 몸을 피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고 말았다. 김씨가 숨진 자리에서 현관까지는 비장에인에게 5걸음도 안 되는 거리였지만, 혼자 휠체어에도 오르기 힘든 김씨에게는 너무나도 먼 거리였다. 게다가 활동보조인이 불이 나기 3시간 전인 11시 경 퇴근한 사실은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활동보조인만 있었다면 김씨는 그렇게 쉽게 목숨을 잃진 않았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목소리다.
30일 열린 장례식은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박홍구 서울지부장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민중의례와 김씨와 함께 활동하던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희정 활동가의 故김주영 활동가 약력소개로 시작됐다. 이어 김씨의 죽음을 애도하는 헌화가 진행됐다.
인권연대 장애와여성 마실 김광이 대표는 추모글 낭독을 통해 “행복을 느낄 줄 아는, 새로운 삶을 그리면서, 능동적으로 자신의 삶을 만들어갈 줄 아는 당당하던 주영이를 무엇이, 누가 우리 곁에서 빼앗아갔단 말인가”라며 “너의 꿈이었던 24시간 활동보조, 장애인 인권에 기여하던 삶…이렇게 너는 우리에게 뜨거운 투쟁을 남기고 떠나는구나”라고 김씨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장애해방열사 단 박김영희 대표는 추모사에서 “당차게 싸우고 당차게 투쟁했던 네가 화염 안에서 세상을 얼마나 원망하면서 혼자 죽음을 맞이했을까? 네가 떠나서 우리 함께 있지 못한다는 슬픔보다 널 혼자 외롭게 죽음을 맞이하게 했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다”라며 “단 사람의 장애인이라도 자유롭지 못하다면 그때까지 같이 해야 된다고 말하던 너의 모습이 이제는 우리에게 기억으로 남겨져 있다”고 김씨를 추억했다.
그는 이어 “다시는 너처럼 외로운 죽음을 맞지 않는, 그런 장애인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고 네가 말하고 있다 생각한다. 장애인 단 한 사람에게도 그런 외로운 죽음이 없도록, 화염 속에서 이 세상을 원망하면서 죽어가는 사람이 없도록 너는 같이 우리와 함께 투쟁할 것이라고 믿는다”라며 “네가 도와달라고 말할 때 도와주고 손 내미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을 때까지, 활동보조 서비스 24시간, 네가 원할 때 걱정하지 않고 보장될 때까지 우리는 같이 투쟁 할 것이라 믿는다”고 울분을 토했다.
아시아·태평양장애포럼(APDF) 라투아 할라타오 부회장은 연대추모사를 통해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하고자 노력했던 故김주영씨의 죽음에 애도를 표한다. 그리고 김씨의 가족과 소중한 동료를 잃은 여러분에게도 애도를 표한다”며 “개인적으로 이 안타가운 일에 침통함을 금할 수 없다. 그분에 대한 기억이 모두 안에 살아남아서 앞으로 우리의 행동을 이끌어줄 수 있길 바란다”고 심정을 밝혔다.
그는 이어 “김씨와 같은 분들이 지역사회에서 살아나갈 수 있게끔 적절한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다 함께 노력하기 바란다”고 뜻을 전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중증장애인에게 활동보조가 필요하다고 이명박 정부 들어서 5년 내내 이야기 했다. 이런 사고가 일어날 것이라고, 중증장애인들이 집에 남아 그 어두운 밤을 홀로 남게 됐을 때 이런 사고가 일어나면 어떻게 하느냐고 보건복지부에 가서 수 없이 물었다. 그러나 돌아온 답은 예산이 없다며 기다리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장애인이 추운 겨울날 수도관이 터져서 얼어 죽더라도, 근육장애인이 밤에 혼자 자다가 호흡기가 떨어져 그것을 도와줄 활동보조인이 없어 죽어갔는데도, 가난한 노인이 거제시청에서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자살해도 여전히 기다리라고 할 텐가”라며 “여전히 돈 없다고 하는, 예산이 문제라고 얘기하는 이 권력과 이 비정한 사회에 그들의 규칙에 따라서 우리는 비참하게 죽어가도 기다리라고 할 텐가”라고 소리쳤다.
장례식이 끝난 후 장례식에 참여했던 인들은 활동보조 24시간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 위해 보건복지부 앞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휠체어 장애인이 이동할 도로를 좁히고 방패로 막아서는 등 경찰의 무리한 진압과 통제 탓에 이동하던 장례식 참석자들은 즉각 반발했다. 이에 경찰은 모든 이동 통로를 방패와 차량을 이용해 모두 차단했으며, 인도마저 차단해 지나가는 시민들에게까지 불편을 끼쳤다.
이에 이들은 경복궁 사거리와 안국동 사거리 사이 도로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한 채 갇히고 말았다. 또 곳곳에서 크고 작인 실랑이가 벌어졌으며, 무력충돌까지 발생해 이곳에 있던 장례식 참석자 3명이 구급차로 인근 병원에 실려 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결국, 보건복지부 앞으로 향하던 이들은 경찰의 저지 탓에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오후 4시경 이날의 일정을 마무리 짓고, 대표단을 구성해 보건복지부 장애인서비스팀장 등과 면담했다.
한편, 김씨는 벽제화장장에서 슬픈 생을 마감했고, 그녀의 유골은 경기도 광명시립납골당에 유가족과 동료의 배웅 속에서 안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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