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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동네’라는 시설에 산다

동네에서 집단 따돌림 당하는 지체장애인 홍아무개 씨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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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지체4급 장애인 홍아무개(43) 씨가 여동생과 함께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를 방문했다. 남편과 두 자녀와 함께 서울 양천구의 한 동네의 연립주택에 살고 있다는 홍씨는 동네 사람들에게 구타를 당했고 자신을 무시하고 위협하는 이웃들 때문에 앞으로 동네에서 살아가기가 두렵다고 하소연을 해왔다. 이후 본지 기자와 다시 만난 홍씨는 우울증이 있어 약을 복용해왔는데, 최근 벌어진 동네 주민들과의 사건 이후로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로 인해, 정신보건센터에서 정기적으로 상담을 받고 있는 상태라며 눈물을 쏟아냈다. 홍씨에게는 과연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인지, 홍씨는 그동안 동네에서 어떻게 살아온 것인지 홍씨와 그의 가족의 증언을 통해 들여다본다.

   
▲ 동네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한다고 주장하는 홍씨

 

홍씨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결혼 후 현재까지 30년이 넘게 지금 사는 동네를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오래 살아 온 동네에는 홍씨와 어울려 지내는 사람이 없었다. 홍씨의 말에 의하면 어릴 적부터 늘 혼자였고, 지금까지도 동네에는 홍씨 일부 어르신들을 제외하고는 홍씨에게 인사조차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했다. 그리고 결혼하고 나서도 남편조차 홍씨를 무시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아이들도 엄마를 창피해하고 무시한다며 홍씨는 외로운 속내를 내비쳤다.  

그래서 홍씨는 외로운 마음에 2년 전부터 개를 키우게 됐는데, 진돗개여서인지 2년도 채 안됐지만 몸집이 많이 커졌고, 이에 홍씨가 사는 연립주택 사람들을 비롯해 동네 주민들은 홍씨가 개를 키우는 것을 못 마땅히 여겼다. 그래서 주민들은 홍씨를 볼 때마다 개를 치우라고 면박을 줬다고 홍씨는 말했다.

홍씨는 “사람들이 싫어할까봐 집계단과 옥상에 물청소까지 주기적으로 했고, 개도 집에 거의 놔두고 있어요. 사람들은 평상 시 청소도 안하면서 개를 키운다는 이유로 더럽게 만든다고 뭐라고 하는 거예요”라며 답답한 마음을 호소했다. 홍씨의 가족들도 이런 상황을 알고 개를 치우라고 했지만, 홍씨에게 개는 보호자이자 친구이기 때문에 쉽게 내보낼 수 없다는 게 홍씨의 입장이었다.

홍씨가 개를 키우는 것 외에도 마당에 평상을 만들기 위해 목재를 갖다 놓거나, 큰 화분 몇 개를 들여놓으면 주민들은 갖다 버리라며 지시 어조로 말을 했다고 홍씨는 불쾌해 했다. “연립주택 안에 제 공간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평상은 만들어도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저 혼자 쉬려고 만들려고 했던 것은 아니에요. 평상을 만들면 마당에서 함께 쉴 수 있잖아요”라며 홍씨는 주민들이 자신의 기호를 존중해주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자신의 행동을 문제 삼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계속된 주민들의 압박에 홍씨는 매우 불쾌한 마음이 들었지만 평상과 화분을 치우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장마가 계속되자 버리는 것이 쉽지 않아, 비가 그칠 때까지 치우는 것을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러던 8월 어느 날이었다.

홍씨의 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고 홍씨를 부른 사람은 아래층 여자였는데, 다짜고짜 홍씨에게 “야, 이리 나와 봐!”라며 소리를 질렀다. 홍씨가 문을 열어 보니 아래층 여자를 비롯해 각 층에 사는 사람 4명이 문 앞에 와있었다고 한다.

그들은 홍씨를 마당쪽으로 불러 낸 다음, ‘왜 목재와 화분을 치우지 않았냐’며 다그쳤고, 네 명이 홍씨를 둥글게 몰아넣고 한참을 비난해댔다고 한다. 심지어 아래층 여자는 “바보같은 년! 저걸 죽일 수도 없고, 저걸 죽여야 하는데”라며 무시하는 말은 물론, 위협적인 말들을 했다고 홍씨는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후 몸싸움을 벌어졌는데, 그때 아래층 여자의 남편까지 합세해 홍씨의 어깨를 밀어서 아스팔트 위로 넘어뜨렸다. 그리고 홍씨가 일어서려 하자 세 차례나 바닥으로 내동댕이쳤고, 그때 홍씨는 바닥에 뒷머리를 세게 부딪쳤다고 한다.

그 당시 주변에는 다른 동네 주민들도 싸움을 보려고 몰려와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홍씨의 편을 들어주거나 넘어져 있는 홍씨를 일으켜주지 않았다. 동네 사람들이 다 떠나자 홍씨는 누운 채로 혼자 크게 울부짖으며 소리 지르다가 일어나 울면서 집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홍씨에게는 이 사건 바로 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화분 키우는 것을 좋아하던 홍씨는 동네에 있는 한 화분가게 단골이었다. 지난 7월 중순쯤 화분을 실어 나르는 손수레를 반납하기 위해 화분가게로 갔다가, 가게 입구 앞에 주차된 차를 실수로 스쳐, 차에 1cm 미만의 흠집을 냈다.

그런데 황당한 것은 화분가게 주인의 행동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주인이 갑자기 홍씨의 뺨을 두 차례 때린 다음, 도자기 화분이 있는 쪽으로 홍씨를 밀쳐냈고, “내가 왜 나서냐면, 내 고객관리 차원이다. 이 병신아!”라고 하면서 넘어진 홍씨를 폭행한 것이다.

시끄러운 소리에 동네 사람들이 몰려 왔고, “엄마같은 사람 말을 잘 들어야지”, “쟤가(홍씨가) 잘못한 거야” 등의 말을 하며 그 상황을 보자마자 홍씨를 때리고 있던 화분가게 주인의 편을 들었다고 홍씨는 증언했다.

화분가게에 설치된 CCTV를 확인한 홍씨의 동생은 당시 상황을 본 그대로를 재차 증언했다. “화분가게 앞에 설치된 CCTV 영상을 확인해보니 언니 말이 다 맞았어요. 언니는 밀쳐진 상태에서 여러 대 세게 맞았고, 폭행의 강도와 횟수는 언니가 말한 것보다 더 심했어요. 그런데 너무 마음이 아팠던 것은 다 때린 화분가게 주인이 들어가자 신기하게도 구경하던 사람들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주저 앉아있는 언니를 아무도 일으켜주지 않고 덩그러니 내버려두고 흩어져 가버리더라구요. 보니까 동네 사람 중에는 언니를 부축해주거나 편을 들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법한 일반적인 실수였고 일반적인 경우, 차를 크게 손상시킨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동네 주민으로서 대화로 풀고 적당한 선에서 해결할 수도 있는, 소위 아무 것도 아닌 일이었다. 하지만 홍씨는 차에 작은 흠집을 냈다는 이유로 전혀 상관없는 동네 주민에게 폭행을 당하고 모욕적인 말을 들어야 했다.

   
▲ 홍씨가 살고 있는 서울 양천구의 한 동네

현재 홍씨는 현재까지 메스꺼움, 어지러움, 두통 등의 증상과 턱, 허리 등의 관절통증 및 타박통증이라는 육체적 고통 외에도, 언제 동네 사람들이 자신을 때리거나 죽일지도 모른다는 극심한 불안과 자살충동을 호소하고 있다. 또 홍씨 여동생은 “언니의 두 아들은 동네 주민들의 자신들의 엄마를 괴롭히고 따돌린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이것이 마음의 상처가 되어 이상행동을 보이고 있다”며 안타까운 상황을 전했다.

또한 홍씨의 여동생은 홍씨에게 폭행을 가한 동네 주민들은 가해자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오히려 홍씨에게 고소 협박, 집단 압박을 가해오고 있다고 억울함을 호소하며, “화분가게 주인은 홍씨를 수차례 폭행했고, 욕설 등으로 언어적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그리고 구경꾼들 앞에서 공공연하게 언니의 인격을 모욕했어요. 또한 중재자를 자청하면서 차주의 이익만을 챙기는 차별적인 행동으로 금전갈취를 방조했고, 차별받지 말아야 할 장애인의 인권을 침해했습니다. 무엇보다 동네 사람들은 언니가 장애인이기 때문에 무시하는 태도를 저변에 깔고 ‘교육적 목적의 처벌, 고객관리차원의 행동’이라고 말하며 반인권적, 반인륜적인 태도로 언니를 대했습니다. 그래서 가족들은 비통한 마음으로 언니를 때린 동네 사람들을 고소까지 하게 된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홍씨와 여동생은 지난 세월을 돌이켜볼 때, 이런 사건들의 밑바탕에는 동네 사람들이 홍씨를 장애인이기 때문에 집단으로 따돌리는 것이고 무시한 것이라고 했다. 홍씨가 사회 통념이 결여돼 주민들이 싫어할 만한 행동을 할 때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동네 사람들은 홍씨가 어릴 적부터 홍씨를 무시해왔고, 홍씨가 특별한 행동을 하지 않아도 길을 지나갈 때 ‘바보, 병신’이라는 말을 쉽게 내뱉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중년의 나이까지 동네 사람들은 홍씨의 걸음걸이를 흉내 내면서 뒤에서 웃고 수군거리곤 했다고 홍씨는 말했다.

앞서 밝혀진 폭행사건들 외에도 홍씨는 동네 주민들의 놀림감, 이용대상이 되었다. 어떤 가게 주인은 홍씨에게 일을 하면 10만 원을 주겠다고 오게 해놓고 한 달 동안 거의 매일 점심부터 밤늦게까지 일을 시켰다고 한다. 그리고 시도 때도 없이 집에 찾아와서 일하러 나오라며 문을 두들겨대면서 노동착취를 했다고 홍씨는 말했다. 홍씨 가족들은 홍씨에게 기본급여에도 전혀 못 미치는 돈을 받고 일하는 것은 부당한 것이라고 알려줬고, 홍씨는 가게주인이 일 하러 오라고 다시 찾아오자, 급여를 더 주지 않으면 일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한다. 그러자 가게 주인은 그 뒤로부터 홍씨를 찾지 않았고, 동네에서 홍씨를 모르는 사람 취급하는 것은 물론, 동네 사람들과 함께 홍씨를 따돌리고 있다고 한다. 

또 홍씨의 동네로 봉고차를 몰고 와 장사를 하는 어떤 남자는 홍씨를 볼 때마다 “걸음걸이가 왜 그 모양이냐”, “나랑 같이 가자”는 등 홍씨에게 무시하는 말이나 성추행하는 말을 일삼는다고 한다.

홍씨의 가족은 홍씨가 ‘동네’라는 공동체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별짓기’ 하기 위한 동네 주민들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홍씨는 지금 살고 있는 동네에서 자신의 집이 있고 문밖을 나와 동네를 돌아다닐 수 있지만, 없는 사람 취급을 당하고 사실상 시설에서 사는 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사회와 사람들과 소통하지 못하고 고립되어 지내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홍씨의 사례처럼 사회 속에서 살고 있지만 마치 ‘시설’에서 사는 것과 마찬가지로 고립되고 분리된 채로 살아가는 장애인들이 여전히 우리 사회에 많은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분리되고 구별되어 살아가는 것이 아닌,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차별 없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작성자이애리 기자  bonbon727@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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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임주영님의 댓글

임주영 작성일

아직까지도 이런 여러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다니.... 정말 안타깝네요...
사람들이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시선을 꼭 버려야 할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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