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노리개가 된 지적장애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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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적장애 여성 성추행 혹은 성폭행 사건 소식이 비일비재하게 들려오는 가운데, 장애인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로도 수많은 피해사례가 접수되고 있다. 그 중 지난달 한 제보자가 충남 홍성군에서 지적장애인인 세 모녀가 동네 남자들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엄마는 성폭행 한 남자 때문에 아빠와 이혼하고 딸들은 또 다른 남자로 인해 가출하는 등 한 가정 안에 상상하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도움을 요청해왔다. 도대체 이들 가족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지적장애인 안씨의 기구한 인생
지적장애 3급인 안순자(가명·53) 씨는 남편인 이춘식(가명·58) 씨와의 슬하에 선희(가명·28), 명희(가명·25)라는 두 딸을 두고 있다. 이들 가족이 살고 있는 홍성군 장애인복지관에 따르면, 안 씨의 남편인 이 씨는 등록장애인은 아니지만 지적장애인으로 보이며, 큰 딸 선희는 지적장애 3급, 명희는 경계성지적장애로 의심된다고 했다. 결국 이 가족은 모두 지적장애를 가진 장애인 가족인 셈이다.
▲ 지적장애인 안씨. 실제 만나 본 안씨는 무척 미인이었다. |
이후에도 안 씨는 평범한 삶을 누리지 못했다. 처자식까지 있는 옆 동네 주민 C가 안 씨를 성폭행 한 것이다. 그때 마침 막내 딸 명희가 그 모습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고 양씨를 검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안씨가 ‘좋아서 했다’고 진술하는 바람에 피의자 양씨는 풀려나게 됐고, 접근금지 경고만 주어졌다고 한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올해 초 D라는 사람이 안 씨가 사는 동네 야산 비닐하우스로 이사를 왔다. 그는 홍성 태생으로 안 씨의 남편인 이 씨와 어릴 적 친구였는데, 안 씨를 불러들여 성폭행했다. 이뿐만 아니라 작은 어머니가 선희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D는 큰 딸 선희도 성폭행 한 것 같다고 했다. 선희가 불분명하게 얘기하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말을 제대로 못하기 때문에 확실한 진술이 어렵지만, 성폭행을 당한 것 같다는 게 선희 작은 어머니의 말이다.
▲ D씨가 살고 있는 비닐하우스 |
홍성 장애인종합복지관 장미화 사무국장은 “성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지적장애 여성들이 성에 노출됐을 때 1차적인 본능만 추구해 무분별하게 성을 찾아다니기도 하는데, 이번 세 모녀 중 안 씨가 그런 경우다”라면서, “동네 남성들은 인지능력이 부족한 안 씨 같은 지적장애 여성을 성 노리개로 삼고, 도리어 손가락질 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 안 씨와 남편 이 씨가 함께 나들이 간 모습. 지난 일들을 모두 잊은 듯 서로 좋아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이 씨 친족들로 인해 이 부부는 이혼하게 됐다. |
지적장애인만 골라 성 노리개로 삼아
올해 4월 어느 날, 막내 딸 명희가 집으로 김진태(가명·32)라는 남자친구를 데려와 함께 살기 시작했다. 그런데 김진태는 4살 된 아이까지 있는 유부남이었고, 그 사실을 안 명희의 작은 아버지가 찾아와 김진태를 집에서 쫓아냈다. 그 후 김진태는 명희 집 근방의 빈집이나 냉동창고 컨테이너에 들어가 살면서 세 모녀가 해다 주는 밥을 먹으며 지냈다고 한다. 그러다 지난 7월, 김진태는 명희와 언니 선희를 데리고 대전으로 도망갔다.
▲ 김진태가 머물렀던 명희 집 근처의 빈집 |
또한 조사 결과, 김진태는 목사인 아버지의 교회에서 한 여중생을 성추행한 사실도 있었다. 그 뒤부터 김진태가 그 동네에 나타나면 아이들을 숨긴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고 한다. 이후 이를 안 김진태의 아버지는 김진태를 대전의 이름 모를 신학대학에 보냈다. 그러나 김진태는 얼마 지나지 않아 대전에서 지적장애가 있는 여성을 성폭행 해 임신시켰고, 이에 김진태의 부모는 책임을 지겠다며 그 여성과 결혼을 시켰다고 한다. 하지만 결혼 후부터 최근까지 김진태는 부인과 사실상 별거상태로 지내왔으며, 그 사이 김진태는 유부녀와 도망간 적도 있었고, 명희와는 3년째 관계를 지속해 온 것이라고 한다.
김진태의 추악한 행동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김진태는 명희 집에 머무는 동안 엄마인 안 씨를 성폭행 했고, 그 사실이 우연한 기회에 안 씨의 증언을 통해 드러난 것이다.
안 씨가 이혼을 신청했을 당시 법원에서 사회복지사와 주변 사람들이 그렇게 원하면 남편과 이혼할 수 있도록 해줄 테니 그 동안 있었던 일을 속 시원히 말해 달라고 요청하자, 김진태가 집에서 술을 마신 뒤 자신을 성폭행했다는 사실을 털어놨다.
이에 사회복지사는 경찰에 김진태를 고소했으나, 원스톱지원센터에서 상담을 받게 된 안 씨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계속 ‘그런 일’이 없다고만 하면서 말을 바꿨다고 한다. 그래서 사회복지사나 주변 사람들은 아마도 김진태를 위해 명희가 안 씨에게 압력을 가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안 씨가 진술했을 당시 녹취 기록이 없고, 증거가 불충분해 수사가 더 이상 진행되지 못했고 경찰은 지난달 말 안 씨의 성폭행 사건 수사를 종결했다.
지난달 16일, 대전으로 도망간 김진태와 선희, 명희의 위치를 파악한 장 사무국장이 연구소로 연락해 인권센터와 본지 취재진 그리고 선희의 작은아버지와 함께 이들의 살고 있다는 대전의 한 월세방을 찾았다.
이들은 대전 시내의 월 15만원 하는 작은 방에 기거하고 있었는데, 취재진이 도착했을 때 비온 뒤 정전된 상태로 깜깜한 방에서 셋이 앉아 아무 말 없이 TV를 보고 있었다. 사회복지사와 인권센터 간사가 세 명을 앉혀 놓고 상담을 시도했지만 셋 다 계속해서 묵묵부답으로 입을 열지 않아 분리상담이 필요하다고 판단, 개별 상담을 진행했다.
▲ 대전에서 찾은 선희와 명희. 개별상담을 위해 장 사무국장과 함께 밖으로 나오고 있다. |
상담 결과, 명희는 김진태가 부인과 이혼하고 자신과 결혼하기 원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김진태는 그 동안 명희에게 부인과 이혼하겠다고 약속해 왔지만 사실 본인은 현재 부인과 이혼하고 싶지 않다는 속내를 털어놨다.
언니 선희는 “김진태가 애기 아빠인데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은 나쁜 거잖아요”라고 말하면서 김진태와 명희가 도망가 동거하려고 하자 동생을 지켜주기 위해 함께 집을 나선 것이었다고 했다. 또 선희는 사회복지사에게 셋이 같이 자는 방안에서 김진태가 동생과 성관계를 맺는 것이 매우 싫었고, 심지어 잘 때 김진태가 자신의 몸을 만지려고 해서 벽 쪽에 붙어서 잤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면담하는 도중 선희는 엄마사진을 보여주자 집에 가고 싶다고 하면서 눈물을 쏟아냈다. 하지만, 자신이 명희의 언니이기 때문에 명희만 두고 갈 수는 없다며 명희가 집에 가면 함께 가겠다고 해, 언니로서 큰딸로서 그 누구보다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 함께 있던 사람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하기도 했다.
늦은 밤, 오랜 설득 끝에 선희와 명희는 작은 아버지와 홍성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김진태는 장 사무국장, 취재진과 함께 홍동에 있는 부모님 집으로 갔는데, 김진태의 부모는 김진태가 기혼자이면서 명희와 만나는 것은 절대 안 되는 일이라며 더 이상 만나지 못하도록 신신당부하겠다고 약속했다.
▲ 오랜 상담 끝에 선희와 명희를 홍성 집으로 보내고, 자정을 넘겨 김진태와 함께 김진태의 부모가 있는 교회로 찾아가 긴 시간 대화를 나눴다.김진태의 부모는 잘못을 빌며 김진태가 다시는 명희를 만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
▲ 부모가 있는 교회에 도착한 김진태는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
김진태 역시 다시는 명희와 만나지도, 연락하지도 않겠다며 모두가 보는 앞에서 자발적으로 각서를 썼다. 또 다음날 장 사무국장이 들은 바에 의하면, 김진태가 명희에게 전화해 자신의 부인과 이혼할 생각도 없었고 결혼할 생각도 없었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며칠이 지나 사회복지사와 명희의 작은 어머니는 명희를 병원으로 데려 갔는데 임신 18주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그 다음날 명희와 명희의 작은 아버지는 김진태의 집에 찾아가 책임여부를 물었지만 기존 태도와는 달리, “이혼할 생각이 없으니 다신 오지 말라”며 명희와 작은 아버지를 문전박대했다고 한다.
결국 명희는 이대로 미혼모가 될 상황에 처해 있다. 또 설사 김진태가 이혼하고 명희와 결혼하더라도 김진태는 지금의 부인처럼 명희를 버리고 약한 지적장애 여성들을 자신의 성적 노리개로 삼을 수도 있다.
장 사무국장은 “지금의 법체계는 성폭력사건의 경우 사후처리에 관한 규정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국회의원에게 여성장애인기본법을 발의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여성장애인들을 위한 예방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가 차원에서 지방에 있는 지적장애인들에게도 지속적으로 성교육을 해줘야 한다”면서 “특히 지방의 경우 이런 사건이 더 빈번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적극적인 개선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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