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역할 인정받고 시설 아닌 지역사회에서 산다 > 기획 연재


기획 연재

사회적 역할 인정받고 시설 아닌 지역사회에서 산다

호주 장애인 복지 현장을 가다

본문

지난 5월 19일부터 24일까지 사회적기업이자 중증장애인 우선고용 사업장인 리드릭 직원들의 호주 연수에 동행해서 시드니를 중심으로 호주의 장애인 복지 현장을 둘러봤다. 호주는 자원부국답게 현존하는 국가 중 최고 수준의 장애인 복지제도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돈만으로는 안 되는 부분도 있어 장애인 복지의 그늘도 엿볼 수 있었다. 짧은 기간이어서 한계가 있지만 가서 보고 느낀 호주의 장애인 복지 실태를 방문했던 기관을 중심으로 전재한다. 

   
 

 


호주 장애인 월 150만 원 연금 받아
 

호주 시드니에 도착한 첫 날, 버스 안에서 현지 교민인 가이드가 호주라는 국가에 대해 대략적인 설명을 해줬다.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인 호주는 우리나라의 78배 땅덩어리를 가진 나라인데, 인구는 우리나라 인구의 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고작 2천2백만 명에 지나지 않는단다. 큰 호주 땅에서 사람이 사는 지역은 전체 면적의 20%에 불과하며, 주로 해안가를 중심으로 모여 살고 있고, 호주는 6개 주로 나눠져 있다는 게 이어진 가이드 설명이었다.

호주의 복지제도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가이드는 먼저 “호주에서는 국민이 생애 처음 집을 사면 호주 정부에서 규모에 상관없이 우리나라 돈으로 약 2천5백만 원을 무상 지원해 준다”고 말했다. 이어 “얼마 전 경제가 어려웠을 때, 호주 정부가 세금 납부 실적이 있는 모든 국민에게 1인당 1천불씩, 우리나라 돈으로 1백만 원이 조금 넘는 돈을 현금으로 나눠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호주는 초등학생 1명당 일률적으로 매달 교육비 450달러를 지원하며, 중 고등학생 1명에게는 매달 교육비로 8백달러의 현금 지원을 한다”는 게 가이드 얘기였다.

여기에다 “영주권자와 시민권자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사실상 무상 교육을 받을 수 있고, 감기부터 암 치료까지 모든 질병에 대해 모든 국민이 무상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게 호주다”라고 가이드는 말했다.

그밖에도 가이드는 “호주는 장애인과 노인에게 무기여 연금을 지급하는데, 노인의 경우 65세가 되면 수입에 상관없이 매달 우리나라 돈으로 150만 원 정도의 연금을 지급받을 수 있고, 장애인은 나이에 상관없이 같은 액수의 연금을 받을 수 있는데, 특별히 장애인은 연금 외에 주거수당과 이동수당도 더해서 받을 수 있고, 장애인 가족에게는 별도로 보호수당도 지급한다”고 호주의 복지제도를 소개했다.

막대한 복지비를 충당하려면 호주 국민이 세금을 많이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가이드는 “호주 달러로 연 18만불 우리나라 돈으로 약 2억 이상 소득자면 수입의 43%를 세금으로 내야하며, 일반 직장인은 평균적으로 수입의 30%를 세금으로 내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 장애인 고용, 고용알선 수수료가 핵심

   
▲ 취업을 앞두고 있는 장애인 소개하는 노바고용 관계자, 호주 장애인들은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호주 도착 둘째 날 첫 번째 방문지로 뉴사우스웨일스주 시드니 외곽에 있는 ‘노바고용(NOVA)’을 찾아갔다. 1987년에 설립됐으며 우리나라 말로 밝은 시작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이곳은 쉽게 얘기해서 우리나라의 장애인 고용공단과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달리 정부 산하 기관은 아니고, 민간 비영리기관이었다. 한마디로 소개하면 ‘노바고용’은 장애인을 대상으로 직업훈련과 취업알선 그리고 취업 후 관리 등의 일을 해주고 호주정부로부터 취업 알선 수수료를 받는 일종의 민간 기업이었다.

참고로 호주에는 우리나라처럼 기업에 장애인 고용을 강제하는 법과 제도가 없다고 한다. 그리고 장애인 고용 알선과 관련해서, 호주 정부도 처음에는 우리나라처럼 정부 산하기관에서 장애우 고용 알선 사업을 맡아 했는데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10여년 전부터 장애인 고용 알선 업무를 민간기관과 기업에 개방하고, 대신 민간기업이 장애인을 취업시키면 호주 정부가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장애인 고용 알선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게 노바 고용 관계자 설명이었다. 

   
▲ 시드니시에 있는 노바고용, 호주는 민간에 장애인 고용 알선을 위탁하고 있었다.
뉴사우스웨일스주 한 곳에만 26개의 지소 사무소가 있다는 ‘노바고용’에는 현재 2천3백명의 장애인이 등록되어 있다고 했다. “등록되어 있는 장애인 중 지적장애인이 5백여 명, 정신장애인이 8백여 명 정도 된다”는 게 노바 고용 관계자 설명이었다. 이 설명으로 미루어 ‘노바 고용’은 주로 중증장애인 취업 알선 업무를 하고 있는 듯했다.

기관 관계자에 따르면, 고등학교를 졸업한 장애인들 중 취업을 원하는 장애인들은 이곳에 와서 2년 정도 직업 훈련을 받는다고 한다. 그 후 직업능력 평가를 받고 등급에 따라서 일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 여부를 판단 받은 다음, 일을 할 수 있는 장애인들은 취업 매니저에게 인계돼 직업을 알선 받게 된다고 한다.

장애인이 취업에 성공한 뒤에는 잡코치가 직장에서 계속 일할 수 있도록 관리해 주기 때문에 “25년 동안 고용이 유지되고 있는 중증장애인도 있다”는 게 ‘노바고용’ 관계자의 이어진 설명이었다.

우리나라 실정에서 과연 그게 가능할까 의구심이 드는데, ‘노바고용’에서 장애인 취업 알선을 위해 중점적으로 하고 있는 일은 텔레비전 등 대중매체 광고를 통해 장애인 고용을 유도하는 일이었다.

광고를 보고 기업이 장애인 채용 의사를 밝히면 ‘노바고용’은 훈련된 장애인을 취업시키고 장애인이 6개월 이상 기업에 고용되어 있으면, 우리나라 돈으로 장애인 1인당 8백만 원에서 1천7백만 원 사이의 취업알선 수수료를 호주 정부로부터 받게 된다고 한다.

단 취업 알선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은 장애인들만 일하는 작업장에 취업은 제외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하는 통합 기업이나 작업장에 장애인을 취업시켜야만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취업 후 6개월이라는 기준은 확률적으로 장애인이 취업 후 6개월이 지나면 장기고용 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그런 기준을 만들었다고 한다.

“노바고용은 비영리 민간재단이지만 그러나 호주에서 장애인 취업을 알선하고 있는 직업소개 기업의 60%는 영리 직업소개소다. 어떻게든 장애인을 취업시키면 상당한 액수의 취업 알선 수수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민간 기업은 심지어 동네마다 찾아다니며 열심히 장애인 취업을 알선하고 있다” 그간 호주를 여러 차례 방문해 호주 장애인 복지에 정통한 리드릭 김정열 대표의 보충설명이다.

호주 장애인들의 고용 실태에 대해 ‘노바고용’ 관계자는 “호주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주 38시간 근무를 풀타임 근무라고 하고, 파트타임 근무는 주 20시간을 근무하는 것을 말하는데, 장애인들은 대부분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어 “기업이 장애인을 고용했는데, 생산성이 못 미치면 독립적인 장애인 직업능력 평가센터에 의뢰하고 그러면 직업능력평가센터에서 나가서 장애인을 상대로 세밀한 직업 능력 평가를 실시한 후 임금을 조정해 주게 되는데 장애인이 생산성이 많이 떨어지면 평균 임금의 50%만 받게 된다”고 설명을 이어갔다.
‘노바고용’ 관계자가 밝힌 지역 슈퍼마켓에서 일하고 있는 한 다운증후군 장애인의 평균 임금은 시간당 20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약 2만2천 원 정도였다.  

말미에 ‘노바고용’ 관계자는 “장애인 고용 업무를 하고 있지만 장애인 고용을 늘리기 위해 장애인들만의 작업장은 절대 만들지 않는다는 게 방침이다”라고 강조했다. “호주도 과거에는 장애인들만의 작업장을 많이 만들어 운영했는데 지금은 사회적으로 장애인들만의 작업장 운영은 시대착오적이라는 의식이 강하고 그래서 지금 호주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하는 노동통합형의 작업장 운영이 대세다”라는 게 그의 말이었다.

심지어 그는 “장애인들만의 작업장은 시간당 임금도 2달러 밖에 안 된다. 주당 60불에 불과하다”며 “장애인만의 작업장, 그곳은 악마”라고 격한 음성으로 말했다.

'노바고용’을 통해 호주에서 확인한 것은 호주는 우리와는 달리 장애인 고용을 상당부분 민간이 맡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호주 장애인 고용 제도의 핵심은 법 대신 취업 알선 수수료라는, 바로 돈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호주 장애인 고용 시스템은 우리나라와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 만약 호주 장애인 고용 시스템을 우리나라에 도입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상상만 해도 큰 혼란이 벌어지리라는 점은 자명해 보인다.

그래도 호주에서 우리가 배울 점은 있다면 그건 호주가 장애인 고용의 대전제를 장애인들만의 작업장 대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하는 노동통합형으로 상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배경에는 어떻게든 장애인들의 사회통합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이 점 우리가 외면하지 말아야 할 호주 장애인 고용의 중요한 정책이다.

 

 

노인 장애인 문제 어떻게 해결할지가 당면과제

   
▲ 시드니시 외곽에 있는 중증장애인 작업장 팩포스
호주에서 두 번째 방문한 기관은 공교롭게도 ‘노바고용’ 관계자가 격하게 악마라고 표현한 장애인들만의 작업장 팩포스(Packforce)’였다. 

역시 시드니 외곽에 있는 ‘팩포스’는 올해 설립 50년을 맞은 중증장애우 작업장으로 상품 포장과 디엠(기업 홍보물 우편발송)일을 하고 있었다. “현재 시드니 내 두 곳에 84명씩 모두 168명의 중증장애인을 고용하고 있다”는 게 ‘팩포스’ 관계자 얘기였다.

‘팩포스’는 우리나라의 장애인 보호작업장 형태의 작업장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50년 전 뇌성마비 부모들이 자녀 치료를 목적으로 설립한 시설이 작업장으로 발전했고, 처음에는 전자제품 조립 일을 했는데, 호주에서 제조업이 사양화 되면서 상품 포장으로 업종을 바꿨다.

현재 네슬레 등 큰 기업의 샘플 상품 포장 사업 등 60가지 정도의 상품 포장 일을 하고 있고 기업의 우편물 발송을 대행해 주고 있다”는 게 ‘팩포스’ 관계자의 이어진 설명이었다.

구성원도 처음에는 뇌성마비 장애인만 있었는데 지금은 뇌성마비 장애인이 다수이긴 하지만 지적장애인과 자폐성 장애인도 여러 명 있어 장애 영역이 다양화 됐단다.

또 ‘팩포스’는 산하에 장애인들 숙소인 그룹홈도 여러 곳 운영하고 있어, 작업장이기 이전에 하나의 장애인 시설로 인식되고 있는 듯 보였다.

“호주 전역에 팩포스 같은 장애인들만의 작업장이 6백여 개가 있는데, 2만여 명의 중증장애인이 고용되어 있다”는 게 ‘팩포스’ 운영 책임자 팀 파인스 씨 말이었다.

   
▲ 팩포스에서 일하고 있는 호주 장애인들

그의 이어진 설명에 따르면, ‘팩포스’는 운영비의 3/2를 호주 정부로부터 지원받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1년에 장애인 1명당 1만3천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1천4백만원 정도를 지원받고 있다고 하는데, 작업장 한 곳의 장애인만 84명에 이르니까, 대략 계산해도 ‘팩포스’는 1년에 우리나라 돈으로 10억원이 넘는 돈을 지원 받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장애인들의 평균 임금에 대해 묻자 팀 파인스 씨는 “5일 일하는 장애인이 있고, 3일 일하는 장애인이 있기 때문에 임금이 다른데, 시간당 평균 3달러 50센트(약 4천원)의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매우 낮은 임금이지만 전제되어야 할 것은 이곳에서 일하는 장애인들은 모두 장애연금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장애인들이 이곳에서 일해서 받는 임금은 일종의 부수입 개념의 임금이라고 보면 된다”라고 대답했다.
 

그에 따르면 “팩포스에서 일하는 중증장애인은 모두 주당 330달러씩 월로 계산해서 우리나라 돈으로 150만 원의 장애연금을 받고 있고, 이동수당으로 주당 40달러를 받는 등 각종 수당에다 작업장에서 일해서 받는 부수입까지 포함하면 1인당 1년 평균 수입이 2만7천달러(약 3천만 원)에 달한다”는 것이었다.

말미에 팀 파인스 씨는 ‘팩포스’의 당면과제로 “노령화 되고 있는 중증장애인들에게 적합한 일을 찾아주는 게 어려운 과제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50년을 작업장에서 일한 장애인도 있고, 70세가 됐는데도 작업장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장애인도 다수 있는데 그들에게 적합한 일을 찾아주는 게 힘든 과제 중 하나라는 것이었다.

그때 견학자 중 한 명이 불쑥 팀 파인스 씨에게 “호주 사회에서 장애인들만 따로 일하는 작업장은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말을 던졌다. 그러자 팀 파인스 씨는 “문제라는 인식이 있다는 것은 우리도 알고 있다”고 당황해하며 더 이상의 답변을 회피했다.

호주 장애인 작업장 ‘팩포스’ 방문을 마치고 나오면서 팀 파인스 씨의 다음과 같은 두 마디 말이 내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한마디는 “결국 광산이나 철광석을 파내 수출한 돈이 있기 때문에 이 곳 운영이 가능한 거다. 그 돈이 없으면 작업장 운영은 불가능하다”는 말이었다.

또 한마디는 “장애인들이 돈이 있어도 혼자 여가를 즐길 수 없고 이곳에 적응되다보니까 여기서 평생 일하다가 죽는 경우가 많다. 이게 큰 문제다”라는 언급이었다.

   
▲ 팩포스에는 상대적으로 고령 장애인들이 많았다. 장애인들이 이곳에서 일하다가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팩포스 관계자 설명이었다.

굳이 호주 장애인 복지의 그늘을 찾는다면 팀 파인스 씨의 이 말들이 단초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호주는 현재 지하자원을 캐내 수출한 막대한 돈으로 장애인 복지를 비롯해서 거의 완벽한 복지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지하자원은 언젠가는 반드시 고갈된다. 그때도 호주가 완벽한 복지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 팩포스에 있는 지적장애인들이 연필 포장 작업을 하고 있다.

 

 

 

 

   
▲ 팩포스에 있는 장애인들이 상품 포장 작업을 하고 있다.

 

 

 

또하나 호주 장애우들은 연금과 수당 등으로 완벽한 복지 혜택을 누리고 있지만, 돈만으로는 안 되는 부분이 있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 “장애인이 돈은 있지만 갈 곳이 없고 시설에 길들여져서 작업장에서 일하다가 사망한다”는 ‘팩포스’ 관계자 말은 그냥 흘려들을 수 없는, 호주 중증장애인들이 처해 있는 진한 아픔이라고 볼 수 있다.

 

 

호주 장애인, 어디서나 똑같은 복지 혜택 받을 수 있어

호주 방문 셋째 날 오전 방문한 곳은 지방자치단체 뉴사우스웨일스주 켄터베리시 시청사였다. 후주에서 한국 교민들이 많이 모여 사는 곳이기도 한 인구 14만명 도시 시청사에서 한국계 남경국 시의원을 만났다.
그에게 켄터베리시의 장애인 복지 시책을 묻자 “장애인 복지는 자치단체가 아닌 호주 연방정부가 직접 설계하고 집행하기 때문에 아는 게 없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의 이어진 설명에 따르면 “다른 자치단체도 마찬가지지만 켄터베리시에는 복지 예산 자체가 없다. 켄터베리시에서 복지와 관련해서 하는 일이 있다면 시에 있는 복지단체들을 간접 지원하는 일과 생활이 어려운 주민들 지방세를 약간 깎아주는 게 전부다”라는 것이었다.

“호주는 보건, 교육, 철도, 치안 등의 업무는 자치단체인 주 정부에 맡겨 관리하게 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균등하게 집행되어야 할 복지 문제는 연방정부가 직접 챙기고 있다”는 게 남경국 의원의 이어진 말이었다. 

그리고 “호주 복지 전달체계는 연방정부가 있고, 바로 밑에 센터링크(Center Link)가 있는 단순한 체계로 구성돼 있다”고 남 의원은 말했다. 참고로 호주 센터링크는 우리나라 주민센터 개념의 복지사무소다. 작년 기준 호주 전역에 있는 센터링크는 1천여 곳이고, 전담 직원만 2만 8천 명에 이른다고 한다. 

남경국 의원의 말을 종합해 보면 호주정부는 1997년, 저소득 주민과 장애인, 노인 등이 한 장소에서, 정부 여러 기관들이 제공하는 다양한 수당과 프로그램을 편리하게 받을 수 있도록 통합복지행정을 전담하는 기구를 연방정부 산하에 만들었는데, 그 기구가 바로 센터링크다.

현재 센터링크에서는 연방정부 10개 부처를 포함해서 25개 정부기관이 제공하는 약 140가지 복지서비스를 원스톱으로 대상자에게 제공하고 있다는 게 남 의원 설명이었다. 그런데 연결하는 곳이라는 기구 이름에서 보듯 센터링크는 단순히 장애인 등 복지가 필요한 대상자에게 각종 보조금을 지급하는 일만 하는 곳은 아니다.

   
▲ 리드릭 호주연수단이 켄터베리 시를 방문해 한국계 남경국 시의원을 만났다. 뒷줄 왼쪽에서 세번째가 남의원 그 옆이 켄터베리 시장이다.
   
▲ 로얄 재활센터 입구에서 기념촬영, 시드니시에 있는 규모가 큰 재활병원이다.

 

 

 

 

 

 

 

동행한 김정열 리드릭 대표의 보충설명에 따르면, 가령 장애인 복지를 예를 들면, 장애인이 센터링크를 찾아가면, 호주에는 장애인 등록제도가 없기 때문에, 장애인이 어떤 복지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지 서비스 등급 판정을 받게 된다고 한다. 서비스 등급 항목은 100항목에 이르고 센터링크에서 일일이 체크한 다음 조건에 맞으면 장애인에게 체크된 해당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는 것이다.  

센터링크에서의 판정 결과 장애인이 직업이 필요하면 지역 내 장애인 고용 알선 기관을 연결해 주고, 활동보조인 지원 서비스가 필요하면 지역 내 활동보조인 파견 기관을 연결해서 장애인이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역할을 센터링크가 맡고 있다고 한다.

김 대표의 좀 더 구체적인 설명에 따르면, 가령 활동보조인 지원 서비스가 필요한 장애인이 센터링크를 찾아가면 센터링크는 바로 지역 내 활동보조인 지원센터를 소개해 준다고 한다.  지원센터가 판정 후 장애인에게 활동보조인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예를 들어 연 1만 달러가 필요하다고 센터링크에 통보하면, 센터링크는 검토 후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알았다고 수긍하고, 바로 장애인은 활동보조인 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장애인 복지 시스템은 “연방정부 직속기관인 센터링크가 예산과 대상자에게 어떤 복지 혜택을 줄지 결정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게 김 대표 말이었다.

“호주 복지 체계에서 중요한 시사점은 센터링크가 있기 때문에 복지가 필요한 대상자는 호주 전국 어디서나 차이 없이 똑같은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라는 게 김정열 대표의 이어진 설명이었다.

 

   
▲ 로얄재활센터 운영자가 리드릭 연수단에게 센터 현황을 설명해 주고 있다.

 

장애인의 사회적 역할 인정하는 호주 사회

호주에서 마지막 방문지는 로얄(ROYAL) 재활센터 시드니였다. 우리나라의 규모가 큰 재활병원을 연상하면 되는 곳이었다. 105년 전에 설립됐고, 처음에는 전쟁 때 다친 상이군인들을 위한 병원으로 시작했는데, 이제는 척수장애인들을 위주로 한 장애인 전문 재활병원으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 병원은 장애인에게 집처럼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입원한 장애인이 애완견을 데리고 와서 살아도 제지하지 않는다는 게 병원 관계자 얘기였다. 또 병원에 입원해 있는 장애인들의 개인적인 부담은 전혀 없으며, 호주 정부와 보험회사에서 입원과 치료비용 거의 전부를 부담한다는 게 병원 관계자 얘기였다. 입원해 있는 260명의 장애인들을 위해 두 배 가까운 460명 직원들이 일하고 있는 게 이 센터의 특징이었다. 

 

이쯤에서 짧은 기간 동안의 호주 방문기를 정리해 본다.

호주는 철광석 등 지하자원이 많은 자원부국이고 여기에다 국민을 상대로 높은 세율의 세금을 거두고 있다. 결론은 호주는 돈이 많기 때문에 완벽한 복지가 가능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하게 생각해야 하는 국가다. 그렇지만, 특히 관심사인 장애인복지는 돈 만으로 모든 게 가능한 걸까? 그렇지는 않다. 확실한 이념적 배경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어쩌면 호주 장애인 복지는 공중누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호주에서 우리가 부러워해야 할 점은 돈이 아니라 장애인 복지를 가능하게 하는 든든한 이론적 배경이라고 말 할 수 있다. 팩포스 운영자 팀 파인스 씨는 호주에는 장애인이 86만명 산다고 했다. 호주 장애인복지 사정에 정통한 리드릭 김정열 대표는 86만 호주 장애인의 완벽한 복지가 가능한 것은 호주가 장애인의 사회적 역할을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찾아야 한다는, 소위 SRV 이론을 장애인 복지 이념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호주는 80년대부터 장애우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 장애인이 바뀌는 게 아니라 호주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장애인의 사회적 역할과 관련해서 호주는 장애인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사회적 역할이 있다고 보고 있는데, 장애인이 사회에 기여하지 않아도 존재 자체와 받는 것도 장애인의 사회적 역할로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장애인이 수용시설에 있으면 존재 자체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어떻게든 장애인을 지역사회에서 살게 해야 한다는 운동이 벌어졌고,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으려면 우선 사회가 바뀌어야 하고, 그래서 결론은 사회가 바뀌기 위해 호주 정부가 많은 돈을 장애인 복지에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다. 계산해 보니까 한 명의 중증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제약 없이 살 수 있으려면 우리나라 돈으로 평균 1년 5천만 원이 들어가는데 이 돈을 호주 사회는 기꺼이 부담하고 있다는 것이 김 대표 말이었다.

김정열 대표는 이어 호주에서는 복지를 다른 말로 청구권적 기본권이라고 부르고 있다면서, 이 말처럼 호주에서는 복지가 시혜가 아니라, 국민이 국가에 요구하는 당당한 권리로 인식되고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도 헌법에 국민의 행복추구권이 명시돼 있지만 하위 법들에서 예산의 범위 내에서 시행한다면서 청구권적 기본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와 호주의 다른 점이라는 게 김 대표 얘기였다.

마지막으로 김정열 대표는 호주는 복지정책과 복지제도 그리고 복지서비스가 일체형으로 집행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복지정책이나 제도는 있지만, 그래서 근거는 마련되어 있지만 그에 따른 복지서비스가 부실한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복지서비스가 가능하려면 돈과 전문 인력, 그리고 효과적인 전달체계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돈도 없지만 복지서비스가 가능한 사회적 인프라가 전혀 갖춰져 있지 않는 게 또한 문제이고, 우리나라에서 복지에 대한 사회적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려면 앞으로도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김 대표 지적이었다.

이런 호주와 우리나라 차이를 뭉뚱그려서 한마디로 정리하면 결국 정부가 돈을 어디에 쓰느냐가 핵심인데 호주는 우선순위가 사람이라는 게 김정열 대표 지적이었다.
 

작성자글/이태곤 기자 · 사진/ 리드릭 호주연수단  a35270@hanmail.net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함께걸음 페이스북 바로가기
함께걸음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제호 : 디지털 함께걸음
주소 : 우)07236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22, 이룸센터 3층 303호
대표전화 : (02) 2675-5364  /  Fax : (02) 2675-8675
등록번호 : 서울아00388  /  등록(발행)일 : 2007년 6월 26일
발행 :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  발행인 : 김성재 
편집인 : 이미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치훈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함께걸음'이 생산한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by
Copyright © 2021 함께걸음. All rights reserved. Supported by 푸른아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