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 “사찰 내 장애인 노동 착취 사건 재수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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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장명훈 |
오늘(10일) 오전 11시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하 연구소) 외 3개 장애인 단체가, 사찰 내 장애인 노동 착취를 고발하고 경찰의 부실 수사를 규탄하는 기자 회견을 열었다.
피해자인 지적장애인 A 씨는 1985년 서울의 한 사찰에 들어가 30여 년이 지난 2017년 12월 절에서 탈출했다. 이후 A 씨의 동생이 경찰에 주지 스님 B 씨를 고발했고, 가해자가 피해자의 뺨을 수차례 때리는 등 상습적으로 폭행했다는 게 밝혀져 현재 형사 재판 중이다.
기자 회견에서 연구소는 “부실 수사로 인해 가해자는 단순 폭행죄로 약식 기소 재판을 받고 있다”라며 “폭행과 폭언, 협박을 해 일을 시켰으므로 노동이 아니라 노동력 착취고, 강제 근로다”라고 주장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피해자 A 씨는 하루 평균 13시간 노동했고, 일 년 중 설과 추석 당일에만 쉬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불경을 배우려고 했지만, 실제로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만하고 지냈다”라고 진술했다. 또 “보통 사찰에서 스님들이 청소나 잡일을 하지 않냐”라는 경찰의 질문에 “그 정도가 아니다. 모든 작업과 노동을 쉴 틈 없이 했다. 밥 먹는 시간 빼고는 거의 일만 했고 일을 못하면 때리고 괴롭혔다”라고 답변했다.
또 가해자 B 씨는 A 씨 명의를 도용해 아파트를 매매하고, 계좌 수십 개를 개설해 수억 원을 펀드에 투자했다. A 씨 가족이 피해 사실을 발견하고 수사를 요청했으나 수사 기관은 불기소 처분했다.
연구소 인권정책국 김강원 국장은 “경찰은 부실 수사하고, 법원은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 노동청은 아무 역할도 하지 않았다”며 “가해자가 피해자를 먹여 주고 돌봐 줬다며 둘을 근로관계가 아닌 호의 관계로 보는 건 염전 노예 사건 때와 똑같다. 수사 기관은 각성하고 사건을 철저히 재조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연구소는 기자 회견 직후, 서울지방경찰청에 B 씨에 대한 고발장을 다시 한번 제출했다. 해당 사찰에는 탈출한 피해자 A 씨가 과거 처한 것과 유사한 환경에서 생활할 것으로 추정되는 지적장애인 두 명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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