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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제공 불이행은 차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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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훈 학생(가명, 남, 21세)은 지적장애 3급과 복시성 난시가 있다. 위 학생은 경기 소재 A대학교 B학과에 장애인특별전형(정원외 입학)으로 면접시험을 거쳐 2018년 3월 입학해 현재 2학년으로 재학 중이다. 그런데 A대학 장애학생지원센터로부터 정당한 편의제공을 지원받지 못해 2018년 1학년 2학기에 수강했던 과목 중 C과목에서 F학점을 받았다. 2학년 2학기 이후 전과를 생각하고 있던 이지훈 학생은 낮은 성적으로 인해 그 가능성이 희박해졌음은 물론,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요건으로 하는 장애학생장학금의 혜택도 받지 못하게 됐다.

 

정당한 편의제공 불이행

이지훈 학생이 F학점을 받은 C과목의 담당교수는, 입학 전 한 달간 예비대학 과정으로 ‘C과목의 기초’를 담당하며 이 과목을 수강한 이지훈 학생의 장애 정도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또한 이지훈 학생은 시험을 칠 경우 장애의 정도에 따라 시험시간 연장과 별도의 시험장소 배정, 대필도우미 배치, 확대시험지 제공, 앞자리 착석 등의 편의제공을 A대학 장애학생지원센터에 신청했다. 그러나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는 대필도우미와 확대시험지만 지원하고 나머지는 이행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장애학생지원센터의 담당자는 기말고사 기간에 별도의 시험장소 배정을 회피하기 위해 ‘평가 편의제공 요청서’에 담당자 자신의 필적으로 ‘확대시험지’라고만 기입하고, 서명란에만 이지훈 학생의 필적으로 싸인을 받아 제출했다.

장애학생지원센터는 이지훈 학생이 F학점을 받은 사실을 성적정정기간 내 조회하여 안내하지 않았다. 학생 측에서 복수전공 가능 여부를 센터에 문의한 결과, 센터 담당자가 이지훈 학생의 F학점을 조회하게 된 시점에는 이미 성적정정기간이 지난 뒤였다. C과목 시험에서 신청한 편의제공이 이행되지 않아 F학점이라는 불이익을 받은 것이다. 이에 대해 장애학생지원센터는 ‘성적 문제는 교수와 직접 해결하라’고만 하였고, C과목의 담당교수는 중간·기말고사 점수의 성적 반영비율만 언급하며 성적 정정을 거부했다.

이 사건으로 민원이 제기되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서 A대학에 편의제공 이행여부에 대해 질의했다. A대학은 “도우미를 매칭, 교수에게 공문으로 협조문을 전달했고 장애학생에게 수강신청 기간을 따로 주었으며 장애학생간담회를 2회 했기에 충분한 편의제공을 했다”는 내용의 답변서를 보냈다. A대학은 ‘2017 장애대학생 교육복지지원 실태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은 곳이다.

 

장애학생의 정당한 편의제공 신청

장애학생이 일반·특별전형의 어떤 방법으로든 대학에 입학하게 되면, 해당 대학과 장애학생지원센터는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안정적인 대학생활을 영위하도록 지원할 의무가 있다. 특히 장애학생이 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장애학생지원센터에 제출하는 ‘편의제공 신청서’는 법적인 강제력을 지니는 문서로, 센터는 역시 이에 응할 의무가 있다.

장애학생지원센터가 있는 대부분의 대학은, 장애학생이 신청하고자 하는 편의제공의 매뉴얼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장애유형별로 신청할 수 있는 매뉴얼이 정해져 있고, 장애학생은 그 매뉴얼의 항목 중에 본인의 장애 특성에 맞는 항목을 선택하거나 그에 더해 부수적 또는 세부적으로 필요한 편의지원사항을 기입한다. 그런데 아무리 장애유형별로 매뉴얼과 항목으로 편의제공을 정해두었다고 해도, 장애학생이 필요로 하는 편의제공을 모두 매뉴얼화하여 정해놓기는 쉽지 않다.

저시력인 시각장애학생의 경우, 가장 많이 신청하는 편의제공 항목 중 하나가 ‘확대시험지’이다. 확대시험지라고 하면 시험지의 글자를 무조건 굵고 크게 확대해서 제공하면 저시력 장애학생이 보다 편하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저시력이라고 해도 시력과 시야의 정도에 따라 볼 수 있는 정도가 천차만별로 다르므로, 글씨의 굵기나 글씨체에 따라 볼 수 있는 정도가 다 달라진다.

한 예로 대구대학교에서는 저시력인 시각장애학생이 확대시험지는 물론, 수업에 사용할 교재를 대체도서로 제작하는 경우 선호하는 글씨체와 굵기를 직접 기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바탕체/굵게/32포인트’, ‘고딕체/얇게/25포인트’ 등의 경우처럼 같은 유형의 장애라도 그 특성은 다 다르다.

 

그럼 발달장애학생은?

‘자폐 스펙트럼’이라고 불릴 정도로 발달장애의 경우는 장애의 특성이 더욱 다양하다. 그렇기에 발달장애가 있는 학생이 수업을 들을 경우, 학생의 장애 특성에 대한 충분한 인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지훈 학생의 경우, 대학 면접시험을 시작으로 입학 전 한달간의 예비대학 수강 등 문제의 F학점을 받은 담당교수와 장애학생지원센터 관계자들이 학생의 장애에 대해 이미 인지했을 것이다. 이지훈 학생의 장애에 대해 인지하고 A대학 입학이 결정된 것이므로, 이지훈 학생의 장애로 인한 대학수업과 시험에서의 편의제공은 필요한 것이다.

나사렛대학교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 14년간 장애학생지원 업무를 담당한 어수희 씨는 발달장애학생의 대학생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고등학교 때와는 달리 스스로 강의실을 찾아다니고 전공이나 교양 수업을 들으며 발생하는 대학생활의 어려움을 겪는 장애학생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발달장애’가 있기 때문에 그러한 어려움을 겪는 게 아니라, 발달장애인은 고등교육을 받기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비장애인들의 편견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제 경험상 오히려 다른 장애 유형의 학생들보다 대학에서 지원해야 할 내용이 특별하거나 많지 않다. 기본적으로 장애학생지원센터가 있는 대학이라면 발달장애 학생도 다른 장애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대학의 편의제공 절차를 통해 충분히 대학생활을 해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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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씨가 설명한 발달장애학생에 대한 지원방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자폐성 장애학생은 타인과의 공감능력이 부족할 뿐 지적의 문제를 동반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학습에 대한 지원보다 친구처럼 강의내용을 챙겨주고 조별활동과 같은 활동지원이 가능한 도우미가 있다면 충분히 대학생활이 가능할 것이다. 지적 장애학생의 경우에도 강의내용 도움과 과제 알림 도움만으로도 대학의 학과공부를 잘 수행할 수 있으며, 오히려 비장애학생을 모방하여 대학생으로서 더 성장해갈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발달장애학생에 대한 지원을 위해서는 장애학생 학부모의 적극적인 협조와 관심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대학에서 장애학생을 지원하는 지원센터, 지원인력, 지원제도(도우미지원 등)가 뒷밤침되어야 한다.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비장애인(재학생 및 교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장애의 이해’ 교육이다. 모든 대학은 연중 대학 구성원을 대상으로 장애의 이해 교육을 실시해야 하고 교육부와 보건복지부에 이를 보고하도록 되어 있는데, 교육의 내용은 대체로 신체적 장애와 그에 대한 이해를 다루고 있다. 그만큼 발달장애인을 위한 장애의 이해 교육이 부족한 실정이기 때문에, 발달장애인을 위한 올바른 이해와 그들도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충분히 대학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을 교육을 통해 알게 된다면, 발달장애인에 대한 편견도 줄이고 발달장애인 당사자들도 고등교육을 통해 사회구성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장애학생 중에서도 발달장애가 있는 경우, 대학에서의 고등교육이 어렵다는 편견이 크게 작용한다. 그래서 발달장애학생은 대학에서 문과보다는 미술, 음악 등 예술을 통해 소통할 수 있는 전공에서 학습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젠 우리가 가진 그러한 틀에서 벗어나 발달장애학생들도 차별없이 다른 비장애학생, 다른 장애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원활하고 즐거운 대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바른 인식과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31조(편의제공 등) ① 대학의 장은 해당 학교에 재학 중인 장애학생의 교육활동 의 편의를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수단을 적극적으로 강구하고 제공하여야 한다.

1. 각종 학습보조기기 및 보조공학기기 등의 물적 지원

2. 교육보조인력 배치 등의 인적 지원

3. 취학편의 지원

4. 정보접근 지원

5. 「장애인ㆍ노인ㆍ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 제2조제2호에 따른 편의시설 설치 지원

② 대학의 장은 해당 학교의 입학전형절차에서 장애수험생의 수험의 편의를 위 하여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제1항 각 호의 수단 중 수험편의에 필요한 수단을 적극적으로 강구하고 제공하여야 한다. <신설 2015. 12. 22.>

③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제1항 및 제2항에 따라 필요한 경비를 예산의 범위 안 에서 지원하여야 한다. <개정 2015. 12. 22.>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정당한 편의제공 의무) ①교육책임자는 당해 교육기관에 재학 중인 장애 인의 교육활동에 불이익이 없도록 다음 각 호의 수단을 적극적으로 강구하고 제 공하여야 한다. <개정 2014. 1. 28., 2016. 2. 3., 2017. 12. 19.> 1. 장애인의 통학 및 교육기관 내에서의 이동 및 접근에 불이익이 없도록 하기 위 한 각종 이동용 보장구의 대여 및 수리

2. 장애인 및 장애인 관련자가 필요로 하는 경우 교육보조인력의 배치

3. 장애로 인한 학습 참여의 불이익을 해소하기 위한 확대 독서기, 보청기기, 높 낮이 조절용 책상, 각종 보완ㆍ대체 의사소통 도구 등의 대여 및 보조견의 배치나 휠체어의 접근을 위한 여유 공간 확보

4. 시ㆍ청각 장애인의 교육에 필요한 한국수어 통역, 문자통역(속기), 점자자료 및 인쇄물 접근성바코드(음성변환용 코드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자적 표시를 말한다. 이하 같다)가 삽입된 자료, 자막, 큰 문자자료, 화면낭독ㆍ확대프로그램, 보청기기, 무지점자단말기, 인쇄물음성변환출력기를 포함한 각종 장애인보조기 구 등 의사소통 수단

5. 교육과정을 적용함에 있어서 학습진단을 통한 적절한 교육 및 평가방법의 제공

6. 그 밖에 장애인의 교육활동에 불이익이 없도록 하는 데 필요한 사항으로서 대 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

 

작성자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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