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말뚝 좀 치워주세요" > 기획 연재

경기도 포천시에 사는 심 씨는 대화는 가능하지만 몸을 거의 움직일 수 없는 지체장애1급이다. 그는 근육병으로 인한 중도장애로, 도시에 살다가 7년 전 요양을 위해 부인과 포천으로 이사를 왔다고 한다.

포천시 ◌◌면 맹지(盲地)에 거주하는 심 씨는 아랫집 사람(ㄱ씨)과 합의 하에 ㄱ씨의 대지와 본인의 대지를 통과하는 A도로(그림참조)를 개설키로 했다. 그러나 길을 내는 과정에서 ㄱ씨의 비협조와 불만으로 인해 공사가 지연됐고, 심 씨는 공사비용을 예상보다 100만 원 가량 초과 지출하게 됐다. 이에 화난 심 씨의 부인은 A도로를 자가용을 이용해 가로막아 ㄱ씨 남편의 트랙터가 지나가지 못하게 했다.

이 일로 심 씨와 ㄱ씨는 크고작은 다툼이 생겼고, 결국 화가 난 ㄱ씨는 합의를 철회하여 A길을 철거하도록 하고 현재의 B도로(그림참조)를 이용하도록 했다. 그러나 공로인 B도로에 1제곱미터도 되지 않는 삼각형 모양의 땅이 ㄱ씨 자신의 사유지로 포함되어 있음을 확인하자, 도로포장도 못하게 할뿐만 아니라, 쇠말뚝을 설치해 자동차가 다니지 못하게 했다.

그 뒤로부터 자동차가 다니지 못하게 되고 나서 심 씨는 자신의 마당에 주차를 하지 못하고 약 200미터 가량 떨어진 다른 이웃의 마당을 빌려 주차를 할 수밖에 없었으며, 이웃집에서부터 심 씨의 집까지 휠체어로 이동을 해야 했다.

심 씨의 경우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것은 추락의 위험이 있고, 손에 힘이 없어 휠체어 조작이 서툴뿐더러 추락을 막기 위해 벨트를 착용하면 몸을 기울일 수가 없어 휠체어 조작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반 휠체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다가 현재는 ㄱ씨와의 관계가 매우 악화되어 ㄱ씨는 쇠말뚝 말고도 진입로 입구를 트랙터나 차량으로 막아놓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심 씨의 거동을 돕는 부인도 최근 자궁암 수술을 받아 힘을 잘 쓰지 못하고 있는 상태고, 활동보조인도 여성인데다가 시간도 턱없이 부족해 심 씨는 일년에 한두 번 정도만 외출을 하고 있다고 한다. 

ㄱ씨는 먼저 길을 가로막았다는 점과 자신에 대하여 험담을 하고 다닌다는 점, 여러 곳에 진정을하여 자신을 힘들게 한 점과 특히 방송국에 제보를 한 일로 심 씨와 부인에게 매우 분노하고 있었다. ㄱ씨는 "말뚝을 뽑아주려고 했지만, TV에 이 문제를 내보낸 것 때문에 못뽑아준다"며, "설치된 CCTV를 철거하고, 우리땅에 설치한 낙엽 방지 철망 제거, 그리고 본래 합의했던 A도로를 개설하고 난 다음에  마음이 풀리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말뚝을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

▲ 심 씨의 집과 ㄱ씨의 집 사이 A길에 고정된 쇠말뚝.

이번 사건에 대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강원 간사는 "이웃간의 감정싸움이지만 '사유재산에 말뚝을 설치하든 뭘 하든 자유' 라는 인식을 당사자 및 관계자가 갖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며, "이번 문제는 인권의 문제이고 떳떳하게 주장할 수 있는 ‘권리’의 측면임을, 그리고 법적 권리임을 모두에게 주지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간사는 이어 "ㄱ씨가 감정이 상했다고는 하나 너무 오랜 기간 심 씨에게 크나큰 고통을 가한 점을 좌시할 수는 없으며, 본인에게 사과를 하면 시혜적으로 조치를 해주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ㄱ씨의 행동은 형사범죄에도 해당될 수 있는 행동임을 강하게 피력하고, 통행권은 심 씨가 주장할 수 있는 권리이므로 당당히 권리를 행사할 필요성이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