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결혼했어요”
본문
지난달 18일 전북 전주시에서 두 지적장애인 커플의 합동결혼식이 있었다. 주인공은 바로 병관씨와 송례씨 그리고 장문씨와 미숙씨 커플로, 이들 모두는 한때 학대, 인권유린으로 고통과 어둠 속에 놓여있었던 안타까운 사연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날 주인공들은 다소 긴장은 했지만, 결혼식 내내 얼굴에 행복한 표정이 가득해 어두움의 그늘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아물지 않을 것만 같았던 서로의 상처를 싸매주고 새 출발하는 두 커플의 모습에서, 그 어떤 결혼식보다 큰 감동과 진정한 결혼의 의미를 엿볼 수 있었다.
닭살커플 병관씨와 송례씨
최병관(남·58)씨와 주송례(여·54)씨는 비록 50세가 훌쩍 넘은 늦은 나이에 만났지만, 시설 내에서 깨소금 냄새 풀풀 풍기는 닭살커플로 통한다.
지적장애 3급인 병관씨는 돈 한 푼 받지 못하고, 2층 저택을 소유한 집주인의 집안일을 수년간 해오다가 2010년 담당 사회복지사의 제보로 구조돼, 전북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로 입소하게 됐다. 입소 후 꾸준한 관리로 건강을 되찾았고, 시설 안에서 송례씨를 만나 현재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송례씨 또한 지적장애 2급으로, 2009년 남편에게 심한 구타를 당하다가 도망쳐 ‘1366여성의전화’의 도움으로 시설에 입소하게 됐다. 송례씨는 당시 굉장한 스트레스와 두려움에 떨고 있었고, 장시간 정신과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리고 전남편과의 이혼도 연구소의 법률지원을 통해 2010년 6월 9일 최종 이혼판결을 받을 수 있었다.
병관씨의 평생의 꿈은 바로 ‘결혼’이었다. 그래서 저택 주인에게 가서 일하게 된 이유도, 주인이 결혼을 시켜준다고 약속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간절했던 병관씨의 꿈이 수십 년이 넘는 세월이 흘러 결국 송례씨를 만나 이루어졌다.
미소커플 장문씨와 미숙씨
이장문(남·35)씨와 김미숙(여·36)씨는 시설 안에서도 유명한 커플이다. 2년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한 이 커플은 결혼하기 전까지 매일 한시도 떨어져 있기 힘들어할 정도로 애틋한 사이다.
지적장애 2급인 장문씨는 ‘노예청년’이라고 불렸을 정도로 2010년까지 5년 동안 상추농장에서 고된 노역을 해오며, 먹지도 못하고 한여름이든 한겨울이든 컨테이너박스에서 비위생적인 상태로 지냈다. 다행히 주민들의 제보로 구출돼 시설로 입소하게 됐다.
병관씨만 보면 절로 웃음꽃이 피어나는 미숙씨는 지적장애 2급으로, 사실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큰 상처를 가졌다. 미숙씨는 ‘제2의 도가니 사건’이라고 불리는 ‘영광의 집’ 사건의 피해자로, 이 시설에서 수년간 원장에게 성폭행과 인권유린을 당했고, 원장은 이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미숙씨에게 자궁적출 수술까지 받게 했다.
전북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전현선 부소장은 “장문씨가 이성교제 경험이 전혀 없어 처음에는 동숙씨의 사연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 그러나 아이를 낳을 수 없는 것까지 알게 됐는데도 장문씨는 미숙씨를 이해한다며 변함없는 사랑을 과시했다”고 말했다.
|
“이제는 둘이라서 더 든든하고 행복해”
이날 결혼식에는 이들의 새 출발을 축하하고자 시설 생활인들을 비롯한 100여 명의 하객이 참석했으며, 많은 도움의 손길들도 있었다. 당사자들이나 시설에서는 재정적으로 결혼식을 감당하기 어려웠는데, ‘영산조용기자선재단’에서 결혼식과 신혼여행 비용 전부를 지원해줬고, ’CJ E&M넷마블’에서는 신혼살림을 지원해 줄 계획이다.
전현선 부소장은 “지적장애를 가진 친구들이라 결혼식에 대해 큰 의미를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는데 결혼식 내내 무척 떨려했고, 새로운 출발에 대해 큰 의미를 두고 있었다”며, “비록 제대로 된 말로 표현하진 못했지만, 무척 행복하다고 했다”고 커플들의 소감을 전해줬다.
장문씨와 미숙씨의 경우, 2년 내내 결혼하고 싶다고 했지만 결혼을 허락하고 준비하기까지 시설 관계자들은 오랜 시간동안 이론뿐만 아니라, 실제적으로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전 부소장은 “소장님, 선생님들 모두 발생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 염두에 두고 시설에서 개입하지 않아도 부부가 스스로 사회재활이 가능한가에 중점을 두고 고민했다”면서 “5살, 10살 지능을 가진 지적장애인이라 고민을 많이 했지만 결국 결혼시키기로 했다. 결혼해서 잘 살면 다른 장애인들에게 본이 되고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시설 안에서는 남자 숙소와 여자 숙소가 따로 있기 때문에 남녀 생활인들이 서로 마주칠 수 있는 기회는 예배, 밥 먹을 때, 캠프를 갈 때뿐이다. 그러나 이들 부부에게는 낮에는 다른 생활인들처럼 동일 프로그램을 받게 하고 밤에는 함께 지낼 수 있도록 방은 따로 마련해줬다고 한다.
전 부소장은 “보통은 결혼하면 자립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지적장애인에게 결혼은 사회재활 훈련의 시발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비장애인과는 달리 결혼 후 다양한 문제와 사건들이 벌어질 수 있어 다시 개입하고 수정하고 교육해줘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전 부소장은 또한 “시설에서 보호 받고 결혼생활을 하는 장애우들은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반면, 시설 밖에서 결혼생활을 하면 문화적 혜택도 받기 어렵고 사회재활도 떨어진다”고 설명한 뒤 “두 커플이 시설 내에서 결혼생활을 잘 해서 장애인들에게 긍정적이고 희망적 사례가 되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결혼식 후 미숙씨는 남편 동문씨에게 잘해 주고 싶은 마음에 드라이크리닝을 해야 하는 양복을 물세탁해서 빨아줬다고 한다. 이런 모습을 볼 때 상대방을 아끼고 배려하는 마음에 있어서는 지능이 높거나 낮거나, 비장애인이나 장애인이거나 차이가 없어 보인다.
이제 정식 부부가 된 두 지적장애인 커플은, 앞으로 크고 작은 실수들과 시행착오를 반복하겠지만, 그래도 함께이기에 서로의 부족함을 보듬어가며 든든하고 행복한 날들을 보내게 되지 않을까.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권민정님의 댓글
권민정 작성일
장애인도 결혼 할수 있나요 정상 사람이랑 결혼할수있나요
< 부탁 드림니다 , > 행복한 삶을 위해 행복한 하루가 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