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봐야 할 가족이 장애인 부부 재산 갈취? > 기획 연재


기획 연재

돌봐야 할 가족이 장애인 부부 재산 갈취?

장애인 부부의 재산 둘러싼 가족 갈등의 내막

본문

강원도 인제군에 사는 한 장애인 부부가 그동안 상당량의 재산을 누군가에게 갈취당해 왔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제보자에 의하면 부부는 재산뿐만 아니라 장애연금과 기초생활수급비까지 빼앗겨왔다고 한다. 게다가 장애인 부부의 재산을 챙겨온 이가 남편의 형수라는 제보자의 말은 문제의 심각성을 더했다.

상황을 종합해 보면 장애를 가진 부부의 어려운 삶을 돌봐야 할 가족이 그들의 적은 재산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본지는 현장을 찾아가 그 가족에 얽혀 있는 문제를 들여다봤다.

 

“형수가 재산 갈취했다”

지난달 강원도 인제군에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로 걸려온 한 통의 전화는 상황이 매우 심각함을 말하고 있었다.

제보자의 말에 의하면 정신장애인인 ㅇ씨와 지적장애인 ㄴ씨 부부는 현재 중학생인 아들과 함께 소박한 가정을 꾸리며 살아가고 있었다. 이들 가정은 장애연금과 기초생활수급비 월 80~90만 원으로 생활을 유지하고 있었고, 남편인 ㅇ씨의 첫째 형이 ㅇ씨에게 생계유지를 위해 무상 임대한 농지 450~500평가량에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었다. 제보자는 ㅇ씨의 둘째 형으로 같은 마을에 살며 부부의 가정을 가끔 살펴봐 주고 있었다.

ㅇ씨는 정신장애 2급으로 평소 약물치료를 받을 때는 괜찮으나 약을 먹지 않으면 횡설수설하며 환청이 들리는 증상을 보이고 있었다. 특히 누군가 도끼를 들고 자신을 해치려 한다고 하는 등 환시증상까지 있는 것으로 진단됐다. 증세가 심하면 정신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고 지금껏 3회가량 입원치료 경력이 있었다. 현재는 집에서 생활하고 있으나 기억력과 의지가 낮은데다 수면장애가 있어 수면제를 복용 중이다.

아내인 ㄴ씨는 지적장애 2급으로 언어장애도 있으며 글을 읽거나 쓰지는 못하지만, 의사소통은 가능한 상태였다.

ㅇ씨는 2010년 여름 정신병원에 입원했으나 같은 해 겨울 퇴원했고, ㅇ씨가 입원해 있는 동안 ㄴ씨와 아들은 ㅇ씨의 첫째 형 집에 머물렀다. ㅇ씨의 퇴원 이후 그들이 살던 집에 들어가 현재까지 가족이 함께 살고 있다는 게 제보자의 말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 부부와 ㅇ씨 첫째 형의 아내, 즉 ㅇ씨의 첫째 형수 사이에 있었다.

다음은 제보자인 ㅇ씨의 둘째 형이 진술한 상세 내용이다.

“ㅇ씨의 첫째 형수는 ㅇ씨가 그동안 모아온 수급비 통장(약 월 80~90만 원)을 ㅇ씨가 돈 관리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대신 관리하겠다고 가져갔다. 형수는 통장을 돌려주기는 했으나 ㅇ씨가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ㄴ씨와 아들을 돌봐 준 대가라며 1천만 원을 요구했다. 이에 판단력이 부족한 ㅇ씨는 형수와 함께 은행으로 가 그 자리에서 해당 통장에서 현금 1천만 원을 찾아 형수에게 건넸다. ㅇ씨의 퇴원 이후에는 살 집을 수리해 줬다는 명목으로 또 1천만 원을 요구했고 이도 ㅇ씨로부터 현금으로 건네받았다. 총 2천만 원의 현금이 부부로부터 형수에게 전달됐다. 이와 함께 ㅇ씨가 정신병원에 입원하기 전 ㅇ씨의 첫째 형은 ㅇ씨가 기르던 소 7~8마리를 병원에 입원하면 기를 수 없다는 이유로 모두 팔았고, 이 돈도 형수가 모두 갈취해 돌려주지 않았다. 또 형수의 딸이자 ㅇ씨의 조카는 이들 부부의 아들 대학 등록금을 마련해주겠다는 이유로 ㄴ씨의 장애연금 통장을 가져가 부부가 원하지 않았던 보험을 들었으며, 통장도 조카가 관리하고 있다. 특히 ㅇ씨의 첫째 형은 정신장애인인 동생이 안쓰러운 마음에 1천 평의 토지를 증여하고 등기는 이전하지 않았는데, 첫째 형이 보험료를 체납하는 바람에 건강보험 관리공단으로 경매에 넘어가 잃게 됐다. 이에 ㅇ씨의 둘째 형이 해당 토지를 ㅇ씨의 첫째 형에게 팔았는데, 첫째 형이 2011년 5월 숨을 거두기 전에 토지가 경매에 넘어간 것도 미안하고, ㅇ씨가 불쌍하니 그 땅을 자신에게 이전하지 말고 ㅇ씨에게 이전하라는 유언을 전했다. 그러나 등기이전은 하지 않아 등기권리증은 첫째 형에게 있었다. 그런데 첫째 형의 아들이 크게 다치는 바람에 형수는 병원비와 치료비가 필요하게 됐고, 형수와 그의 아들은 첫째 형의 유언이 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무효라며 자신에게 토지를 넘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ㅇ씨가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는 기간인 2010년 여름과 겨울 사이 ㄴ씨와 아들은 첫째 형 집에 머물렀는데 아무런 보수도 지급하지 않은 채 농사일 등 힘든 일을 시켰고 도리어 자신이 돌봐줬다는 이유로 앞서 언급한 것처럼 1천만 원을 갈취했다.”

이 같은 제보자의 진술을 정리해보면 ㅇ씨의 첫째 형은 장애를 가진 ㅇ씨 부부를 지속해서 돌봐줬으나 첫째 형이 숨을 거두고 그의 아들이 교통사고로 많은 돈이 들어가게 되자 첫째 형수는 부부의 재산을 여러 가지 이유로 가져간 뒤 돌려달라고 요구해도 돌려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 강원도 인제군에 있는 ㅇ씨 가족의 집

“전혀 모르는 일”

이 같은 진술을 확인하기 위해 본지 취재팀과 인권센터, 인제군청 공무원, 강원도지체장애인협회 인제군지회 관계자 등은 강원도 인제군에 있는 ㅇ씨 부부의 집을 찾았다.

제보자인 ㅇ씨의 둘째 형은 인권센터로 제보했던 내용인 수급비 횡령, 소 매각대금 미지급, 토지 소유권 관련 문제, 노동력 착취 등에 관한 내용을 재차 설명했다. 추가 진술 내용으로는 교육과학기술부의 기초생활수급자를 대상으로 한 컴퓨터 지원 사업에서 부부의 아들이 컴퓨터 한 대를 지원받았는데, 이 컴퓨터를 받자마자 첫째 형수의 딸이 가져갔고,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냉장고도 가져갔으며, 과거 수해 당시 수재의연금으로 받은 돈까지 갈취해갔다는 것 등이다.

면담 결과 ㅇ씨는 정신장애 탓에 말이 어눌하고 판단력과 기억력이 상당히 저하된 모습을 보였다. ㄴ씨는 간단한 대화만이 가능했으며 아들은 장애가 없었지만, 가정환경 탓인지 상당히 주눅이 든 모습이었다.

상황 파악과 진술 확인을 위한 제보자와 ㅇ씨 부부와의 면담이 끝난 뒤 첫째 형수의 견해를 듣고자 형수의 집을 찾아 형수와 그의 아들을 직접 만났다. 그러나 상황은 예상보다 훨씬 나빴다. 형수와 그의 아들은 제보자와 ㅇ씨 부부의 진술에 대해 “나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완강히 부인했으며, 언성을 높이고 무력을 행사하려 하는 등 크게 반발했다. 또 “원래 우리 것인데 너희에게 줄 이유가 없다. 어려운 사람 돌봐줬더니 도리어 돈을 달라고 하느냐. 모든 건 법대로 해라”는 식으로 대응해 자세한 답변은 듣기 어려웠다.

 

   
▲ 본지 취재진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 인제군청 공무원 등은 강원도 인제군에 있는 ㅇ씨 가정을 직접 방문해 현장 확인과 상담을 진행했다.

“곧 진실은 밝혀질 것”

제보자의 진술만을 토대로 했을 때는 수많은 문제가 있어 보이지만, 사실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정확한 근거는 부족한 상황이다.

제보 내용, ㅇ씨 가정이 처한 상황, 첫째 형수와 아들의 태도 등 여러 가지 정황을 간추려 봤을 때 진술 내용 중 몇 가지는 의심이 가지만 이도 증명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이에 해당 지자체인 인제군청과 인제읍사무소 담당공무원이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어 곧 사실관계는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또 인권센터는 제보자의 진술과 같은 내용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형사고발, 소송 등 정당한 절차를 거쳐 ㅇ씨의 재산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조처할 계획이다.

연제군 담당공무원은 “현재 의심 사례를 정확히 조사해 진실을 밝혀낼 것”을 약속했으며 “인권센터와 협력해 앞으로도 지속해서 ㅇ씨 가정에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사회의 무관심이 문제 키워

이번 인제군 장애인 부부에 얽힌 문제들을 취재하면서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아직도 장애인에 대한 이웃과 가족의 관심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제보자인 둘째 형이 진술한 문제들도 이미 2년 전에 불거진 오래된 문제들이었으며, 취재 중 만난 이장과 이웃주민조차 이들이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크게 관심이 없었고 ㅇ씨 가정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했다. 그리고 관련 지자체 담당공무원들은 이제야 이들 부부가 처해 있는 상황을 인지하고 조사하기 시작했다. 특히 불거진 문제 중 소와 땅 문제는 집안 문제, 법적인 문제가 얽혀있다 해도 장애연금과 기초생활수급비 관리가 소홀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번 ㅇ씨 부부의 재산을 둘러싼 문제도 장애인에 대한 가족의 무시와 이웃과 사회의 무관심이 빚어낸 결과라고 지적할 수 있는 이유다. ㅇ씨 부부의 문제는 추가 조사를 거쳐 장기간 해결해 나가야 하겠지만, 이에 앞서 이웃과 사회의 관심이 먼저 있었다면 이번과 같은 문제는 좀 더 일찍 해결될 수 있었거나 크게 확대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작성자이승현 기자  walktour21@naver.com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함께걸음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함께걸음 페이스북 바로가기

제호 : 디지털 함께걸음
주소 : 우)07236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22, 이룸센터 3층 303호
대표전화 : (02) 2675-5364  /  Fax : (02) 2675-8675
등록번호 : 서울아00388  /  등록(발행)일 : 2007년 6월 26일
발행 :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  발행인 : 김성재 
편집인 : 이미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치훈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함께걸음'이 생산한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by
Copyright © 2021 함께걸음. All rights reserved. Supported by 푸른아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