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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주거약자지원법 제정,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장애인·고령자 등 주거약자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의 의미 및 향후 과제

본문

   
 
주거는 인간 삶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다. 이에 우리나라 「헌법」 제35조 제3항에서도 ‘국가는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장애인 주거문제는 차별과 빈곤의 복합적인 구조 속에서 별다른 대책 없이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전체 장애인 가구의 50% 이상이 월 소득 150만 원(2008년 도시근로자 월 평균소득 311만 5천 원) 미만에 해당하는 등 장애인의 상당수가 경제력이 취약하여 주택을 구매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설사 구매력을 갖춘다 하더라도 장애인 접근성이 보장되는 주택을 구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장애인의 주거실태를 보면, 전체 장애인의 19.0%가 주택구조가 불편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11.9%는 집의 구조를 장애와 관련하여 생활하기 편리하도록 고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3.0%가 비주거용 건물이나 비닐하우스·움막·판잣집·임시막사 등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34.7%가 무주택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애인이 접근 가능한 주택을 확보하고 공급하는 것은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사회적인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국가는 장애인의 주거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주택을 무상으로 임대하거나 임차보증금을 무상 및 저리로 지원하는 등 적극적으로 주택을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주택개조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는 등 장애인 가구 등의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장애인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국가적인 관심과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특히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장애인들의 ‘탈시설-자립생활’을 위해서는 주거지원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지금도 많은 장애인은 시설에서 나오고 싶어도 살 공간이 없어 나오지 못하고 있으며, 자립생활을 하는 장애인들도 주거 문제 탓에 다시 시설로 돌아가야 할 처지에 놓여있다.

‘자립생활 확대’가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임에도 사회와 가정 속에서 분리와 배제 속에 살아가는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적 대안이 제시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장애인 주거권 확보는 장애인 복지의 부차적 과제가 아니라 중심과제로 새롭게 조명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지난 12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장애인·고령자 등 주거약자 지원에 관한 법률’은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비록 이번 법안이 애초 곽정숙 의원 대표발의 법률안과 비교하여 구체적 지원 내용이 축소되는 등 한계를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주거약자’의 주거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했다고 볼 수 있다.

‘장애인·고령자 등 주거약자 지원에 관한 법률’은 곽정숙 의원의 ‘장애인주거지원법’과 신영수 의원의 ‘장애인 주거지원법’, 김소남·이병석 의원의 ‘고령자 주거안정법’, 백재현 의원의 ‘주택법’과 ‘임대주택법’이 병합 심의되어 하나의 대안으로 만들어진 법이다.

‘장애인·고령자 등 주거약자 지원에 관한 법률’은 장애인·고령자 등 주거약자의 안전하고 편리한 주거생활을 지원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주거약자의 주거안정과 주거수준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 법에 의한 지원 대상은 ‘장애인, 65세 이상 노인, 대통령령으로 정한 자’이다.

‘장애인·고령자 등 주거약자 지원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국토해양부 장관 및 시·도 지사는 주거약자에 대한 지원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국토해양부 장관 및 시·도지사는 주거실태조사를 시행할 수 있으며 국토해양부 장관은 최저주거기준과 편의시설 설치기준을 설정하고, 주거약자를 위한 주택공급에는 이를 반영하도록 하였다.

또 국가·지자체·한국토지주택공사·지방공사가 건설하는 임대주택의 경우, 3% 이상을 주거약자용으로 의무건설 하도록 하였으며 이때 주거약자용 임대주택 공급을 하는 임대사업자에게 조세감면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였다.

주거약자 등이 주택개조를 할 때 국민주택기금을 융자 지원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고, 시·군·구에는 주거지원센터를 설치하여 주거복지와 관련한 행정체계를 일원화하도록 하였다.

 

장애인·고령자 등 주거약자 지원에 관한 법률주요 내용

 . 주거약자의 주거안정 및 주거수준 향상을 위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의무를 규정함(안 제3).

. 국토해양부장관 및 시·도지사는 각각 주거약자에 대한 주거지원계획을 수립하여야 함(안 제5조 및 제6).

. 국토해양부장관과 시·도지사는 주거약자에 대한 주거실태조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함(안 제7).

. 국토해양부장관은 주거약자의 주거안정과 안전한 주거생활을 위하여 최저주거기준과 편의시설 설치기준을 설정하도록 함(안 제8조 및 제9).

. 국가·지방자치단체·한국토지주택공사 및 지방공사가 건설하는 임대주택의 일정비율 이상을 주거약자용 임대주택으로 의무 건설하도록 함(안 제10).

.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주거약자용 임대주택 공급의 촉진을 위하여 임대사업자에게 조세감면 및 국민주택기금 지원 등을 할 수 있도록 함(안 제12).

. 임대사업자가 주거약자용 임대주택을 임대하는 경우 임대조건 및 임대현황을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신고하도록 함(안 제14).

. 주거약자 등이 주택을 주거약자용 주택으로 개조할 경우 국민주택기금을 융자 지원할 수 있도록 함(안 제15).

. 시장·군수·구청장은 주거약자 주거지원센터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함(안 제17).

 

 

 

‘장애인·고령자 등 주거약자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의 의미는 첫째, 장애인 등 주거약자의 주거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는 점이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법적 근거 마련은 앞으로 향후 정책 마련, 지원 활성화의 전제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주거약자’를 정의하였다. 본 제정법에서는 주거약자를 ‘65세 이상인 자, 「장애인복지법」 제2조 제2항에 해당하는 장애인,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로 정의하고 있다. 물론 장애인과 고령자의 특성이 달라 하나의 법으로 양쪽 모두를 지원 대상을 규정한 점은 한계라 지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주거 약자’를 법적으로 정의했다는 것은 ‘소유 중심의 주택’에서 ‘인간의 기본적 권리로서의 주거’라는 측면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했다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에 ‘약자의 사회권 확립’을 위한 ‘주거의 공공성 확보’를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셋째, 주거지원 계획 수립을 의무화하고, 주거실태조사 시행 근거 조항을 마련한 것은 앞으로 정책을 수립하는데 주요한 근거가 될 것이다.

넷째, ‘주거약자용 주택에 대한 최저주거기준’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한 점도 성과라 할 수 있다. 「주택법」 제5조의 2에 따라 국토해양부 장관은 최저주거기준을 설정하도록 되어 있었다. 이에 더 나아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주거약자용 주택에 대하여 강화된 기준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와 같은 의미를 담고 있는 ‘장애인·고령자 등 주거약자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은 성과적이라 할 수 있으나 법이 지닌 한계도 바로 보아야 한다. 애초 각각 별도의 법안으로 발의된 장애인과 고령자 주거지원법이 원안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 할 수 있다. 장애유형, 연령 등 장애인과 노인은 생활상(像)이 서로 다름에도, 동일한 주거약자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으로 말미암아 장애인의 특성이 충분히 반영된 주거지원이 이루어질 것인지에 대해 우려가 있다.

또한, 곽정숙 의원 대표발의 법안에서는 장애인주거 실태조사를 통계법에 따른 인구주택총조사에 포함하여 진행하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대안에는 국토해양부 장관이 진행하는 것으로 조사의 규모가 축소되었다. 조사에 대한 세부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이관하고 있어 실태조사가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지도 역시 우려가 된다.

주택공급 범위도 축소되었다. 곽정숙 의원 대표발의 법안에서는 장애인만을 대상으로 의무공급 비율을 5%로 규정하고 있으나 대안에서는 법안의 대상을 장애인뿐 아니라 노인, 대통령령으로 정한 자로 확대하고 의무공급비율은 3%로 하였다.

모든 법이 그러하지만 ‘장애인·고령자 등 주거약자 지원에 관한 법률’은 특히 앞으로 시행 과정을 자세히 살펴야 한다. 장애인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는지, 그 실효성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장애인들이 주거권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때에 사회가 변한다. 장애인 이동권, 교육권 확보,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의 역사에서도 이는 분명히 드러난 바 있다.

법 제정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안의 주요 내용 비교표

주요 내용

곽정숙 의원안

대안

대상

장애인, 장애인 가구

장애인, 65세 이상 노인, 대통령령으로 정한 자

타법관계

장애인주거 관련 최우선

법 명시 이외 사항은

주택법 등에 적용

장애인 주거실태

조사

장애인 중심 실태조사

통계법에 따른 인구총조사와 함께 실시

수시조사도 가능

장애인, 노인 등 실태조사

국토해양부 주관의 실태조사

조사규모 축소됨

구체사항 대통령령 이관

주택공급

건설, 매입한 임대주택의 5%를 장애인 가구에 공급 의무화

건설임대주택의 3% 이상 주거 약자용 건설 의무화

매입임대 빠짐

긴급주거지원

시설퇴소, 주택개조, 주택경매 등 부득이 사정의 장애인에게 긴급 주거지원

없음

주택개조

국가 및 지자체의 비용으로 전액, 일부 지원

개조비용 융자

정책실효성 문제 우려

주거전담부서

장애인주거전담부서 설치

없음

임차보증금 지원

무상임대, 저리지원

없음

 

작성자곽정숙 제18대 국회의원(통합진보당)  jwithm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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