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이제 기사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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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기고해온 지 벌써 1년이 훌쩍 지나버렸네요. 아직 우리나라에서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시청각장애’가 어떤 장애인지, ‘시청각장애인’은 어떻게 의사소통하고 통역을 받는지 등에 대한 내용으로 작년 3월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제가 시청각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양한 에피소드와 함께 글에 담았지요.
이제 저는 기자입니다
그러던 제가 지난 4월 1일부로 <함께걸음> 취재 기자로 채용됐어요. 서류를 준비해서 지원하고 면접을 보면서 혹시 떨어지지는 않을까 얼마나 걱정하고 긴장했는지 모릅니다. 최종 합격이 됐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어요. 지구상 아니, 이 우주에 존재하는 어떤 단어로도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은 기쁨이었어요.
가족만큼이나 이 기쁜 소식을 알리고 싶은 분이 있었어요. 바로 저의 고등학교 3학년 담임이셨던 스승님이에요. 스승님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결 같은 마음으로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아 주셨어요. 어쩌면 저만큼이나 제가 4대 보험 가입이 되는 직장인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셨는지도 몰라요. 스승님이 “그동안 정말 수고 많았다. 애 많이 썼다”라고 보내주신 메시지에, 그동안 제가 걸어오고 또 달려온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라 눈물이 핑 돌았어요.
지금까지 제가 넣은 지원서는 수도 없이 많았어요. 하지만 서류 전형을 통과한 적은 이번 건을 포함해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적었어요. 물론 저의 경력이나 역량이 부족했을 수도 있지만, 시청각장애가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 된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죠. 시청각장애가 있다고 하면 전혀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고, 그러면 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거라는 부정적인 생각부터 하게 되니까요.
그렇지만 저는 참 행복한 사람이에요. 스승님을 비롯해 제가 힘들 때마다 아낌없이 응원하고 힘이 돼준 고마운 분들이 주위에 있었으니까요. 혼자일 때조차도 제 곁에는 첼로가 있었죠. 그래서 저는 결코 포기할 수 없었어요. 계속 문을 두드리고 다시 일어나서 시도하고 도전하고 부딪친 끝에 드디어 해냈네요.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소수장애인’ 칼럼은 이번 호를 끝으로 마무리하려고 해요. 이젠 기자로서 기사를 써야겠죠? 마무리한다고 생각하며 그동안 제 글이 실렸던 <함께걸음>을 모두 꺼내보았어요.
시청각장애의 개념과 의사소통 방법에 대해 먼저 썼네요. 그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방법,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는 이야기, 좋아하는 축구를 하는 이야기,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차별 없이 대하는 스승님 이야기, 첼로에 대한 에피소드, 일본에서 열렸던 아시아 시청각장애인 컨퍼런스 이야기, ‘카페풍경’ 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로 글을 썼어요.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손질하고, 가고 싶은 식당에 가는 것은 누구에게는 아주 사소하고 일상적일 수 있지요. 하지만 시각과 청각에 동시에 장애를 가진 경우라면 그런 소소한 것 하나에도 많은 에너지가 필요해요.
대한민국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에는 총 15가지의 장애 유형이 규정돼 있어요. 그 안에 ‘시청각장애’는 따로 없지요. 그래서 여전히 시청각장애가 어떤 장애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해요. 시청각장애라고 하면 헬렌 켈러처럼 전혀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경우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아요. 그동안 제 글을 읽어주신 독자라면 아실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시청각장애인이기 때문에 시청각장애를 주제로 글을 써왔지만, 이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있어요. 시청각장애보다 더 생소한 장애 유형도 있고요. 어떤 장애 유형을 가졌건 모두 대한민국 국민이고 이 사회의 구성원임에는 변함없는 사실이겠죠?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관심받을 수 있도록 기자로서 열심히 활동할 거예요. 그래서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 없이 모두가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데에 한 역할을 담당하고 싶어요. 그동안 저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는 기자로 만나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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