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장애를 미안해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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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석미 씨의 딸 박찬미 씨. 사진 제공: 하석미 |
문성호(가명) 씨는 뇌병변장애인이다. 언어장애인 여성과 결혼했다. 아이는 고등학생이다.
하석미 씨는 연골무형성증이 있는 지체장애인이다. 청각장애인 남성과 결혼했다. 아이는 올해 대학에 입학했다.
두 사람을 제가끔 만나 묻고 답변을 한데 모았다.
아이를 갖기로 하며 가장 걱정했던 건
문성호 아이에게 장애가 있을지 없을지에 가장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처음 임신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많이 불안했다. 대다수 장애 부모가 그럴 것이다. 우리 부부의 장애가 유전성이 아님에도 장애가 있을까 봐 염려됐다. 많은 검사를 받아 장애 여부를 확인했다.
하석미 체구가 작다 보니 아이를 뱃속에 담고 있을 수 있을까 걱정됐다. 산전 검사를 하며 임신이 잘 될 수 있는 주기도 찾고, 자궁 상태 등 신체적인 부분을 확인했다.
장애가 있었으면 낳지 않았을까
문성호 그랬을 수도 있지 않을까…. 잘 모르겠다. 장애인 부모는 기존에 장애인으로 살아 와서 장애를 갖고 사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안다. 당시에는 어리기도 했고 둘이 살기도 쉽지 않은데 잘 키울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다.
하석미 내 장애는 유전성이다. 100% 유전되는 건 아니었고, 의사가 괜찮을 거 같다고 했지만 아이에게 장애가 있어도 낳을 생각이었다. 주변에선 만약 장애가 있으면 어떻게 키우려 하냐고 말하기도 했다. 주변 이야기를 참고할 순 있지만 전적으로 따라서 결정할 수는 없다.
언제 아이에게 장애가 있다는 걸 알게 됐나
하석미 아이가 걷는 걸 힘들어했다. 혹시나 하면서도 손을 잡아주면 잘 걸어서 겁이 많아 그런가도 싶었다. 나와 같지 않으면 좋겠다고 기도했다. 18개월쯤인가 병원에 갔더니 “엄마와 같다”고 했다. 의심은 했지만 막상 들으니 ‘아이도 나처럼 힘들 텐데’라는 생각에 엄마로서 상실감이 있었다. 아이가 건강하길 바라는 건 모든 부모가 같은 마음일 거다.
주변에서는 뭐라고 했는지
하석미 “너도 그렇게 힘들 게 살았는데 왜 굳이 애를 낳았어?” “너 같은 애를 왜 낳았어?” 비장애인은 모르니까 그럴 수 있다고 쳐도, 장애인 당사자가 그렇게 말하면 가슴에 꽂힌다. 사람은 누구나 상처받고 산다. 그걸 염려해 아이를 낳으면 안 된다고 결론지으면 사람은 없어져야 하는 게 맞지 않나?
문성호 내게 왜 아이를 낳았냐고 물은 사람은 없었다. 그랬다면 가만있지 못했을 거 같다. 다만 부모가 장애인이라고 아이를 불쌍하게 볼 때도 많고, 괜히 더 대견하게 생각하는 건 있다. 우리도 비장애인 부모와 다르지 않은데.
아이는 언제 부모의 장애를 처음 인식했나
문성호 자기와 다르다고 느낀 순간이 있긴 하겠지만 자연스럽게 지나간 거 같다. 아이에게 우리 장애는 너무 당연했을 것이다.
하석미 어린이집을 다니면서다. 다른 엄마들은 키가 크고 업어주기도 하는데 나는 작고 못 걸으니까. 본인도 친구들과 키 차이가 나고 친구들처럼 막 달릴 수 없으니까 “엄마는 왜 못 걸어?” “나는 다른 애들과 달라?” 라고 물어봤던 거 같다.
▲ 하석미 씨(좌)와 딸 박찬미 씨(우). 사진 제공: 박찬미 |
무슨 이야기를 해줬나
하석미 엄마는 다른 엄마들보다 작고 힘이 없어서 업어줄 수 없지만 널 가장 사랑한다고.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데 우리는 작게 태어난 거라고. 사람들은 다 다르니까 너무 속상해하지 말라고 했다. 이후 일상생활 속에서 장애에 관해 자주 이야기하니 장애가 자연스럽게 아이에게 스민 것 같다.
문성호 엄마 아빠가 장애인인 걸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자주 이야기해 줬다. 일부러 집을 더 열어 놓고 아이 친구들을 자주 불렀다. 아이와 계속해서 많이 대화했는데 다행히 우리 장애를 불편해하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혹시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나
문성호 마음속에는 장애 부모라서 못 해주는 것에 대해 안타까운 측면이 있었다. 드러내 놓는 건 애한테 좋지 않은 거 같아서 표현하진 않았다.
하석미 못 해준 거에 대해선 미안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장애 자체를 왜 미안해해야 하나.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학교 갈 일이 많다던데
문성호 나와 아내 모두 더 당당하게 가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조심스럽긴 했다. 혹시라도 부모가 장애인이라고 밉보일까 봐. 그래도 우리를 노출하는 데 거리끼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하석미 교실 뒷문에 가니까 한 아이가 흘깃 봤다. ‘어, 찬미 엄만가?’ 하는 느낌이었다. 움찔해서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는데 우리 애가 날 보고 막 웃었다. 수업을 보고 집에 왔는데 아이들이 상처 주지 않았을까 염려됐다. 아이가 돌아오고 친구들이 엄마에 관해 물어봤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다. “성장판에 호르몬이 안 나와서 그래. 키 작은 게 뭐 어때”라고 대답했단다. 아이는 우리가 학교에 오는 걸 너무 좋아했다. 오히려 안 가려고 하면 서운해해서 가는 걸 당연시하면서 다녔다.
학교에 못 가는 부모도 많다고 들었다
문성호 자신이 장애를 수용한 것과는 다르다. 본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부모 입장이니까. 친구 관계가 안 좋아지거나 학교생활이 힘들어지지 않을까 등 걱정을 안 하기 힘들다.
하석미 어린이집 입학부터 대학 졸업까지 한 번도 못 가본 부모도 있다. 애가 놀림당하거나 왕따 될까 봐. 걱정은 되겠지만 그런 친구들이라면 차라리 안 만나는 게 낫지 않나. 이해할 수 있는 친구도 많다. 부모가 당당해야 아이도 당당해진다. 부모가 숨는 모습을 보고 성장하면 아이도 부모를 감추고 부끄러워하게 될 거다. 우리는 당당해져야 한다.
부모의 자격, 부모 될 권리 ① 낳지 말라고요? 그건 저희 권리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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