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피해자 장애인 무고혐의로 기소한 어이없는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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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A양 장애인 아니라고 판단한 게 문제
지난 12월 14일 한국여성장애인연합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장애인 성폭력 가해자 감싸는 어이없는 검찰’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서 내용은 한 지적장애인 여성이 성폭행을 당한 사건에 대해 검찰이 가해자를 처벌하기는커녕 오히려 피해자를 무고 혐의로 기소하고, 그것도 모자라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자 다시 항소해서 현재 무고 혐의 재판이 진행 중인 것을 비난하는 내용이다.
장애인 단체들은 성명서에서 ‘검찰은 성폭행피해자인 장애를 가진, 그것도 미성년자인 장애인의 아픔을 살피기는커녕, 피해자를 오히려 가해자로 고소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에 대한 검찰 조사과정이 전혀 공정하게 진행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피해자인 지적장애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을 동석시키지 않았고, 거기다 재판 진행과정에서도 지적장애인 혼자만 출석하게 해서 재판을 받게 한 것이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때문에 ‘검찰은 미성년자인 지적장애인 피해자에 대한 2심 무고죄 항소를 취하하고, 또 당구장 주인인 가해자에 대하여 전면 재수사를 시행하라’는 게 장애인 단체들의 주장이다.
정리하면 한 지적장애인 여성이 성폭행을 당했는데, 가해자가 처벌되지 않았고, 오히려 피해자가 무고 혐의를 받고 법정에 서게 됐다는 얘기다. 그러면 도대체 어떤 사건이기에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걸까.
사건의 내용은 이렇다. 사건이 벌어진 것은 지난 4월이다. 서울 청량리에 사는 올해 19세인 3급 지적장애인 A양은 인터넷에서 청소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는 공고를 보고 동네에 있는 한 당구장을 찾았다.
그런데 출근 첫날 당구장 주인이 A양에게 술을 먹이고, A양이 토하자 씻겨준다는 명분으로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을 했다는 게 사건 내용이다.
이 사건은 A양 아버지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사건 직후 가해자로 지목된 당구장 주인이 바로 경찰에 구속됐다. 그런데 사건이 검찰로 송치되면서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검사의 재조사가 시작됐고, 가해자는 변호사를 선임하고, 피해자인 A양은 동석자도 없이 혼자 조사를 받는 불리한 조건에서, 검사는 가해자로 지목된 당구장 주인을 ‘혐의 없음’으로 풀어줬다.
거기에 그쳤으면 이 사건이 쟁점이 되지 않았을 터이다. 그런데 사건을 조사한 검사는 피해자인 A양을 무고혐의로 기소하고, 1심 재판이 11월 24일 열렸는데, 이때 무고혐의에 대한 무죄 판결이 나오자, 12월 1일 검사가 다시 항소장을 제출하면서 현재 이 사건은 서울 중앙법원에 배당돼서 재판을 앞두고 있다는 게 사건의 개략적인 내용이다.
객관적으로 보면 성폭행을 당한 미성년자인 장애인 여성을 검사가 그것도 두 번이나 무고 혐의로 기소했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검사의 기소 배경에 어떤 피치 못할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일단 사건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이 사건을 조사한 검사는 A양을 장애인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A양이 장애인이 아니라는 검사의 인식에는 가해자로 지목된 당구장 주인의 “A양을 강제로 모텔로 데려가지 않았고, A양과 합의하고 성관계를 맺었다”는 진술과 또 “A양이 지적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경찰에서 조사받을 때까지 전혀 몰랐다”는 일관된 진술이 근거로 뒷받침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실제로 A양의 무고혐의에 대한 변론요지를 보면, 검사의 무고혐의에 대한 공소사실의 요지는, ‘A양이 술에 만취하지 않은 채 가해자와 합의하고 관계를 맺었음에도 허위로 피고소인이 자신을 성폭행했다는 취지로 고소해서 가해자로 지목된 당구장 주인을 무고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러니까 검사는 ‘장애인이 아닌 A양이 가해자를 좋아해서 관계를 맺어 놓고 나중에 고소한 게 괘씸하다’는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살펴봐도 검사의 성폭행이 아닌 화간이라는 주장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갖고 있다. 우선 문제점은 피해자인 A양이 명백하게, 누구나 10분만 대화해 봐도 알 수 있는 지적장애인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기자도 A양을 만났을 때 첫 만남인데도 그녀가 지적장애인이라는 사실을 한눈에 인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A양이 지적장애인이라는 움직일 수 없는 근거는 수사과정에서 증거로 채택된 한양대 구리병원에서 올해 9월 27일 평가한 A양에 대한 심리학적 평가보고서다. 보고서를 보면 A양은 전체지능지수 44의 중등도 지적 장애 수준으로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사회적 능력은 10세 수준, 기초적인 의사소통능력은 5살 수준 정도의 중증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래서 ‘A양이 장애인이 아니다’라는 지적은 이 사건에서 더는 설득력이 있을 수 없다고 강변할 수 있다. 그러면 A양이 지적장애인이 분명한데 왜 검찰 조사에서 지적장애인 대접을 받지 못했던 걸까.
가장 큰 문제점은 이번 사건처럼 검찰 등 수사기관에서 지적장애인, 특히 3급 같은 경계급 지적장애인들이 범죄에 연루된 사건을 조사할 때, 수사기관 관계자들이 지적장애인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조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거기다 A양은 장애인인데도 변호사나 장애인 단체 관계자 같은 동석자 없이 혼자 조사를 받았다.
참고로 지적장애인 3급의 특성에 대해, 장애인 교육 현장에서 20년 이상 지적장애인을 가르친 김아무개 특수교육 교사는 “지적장애인 3급은 남의 말을 자기 말로 받아들여서 마치 자기가 그 행동을 한 것처럼 꾸며서 말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었다.
이 교사가 말한 바로는, 일례로 “수년 전 수사기관 관계자가 자신을 찾아왔는데, 한 3급 지적장애인 남성이 경찰서에 찾아와서 자신이 살인을 3건이나 저질렀다고 자백했고, 그 자백이 구체적이고 신빙성이 있어서 어떻게 된 일인지 자문하려고 찾아왔다”는 것이다.
물론 나중에 허위자백으로 드러났는데, A양 사건도 “조사자들이 지적장애인 그것도 경계급 지적장애인들의 특성을 모르면 사건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그 교사 조언이었다.
어쨌든 이런 지적장애의 특성 때문에 수사기관에서 장애인들을 조사할 때는 반드시 장애인 단체 관계자 등을 동석시키도록 법무부가 제도로 권하고 있다. 이런 지침을 무시하고 검사가 A양을 조사하면서 장애인 단체 관계자들을 동석시키지 않은 건 결과적으로 뒷말을 낳을 수밖에 없었던 큰 실수라고 볼 수 있다.
▲ 성폭력 피해자인 미성년자 지적장애인 A양과 아버지 |
변호사, 가해자 거짓말하고 있다고 주장
일반적으로 하나의 사건에는 두 가지 태도가 존재한다. 유죄라는 태도와 억울하다는 태도가 상충 되는 게 사건의 일반적인 양상이다. 이 사건도 마찬가지다. 가해자가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시각과 성폭행이 아닌데 성폭행범으로 몰아 억울하다는 가해자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무엇이 진실인지 이해에 다가서기 위해 사건의 정황을 따라가 보자. 지금부터 인용하는 사건의 정황은 이 사건에 대해 송아무개 국선변호사가 작성한 변론 1심 무고 변론 요지서다. 변론 요지서에는 사건의 정황이 구체적으로 또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편의상 변론요지서를 인용하면서 피고인이라는 단어를 A양으로,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 이름 대신 가해자로 지칭하고, 일부 내용을 삭제했음을 밝혀둔다.
먼저 변론 요지서는 ‘A양이 경찰 진술에서 4월 18일 저녁 무렵 손님이 없을 때 저녁을 먹으면서 사장과 맥주를 마셨고, (소주 마셨는데 아빠에게 혼날까 봐 맥주 마셨다고 했다고) 잘 기억은 나지 않으나 그때 토해서 오물이 묻었(다고 사장님이 얘기)고 이를 씻기 위해 모텔로 가 사장님이 씻겨준 뒤 나와서 성관계를 하였고, 성관계 전 합의 여부에 대해서는 진술하지 않은 채 좋아서 잔 것이냐는 질문에 예라고 답한 바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가해자로 지목된 당구장 주인의 진술도 ‘4월 18일 저녁 9시 30분에서 새벽 1시 사에 소주 두 홉 들이 2병 반 정도를 마셨고, 소주를 마시고 피고인이 토한 뒤 몸을 잘 가누지 못하는 것 같아 모텔에 데리고 가 머리를 감겨주었고, 성관계하였다는 내용으로 큰 틀에서는 같은 내용이다’라는 게 변론요지서 내용이다.
이어 변론요지서는, 다만 가해자인 당구장 주인은 ‘A양이 지적장애가 있다는 사실은 조사받을 때까지 전혀 몰랐고, 목요일 금요일에도 피고인이 술을 좋아한다고 하여 저녁을 먹으면서 술을 마셨으며, 한 모텔에 갔다가 A양이 미성년자라서 그냥 나왔는데, A양이 자주 가는 모텔이 있다고 하여 자신을 끌고 갔고, 그 모텔에서는 자신이 먼저 씻고 난 뒤 A양이 나중에 씻고 나와 먼저 키스를 하면서 있어달라고 하였으며, 서로 원해서 성관계를 한 것이며, 피고인이 피임약도 먹었다고 하였다’며 성폭행이 아닌 합의에 따른 성관계임을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검찰 조사와 검사는 이런 가해자의 합의에 따른 관계라는 진술을 진실이라고 판단해서 가해자를 ‘혐의 없음’으로 풀어준 건데, 거기에 이르는 과정인 검찰 조사가 문제가 있었다는 게 변론 요지서 주장이다.
변론 요지서는 ‘이후 A양에 대한 검찰 작성 피의자 신문조서는 의사소통능력이 매우 부족한 피고인 혼자만이 있는 상태에서 작성되었는데, 피고인의 성경험, 주량 등에 대한 가해자의 진술내용이 상당 부분 A양에 의해 진술되고 있고, 매우 구체화하여 있다’며 ‘그런데 검찰에서의 A양의 진술 내용은 A양의 언어구사력 및 인지능력에 비추어 보아 그 자체로 신빙성에 의문이 있다’고 지적한 후 ‘A양은 인지 및 의사소통능력이 매우 떨어져 수사 및 공판과정 내내 복잡한 질문에는 대부분 “네”라고 대답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A양의 성향에 비추어 볼 때 검찰 수사과정에서 A양의 장애 정도나 인지능력을 전혀 고려치 않은 채 가해자의 진술에 대한 추궁 형식으로 조사가 진행되고, A양은 이에 대해 대부분 “네”라는 대답을 하였는데, 조서 기재자가 그것을 A양의 진술내용으로 바꾸거나 재구성하여 기재하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A양의 검찰 진술 내용은 상당 부분 객관적 사실과도 다르다는 게 변론요지서 주장이다. 우선 가해자는 합의에 따른 성관계임을 강조하고 있으나, ‘가해자가 녹음하여 제출한 녹취록에서 A양은 “그리고 어제 기억도 잘 안 나서……. 그때 기억도 잘 안 나요”라고 말하는 등 당시 상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고, 또한 A양은 경찰에서 조사를 받을 때 “사정을 하였나요”라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못하다가 “액체 같은 것이 흘러나왔느냐?”라는 질문에는 “예”라고 대답하여 사정이라는 단어를 전혀 모르고 있었으며, 임신의 의미는 대략 알고 있으나 피임의 의미나 피임방법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변론요지서는 이어 가해자의 진술에 허점이 있다는 증거로 가해자의 사건 이후 행동을 들고 있다. ‘가해자는 A양의 아버지가 자신을 고소한 다음 날 4월 20일 A양에게 전화를 걸어 “그리고 너랑 연락도 하지 못하게 하고, 막 그래서 사장님 돈 뜯어내거나 이제 그럴 거 같아”라며 “둘이 좋아서 한 거잖아 그치?”라는 질문으로 유도하며 이를 녹음하여 4월 27일 경찰 조사에 제출하고 자신의 당구장으로 A양을 불러내기까지 한다’며 ‘가해자의 위와 같은 행동은 A양이 지적장애가 있음을 4월 27일 조사시점에 처음 알았다는 진술과 들어맞지 않습니다. 통상적으로 정상적인 두 사람이 합의하고 성관계를 한 뒤 다음날 미성년자인 여성의 부친에 의해 고소가 되었다면 전화로 어떻게 된 상황인지, 왜 부친이 오해하는지 묻고 따지는 것이 상식적입니다. 그런데 가해자는 A양에게 “아버지가 사장님 돈 뜯어내고 그럴 거 같아” 라는 말을 하며 자신이 원하는 답변을 하도록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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