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이사제 도입으로 시설의 사유화 저지하는 게 법안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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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 시설 운영 투명성 강화와 생활인들 인권보호 내용 담아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은 지난 2007년 문혜은혜 요양원 등을 운영하는 성람재단 문제가 시끄러웠을 때 국회에서 개정이 논의 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한나라당과 복지법인들의 집요한 반대로 개정이 무산된바 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여당인 한나라당이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에 원칙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사실상 정부 여당 안인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 안이 상정되어 있다. 또 야당 안인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는 상태이다.
적어도 겉모습만으로 봐서는 여당야당이 모두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에 찬성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때 보다 법 개정이 가능해진 상황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사회복지사업법은 쉽게 얘기해서 주 내용이 수용시설이라고도 불리는, 아동노인 장애우 복지시설 운영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비를 전액 지원하고 있는 이들 복지시설이 어떻게 운영돼야 하는지 그 규정을 담은 법이 사회복지사업법이다.
알려진 사실이지만, 최근 이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이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은 광주 인화학교의 장애우 인권유린이 문제가 된 일명 도가니 사태 때문이다. 도가니 사태로 복지시설 운영 전반에 문제점이 많다는 게 드러났고, 그래서 논의가 시작된 게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으로 복지시설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자는 움직임이었다.
현재 많은 장애우들이 불가피한 이유로 수용시설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 움직임은 장애우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사안이기 때문에 장애계가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고 얘기할 수 있겠다.
국회에 발의되어 있는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은 크게 나누면 복지시설 운영에서 투명성을 강화하고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장애우 등의 인권 보호를 강화 하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먼저 국회에 발의되어 있는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은 시설 운영 투명성을 위해 공익이사제 도입을 명시하고 있다. 이게 주 내용인데, 사회복지법인 이사 정수를 현재의 5인 이상에서, 7인 이상으로 확대하고, 모든 법인은 이사의 3분의1 이상을 시도 지사나 사회복지위원회와 지역사회복지협의체에서 추천한 자로 선임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역시 투명성 강화를 위해 시설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의 이사회 회의록 작성 및 회의록의 인터넷 공개를 의무화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그리고 법안은 시설 내 생활인들에 대한 인권 침해 등 현저한 불법 부당 행위 시 반드시 임원을 해임해야 한다고 규정해 놓고 있기도 하다.
이밖에도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은 시설 생활인들의 인권보호 강화를 위해서 성폭력 범죄자는 영구히 법인 임원, 시설장, 종사자로 근무 불가라는 강력한 조항을 명시해 놓았고,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시설에서 반복적 집단적 성폭행 범죄 등 중대한 인권 침해 발생 시 법인 허가를 취소한다는 조항도 들어가 있다.
또 법안은 사회복지시설 내 인권보호 강화를 위해서 사회복지 종사자 훈련과 보수교육에 인권관련 교육을 포함시킨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 지난 11월 15일 오후 서울 보신각 앞에서 열린 '통(通), 전국 힘 모으기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공익이사제 도입을 포함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
공익이사제 도입이 시대 흐름이라는 게 찬성 입장
그런데 현재 사회복지사업법 개정 움직임과 관련해서 찬성과 반대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당연히 반대 주체는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시설장들이다.
관련해서 11월 15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종교계 160개 복지법인이 속해 있는 한국종교계사회복지대표자협의회 주최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에 따른 정책 및 대안 토론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논의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에 반대하는 입장은, 먼저 시설 내 생활인들의 인권침해 문제는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해결책을 모색해야지, 사회복지사업법을 개정하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특히 공익이사제도는 자기 재산을 출연해 복지법인을 만든 설립자의 설립 철학을 구현할 수 없게 만드는 제도이기 때문에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시설에 공익이사제가 도입되면 자율성 침해로 시설 수가 줄어들게 되고, 그 결과로 민간 부문의 복지가 위축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게 법 개정 반대 입장이었다.
이어 발제자는 최근 도가니 사태로 전체 사회복지법인이 범죄자로 매도되고 있다고 격한 반응을 보인 후,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에 찬성하는 것은 정의이고 반대하는 것은 수구세력이라는 논리가 횡행하고 있다면서 이해 못 할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법 개정 핵심 조항인 공익이사제와 관련해서 현재 시설들이 이사의 5분의 4를 친인척이 아닌 외부에서 선임하고 있다면서, 시설들이 사실상 폐쇄적이 아닌 개방형 이사제도를 이미 도입해서 운영하고 있다는 게 발제자의 주장이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실태조사 없이 추진하는 법 개정에 반대하며, 시설들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도 부당하다고 지적한 후, 시설 내 생활인들의 인권침해 문제는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해결책을 모색해야지, 사회복지사업법을 개정하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게 법 개정 반대 측 주장이었다.
법 개정 반대 입장이 공익이사제 대신 내세운 대안은 시설 내 인권문제는 별도 기관을 설립해 해결해야 한다면서, 공익이사제도 대신 장애우 보호 전문기관을 설치하자는 주장이었다.
반대로 법 개정에 찬성하는 입장은 사회복지사업법 개정 움직임에서 다른 것은 몰라도 공익이사제도는 반드시 도입되어야 한다고 배수진을 치고 있다. 그 이유는 한마디로 시설의 사유화를 저지해야 한다는 말로 요약될 수 있다.
법 개정을 찬성하는 도가니 대책위원회는, 이제 더 이상 시설의 인권침해와 보조금 횡령 등의 리가 묵과될 수 없다며, 진수희 의원 안에서 보듯 한나라당마저 찬성하고 있는, 법 개정 핵심인 공익이사제도 도입은 시설의 투명 운영을 위한 최선이 아니라 최소장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설들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공익이사가 해결의 주체로 나서는 게 바람직하고, 이게 시대 흐름이라는 게 공익이사제도 도입 관철을 주장하는 측 입장이다.
시설 운영 현황을 보면, 이사장이 독점적 권한을 가진 채 아들며느리 등 친인척을 시설 산하 장들에 앉히는 등 시설을 사유화 하고 있다면서, 예를 들면 문제가 된 인화원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인 우석법인의 경우 산하 시설장에 둘째아들과 사위 딸 등 친인척을 앉혀 운영했다면서 공익이사제도를 도입해 이런 폐단을 막아야 한다는 게 공대위 측 주장이다.
이어 기존 시설들을 보면 이사들의 경우 이사장과 친분 관계가 있는 사람들로 채워져 있는 채 이사회라는 게 고작 1년에 한 번 모여서 밥 먹고 헤어지는 게 전부라며, 이런 구조로는 시설 운영이 가능하지 않다는 게 공익이사제도 도입을 찬성하는 쪽 주장이었다.
▲ 지난 11월 15일 오전 서울 가톨릭 회관에서 (사)한국종교계사회복지협의회가 주체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에 따른 정책 및 대안 토론회'가 열렸지만 이날 토론회는 토론이 아닌 한종사협의 일방적인 개정 반대 주장을 펼치는 자리에 불과했다. |
올해 내 개정 불투명하지만 결국 법안 개정될 것
결국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논란은 사회복지시설들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가 핵심문제라고 볼 수 있다. 심지어 일부 사회복지법인 대표들은 왜 내 재산 가지고 뭐라고 그러느냐며 반발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비록 일부이긴 하지만 이런 법인 대표들 말에서 보듯 시설장들이 시설을 사유재산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그래서 일부 법인 대표들이 시설을 사유화 한 채 자기 자식이나 사위 등에게 물려주려고 하고 있고, 그런데 외부에서 공익이사가 임명돼 시설에 관여하면 이런 대물림이나 사유화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시설장들이 공익이사제도 도입에 반대하는 측면도 있다고 볼 수 있겠다.
단적으로 토론회에서 현재 제일 많은 시설들을 운영하고 있는 가톨릭 사회복지협의회 대표 등은 시대적인 흐름이라면 공익이사제도 도입에 반대하지 않겠다고 입장 표명을 했다.
문제는 큰 종교 법인이 아닌 개신교 산하 시설들과 개인들이 운영하고 있는 시설들은 사유화 되어 있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강한 목소리로 공익이사제도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12월 초면 정기국회가 폐회된다. 과연 이번 회기 내에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관심 사항인데, 현재 국회 내 논의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을까.
결론을 먼저 얘기하면 현재로서는 사회복지사업법의 올해 안 개정이 일단은 불투명하다고 지적할 수 있겠다.
그 이유는 국회 움직임을 보면, 도가니 사태가 문제가 되자 국회는 지난 10월 28일 국회 내에, 활동시한을 내년 5월 28일로 못 박고 ‘장애우에 대한 성폭력 등 인권 침해 방지 특별 위원회’ 구성을 의결했다. 애초 이 위원회에서 시설 내 장애우들의 인권 침해를 막기 위해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을 심의하기로 했다는 게 국회 쪽 관계자 전언이다.
그런데 한미 FTA가 날치기 처리되고 이 문제로 국회 운영이 파행을 겪으면서 국회 내에서 이 특별위원회 위원을 누구로 할 지, 또 인원 수를 몇 명으로 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역시 국회 관계자 전언이다.
대안으로 국회 보건복지상임위에서 법안을 심의하기로 했지만 역시 국회 파행으로 11월 말 현재 법안 심의가 보류되어 있는 상태이다.
그래서 지금 시점에서는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의 12월 통과가 불투명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사실상 여당야당 모두가 도가니 사태로 인해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에 원칙적으로 찬성하고 있기 때문에 시기가 문제 될 뿐 조만간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은 반드시 국회를 통과할 것 이라는 게 국회 야당 의원 쪽 관계자 얘기였다.
정리하면 결국 사회복지사업 개정 움직임으로 표면화 되고 있는 시설 문제의 본질은 시설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즉 시설이 과연 누구 것인지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기 싸움 이라고 볼 수 있겠다.
대다수의 시설장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모든 지원을 받아 시설을 운영하면서도, 자신이 설립했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시설을 사유 재산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이런 사유화는 문제가 많기 때문에 시설을 공적인 영역으로 가져와야 한다는 사유화 반대 움직임이 시설장들에게 맞서고 있는 게 현재 상황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장애우 입장에서는, 과연 탈시설화에 앞서 사회복지사업 개정으로 시설의 사유화를 막는 게 가능할 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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