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시설비리, 갇힌 곳을 넘어 장애우들의 탈시설 어떻게 가능할까 > 기획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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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시설비리, 갇힌 곳을 넘어 장애우들의 탈시설 어떻게 가능할까

[기획 좌담] 시설 문제의 진단과 해결책 모색

본문

  도가니 사태로 장애인 수용시설이 사회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어찌 됐건 장애인 보호시설이 더는 무조건 선이 아니라는 인식이 사회에 급속도로 확산한 것은 장애인들의 탈시설과 관련해서 중대한 변화다. 이런 수용시설에 대한 인식이 장애인들의 탈시설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인가. 도가니 사태로 전환점을 맞은 탈시설 운동의 현재를 활동가들의 좌담을 통해 짚어봤다.  - 편집자 주

<참석자> 사회 이태곤 함께걸음 편집장 / 여준민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 / 송효정 시설인권연대 활동가 / 이규식 이음장애인자립센터 소장 / 임소연 도가니대책위원회 활동가 / 박옥순 인권재단 사람 이사 / 김정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

 

   
 

시설 실태조사 결과는 주목되지만, 과정이 문제다

함께걸음 광주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을 포함한 도가니 문제가 현재 일단락됐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이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을 듣고 싶다.

박옥순 도가니 사건으로 시설 안에 권력관계가 분명히 있고, 그 안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의 이유는 결과적으로 소통의 단절이 매우 컸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런 문제는 다른 시설도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다.

임소연 나는 도가니라는 영화와 소설이 우리에게 세 가지 시사점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시설이라는 구조 자체에 대한 문제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계기가 됐다. 시설 구조라는 것이, 법인이라는 곳이 권력을 쥐고 있으면서 그 권력 안에 사는 거주인들이나 이용자들 위에 군림하고 있는 상황을 우리가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또 시설에서의 민주성이나 폐쇄성, 공공성 등에 대한 문제들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두 번째는 시설 생활인들의 교육권, 인권 등 그들의 일반적인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세 번째는 시설 내에서 생활인들이 얼마나 쉽게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지, 이 세 가지 문제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농아인들의 교육권, 시설 구조, 법인의 민주성·공공성에 관한 문제들은 그 시설의 주인공이 누구냐에서 출발한다. 결국, 사회복지시설이란 것이 왜 만들어지고, 왜 존재하는 것이냐는 근본적인 문제로 갔을 때 거주인이 시설의 주인공이 아니라 시설의 운영자들이 권력을 쥐고 이용하게 되는 일들을 도가니 사건을 통해서 다시 한 번 발견하게 됐다. 도가니대책위는 법인이나 시설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복지사업법 개정 운동으로 나아갔고, 인화학교 사건 해결은 인권위 직권조사나 광주시에서 관계를 통해 풀어가는 방법으로 향했다. 그러나 농아인들의 교육권이나 인권의 문제 해결은 구체적인 집단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영화관람 같은 형태의 운동으로만 나왔다.

함께걸음 그래서 도가니 사건 이후에 여러 가지 대책들이 나왔다. 특히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부터 사회 전반에 걸쳐 시설 문제에 대해 외면할 수 없게 된 점이 크다. 성폭력 대책도 발표되고, 우석법인도 폐쇄 조치했다. 이런 대책들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여준민 우리는 시설을 많이 다녀봐서 미신고 시설이나 법인 시설이 같은 구조와 문제점을 지니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도가니로 여러 가지 문제가 불거졌지만, 그 문제들은 사실 시설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들이다. 그리고 그동안 시설 평가를 한다고 했지만, 시설의 운영과 관리에서만 평가한 것이지 한 번도 거주인들이 어떠한 삶을 살고 있는지, 제대로 된 자기 선택권과 결정권이 보장된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한 조사는 없었다. 그런데 이번 도가니 문제로 거주인들의 인권문제가 불거지면서 복지부는 실태조사를 하겠다고 했다. 사실 우리가 조사하면 거주인 한 명과 한 시간가량 인터뷰를 하게 된다. 이 사람의 삶이 구체적으로 지금 어떠한지를 매우 극명하게 잡아낼 수 있을 정도로 심층면접이 진행된다. 질문 내용도 아주 다양하고 많다. 그런데 이번 정부의 실태조사는 그게 아니었다. 우리가 가진 설문지 중 몇 가지의 내용만 따서 폭행, 성폭행을 중심으로 한 내용을 마련했다. 그리고 해당 시설로 사전 통보가 되기 때문에 시설장들은 거주인들을 사전 교육한다. 조사가 나올 것이니 너희는 무조건 좋다고 해라는 식의 입막음을 했다. 지적장애인들은 자기가 느끼는 대로 즉흥적인 이야기를 하므로 성폭행이 있었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그렇다”까지는 말한다. 그런데 누가 가해자냐고 물으면 정확하고 다양한 자료 없이는 대답하기 어렵다. 이름도 모르고 얼굴을 봐야지 아는 건데 정부조사에는 직원들의 사진조차 전혀 없었다. 그러니 심층조사가 될 수 없고 밝혀내기도 매우 어렵다. 그래서 지금 조사원들이 말하길 (성폭행 사실이) 감지가 되고는 있는데 폭행이나 성폭행에 대한 물증을 잡아내고, 더 깊은 사실까지 밝혀내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조사의 한계가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을 지자체에 보고해도 지자체는 문제가 커지면 다 자기들 일이 되기 때문에 부담스러워한다. 더 심층면접을 하던지, 전원조치를 하던지, 폐쇄까지 가던지,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전부 지자체의 일이기 때문에 지자체는 조사원들이 의견을 말해도 더 깊게 가지 않으려고 한다. 원래 11월 12일까지 2단계 조사가 끝나고 결과를 발표해야 하는데 지금 늦춰지고 있다. 조사는 그만큼 어려움이 많다. 어쨌든 결과가 주목 된다.

 

   
▲ 여준민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

임소연 장애인 시설 조사는 사전에 장애인 인권침해예방센터에서 올해 사업으로 해야 했다. 그리고 법인은 인권침해 제보를 중심으로 조사한다는 게 복지부의 애초 계획이었다. 그런데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시설은 법인 시설이지 개인 신고시설이나 미신고 시설은 아니다. 총체적으로 봤을 때 시설 구조의 문제를 같이 보고, 거주인의 삶 이야기를 같이 들으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렇게 접근하지 않고 조사가 인권침해예방센터 사업의 목적으로 가고 있다. 하지만 겉포장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결국, 대책을 마련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얄팍한 수작 같은 게 보인다. 시설조사를 하기 전 복지부 회의에 들어갔었는데, 문제는 각 지자체가 별도의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만 해도 43개의 법인 시설, 9개의 개인 신고시설이 있다. 그래서 52개를 조사하고 있다. 그리고 조사원 200명가량 모아 두 시간 정도 교육을 했다. 우리가 시설 조사 들어갈 때는 심도 있게 시설에 대해 여러 가지 정보를 알아보고 홈페이지에서 찾아서라도, 아니면 전화를 걸어서라도 각종 정보를 먼저 취합하고, 지역사회에서 시설이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를 다 파악하고, 또 거주인이 몇 명인지, 무슨 장애를 가졌는지 꼼꼼하게 사전조사를 다 한다. 그런데 현재 시설 조사는 조사원 교육부터 졸속으로 돌아가고 있다.

여준민 시설 조사가 졸속으로 이뤄지면 현황파악이 안 되고, 대책 마련도 어렵다.

임소연 현재 100명 수용 시설에 4~5명의 조사원만 들어가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게다가 사전 통보까지 가고 있는데 이에 대해 책임이 있는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인력이 부족하다는 식의 얘기만 늘어놓고 있다. 실태조사에 대한 의지가 부족하다. 그런데 주도권은 경험이 별로 없는 인권침해예방센터가 잡았다. 게다가 복지부는 인권침해예방센터가 옛날부터 하고 있던 일이기 때문에 잘 안다는 말만 하고 있다.

여준민 그런데 시설문제는 지방으로 이양돼서 지자체의 권한과 책임이 크다. 복지부의 말을 지자체가 잘 안 듣는 것 같다는 얘기도 있다.

임소연 그 문제는 복지부가 총괄적으로 얼마나 잘하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조사 시 인권침해 사실을 감지하면 당사자를 후속조사 하거나, 대처해야 하는데 조사가 제대로 돼가고 있는지, 조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복지부가 관찰을 못 하고 있다.

함께걸음 제대로 된 실태 파악은 사실상 힘들다고 볼 수가 있겠다.

임소연 그런데 지금 실태조사 결과나 이런 것들이 중요한 게 아니다. 사실은 이미 현황파악은 다 되어 있다. 따라서 대책 마련이 더 중요하다. 시설이라는 구조 속에서, 거주인들이 단체생활을 하면서 집단으로 살고 있기 때문에 인권침해 같은 일들이 일어난다. 전체적으로 탈시설로 방향을 전환하기 위한 대책 마련을 하는 것이 복지부가 현재 해야 할 일이다.

 

시설의 폐쇄성이 시설 문제의 근본이다

함께걸음 도가니 사태에서 성폭력 대책과 법인 폐쇄 등은 하나의 성과라고 볼 수 있지 않나? 법인 폐쇄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이루어진 것 같다.

송효정 처음 우석법인 폐쇄는 성람재단 건과 비슷한 순서를 밟는 듯이 보였다. 우석재단이 광주시가 아니라 한 종교단체에 시설을 증여하겠다고 얘기하고, 광주시는 법인 해체를 보류하는 과정을 보면서 조마조마했다. 그러나 결국 다시 지자체가 폐쇄를 결정하는 과정을 보니 압력이 많이 되긴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성람재단 앞에서 허무하게 무너지는 그런 과정들을 봤었을 때는 일종의 큰 성과라고 볼 수 있다.

함께걸음 성폭력 대책도 매우 크지 않나? 공소시효 폐지와 양형 기준 강화를 담은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는데.

임소연 장애여성공감 같은 단체는 양형 기준 강화가 많은 문제를 지니고 있다고 본다. 양형이 강화되면서 장애여성을 성폭력 하면 사람을 죽인 것보다 더 높은 형을 받게 된다. 그렇게 형이 더 높아지면 가해자는 죽이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결국 법원이 장애인 성폭력 사건에 대해 보수적 판결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문제도 있다.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성폭행, 성추행에 함부로 무거운 형을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양형을 더 높이는 것만으로는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이번에 항거불능 조항도 없어졌는데, 그것 또한 장애여성공감에서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여준민 장애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의 문제와 충돌 가능성이 있다.

함께걸음 시설 장애인들을 제대로 보호하겠다는 식의 대책들만 나왔지 그 이후 탈시설 대책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끝날 수도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현재 시설 장애인들의 인권 수준은 어떻다고 보는가?

송효정 나는 도가니로 벌어진 현상들을 보면서 사회의 사람들이 정말 다른 문화의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은 영화 도가니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는데, 그 영화의 일이 없었던 일이거나 새삼스러운 일이어서 충격을 받았다기보다는 전혀 다른 문화의 세상이기 때문에 충격을 받은 것 같다. 평소 무관심하게 있다가 영화에 어떤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이야기의 몇 가지 요소들이 크게 분노할 수 있는 사회적 내용과 결합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장애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일반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정의에 반하는 문제에 분노가 폭발했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이 문제가 해결되는 과정에서도 사람들이 같은 문화를 공유하면서 같은 사회에 살아가는 그런 동질성이 아니라 그 장애인들이 그 시설에서 잘 사는 방법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도 다 기능적, 구조적인 보강 수준에 그치고 있다. 현재 사회복지법인은 법인마다 운영하는 방법이나, 거주인들의 생활이나, 직원들의 서비스 질·수준 차이도 크다. 그런데 문제는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시설끼리도 서로에 대해 잘 모른다. 그래서 잘하는 시설들은 다른 시설도 다 우리만큼 하겠거니 생각을 하고, 못하는 시설들도 그냥 이 정도면 최선이겠거니 생각을 한다. 나는 미신고 시설이나 법인 시설이나 시설 안의 상황은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작년에 같이 일했던 친구들과 미신고 시설 조사를 갔었다. 그때 한 친구가 조사가 끝난 뒤 분개라면서 얘기를 하더라. 생활인들이 밖으로 자유롭게 나가지 못하고, 경제권을 통제하고, 직원이 장애인들을 대하는 강압적인 태도 등이 시설 안으로 들어가 보면 인가 시설이나 비인가시설이나 별로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개인 운영이든, 미신고든, 법인이든 서로의 시설에 대한, 질에 대한 내용이 공유가 전혀 없다. 그런 사항들을 평준화하던지, 아니면 내용을 공유하는 자리가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시설 문제를 고민하는 활동가들이 시설 종사자들을 많이 만나야 한다.

 

   
▲ 송효정 시설인권연대 활동가

함께걸음 시설의 폐쇄성은 큰 문제다. 예전에 시설에서 일하던 직원의 말을 들어보니 감옥에 있다가 나온 것처럼 세상 물정을 모르겠다고 한다. 그런 문제들이 심각한 것 같다. 시설이란 곳은 감옥이 아닌데 사회에서는 감옥처럼 단절돼 사회 속 외딴 섬으로 남아 있는 게 문제다.

송효정 현재 우리의 문화 중 대부분이 소비문화다. 그러나 시설 안에서는 소비문화가 대단히 생소하다. 일괄적으로 구매되고, 나눠준다. 그리고 뭐든지 시설 자체에서 해결하려고 한다. 예를 들면, 성폭력이 시설 안에서 발생하면 시설이 책임질 게 아니라 외부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그러나 시설은 모든 문제를 다 안에서 해결하려고 한다. 그런 행태가 다른 문화를 만들어 낸다. 직원들은 답답하면 밖에 나가서 회식이라도 하면서 술 한 잔 마실 수 있지만, 장애인에게 밖에 나가서 밥 먹을 수 있는 날은 연중행사, 기념적인 날 뿐이다. 생활인들은 직원들과 문화가 달라 갑갑함을 같이 공유할 수가 없다. 그 문제가 제일 큰 것 같다. 그러니까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게 제일 문제다. 직원들은 시설 장애인들이 내가 보호하고 있는 사람이고, 사회로부터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부족하다. 생활인들을 함부로 대하는 태도나 일들이 그냥 그래도 되는 것처럼 생각하고, 이게 잘하고 있는 건지, 잘못하고 있는 건지도 감을 잡지 못한다.

함께걸음 이규식 씨는 어렸을 때 시설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다고 들었다. 시설에서의 삶이 장애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나?

이규식 요즘 시설 안 장애인들의 자세한 생활은 잘 모른다. 나는 시설에 19살에 들어가서 10년 동안 헛된 시간만 보내다가 나왔다. 산속에 박혀서 사람 구경 한 명도 못해봤다. 큰 교회에서 한 번씩 찾아오고, 음식을 차려주고, 사진만 찍고 가던 일이 전부였다. 다른 분들도 말씀하셨지만 어렸을 때부터 시설에서 오랫동안 살다가 바깥에 나오면 아무것도 모른다. 진짜 아무것도 모르게 된다. 시설에서 나온 후 한 번은 사회복지사가 처음 음식점에 데리고 갔다. 음식을 직접 골라야 하는데 그런 음식점에 가서 주문해본 적이 없으니 직접 고르지도 못하고 망설였던 적이 있다.

함께걸음 시설에서는 소비문화가 없어서 그런 일이 상황이 벌어지나?

이규식 한 번도 물건을 사 본 적이 없으니까 그렇다. 사주는 것만 먹고, 사주는 것만 입는 그런 상황이 가장 심각한 문제다. 그래서 현재의 시설에서만 나고 자란 장애인들은 그 시설에서 나오면 아무것도 못하게 된다. 탈시설을 했으면 사회 속에서 살아야 하는데 누군가 붙어서 일일이 알려줄 수도 없다.

 

   
▲ 이규식 이음장애인자립센터 소장

여준민 그래서 탈시설한 장애인 중에 시설로 돌아가고 싶다는 분들이 있다.

함께걸음 발바닥이나 시설인권연대는 오랫동안 탈시설 운동을 해왔는데,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임소연 인권으로 봤을 때 매우 중요한 문제다. 시설 안과 밖을 똑같은 인권의 잣대로 보지 않는다. 시설 안은 보호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을 대하고 있다. 먹고, 살고, 비 막이 해주고, 그런 거라도 해주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니까 그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참아야 하고 참는 게 당연하다고 한다. 집단생활이니까 이 정도는 참아야 그곳에서 보호받고 살아갈 수 있지 않으냐는 생각은 굉장히 강력하다. 현 정부 정책도 그렇고, 운영하는 사람도 그렇다. 그러면 시설에서는 얼마나 심각한 인권침해가 일어나야 그것을 인권침해라고 부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진수희 의원의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을 보면 반복적이고 집단적인 성폭력 범죄를 굉장히 심각하게 보고 법인설립허가 취소나 시설 폐쇄 사유로 두고 있다. 그런데 종일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 것, 내버려두는 것도 인권침해다.

함께걸음 가만히 내버려 두는 것, 어쩌면 그게 가장 큰 시설문제라고 볼 수 있겠다.

임소연 그렇다. 계속 지적했듯이 시설 거주인들은 보호해야 하는 대상이라는 한계가 그어져 있다.

여준민 흔히 사람들은 시설 안은 안전한 곳이고, 밖은 위험한 것이라고 여긴다.

임소연 외출은 자유롭다고 한다. 그러나 몇 번 나갔는지, 언제 나갔는지를 보면 자유롭지 않다. 생활인들이 한 번 나가기 위해선 외출증을 써야 하고, 보호자가 동의서를 써줘야 한다.

박옥순 예를 들면 2009년 석암재단이 운영하던 시설에 있다가 나온 분 중 한 분은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았는데 내가 부르면 꼭 “네”라고 대답했다. 그분은 아는데도 고쳐지지 않는다고 한다. 시설에서 몸에 익은 표현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여준민 시설 운영자나 직원들은 시설 안에서 생활인들 이름을 부르지 않고 다 “야”라고 부르는 경우도 많다.

 

지적장애인과 정신장애인들의 탈시설 문제도 중요하다

함께걸음 여기 모이신 분들은 모두 탈시설 운동을 진행하고 있는데 탈시설한 장애인들의 사회적응능력은 어떤가?

여준민 정글 속에 버려진 것처럼 느낀다. 일단 사회적 관계가 없다. 일반 사람들은 마을이나 동네에서 태어나면 동네친구들이 있고, 학교에 가면 학교친구들이 있고, 그러면서 학연, 지연이라는 게 형성된다. 그 인간관계라고 하는 건 삶을 살아가는데 든든한 지원 역할을 한다. 내가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손 내밀면 잡아 줄 사람이 있다는 것이 살아가면서 가장 크고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시설에서 살다가 나온 분들은 그런 관계 자체가 아예 형성이 안 돼 있다.

박옥순 그래서 장애인자립생활센터들이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시설에서 나온 사람들은 친구가 없고, 만날 사람이 없으니까 이런 센터들이 아주 중요한 모임의 장소고, 정보 교류의 장소다.

 

   
▲ 박옥순 인권재단 사람 이사

임소연 예전에 시설 안에서의 관계도와 시설 밖으로 나와서의 관계도를 작성한 적이 있다. 그런데 시설 안의 관계도는 수녀님, 일 년에 몇 번 못 만나는 자원봉사자, 시설거주인, 가족, 이 네 개를 벗어나지 못하더라. 그런데 시설 밖 관계도는 소방관이나 경찰관 등 공무원, 활동가, 가게 주인, 장애인 콜택시 운전기사 등으로 다양하다. 관계는 자기 삶의 범위가 얼마나 확장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것이 탈시설 했을 때 가장 큰 성과다. 탈시설한 분들은 스스로 개입할 수 있는 영역들이 많아진 것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느낀다. 물론 탈시설 생활이 상당히 어렵고 힘들고 괴롭다. 하지만 탈시설 생활은 존엄성을 느낄 수 있고, 시설 안에서는 전부 거세돼 있었는데 그렇지 않을 것들을 바깥에서 발견하니까 밖의 생활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박옥순 그래서 이런 얘기를 많이 한다. 몸은 힘들어 죽겠는데 마음은 아주 자유롭다고. 그런데 버거운 건 사실이다. 밖에 나와서 사는 것이 힘들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함께걸음 그동안 장애인들의 탈시설을 가로막는 것 가운데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김정하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 얘기를 해보면, 원래 개정법안에 탈시설을 넣으려고 했는데 법인들이 반대하고 있다. 주로 노인시설이나 중증요양원에서 반대한다. 그래서 정부나 국회의원들을 설득해서 정책을 바꾸려고 해도, 대형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시설장들이 반대하기 때문에 탈시설 정책이 나아갈 수 없다. 2008년 복지부에서 거주시설개선방안이 추진될 때 기존에 있는 시설들에 대해 생활인을 30명으로 쪼개는 부분이 처음 정책발표 때는 들어 있었는데 나중에 정책발표 땐 빠졌다. 왜 빠져 있느냐고 물으니 언제 그런 걸 넣었느냐고 오리발을 내밀더라. 대단히 황당했다. 나중에 전해 들은 바로는 결국, 대형시설 때문이었다. 따라서 대형법인들이 찬성하지 않으면, 그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정책과 법안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임소연 반대세력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 탈시설은 결국 시설자본과의 싸움이고 그 시설자본 위에는 종교자본이 있다. 일반적으로 종교는 선한 일을 행하고 있는 집단으로 인식돼 있다. 그 집단들이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준다고 하는데 그런 통념을 깬다는 것이 매우 어렵다.

여준민 그런데 이번 도가니 문제로 이런 상식들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김정하 맞다. 대형시설들 운영자 모임인 한국종교계사회복지협의회에서도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에 반대 의견 대신 유보의 뜻을 밝혔으니까.

여준민 언론에서도 이제 시설장들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고, 시설들이 장애인들을 보호하고 있는 착한 일을 하는 곳으로만 보지 않는다.

함께걸음 탈시설이 진행돼도 지적장애인, 정신장애인들은 시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 남아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는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김정하 현실은 그런 점이 있다. 예를 들어, 정신장애인은 정신요양시설과 정신병원에 이미 8만 명 이상 수용돼 있기 때문에 장애계와는 또 다른 문제를 갖고 있다.

함께걸음 중증 지적장애인이나 정신장애인들의 탈시설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그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데, 외국 사례에도 아직 명쾌한 해답이 나오진 않은 것 같다.

김정하 현재 우리나라 정신병원의 정신장애인 입·퇴원 통계를 보면 6개월 단위로 입·퇴원이 반복되거나 병원들을 이곳저곳 옮겨 다니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류상의 퇴원만 있고 장애인은 이 병원, 저 병원 계속 옮겨 다니거나 하루 퇴원했다가 다시 입원하는 형태로 계속 병원 안에 거주하고 있다. 그리고 전국에 있는 58개의 정신요양시설은 정원이 이미 꽉 차 있다. 그러면 정신요양시설을 늘려야 하는데 사실 많이 늘지 않고 있으며 대신 사회복지시설의 형태가 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설에 들어가지 못하는 정신장애인들은 미신고 시설로 들어가거나 기도원 같은 곳으로 가는데,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정신장애를 종교로 해결하려고 하는 무지한 사람들, 또 하나는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어서 의료보호를 받을 수가 없는 장애인들이다. 그런데 장기간의 입원으로 가족들도 더는 감당할 수 없는 경우는 사실 기초생활보장법과 관련 있다. 부양의무자 조항 때문에 의료보호 대상이 안 돼 열악한 병원들만 돌다가 끝내 아무것도 안되니까 미신고 시설로 가게 된다. 다 그렇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다수의 정신장애인이 가는 인생의 흐름을 보면 지역사회로 다시 나올 수 있는, 이쪽 세계로 나올 수 있는 방편이 없다. 대전에 있는 한 정신요양시설만 봐도 평균입소기간이 15년이다. 예를 들어, 알코올중독으로 들어갔는데 그 증상이 15년 동안 지속했다고 보기는 사실상 어렵다. 그 시설을 나와서 다시 알코올중독이 될 수는 있어도 그 사람이 15년 전에 알코올중독이었으니까 종신형으로 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런데 가족들이 아무도 동의를 안 해주니까 나오지 못한다. 가족 동의 없이는 나갈 수가 없는 그 구조가 결국 종신형이 내려진 것처럼 감옥에 수용되는 형태가 된다. 아무튼, 정신장애인 문제는 우리의 탈시설 운동과 또 다른 거대한 제도적 모순에 둘러싸인 것 같다. 정신장애인 문제 뒤에는 병원을 유지하고 있는, 이권과 결탁해 있는 전문가 권력이라고 하는 어마어마한 권력이 있어서 문제를 푸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금 발바닥의 탈시설 운동은 시설비리 사건이 터졌을 때 그 비리 법인에 문제를 제기하는 건 하지만, 실제로 시설권력, 시설자본과의 투쟁은 못하고 있다. 탈시설을 위해 지역사회의 기반을 만들고, 선례를 만드는 운동들은 하고 있지만, 시설자본에 저항하는 운동은 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비리가 터졌을 때 그걸 물고 늘어지긴 한다. 비리에 저항하고 인권침해에 저항하지만, 기존 자본과의 싸움은 힘들다.

 

   
▲ 김정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

함께걸음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 얘기를 해보자. 이 법 개정안이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김정하 개정안을 반대하는 측에서 계속 주장하는 것은 수용형 시설이 문제인데 왜 이용시설까지 다 공익이사제가 들어와야 하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예를 들어, 제주도에 있는 한 사회복지법인은 산하에 열 개가 넘는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하나의 법인이 그렇게 많은 시설을 운영하고 그렇게 거대화된 것이다. 그러니 수용시설만 문제니까 수용시설에 해당하는 것만 공익이사제를 도입하라는 주장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 운영의 주체는 이미 수용시설을 운영해보고 이게 사업이 되니까 확장한다. 게다가 그들은 법인에 대한 지원은 없으면서 왜 법인을 관리감독 하느냐는 말도 안 되는 논리까지 펴고 있다.

함께걸음 많은 시설장은 시설을 사유재산으로 착각해 운영권을 세습하고 있다. 그것이 시설장들이 공익이사제 도입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공익이사가 들어오면 이 세습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시설장들은 시설을 내 재산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맘에 드는 사람, 자식들에게 넘겨야 하는데 공익이사제가 도입되면 그게 안 될 것 같으니까 반대하고 있다. 결국, 운영비 등은 다 세금으로 받고 시설은 사유재산으로 여겨 마음대로 한다는 것이 시설문제의 본질이며, 시설 안에 있는 장애인들은 하나의 도구에 불과하다는 것이 문제다.

임소연 지금 법인들이 공익이사 뿐만 아니라 자기 출현 재산 보장을 기본으로 하는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 원래 출현한 재산은 국가에 귀속하는 것인데 말이다. 정확하지는 않은 얘기인데 시설장들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더라.

김정하 우리가 이번에 개정안 낸 것 중 공익이사가 들어간 게 있고, 시설장들의 연임을 반대하고 중임까지만 허용하는 게 있다. 이것도 법인들이 엄청나게 반대를 한다. 국회의원들도 이 개정안은 받지 않으려고 한다. 연임제로 40년 동안 80세가 넘을 때까지 이사장을 지내고 있는 사람도 있다. 그러고 나서 자기 자식이 준비됐을 때 넘기는 거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중임으로 넣었는데 이 안은 국회의원들도 안 받는다. 법인 차려서 자기 재산 출현했으면 그건 인정해야 하고 친인척도 5분의 1선에서 들어올 수 있다. 그러므로 허용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정치인들의 입장이다. 그러나 사회단체 측면에서 볼 때는 기본 재산 출현의 목적 자체도 공공사업을 하겠다고 한 것이고, 출현했으면 자기 재산이 아니라 법인의 재산인데 법인에 대한 지배력을 계속 유지하려고 하는 게 문제다.

함께걸음 법인의 문제 중 하나가 법인 하나 만들어놓으면 문어발처럼 시설들을 계속 만든다는 거다.
김정하 그리고 이게 나중에 문제가 되니까 또 다른 법인을 출자해서 만든 다음 시설들을 늘린다. 이런 방식은 재벌들의 운영방식과 매우 흡사하다.

 

정부, 지자체, 장애인들이 연대해서 탈시설 가능하게 해야 한다

함께걸음 시설들이 엄청난 돈을 쓸어 담으면서도 기득권력으로 강력하게 저항하고 있는 게 심각한 문제다. 또 그런 시설들에 수용된 장애인들은 정보가 차단 돼 있다. 지금 전국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장애인 중 체험홈 같은 탈시설 제도를 알고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임소연 탈시설을 위해 민간에서 자원을 끌어당겨서 주거지원을 하는 것은 이미 예전부터 한계에 부딪혔고,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그래서 전환이 된 게 2009년 서울시에 자립생활지원센터, 체험홈, 자립생활강좌를 만들고 이런 체계를 만들어서 탈시설 장애인들에게 주거공간을 제공하고 각종 서비스를 더해 제공하라고 요구했는데 서울시도 미약하나마 받았다. 그 후 2010년 우리는 각 지자체를 돌면서 지역사업을 다 했다. 그런데 지자체는 일단 재정이 되질 않아 탈시설 지원이 답보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겨우 체험홈 한두 곳 정도가 지역에 생기기 시작했다. 또 지자체는 중앙정부에서 아주 명확하게 탈시설 전환정책으로 가면서 시스템을 만들고, 대응투자를 하고, 이렇게 중앙정부가 해주면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중앙정부는 지자체가 해야 한다고 다시 떠넘기면서 2010년 이후 탈시설 지원이 계속 답보 된 상태다.

 

   
▲ 임소연 도가니대책위원회 활동가

함께걸음 현재 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이 나와서 살겠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

여준민 일단 상담만 받을 수밖에 없다. 탈시설 정책이 없으니까 그렇다.

임소연 우리 자원만 언급하면 서울에는 발바닥이나 다른 지원센터들이 있다. 우리뿐만 아니라 지원센터들로 탈시설을 하려는 장애인들로부터 연락이 온다. 연락이 오면 그 선에서 상담을 주로 하고, 서울시는 장애인전환서비스지원센터가 있으니까 체험홈으로 신청하라고 말하고, 체험홈 다음으로 자립생활 가정이라는 게 있다. 이런 단계적 정보를 주는데 이것도 수량으로 봤을 때 서울시 체험홈은 지금 15개밖에 없다. 3명씩 들어가면 45명이다. 그다음 단계인 자립생활 가정도 지금 15가구다. 여기도 3명씩 들어가면 45명밖에 안 된다. 서울시 내 시설 수용인이 3300명 정도인데 이 숫자에는 절대적으로 맞지 않는다. 지역도 체험홈, 자립주택 수가 상대적으로 너무 빈약하다.

박옥순 일단 탈시설을 위해 그동안 걸림돌이 됐던 것들, 예컨대 탈시설을 위한 아주 중요한 기능인 활동보조인지원제도는 제도화됐다. 지금 우리는 주거투쟁을 하고 있다.

임소연 시설에 있을 때는 장애인들이 대부분 시설장이나 다른 사람들의 동거인으로 기재 돼 있다. 그런데 공공임대주택을 신청하려면 무주택 독립세대주여야 한다. 현 주민등록법에 의하면 한 주소지 밑에 몇백 명이 독립세대주로 있어도 상관없다. 한 주소에, 한 세대주 밑에 몇백 명이 동거인이 있어도 문제가 안 되듯이 독립세대주로 해도 문제가 안 된다. 그런데 이는 시설 분위기상, 문화상 못한다. 문제는 시설도 주택주거서비스로 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설거주인은 무주택자가 아니라는 말이다. 시설에 20년, 30년 있었어도 무주택 기간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가 문제 제기를 해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이 2010년 6월 30일 바뀌어 시설거주기간을 무주택 기간으로 인정해준다. 그래도 시설에서 나온 사람들이 공공임대주택 신청이나 전세주택제공사업, 각종 주거서비스에서 경쟁이 되질 않는다. 무주택 기간이 짧으니까.

박옥순 활동보조인 신청도 제약이 따른다. 탈시설하자마자 활동보조인이 배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임소연 장애등급재심사가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것은 시설장애인뿐만 아니라 모든 장애인이 신규 신청할 때 겪는 일이다. 길게는 3개월 이상 걸릴 때도 있었다. 시설에서 나오는 사람에 대해서는 긴급활동보조 시간을 추가해 달라고 서울시에 요구했었지만 받질 않았다. 또 수급재심사를 시설 안에 있을 때 하지 않고 밖으로 나온 다음, 주소가 변경된 다음에 한다. 이 심사기간이 잘못하면 나온 시점에 따라 한 달 이상 걸릴 수도 있다. 또 시설에서 나온 사람들이 수급자로 판정이 나면 일정 기간 수급비에 해당하는 돈은 긴급생계비로 지원해줘야 한다. 활동보조, 생계비 이 두 가지가 전보다 나아졌다고 하지만 사람들의 탈시설 결심을 가로막고 있는 저해요인 가운데 대단히 큰 요소다.

함께걸음 그런데 탈시설 한 분 중에는 최중증장애인들도 꽤 되더라. 그런 분들은 누가 관리를 해주나? 중증장애인들은 바깥세상에 대한 두려움도 있을 것 아닌가.

임소연 우리한테 매일 전화해서 24시간 관리가 안 되면 자기는 나가지 않겠다는 사례도 있었다. 그런데 우리는 정확한 정보를 줄 수밖에 없다. 당신 정도의 중증이면 나왔을 때 이 정도 받을 수 있고, 그것을 한 달로, 하루로 계산하면 이렇게 할 수 있으니까 그것을 고려해서 나오셔야 한다고 말한다. 대부분 중증장애인은 죽기 아니면 살기로 나온다. 안에 있어봤자 삶이 어떻게 된다는 걸 알기 때문에 시설에서 나와서 멋진 삶을 살겠다고 나온다.

함께걸음 탈시설을 한 후 다시 시설로 복귀하는 경우는 어느 정도 되나?

임소연 우가 도와준 탈시설 장애인 중에는 한 건도 없다. 장애인들이 시설에서 나왔을 때 공동체 안에서 지지해 줄 수 있는 동료나 활동가들이 일정 정도 버텨줘야 한다. 장애인들이 문화가 형성되지 않은 곳에서 혼자 다 해야 하는데 그걸 어떻게 버텨내면서 갈 수가 있겠나. 물적 토대와 물적 조건들을 만드는 것이 가장 우선적이고, 또 하나는 나왔을 때 지역에서 같이 도와주고 지지해 주고 그런 공동체에 해당하는 여러 가지 단위들이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장애인들이 사회 안에 편입되어 살 수 있다.

송효정 근데 시설은 서울과 지역의 편차가 매우 커서 물적 토대부터 차이가 매우 다르다. 당장 생존의 문제가 다르니까 지역에서 얘기하고 있는 탈시설 장애인에 대한 권리 편차도 심하다. 이런 차이를 좁히는 것도 시급하다.

함께걸음 결국 탈시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다. 관이나 시설에서 장애인들에게 임대아파트 보증금이라도 지원을 해줘야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임소연 그런데 공공임대주택의 보증금이 국민임대만 해도 1천만 원이 넘는다. 그 정도의 목돈을 내는 것을 굉장히 힘들어하는 장애인들이 많다. 그래서 보증금도 분할해서 낼 수 있도록 하거나 아니면 대출을 손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장애인들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전세자금 대출을 바라는 이가 1·2위를 다툰다. 공공임대로 편입이 잘 안 되니 민간임대 내에서는 전세자금 대출이 우선 과제다. 그러기 위해선 목돈이 필요한데 장애인은 소득이 없으니 신용대출이 안 되고, 보증인을 세우기도 어렵다. 기초생활수급권자는 권리자라서 자치단체장의 추천장을 받아서 들어갔지만, 은행에서는 수급권자가 돈 갚을 능력이 없다고 보고 대출을 안 해주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전세자금 대출을 장애 쪽에 별도로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박옥순 이제 시설장들이 시설이 지닌 원래의 목표를 깨달아야 한다. 원래는 시설에서 잠시 보호했다가 그 사람이 자립생활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낄 때 이를 지원하는 역할이 사회복지시설의 기본적인 일이다. 원장이나 종사자들도 당연히 사회복지시설의 애초 목적을 상기하면서 어떻게 하면 시설에서 살고 싶지 않은 사람들, 지역사회에서 살고 싶은 사람들을 밖에 나가 살 수 있게 할까를 생각해야 한다. 다음으로, 지역사회에 충분히 그 기반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시설에 맡길 게 아니라 직접 지원을 해서 장애인들이 밖으로 나와서 살 수 있는 기반을 다져야 한다. 이런 내용을 담은 연대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함께걸음 오늘 시설문제의 본질에서부터 탈시설 방향까지 긴 시간 얘기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작성자이승현 기자  walktour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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