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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보호작업장에서 일하는 장애인들, 훈련생이 아니라 근로자다

법원, 보호작업장에서 일하는 장애인의 근로자성 인정하라고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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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이 보호작업장에서 일하는 중증장애인들을 훈련생이 아닌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전향적인 판결을 내렸다. 그동안 보호작업장 등 직업재활시설에서 일하는 장애인들의 근로자성을 부인해 온 고용노동부에게 법원이 중증장애인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라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번 판결에 따라 전국에 있는 4백여 개의 직업재활시설에서 일하는 수 천명의 장애인들이 근로자로 인정받고 고용장려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중증장애인 노동권 확보와 관련, 큰 파급효과가 예상되고 있다. 어떤 판결인지 내용을 알아봤다.

 

   
▲ 경기 고양시 사회복지법인 장애인고용산업체 '위캔' (※사진제공=지식경제부)

중증장애인들, 왜 근로자로 인정 못받는지 이유에 대한 해답 제시

  지난 19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판사 서태환)는 장애인 보호작업시설을 운영하는 사단법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남부지청장을 상대로 낸 ‘최저임금적용제외 불인가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를 대신해 소송을 진행한 법무법인 씨엘의 이성희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판사도 이 사건 판결이 미칠 파장이 크다고 말했다.”며, “이번 판결로 지적장애인 등 중증장애인들이 근로자성을 인정받은 게 제일 중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변호사의 지적대로 이번 재판의 쟁점은 전국에 있는 약 4백여개가 넘는, 장애인 보호작업장 등에서 일하고 있는 지적장애인 등 중증장애인 수 천명을 근로자로 볼 것인가 아닌가 여부였다.

  그동안 고용노동부는 보호작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장애인들은 근로자가 아니라며 고용장려금 지급 등의 장애인 근로자에 대한 지원을 거부해 왔다. 이런 고용노동부 입장이 잘못됐다고 이번에 법원이 판결한 것이다.

  일단 중증장애인 근로자들이 4대 보험에 가입하고 근무시간이 일정해야 한다는 전제가 붙긴 했지만, 법원은 보호작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장애인들을 훈련생이 아닌 근로자로 봐야 한다고 판결을 내렸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장애인 보호작업장은 장애인에게 직업 훈련을 받게 하고, 나아가 근로 제공의 기회를 부여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지급함으로써 근로를 통해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주기 위한 것이 설립 목적’이라고 지적한 후에, ‘보호작업장에서 일하는 중증장애인들이 근로를 제공하고 그에 따라 임금을 지급받고 있다면, 근로기준법에서 정하는 근로자로 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판시했다.

  잠시 판결 배경을 살펴보면, 현재 장애인복지법에 규정된 중증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은 두 개의 유형이 있다. 장애인 보호작업장과 장애인 근로사업장이 바로 그 두 개의 유형 시설이다.

  장애인복지법은 이중에서 장애인 보호작업장을, ‘직업능력이 낮은 장애인에게 직업적응능력 및 직무기능 향상훈련 등 직업재활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보호가 가능한 조건에서 근로의 기회를 제공하며, 이에 상응하는 노동의 대가로 임금을 지급하며, 장애인 근로사업장이나 그 밖의 경쟁적인 고용시장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시설’로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 근로사업장 정의는 보호작업장과 비슷한데, 장애인에게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시설이라고 장애인복지법은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중증장애인 직업재활시설 운영 실태를 보면, 장애인들에게 최저 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는 근로작업장은 그리 많지 않고, 4백여개 직업재활재활시설 대부분이 보호작업장 형태를 가지고 운영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리고 보호작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중증장애인들의 경우 평균 임금이 월 20여만원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헌재 중증장애인 근로자들이 매우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보호작업장 운영과 관련해서 그동안 장애계 안팎에서 제기되어 온 끊임없는 민원은 보호작업장에서 일하는 장애인들도 아침에 출근해서 일하고 저녁에 퇴근하는데 왜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또 터무니없는 낮은 임금을 받아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민원이었다.

 

법원, 근로 제공하고 임금 받으면 근로자로 봐야 한다고 지적

  법원은 이번 판결문에서 먼저 소송이 제기된 이유를 ‘원고는 장애인의 기능 회복 및 향상과 관련된 각종 재활서비스의 제공을 목적으로 설립된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을 운영하는 사단법인으로 장애인인 김아무개 씨 외 17명을 근로자로 고용하면서 이들이 최저임금법 제 7조 제 1호에서 정하는 ‘정신지체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자’에 해당함을 이유로 2011년 2월 피고인 노동부 서울 남부지청에 최저임금 적용 제외 인가 신청을 했다.

  이에 피고는 현장 조사결과 위 장애인들이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제 2조 제2호에서 정하는 중증장애인으로서 원고 시설에서 취업을 위한 직업훈련과정에 있는 자들이며,  근로자가 아닌 훈련생으로 판단된다는 이유로 2011년 4월 원고에 대하여 최저임금 적용 제외 불인가 처분을 하였다.’고 명시했다.

  행정법원은 이런 다툼에 대해 법원이 심의한 결과 ‘원고인 직업재활시설과 김아무개 씨 등 장애인 사이에 체결한 근로계약의 구체적 내용, 임금 지급내역 및 4대보험 가입현황, 직업재활법 등 관계법령상의 규정 내용 등을 종합해 보면, 김아무개 씨를 비롯한 장애인 등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하는 원고 법인의 근로자임이 명백함에도, 피고인 남부지청은 단지 원고가 장애인 직업재활을 운영하는 사단법인이고, 김아무개 씨 등 장애인들이 중증장애인으로 위 시설에 입소하여 직업훈련을 받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장애인들이 근로자가 아닌 직업훈련생에 불과하다고 보고 한 이 사건 처분은 근로계약의 실질을 도외시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행정법원은 이어 ‘최저임금법상의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를 말하고(최저 임금법 2조)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계약의 형식이 민법상의 고용계약인지 또는 도급계약인지와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라며, (중략) 리드릭 장애인 보호작업장은 전체적으로 보아 장애인들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인정되는 이상, 근로자에 관한 여러 징표 중 근로조건에 관한 일부의 사정이 결여되었다고 하여, 그러한 사유만으로 장애인들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라고 지적했다.

  즉 어떤 경우에도 중증장애인들이 사업장에서 근로를 제공하고 임금을 지급받고 있다면 근로자성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게 이번 법원 판결이다.

 

법원, 일하는 장애인 모두에게 고용장려금 지급되어야 한다고 판결

  이어 법원은 구체적으로 고용노동부 산하 남부지청이 보호작업장을 근로시설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는 ‘장애인복지법 제 58조에 따르면, 장애인 직업재활시설로, 보호작업장 등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런 법안 내용에 따르면,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특히 원고가 운영하는 이 사건 재활시설과 같은 장애인 보호작업장은 장애인으로 하여금 직업훈련을 받게 하는 것에 나아가 이를 바탕으로 근로 제공의 기회를 부여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지급받음으로써 근로를 통한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되는 시설임이 분명하므로, 장애인들이 이 사건 재활시설에서 직업훈련을 받는 것에 나아가 실질적으로 근로를 제공하고 그에 따라 임금을 지급받고 있다면 근로기준법에서 정하는 근로자로 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장애인들이 직업훈련생 신분으로 보호작업장에 들어가고, 보호작업장에서 직업훈련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고용노동부 주장에 대해서는 ‘장애인들이 이 사건 재활시설에 직업훈련생 신분으로 입소하였고, 입소 이후에도 직업재활교사의 지도하에 지속적으로 직업훈련을 받아 온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재활시설이 장애인 보호작업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직업훈련은 직업능력이 낮은 중증장애인들에게 근로의 기회를 실질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전제로서 수행되는 교육으로 이해되므로 이러한 교육을 받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보호작업장 장애인들의 근로자성이 당연히 부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어 보호작업장이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직업훈련 지원금을 지원받고 있기 때문에 보호작업장에서 일하는 장애인들을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고용노동부 주장에 대해서는 ‘직업훈련 지원금은 장애인 등을 상대로 직업훈련을 시키기 위하여 소요되는 재활교사 인건비 등 제반 비용에 충당되는 것이지, 김보현 등의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것은 아니어서, 고용장려금과는 그 성격이 전혀 다르고(중략)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재활시설과 같은 장애인 보호작업장은 장애인에 대한 직업훈련 뿐 아니라 근로제공의 기회까지 부여함을 목적으로 설치된 시설임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재활시설을 운영하면서 직업훈련지원금을 지원받아 장애인들에게 직업훈련을 시켰다고 하더라도, 이들에게 별도의 근로 제공의 기회를 부여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지급하였다면, 직업훈련 지원금과 별도로 고용장려금도 추가로 지원받을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고용노동부 주장을 반박했다.

  마지막으로 직업재활법에서 보호작업장을 장애인 표준사업장에서 제외하고 있기 때문에 보호작업장에서 일하는 장애인을 근로자로 볼 수 없고, 당연히 고용장려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노동부 주장에 대해서 법원은 ‘피고인 고용노동부는 장애인 직업재활 및 고용촉진법 제 2조 제 8호에서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을 장애인 표준사업장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명시한 이상 재활시설과 같은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은 직업재활법에서 규정하는 고용장려금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직업재활법 제 30조에서는 고용장려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자를 장애인을 고용한 사업주로 규정하고 있을 뿐, 그 사업주가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는지, 아니면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을 운영하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서 고용장려금 지원 여부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어서, 이 사건 재활시설과 같은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이 표준사업장에서 제외되었다는 사정이 고용장려금 지원 대상이 아니라고 볼 만한 근거가 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고용노동부의 중증장애인 근로자 바라보는 시각 왜곡되어 있는 게 문제

  내막을 들여다보면 고용노동부가 보호작업장에서 일하는 장애인들을 근로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데에는, 중증장애인들을 근로자로 인정하면 당연히 보호작업장에서 근무하는 장애인들에게 고용장려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이유기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즉 고용노동부는 내심 보호작업장 내 장애인들에게 고용장려금을 주지 않기 위해 장애인들을 근로자가 아닌 훈련생이라고 우기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현 고용장려금 지급 제도를 보면, 장애인을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이 장애인들에게 법정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관할 지방노동청에 최저임금 적용제외 인가신청을 내고, 이게 받아들여지면 사업장이 장애인들에게 최저 임금을 주지 않더라도 고용장려금을 지원해야 한다. 가령 중증장애인 월 임금이 20만원이라도 이에 해당하는 고용장려금을 지원해야 하는 게 현 제도이다.

  아무튼 고용노동부가 항소하지 않으면, 이번 판결로 전국의 모든 보호작업장에 있는 장애인들이 고용장려금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에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결론을 얘기하면, 문제는 노동부의 지적장애인 등 중증장애인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왜곡되어 있다는 것이다. 노동부는 중증장애인 한 명을 고용하면 두 명 고용을 인정하는 2배수 고용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직업재활시설 내 중증장애인들의 근로자성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는 어떤 이유로든 큰 모순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작성자이태곤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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