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조망 안 장애우들에게 구원의 손길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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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초점은 한계 상황에 이른 장애우가 갈 곳이 없다는 것이다. 국가와 사회가 갈 곳이 없는 장애우들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가족들은 장애우를 갖다 버리고 있고, 버림받은, 인권이 실종된 장애우들은 철조망이 쳐진 갇힌 공간에서 평생을 동물처럼 사육당하며 지내고 있다.
이게 목격하고 있는 미신고 시설 문제의 본질이다. 또 미신고 시설 문제가 백일하에 드러났다. 그 현장을 찾아가 봤다.
전수조사 때 드러나지 않았던 끔찍한 시설 실태 드러나
경기도 평택시 외곽 인적 드문 외진 곳, 산 속에 가려 있어서 외부에서는 시설이 존재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곳에 놀랍게도 장애우 시설이 있었다.
시설 이름도 00 선교 교회라는 간판만 붙어 있어서, 교회라고 짐작될 뿐, 처음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은 시설 내부에 들어가 보기 전에는 이곳이 시설이라는 사실을 전혀 짐작할 수 없는 곳에 수십 명의 장애우들이 수용되어 있었다.
시설 운영자인 유아무개 목사 말로는, 이 자리에서 16년간 시설을 운영해 왔다고 하고, 한 때 70여명의 장애우들이 수용되어 있기도 했는데, 최근에 인원이 대폭 줄어서 기자가 방문했을 때는 27명의 정신, 지적, 지체 장애우 등이 수용되어 있다고 했다.
이 시설은 특이하게 인터넷에 광고를 하고 있었다. 광고 문안은 ‘정신병 반드시 치유 받을 수 있습니다.’였다. 그리고 광고 말미에 교회가 아니라 엉뚱하게 00종합복지관 목사 유아무개 라고 적시해 놓았다.
평택시청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에게 확인해 본 결과, 이 시설은 수 년 간에 걸쳐 이루어진 정부의 미신고 시설 전수 조사 때, 전수조사에서 제외된 시설이었다. 그 이유를 평택시청 공무원은 “시설이 교회 간판을 달고 있어서 미신고 시설 전수 조사 때 미처 파악을 못했다.”고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확인 결과 최근까지 이 시설에는 기초생활수급비가 월 5백 만원 가량 지원되고 있었다. 평택시에서 계속 수급비를 지원하면서 수용시설이 그 자리에 있었다는 걸 몰랐다는 건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답변이었다.
아무튼 말하자면 그동안 전혀 실체가 없었던 수용시설이 갑자기 어느 날 실체를 드러낸 셈인데, 그 시설의 실체는 역시나 짐작대로 끔찍했다.
우선 시설 운영자는 장애우들을 그나마 일을 할 수 있는 원생들과 일을 할 수 없는 원생들로 구분해 놓고, 20여 명이 넘는 원생들을 철조망 안, 곰팡이가 덕지덕지 피어 있고, 햇빛도 들지 않는 어두컴컴한 방들이 있는 공간에 사실상 감금해 놓고 있었다.
이 철조망 안 공간으로 통하는 문은 하루에 딱 세 번, 식사 시간 때만 열렸다는 게 장애우들 얘기였다. 그리고 장애우들의 하루 일과를 보면, 장애우 원생들은 철조망 안에서 조그만 운동장을 하릴없이 돌아다니거나, 아니면 종이에 성경구절을 베껴 쓰는 게 전부였다고 한다.
시설 운영자인 유아무개 자칭 목사는 원생들에게 의무적으로 종이에 성경책 구절을 베껴 쓰게 했는데, 유씨 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자 그는 답변에서 “장애우들이 영적으로 어두운 곳이 있어 장애를 가지게 됐고, 그래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성경 구절을 베껴 쓰는 게 훌룡한 치료방법이다.”라고 강변하고 있었다.
장애우들에 따르면 유 씨의 이런 지시를 거부하면 유 씨가 직접 몽둥이로 원생들의 발바닥 등 특정 부위를 때렸다고 한다.
이 시설의 더 큰 문제는 20여명이 넘는 장애우들을 갇힌 한 공간에 수용해 놓고 있으면서 별도로 원생들을 보호하는 관리자를 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예로 수용되어 있는 장애우들끼리 수시로 폭력행위가 벌어졌는데, 그냥 때리는 정도가 아니라 발로 상대방을 짓밟아 뭉개는 심한 폭력이 있었다는 게 역시 장애우들 얘기였다.
또 남 녀 구분 없이 장애우들을 수용해 놓았기 때문에 여러 번 성폭행 사건도 벌어졌는데, 성폭행으로 인해 그 동안 이 시설에서 2명의 장애우 여성이 타의로 아이를 출산했다는 게 장애우들 증언이었다.
이런 폭력과 성폭행 사실에 대해 유아무개 자칭 목사는 답변에서 “내가 밤 새 한숨도 잠을 자지 않고 철조망 안을 들락날락 거리면서 원생들을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절대 그런 일이 없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사람이 잠을 자지 않는다? 도무지 믿기지 않는 변명이었다.
현장에서 만나본 장애우들 중에서 눈길을 끄는 어머니와 아들이 있었다. 정신장애를 가진 어머니는 철조망 안에 갇혀 있고, 올해 10살인 아들은 철조망 밖 다른 공간에 살면서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어머니와 아들은 흡사 아프리카 난민캠프에 수용된 사람들처럼 격리된 채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엄마가 아이를 안을 수 있는 날은 일주일에 단 한 번 일요일 예배 시간 때 뿐 이었다는 게 장애를 가진 엄마 얘기였다.
또 철조망 안에 갇혀 있던, 정신 장애가 없는 56세 지체장애우 이아무개 씨는 시설에 들어온 지 5년째라면서, 자신이 받는 기초생활수급비를 시설 측이 모두 생활비로 인출해 가고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역시 철조망 안 방에 갇혀 있던 올해 63세인 이아무개 어르신은 아무런 장애가 없어 눈길을 끌었는데, 이 어르신은 “사회에서 폐지를 주우면서 혼자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한 교회 권사님이 혼자 살지 말고 시설에 들어가서 편하게 살라고 소개해서 이곳에 왔는데, 그 때 가지고 있던 돈 7백만원을 유아무개 목사에게 모두 빼앗겼고, 아무 이유 없이 철조망 안에서 7년이 넘게 감금되어 있었다.”고 말하고 있었다.
▲ 철조망에 둘러싸인 시설의 장애우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 방치된 채 사실상 인간 이해의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사진은 시설 내·외부 모습 |
감금방, 독방이 아니라 똥방이라고 주장하는 운영자
사안이 중대했기 때문에 이 시설은 기자가 다녀온 지 며칠 후 방송을 탔다. 9월 중순 방영된 KBS TV 호루라기 프로를 보면 먼저 자신을 사회복지사라고 소개하는 20대 여성이 등장한다. 이 여성은 취재진에게 “시설에 입소하게 되면 한 달 35만원 식비를 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목사님이 정신병을 치유한지 20년이 넘었다.”고 덧붙인다.
이어 등장한 유아무개 자칭 목사는 “나한테 정신병을 치료받고 난 후 판사가 된 사람도 있고, 대학교수 된 사람도 있다. 그동안 치유 받은 사람이 5천명이 넘는다.”고 떠벌린다.
잠시 후 사회복지사가 “목사님에게 덤비다가 그대로 죽은 사람이 있다.”고 말하자, 옆에서 목사 왈 “나한테 덤볐다가 그 다음 날 죽은 사람이 있다.”고 맞장구친다.
이어 카메라는 문제의 철조망 안 베일에 싸인 공간을 비춘다. 내레이션은 ‘철조망 안쪽으로 들어가자 강당처럼 보이는 곳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파리가 모여드는데도 꼼짝없이 누워있는가 하면, 공간 안에는 용변 해결이 어려운 중증장애우도 함께 생활하고 있었는데, 이런 장애우를 돌봐주고 있는 사람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또 다른 시설인 이었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어 원생들의 식사시간, 내레이션은 ‘식탁에 둘러앉은 원생들, 6-7명이 먹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반찬이 놓여 있고. 반찬은 금방 없어졌는데 원생들은 불평 없이 꾸역꾸역 맨밥을 먹고 있었다. 그리고 자칭 유아무개 목사가 밥 먹는 원생들에게 반찬을 그릇에 담아 먹는다고 이 새끼 저 새끼, 라며 욕을 퍼붓고 있었다. 또 특정 장애우 이름을 부르며 밥 먹지 말고 죽어 버려라는 폭언도 퍼붓고 있었다.’고 설명을 이어가고 있다.
다시 화면은 구멍 난 양말을 신고 있는 장애우를 비추고, 취재진이 양말이 없냐고 물어보자 양말이 없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방송은 또 ‘이 시설이 수 십 마리의 개와 닭 등 가축을 키우고 교회에 딸린 밭에서 작물도 재배하는데. 모두 일을 시설인들이 하고 있었다.’고 전하고 있다.
그리고 취재진이 장애우들에게 성경구절을 베껴 쓰는 일 외에 다른 치료를 받는 게 있느냐고 물어보자 장애우들은 “하긴 뭘 해요 약 먹고 가만히 앉아있는 거지.”라고 대답한다. 이 때 등장한 유아무개 목사, “여기 원생들은 모두 예수표라고 하는 약을 먹습니다.”라고 당당하게 대답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까지 자칭 장로교 목사라고 하던 유아무개 목사, 취재진이 정식으로 교단에 등록이 되어 있느냐? 확인해 봤는데 교단 목사 명단에 이름이 없다고 추궁하자. 그때서야 “없을 겁니다.”라며 자신이 목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시인하고 있다.
카메라는 마지막으로 철조망 안 감금방들을 비추는데, 어두컴컴한 공간 안에는, 안에선 문을 못 열고 밖에서 잠글 수 있도록 자물쇠가 채워진 방이 한 두 개가 아니다. 취재진이 유아무개 씨에게 감금방들의 용도를 물어보자. “독방이 아니고 똥방이다.”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취재진이 장애우를 감금방에서 자게 하는 건 인권침해라는 지적을 하자 유아무개 씨는 “그게 인권침해라면 어쩔 수 없다.”라고 역시 당당하게 대답한다.
여담이지만 기자가 현장에 갔을 때 다수의 장애우들이 맞아서 생긴 게 분명해 보이는 상처를 가지고 있었다. 상처에 대해 장애우들은 “맞아서 생긴 상처,”라고 대답했고, “시설에서 생활하는 게 무섭다.”고 말했다. 한 장애우는 “여기 감금 되어 있는 장애우들은 항상 1백대 2백대 맞습니다. 안 때리면 일이 안된다고 때립니다.”라고 말하고 있었다.
한 마디로 장애우들은 이 시설에서 가히 동물 같은 삶이라는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인간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었다.
▲ 목사의 강제적인 지시로 종이에 성경구절을 반복해서 배껴쓰고 있는 원생 |
▲ 철조망 안 조그만 운동장을 끊임없이 돌고 있는 원생들 |
치부의 수단이 된 미신고 시설 운영
평택시청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은 이 시설에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연금으로 최근까지 한 달에 4-5백만원이 지원되고 있었다고 밝혔다. 사용처에 대해 작년까지는 수급비를 시설 운영비용으로 썼다는 보고를 받고 일부 영수증도 첨부되어 있었지만 올해는 아예 보고도 없고 영수증도 제출받지 못했다는 게 공무원 말이었다.
장애우들에게 지급되고, 당연히 장애우 본인들이 사용해야 할 수급비와 장애연금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수 없다는 게 이어진 공무원 답변이었다.
이 시설은 수급비와 장애연금 그리고 앞에서 언급했듯이 가족들이 입원비 명목으로 내는 돈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 외에 틀림없이 별도로 가족들이 장애우들을 맡기면서 거액의 돈을 운영자에게 건넸을 테지만 그 실체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자칭 유아무개 목사는 기자에게 계획을 얘기하면서 “시설이 정신보건법 위반으로 폐쇄 명령을 받았기 때문에 조만간 충북 괴산으로 내려갈 계획이었다.”라고 말했다. 유씨가 괴산에 거액을 들여 땅을 사놨고, 거기서 다시 시설을 만들어 운영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 증언이었다.
말하자면 유씨에게는 시설 운영이 치부의 중요한 수단인 셈이다. 실제로 시설을 폐쇄하고 장애우들을 구출해 내는 과정에서 시설 측 관계자들은 완강하게 저항하며, “원생들을 모두 데려가면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먹고 사느냐.”는 말을 뱉었다.
일단 평택시청 공무원들과 경찰 기동대까지 동원돼서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던 장애우들은 모두 구출됐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장애우 미신고 시설 문제는 정부가 시설 전수 조사 후 신고시설로의 전환 등의 조치를 취해서 해결의 실마리가 잡힌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것이 이번에 드러난 것이다.
그리고 결국 가족들이 감당하지 못하는 정신장애우 등의 문제에 대해 지금처럼 정부가 손 놓고 있다면 미신고 시설은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분명한 건 이 시설 외에도 인권이라는 말을 꺼내는 게 무색한 사각지대가 우리 곁에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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