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만 보고 판결한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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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인의 보험 가입을 거부한 보험회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장애인 차별 구제 청구 소송이 2심 법원 판결에서도 패소했다.
소송을 제기한 장애인과 장애인 단체는 차별에 초점을 맞춰 소송을 제기했는데, 법원은 엉뚱하게 지적장애인이 보험에 가입할 의사가 있었는지 없었는지에 초점을 맞춰 재판을 진행했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무엇이 문제인지 살펴봤다.
<법원, 지적장애인 보험 가입 의사 확인할 수 없다면서 패소 판결 내려>
9월 초 서울고등법원 민사 13부는 장애인 단체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발바닥행동 등이 지적장애인 허아무개 씨 등 2명을 원고로 내세워서, 삼성생명 등 국내 굴지의 보험회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 가입 이행 청구 2차 소송을 이유 없다며 기각했다.
작년 4월에 열린 1차 소송이 기각되자 항소했고, 그래서 이번에 2차 항소심 재판이 열리게 된 건데 법원이 패소 판결을 내린 것이다.
청구 취지 및 항소 취지를 살펴보면, 원고인 장애인 단체와 지적장애인은, 피고인 보험회사들이 원고들에게 지적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원고들의 보험가입 청약에 대하여 보험가입절차의 이행을 거절하였는바 이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이 장애를 차별로 한 차별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런 차별행위는 헌법과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위반한 불법행위라 할 것이므로, 피고인 보험회사들은 원고들이 위 불법행위로 인하여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고, 나아가 원고들의 청약에 대하여 보험가입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을 하면서 구체적으로 삼성, 대한, 동양, 교보 생명 등의 보험회사들이 소송을 제기한 지적장애인의 보험 가입을 즉시 받아들이고 아울러 보험회사들이 각 5백만원씩 정신적 손해배상을 하라고 요구했는데, 이런 원고 측 주장이 법원에 의해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법원은 판결에서 작년 1심 법원 판결과 마찬가지로 소송을 제기한 지적장애인이 보험에 가입하려는 명확한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기각했다.
현재 비장애인의 보험 가입 절차를 보면, 보험회사를 찾아가지 않더라도 보험대리점 등에 전화를 걸어 보험 가입 의사를 밝히면 대부분 보험 가입이 가능하다. 소송을 제기한 장애인 단체의 주장은 장애인의 경우도 전화를 걸어 보험 가입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보험 청약을 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법원은 지적장애인이 보험회사에 구체적인 보험 가입 청약서 등을 제출하지 않았다면서, 그래서 지적장애인이 보험에 가입하려는 의사를 입증할 수 없다면서 패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니까 소송을 제기한 장애인 단체 등 원고 측은 보험회사들의 지적장애인 보험 가입 거부가 장애인 차별이니까 이를 시정해 달라는 요구를 한 건데, 법원은 엉뚱하게 보험 가입 절차상의 문제를 들어, 소송의 본질에 대한 판결은 하지 않은 것이다.
<상법 732조 개정도 요원, 그나마 성년후견제도 시행에 기대>
구체적으로 문제점을 짚어보면, 지적장애인들의 특성상 지적장애인 본인이 종신보험 등에 가입하려 하고, 또 보험 가입을 위해 청약서 등을 써서 내는 것이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그래서 소송을 제기한 장애인 단체 등 원고 측은 법원이 이런 지적장애인들의 특성을 고려하고 이해해서, 지적장애인이 일단 보험 청약 의사를 밝혔으니까, 장애인 차별 금지 차원에서 보험회사들에 지적장애인의 보험 가입을 가능하게 하는 판결을 내려줄 것을 기대한 건데, 하지만 법원은 지적장애인들의 특성에 대한 고민조차 하지 않은 채, 지적장애인의 보험 가입 의사가 확실했는지 불확실했는지 여부만을 놓고 판단해서 패소 판결을 내렸다.
2심 법원은 이어 원고 측이 이 사건의 위헌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받고 싶다며 법원이 위헌 헌법 소원을 제기해 줄 것을 요청했는데, 헌법 소원 제청도 기각했다.
기각 이유는, 판결문을 보면, 원고들의 주장은 신청인들이 유효한 보험가입의 청약을 하였음을 전제로 한다 할 것인데, 법원은 신청인들이 유효한 보험가입 청약을 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신청인들의 청구를 기각했기 때문에, 위헌 심판 제청의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해서 기각한다는 것이었다.
법원 판결 외에도 특히 지적장애인의 경우는 지적장애인과 심신미약자의 금융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는 상법 732조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보험 가입에 있어서의 차별을 제거하는 게 더욱 어려운 실정에 놓여 있다.
그리고 장애인 보험 가입 차별과 관련해 실태를 살펴보면, 금융감독원 등이 보험 가입에 있어서 장애인 차별을 하지 말라며, 보험회사에 권유를 하고, 대책들도 발표를 하지만 보험 가입 차별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 이유 중 하나에 대해 한 보험 회사 관계자는, “현재 보험회사들 대다수가 경험 생명표를 근거로 보험료를 산출하고 보험 가입을 받는다.”면서 “경험 생명표가 뭐냐면, 보험회사의 보험에 가입한 가입자들 통계를 내서 어떤 직업이 사망 확률이 높고, 어느 연령대가 역시 사망 위험이 높은지 등을 따져서 보험료를 산출하고 보험계약을 하는데, 장애인의 경우는 이 경험생명표에 통계와 근거가 잡혀 있지 않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래서 보험회사들이 장애인의 보험 가입을 꺼리고 있다는 게 보험회사 관계자 얘기였는데, 보험회사들은 통계가 없으니까, 막연히 장애인은 사고 당할 확률이 높고, 사망률도 높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는 게 역시 보험회사 관계자 얘기였다.
한편 상법 732조에 대해서도 보험회사 관계자는 보험회사들은 “이 조항이 개정돼서 지적장애인의 생명보험 가입이 가능해지면, 안 그래도 현재 보험을 매개로 한 범죄가 늘어나는 추세인데, 이 조항 개정으로 지적장애인 등이 보험 범죄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반대 입장을 표시하고 있었다.
결국 지적장애인 등의 보험 가입 차별 해소는 차선책으로 내후년에 성년후견제도가 시행되면, 그때는 법정대리인이 지적장애인 등을 대신해서 금융 거래를 할 수 있으니까, 보험 가입이 가능해 질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점쳐 예상해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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