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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생활수급비와 노동력 착취당하던 장애인 부부 구출

20여년간의 노예생활, 아무도 그들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다

본문

 

   
▲ 부인 B씨가 소에게서 옮은 피부병 반점을 내보이고 있다.
  전북 남원시에서 기초생활수급비와 노동력을 착취당하던 한 장애인 부부가 구출됐다. 놀라운 사실은 이들 장애인 부부에게 일을 시키고 수급비를 갈취한 당사자가 바로 남편의 친형이라는 사실이다. 중증장애를 가진 부부가 비장애인도 하기 힘든 농사일을 그것도 20여년간 해왔다는 게 도무지 믿기지 않는데, 어떤 사연이 있는지 추적했다.

<자기 방어력 없는 부부, 가족에게 속수무책으로 착취당해>
  전북 남원시 외곽 시골마을, 인적을 찾아볼 수 없는 저수지 옆 깊은 산 속에 외부에서 육안으로는 실체를 찾아보기 힘든 낡은 집 한 채가 숨어 있었다, 도저히 사람이 살고 있다고는  믿어지지 않는 곳에 올해 56세인 지체 3급 A씨와 44세 지체 1급 B씨 장애인 부부가 살고 있었다.

 

   
▲ 부부의 거주공간.좁은 방.
산기슭에 자리 잡고 있는 낡은 집에는 우선 곰팡이가 온통 벽을 뒤덮고 있는 좁은 방이 있었고, 비닐로 얼기설기 지어놓은 세면장, 그리고 비장애인도 이용하기 힘든 재래식 화장실이 있었으며, 집 바로 옆에 소를 키우는 축사와 또 마당에는 거위와 개를 키우는 사육장이 널려 있었다. 

  부부는 이곳에서 20여년째 가축을 키우고 밭일을 하는 등 힘든 노동을 하고 있었는데, 부부 에 따르면, 노동은 이른 새벽 5시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축사에 있는 소 5마리에게 여물을 먹이는 것을 시작으로 해서 하루 종일 가축을 돌보고 밭일을 하는 등 힘든 노동을 하고 있고, 이런 힘든 노동 때문에 남편인 A씨는 허리가 심하게 휘어 제대로 의자에 앉지도 못하는 질병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부인인 B씨 역시 팔이 늘어나 생긴 통증과 심한 허리 통증을 호소하고 있었다. 또 부부 모두 소에게서 옮은 심한 피부병 때문에 온 몸이 흉측한 반점으로 뒤덮여져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장애인 부부는 병색이 완연해 보였다.

  이들 부부에게 근처 10분 거리에 사는 A씨 친형은 두려움 그 자체의 대상이었다.

   
▲ 부부의 밥상. 상한 죽이었다.

  예를 들면, 7월 25일 현장에 갔을 때 장애우 부부는 만들어진지 오래돼서 냄새가 나는 쉰  죽으로 밥상을 차려놓고 막 먹으려고 하고 있었다. 이 죽을 갖다 준 사람이 바로 남편 A씨의 친형이었는데, 부부 중 남편 A씨에게 쉰 죽을 먹으려는 이유를 물어보자 “내가 평소 쉰 음식을 좋아해서 형이 얻어다 준 것이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대답에서 알 수 있듯이 부부 중 특히 남편 A씨는 가해자인 형을 심하게 의식하고 두려워하고 있었다.

  실제로 장애인 부부는 A씨 친형에게 수도 없이 많이 맞았다고 증언하고 있었는데, 예컨대 시키는 일을 제대로 안 한다고 맞고, 또 병원에 자주 간다는 이유로 맞기도 했다는 게 부부의 진술이었다.

   

  폭력에 대한 부인 B씨 가족 중 언니의 증언에 따르면, “동생인 B가 맞았다고 울면서 전화가 올 때마다 경찰서에 가서 신고하라고 했다. 그랬는데 B가 경찰서에 가면 뭐해, 때린 사람을 잡아가지도 않는데, 라고 대답했다.”고 말하고 있다. 

  폭력 외에 문제가 더 심각한 것은 A씨 친형이 부부의 보호자 역할을 하면서 20년 동안 정부에서 장애우 부부에게 지급하는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연금을 관리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장애인 부부는 그동안 힘든 노동을 했지만 임금과 용돈은커녕 수급비조차 받아서 쓴 사실이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상황을 종합해 보면, 이들 장애인 부부는 두 사람 다 초등학교도 다니지 못한 무학이라는 또 하나의 사회적인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몸의 장애와 교육을 받지 못해 생긴 사회적 인지력 저하, 그로 인해 자기 방어력이 없는 상태에서 부부는 그동안 형이라는 가족에게 속수무책으로 착취당해온 것으로 상황이 유추되고 있었다.

<학대상황 전혀 몰랐다? 이해되지 않는 지방자치단체>
  가족이 가해자로 등장하면 학대 상황이 외부로 쉽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두 사람 다 그동안 학대 상황을 벗어나지 못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부부가 기초생활수급자고 거기다 중증장애인이면 지방자치단체가 별도로 관리했을 것 같은데, 지자체는 그동안 뭘 하고 있었기에 장애인 부부가 학대상황에 계속 놓여 있어야 했던 걸까,

  실제로 부부 중 B씨 가족들은 “그동안 남원시와 읍사무소에 지속적으로 동생 부부의 학대상황을 알리고 민원을 제기했다. 그런데 그때마다 묵살 당했다.”며 울분을 토로하고 있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현지에서 남원 시청과 부부가 살고 있는 동네 읍사무소를 찾아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들을 만나봤다.

  상황을 보면 먼저 지자체는 이들 부부가 수급비와 장애연금을 직접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이들 부부에 대한 읍사무소의 상담일지를 보면 부부의 중증장애로 인해 형수가 수급비 통장을 관리하고 있다고 적혀 있었다.

  구체적으로 7월 8일자 이뤄진 상담 일지에 따르면, ‘남편 A씨 지체장애 3급, 통장을 형수에게 맡겨놓고 있음. 상담시 하루라도 좋으니 치료를 받으며 편안하게 살고 싶다고 함,'‘부인 B씨 현재 치료받고 있음. 경기도 파주에 사는 언니네로 이사를 가고 싶어 함.’이라고 적혀 있었다. 

  읍사무소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 부부는 한 달 70만원 가량의 수급비와 장애연금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 본인이 아닌 제 3자가 수급비와 장애연금 통장을 관리하면, 수급비와 장애연금이 당사자에게 쓰이고 있는지 여부를 공무원들이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고 기초생활수급 지침은 적시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복지 공무원들은 그동안 단 한 번도 장애인 부부가 수급비와 장애연금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들 부부는 다행히 남원시에서 제공하는 가사간병 도우미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었다. 1주일에 두 번 남원시에서 파견한 도우미가 이들 부부 집을 꼬박꼬박 방문해 방청소 등을 해줬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남원시와 읍사무소 공무원들은 그동안 학대 상황을 전혀 몰랐다고 말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읍사무소에서 만난 담당 계장은 “2월에 부임해 왔고 다른 업무도 챙겨야 하기 때문에 학대 상황을 전혀 몰랐다.”고 말하고 있었고, 담당 사회복지사는 “얼마 전 출산휴가를 다녀와서 역시 학대 상황을 몰랐다.”고 말하고 있었다,

  장애인 부부가 심한 학대를 받고 있고, 수급비도 갈취당하고 있는데,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는 지자체는 도우미까지 파견했으면서도 학대 상황을 아무도 몰랐다고 말하는 걸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남원 시청에서 만난 담당 공무원은 추궁하자 비로소 얼마 전 현장에 가봤고, “가서 장애우 부부가 살기 부적절한 환경에 놓여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실토했다. 그런데 “가족 간 일이라 관여하기 어려웠다.”는 게 담당 공무원의 대답이었다,

  이어 수급비 갈취와 관련해서는 “읍사무소 담당자가 혼자 관리하고 있고, 관리할 가구가 많기 때문에 가구마다 일일이 사용처를 물어보기 어렵다.”며 예의 인력 부족을 탓하고 있었다.

  결국 관리 책임이 있는 지자체와 공무원들은 이들 장애인 부부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부 중 부인인 B씨 친정 언니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에 동생이 학대당하고 있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면, 정황상 이들 부부는 영영 학대상황을 벗어나기 어려웠을 것이라도 추측도 충분히 가능하다.

  7월 말 현재 이들 부부는 구출돼 용인시에 있는 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부부 모두 명백하게 다시는 힘든 농사일을 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있기 때문에, 병원에서 치료 후 부인인 B씨 가족에게 인계될 예정이고, 앞으로 B씨 가족이 있는 파주시에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어쨌든 장애인 부부에게 가해진 학대 상황이 막을 내린 것은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이렇게 자기 방어력이 없는 장애인들이 노동력과 수급비를 갈취당하는 사례가 비단 이 부부에게만 한정되는 사례는 아닐 텐데, 결국 향후 자기 방어력이 없는 장애인들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중대한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할 수 있겠다.

작성자글 이태곤 기자 사진 유희종 기자  a352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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