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우 명의도용 재산피해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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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5백만원 휴대전화 요금 청구돼
최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에 한 건의 진정이 들어왔다. 그 내용인즉, 한 지적장애우에게 휴대전화비가 무려 1,500만원이 청구됐다는 것이었다. 피해자의 누나에 따르면 남동생은 지적장애 3급의 장애를 가지고 있고 혼자 살고 있으며, 다른 수입이 없어 기초생활수급자에게 나오는 생계비로 겨우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몇 달 전 동생이 거리를 지나다가 휴대전화 대리점 직원들의 호객행위로 모 텔레콤과 모 이동통신 대리점에서 각각 1대씩 휴대폰 2대를 개통했는데, 휴대폰을 갖게 된 동생이 아무 생각 없이 060 유료전화를 많이 사용하는 바람에 휴대전화 한 대당 750만원씩 합쳐서 1,500만원의 전화사용료가 청구됐다는 것이 진정 내용이다.
장애우의 누나는, “남동생은 현재 48세인데, 38세까지 안산에 있는 한 복지시설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세상 물정을 전혀 모른다.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동생의 장애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휴대폰을 개통시켜줘서 아무것도 모르는 동생이 재산 피해를 입게 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런가하면 지적장애우 주위 사람들이 장애우 명의로 멋대로 은행 통장을 개설하고, 휴대전화를 개통해서 결국 장애우들이 재산 피해를 입게 되는 사례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역시 인권센터에 진정된 내용에 따르면, 교회 전도사라고 신분을 밝힌 제보자는 “교회에 지적장애우로 판단되는 남성 교인 한 명이 다니고 있는데, 장애우의 주변 이웃들이 장애우를 구슬려서 장애우 명의로 은행 통장을 무려 10여 개나 만들어 나눠 가졌다. 그리고 휴대전화도 장애우 명으로 5대를 개통해서 현재 주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결국 대포통장과 대포휴대폰으로 나중에는 장애우가 재산상 피해를 입게 될 것이 분명해 보이는데 현재 있는 법으로 장애우를 보호해줄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라며 문의했다.
060 전화 원천적인 차단 등 대책 마련돼야
한편 드물긴 하지만 지적장애우 명의를 도용한 신용카드가 발급돼서 장애우들이 재산 피해를 입게 된 사례도 있다. 인권센터에 접수된 내용에 따르면, 제보자는 직장관리자이고, 피해자는 지적장애우 근로자다. 제보자에 따르면 최근에 직장 사무실로 피해자인 장애우 명의로 연체된 신용카드 금액 수백만원이 있다는 카드사의 전화가 와서 제보자가 장애우를 대신해 직접 카드사를 찾아가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 봤다고 한다.
결국 내막을 알아보니 피해자인 지적장애우의 한 동료직원이 장애우를 구슬려서 신용카드를 발급받게 만든 다음 신용카드를 자신이 사용하고 또 카드론으로 돈을 수백만원 빌려 쓴 다음 그 돈을 갚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다. 제보자가 카드사에 항의하니까, 카드사는 피해자가 직장이 있기 때문에 신용카드를 발급했다며, 신용카드 발급 과정에서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현재 신용카드를 대신 사용한 직원은 전혀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유야 어쨌든 자기방어력이 없는 장애우들이 피해를 입었으니 구제 방법이 있어야 할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휴대전화 요금이 1,500만원이 청구된 사건의 인권센터가 통신회사에 전화를 걸어 사정을 얘기한 다음 장애우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알아본 결과, 한 통신회사는 장애우의 사정을 이해한다며 060 전화사용료를 전액 삭감해주고 일반 전화사용료 47만원만 받겠다는 답변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또 다른 통신회사는 개인사정이 어찌 됐던 간에 장애우 본인이 사용한 요금은 다 내야 한다며 요금 삭감을 완강하게 거절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휴대전화 요금 과다 청구는 이렇게 통신회사에 사정하면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지만, 지적장애우 등의 주변 사람들이 장애우 명의로 통장을 개설하거나 휴대전화를 개설하고,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장애우가 재산상 피해를 입었을 때엔 마땅한 구제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
변호사들은 이럴 때는 장애우가 법원에 가서 한정치산자나 금치산자 신청을 하는 게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조언을 하고 있었다. 즉 현재로서는 장애우가 법원에서 법적으로 아무 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판결 받아서 재산상 피해를 줄이는 게 유일한 대책이라는 게 법률 관계자들 조언이었다.
하지만 지적장애우 등 자기방어력이 없는 장애우들이 금치산자나 한정치산자가 되면 금융거래 등을 전혀 할 수 없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또 다른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된다. 그래서 장애계에서는 이 문제 해결책으로 성년후견제도를 주목하고 있지만, 성년후견제도가 시행되려면 앞으로 수 년을 더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그 전까지는 합리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 방법의 하나로 금융사들이나 휴대전화 대리점 등으로 하여금 좀 더 장애우 확인을 철저하게 하도록 강제하고, 060 유료 전화는 처음부터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등 관심을 가진 정부 차원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게 장애계 관계자들의 지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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