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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군인 보상? 사회복지 차원에서 논의돼야"

[기획Ⅱ] 군 가산점 위헌판결 이끌어냈던 정강용 씨와의 대담

본문

군가산점 제도 부활의 '과제'를 들먹이기 전에, 먼저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 있다. 그것은 국방부를 앞세운 정부가 최근 '군가산점 제도 부활의 과제' 운운하며, 마치 해묵은 난제를 풀겠다는 듯한 뉘앙스로 군가산점 제도의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함께걸음은 군가산점 제도 위헌 소송을 제기해 1999년 승소 판결을 이끌어냈던 정강용 씨를 만나, 군가산점 제도를 부활시키려는 이들의 얄팍한 속내가 무엇에서 비롯된 것인지 파헤쳐 보았다.


정강용 씨는 누구인가?

   
  10세 때 폭발물 사고로 한쪽 손목을 잃은 정강용 씨는 지난 1999년 12월 헌법재판소로부터 군가산점 제도 위헌 판결을 이끌어낸 인물이다. 서울 경기고 시절 전국석차 30등 이내에 들 정도의 수재였던 그는, 충남대 행정학과를 거치며  군 면제를 받은 뒤 기업체와 행정기관의 문을 두드렸지만 군가산점 제도 때문에 88년부터 6년간 20여 차례나 시험에서 떨어져야만 했다.

  정씨는 91년 총무처 주관 7급 행정직 시험에서 응시자 중 차석에 해당되는 82.22점을 받았지만 군가산점 5% 때문에 실제 시험 점수 78.33점을 받은 군필자에게 밀려 낙방하고, 93년 충남도 7급 행정직 시험에서 합격자 45명 중 28등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았지만 역시 군가산점 때문에 133등으로 밀려나 낙방하고 말았다. 이후 정씨는 7년 동안 법정투쟁을 벌여 1999년 12월 헌법재판소에서 군가산점 위헌판결을 얻어냈고, 2000년 대전고등법원에서 93년 치러진 충남지방공무원 7급 행정직 시험의 불합격 취소 처분 최종 판결을 받아냈다.


이: 군가산점 제도는 이미 두 차례나 위헌 판결을 받았던 문제다. 타당성이 있을까.

정:  내가 볼 때는 여성단체나 장애인단체나 마찬가지로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다. 사실 나 역시 이미 위헌판결이 났던 문제라서, 아무리 국방부가 다시 제도화하려 해봤자 가능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국방부에서 연락이 왔다. 국방부에서 ‘군가산점 제도의 현황과 과제’를 두고 포럼을 하는데 참석할 수 있냐고. 내가 “다 끝난 일을 두고 새삼스럽게 뭘 할 게 있냐”고 말하니, ‘장애계에서 현실적으로 직접 경험한 얘기를 해줬으면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결국 포럼에 참석하기로 하고 자료를 준비하다 보니, 도대체 왜 느닷없이 군가산점 제도를 부활시키려 하는지 궁금해지더라. 그래서 군가산점 제도 위헌 판결이 난 이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헌법재판소 판결이나 군제대자들의 주장, 반대하는 쪽의 입장 등을 정리해 봤다. 그 결론이 바로, 앞서도 말했듯 여성단체나 장애인단체가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방부나 의도나 사실 관계, 추진하려는 속내를 정확히 확인해야 되는데, 아무도 그런 시도를 하고 있지 않다. 내 주관적인 견해는 그렇다. 물론 지금 상황은 예전과 다르지만, 군가산점 제도가 다시 부활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문제는 국방부가 군가산점 제도를 법적으로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법을 무시하고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위헌 여부와 관계없이 현실적으로 제대 군인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다. 즉 위헌 여부는 송두리째 빼버리고, 법적인 접근이 아니라 정치적이고 정략적인 접근을 하는 게 문제다. 그런데 장애인단체나 여성단체는 국방부가 위헌여부 제쳐놓은 것을 똑같이 제쳐놓고, 즉 본질적인 것을 건드리지 않고 지엽적이고 제한적인 것에 대한 대응만 하고 있다.


이: 정강용 씨의 이야기대로라면 더 이상 추진할 수 없는 게 아닌가.

정:  헌법에 위배되는 사안이니만큼, 추진하면 안 되고 추진할 수 없다. 지금 국방부는 기본권이나 인권을 모조리 무시하고 있다. 헌법 안 지키겠다고 하면서 군가산점 부활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 군가산점 제도가 사회쟁점화, 이슈화가 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나.

정:  사회쟁점화, 이슈화가 되면 절대 통과될 수 없으리라 본다. 문제는 정부가 현실을 왜곡하고  언론을 통제하며 구렁이 담 넘어가듯 비공개로 추진하는 것이다. 헌법대로 하면 통과될 수 없다. 그런데 지금 국방부가 추진하는 것은 헌법대로가 아니다. 헌법을 준수할 의무는 국방부에게도 있지 않느냐. 두 번이나 위헌 판결이 난 제도인데, 국방부는 얄팍한 논리로 헌법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

  군 가산점 제도의 부활을 주장하는 이들의 논리는 ‘헌법재판소는 가산점 자체가 위헌이라고 하지 않았다. 가산점의 불이익 정도가 너무 과중하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가산 비중을 5%에서 2.5~3%로 낮추면 위헌이 아니다. 또한 시대가 변하면 판례도 바뀌기 때문에, 예전에 헌법재판소가 위헌판결을 했다 하더라도 판례는 바뀔 수 있다. 법 제도를 통해서 가산점 제도를 개선시켜 법제화시키면 위헌이 아니다’ 라는 것이다.


이: 실제로 당시 군가산점 제도 위헌 판결이, 가산점의 비중이 높아서 위헌이라고 한 건가?

정:  아니다.


이: 그런데 왜 국방부는 그렇게 말하나.

정:  앞서 말했듯, 진실을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일반 국민들은 쉽게 판단할 수 없다. 그들이 진실을 왜곡하는 것 중 대표적인 게 ‘상징성’이라든가 ‘희생에 대한 보상’ 운운하는 것들이다.

  당시 헌법재판소에서는 ‘공개경쟁인 임용시험에서 능력에 따른 차별은 당연히 인정되는 것이다. 공개경쟁 임용시험에서 불합격한 것을, 병역의무 이행으로 인한 불이익한 처우라고 볼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이는 병역의무 이행으로 인한 보상은 헌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군가산점 제도의 부활을 찬성하는 발언으로 유명한 전원책 변호사라는 분이 있다. 그분은 ‘병역의무에 희생이 따랐지 않느냐’고 주장하는데, 그건 감정적인 발언이다.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 헌법재판소는 군가산점에 대해, 헌법적 근거가 없으며 장애인이나 여성의 권리를 제한하고 침해하는 특혜일 뿐이며 군제대자의 불이익을 막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고 분명히 명시를 했다.


이: 결국 지금 군가산점 제도의 부활은 헌법에 저촉된다는 말인데, 국방부나 국방위원회 의원들은 그 사실을 모른다는 것인가.

정:  나는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정말 모르거나, 알면서도 일부러 왜곡하거나. 그런데 나는 일부러 왜곡하는 사람을 상대하기가 더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그들은 알면서도 일부러 왜곡하는 것처럼 보인다.

  누구든 헌법재판소의 판결과 다른 입법을 할 권한은 없다. 정말 모르는 사람에게는 정보제공을 하면 된다. 그렇지만 진실을 왜곡하는 사람은 진실을 왜곡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꿍꿍이속은 감춰놓고, ‘제대군인의 희생에 대해서 보상을 해줘야 된다. 그걸 왜 동의하지 않느냐’며 감정에 호소하고, 여론의 동의만 구한단 말이다. 희생에 대한 보상은 헌법을 위반하면서까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입법한다 하더라도 헌법의 범위 안에서 해야 한다. 법질서를 무시하고, 상위법을 지키지 않고 제도화 할 수 없다.

  포럼 때에도 이러한 얘기를 했다. 애당초 포럼 제목이 ‘군 가산점 제도의 현황과 과제’였는데, 현황이나 과제에 대한 논쟁은 근본적으로 그 제도가 헌법에 근거하는 건지 여부부터 짚고 넘어가야 되는 게 아닌가. 위헌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진행하는 토론은 무의미하며 제도화의 헌법적 타당성을 제시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려 했는데, 사회자는 내가 꼭 중요한 이야기를 하려 할 때마다 끊어 버리더라.


이: 군가산점 제도가 위헌 판결이 난 후, 10년여 동안 전혀 말이 없었지 않느냐. 그런데 이 정권  말기를 앞두고 얘기가 나오는 이유가 뭘까.

정:  내가 잠정적으로 내린 결론은, 제대군인에 대한 지원을 추진하는 실무 담당자들, 그 사람들이 유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정말 말 그대로 이 정부가 제대군인에 대한 지원을 하려면 가시적인 성과를 산출해야 되지 않느냐. 그들이 정책 개발에 대한 열의가 있고 능력이 있다면,  국가경쟁력에도 도움이 안 되고, 제대군인에게도 도움이 안 되고, 장애인이나 여성에게도 불이익만 초래하는, 객관적으로 봤을 때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정책을 입법화하겠다고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공부도 안 하고 정책 연구도 안 하고 탁상행정으로 쉽게 가려다 보니, 이미 일고의 가치도 없는 제도를 부활시키겠다고 끄집어내는 것이다. 제대군인에 대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면 법적 근거 안에서 새로운 정책개발을 해야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고 헌법에도 위배되는 것을 정책이랍시고 다시 도입을 하려는 걸 보면, 무능한 사람들, 무능한 집단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이: 군가산점 제도가 위헌이며,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군제대자에 대한 보상은 필요한 것인가. 필요하다면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야 할까.

정:  국방부 입장에서는 군가산점 제도의 부활에 대한 명분 중의 하나로, 군제대자에 대한 보상이 미비하므로 병역 불이행이라든가 병역 기피가 심각하며, 국가안보에도 손실을 끼친다고 줄곧 말해왔다. 따라서 포인트는 제대군인에 대한 불이익이 없도록, 국가가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책을 제공해야 된다는 것이다.

  나 또한 내가 군제대자라면 어떤 요구를 해야 될까 하고, 위헌 소송을 내던 당시부터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생각을 해 봤다. 병역의무를 이행한 사람들이 복무를 마치고 사회에 나왔을 때, 어떤 사람들을 어떻게 지원하는 것이 진정 국가에 도움이 되고, 본인에게 도움이 되며, 장애인이나 여성 등 복무를 하지 않는 이들과도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이 될까 하는 문제를 고민한 것이다.

  이 문제를 고민하며, 어림짐작으로 산술적 계산을 해 봤다. 1년에 전역하는 군인 수가 25만명쯤 된다고 한다. 이들 25만명에 대해 가산점을 준다고 가정을 해 보자. 또한 이들에 대한 국가의 유일한 지원책이 공무원 시험 가산점으로 한정된다고 해 보자. 1년에 채용하는 7급, 9급 공무원의 총인원은 아무리 많아도 2,500명이 넘지 않는다. 25만 명에 2,500명, 1%다. 나머지 99%에 대한 국가의 공식 지원은 없다. 99%에 대해서는 왜 방치를 하느냐. 물론 나머지 99% 중에서는 군가산점을 인정하는 일반 기업에 취업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사업을 하거나 군가산점으로 인한 이익을 전혀 받지 못한 채 사회에 진출하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이처럼 정부가 주장하는 제대군인에 대한 지원책으로서의 군가산점 제도는 전제부터가 잘못됐다. 국민들 간의 분열만 초래하고, 안보 강화에도 무익하며, 모든 제대군인에게 고루 도움을 주는 방법도 아니다.

  제대군인에 대한 복지 정책을 펴야 한다. 제대군인이 복무 기간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 출발선상의 동일한 기회를 제공받는 것, 그것은 결국 복지다. 제대군인에 대한 지원이 필요 없다고 말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다만 그것은 반드시 사회복지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장애인이나 여성에 대한 권리 침해가 없다는 전제, 특혜를 주지 않는다는 전제 안에서 지원 가능하다.

  문제는 제대군인 복지 정책을 담당하는 이들의 직무유기다. 제대군인을 기만하고,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다. 상징적 효과? 제대군인을 들러리로 세워 군가산점 제도만 부활시키고 제대군인에 대한 복지를 시행했노라 떠드는 게 상징적 효과인가. 복지에 대한 노력이나 예산 확보에 대한 노력은 전혀 하지 않으면서, 또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복지 시책이나 정책 연구는 전혀 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고 집단 간 갈등만 초래하는 가산점 제도는 어떻게 보더라도 악질적인 제도일 수밖에 없다. 결국 군가산점 제도는 예산 없이 복지를 시행(하는 척)하려는, 손 안 대고 코 풀려는 정부가, 제대군인들에 대해 국가의 의무를 다 한 것처럼 진실을 호도하려는 수작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제대군인들은 오히려 군가산점 제도 부활에 대해 분노해야 된다. 지금 그들은 자신들이 정당하게 받아야 할 복지는 챙기지도 못하고 정부가 자신들을 속이기 위해 내세우는 가산점에만 매달려 있다. 제대군인들이 자신을 둘러싼 진실을 올바르게 볼 수 있다면, 그들이 먼저 ‘가산점은 필요 없다. 실질적으로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를 도입하라’라고 할 것이다.

  지금 군가산점 제도에 대해, 언론이든 제대군인이든 모두 다 집단이기주의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제대군인과 현역군인, 장애인과 비장애인, 여성과 남성, 모두 집단이기주의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접근하기 때문에, 제3자로서의 입장에서만 보이는 진실을 볼 수 없다. 또한 대다수의 국민들도 이 문제에 접근하지 않는다. 국방부는 장막을 쳐놓고 제대군인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서 무한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려 하고 있다.


이: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물어보겠다. 인터뷰를 진행하다 든 생각인데, 국방부가 아무리 우격다짐으로 나오더라도 결국 국회에서 의결을 해야 되지 않느냐. 국회통과는 안 될 것 같은데.

정:  내 생각은 다르다. 통과될 수 있다고 본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하면, 지금 군가산점 제도를 부활시키려는 방법이 예전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지금 군가산점 제도 부활은 겉모양새는 의원 발의의 탈을 쓰고 있지만, 사실 형식상으로는 국방부가 정부 입법으로 추진하고 있다. 예전에 주성영 의원 등이 발의한 병역법 개정안은 폐기시킨다고 하면서, 실은 국방위원회에서 따로 대체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의원발의가 아니라 국방부와 청와대가 의원과 관계없이, 태스크포스팀 성격을 띤 이들이 대체안을 만들었다. 그 말인즉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으니, 통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한참 동안 방치돼 있던 군가산점 문제가 지금에 와서 부각되는 것은, 의도가 순수하다고는 보기 힘들지 않을까. 정략적인, 정치적인 다른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언뜻 떠오르는 의도로 내년 총선이나 대선, 즉 표를 생각할 수 있는데, 거꾸로 생각하면 장애인나 여성들의 표도 무시할 수 없을 텐데.

정:  여성들이나 장애인들의 반발을 완화시키고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작성자대담 이태곤 기자 l 정리 박근재 기자  tournf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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