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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장애인 가족 내에서 벌어진 충격적 인권 유린

[초점] 장애인 가족 수십 년 유린한 인면수심의 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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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에 걸어둔 액자 속의 빛바랜 사진이 눈에 띄었다. 가해자는 액자 속 사진이 바래져가는 20여 년 동안, 사진 속 자신의 일가 모든 사람의 시선 아래에서 인륜을 저버리는 범죄를 서슴없이 저질러 왔다.

지난해 3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로 한 통의 제보 전화가 걸려 왔다. 피해자인 장애인 가족의 이웃 주민이 전한 제보의 내용은 자못 심각했다. 단란해야 할 장애인 가족 내에서 폭행과 성폭행, 수급비 갈취 등을 망라한 갖가지 인권 유린이 수십 년 동안 무분별하게 벌어져 왔다는 것이었다. 충격적인 장애인 가족 내 인권 유린의 전말을 함께걸음이 취재했다.


한 통의 제보 전화…사람의 탈을 쓴, 금수 같은 삼촌

  지난해 3월 모일, 서울의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침해예방센터(이하 인권센터)로 제보 전화가 걸려 왔다. 피해자인 장애인 가족의 이웃 주민이 전한 제보의 내용은 자못 심각했다. 서울 양천구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장애인 가족 내에서 심각한 인권침해가 오랜 세월 자행돼 왔다는 것이었다. 제보자는 지적장애가 있는 모녀가 그들과 함께 거주하고 있는 삼촌에게 성폭행과 폭행을 매일같이 당하고 있어서 그 상황이 심각하니, 인권센터가 시급히 개입해 달라는 요청을 해 왔다. 인권센터의 활동가는 이 제보를 받은 후, 즉시 상담을 통한 개입에 들어갔다.

   
▲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가자, 오랫동안 청소를 하지 않은 집 특유의 메마른 먼지 냄새가 풍겨왔다. 가해자는 집을 비운 상태였다.
  인권센터 활동가가 피해자 모녀와 상담을 시도한 결과, 모녀 중 어머니인 50대 중반의 모씨(某氏)는 지적장애 3급으로, 일상적인 의사소통과 생활에는 무리가 없으나 본인과 딸이 당하는 인권 유린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또한 딸인 10대 후반의 모양(某孃)은 지적장애 2급으로 의사소통에 약간의 어려움이 있으나 사실관계에 대한 긍정과 부정을 명확하게 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

  모씨는 지적장애 2급인 남편과 20년 전에 결혼을 하면서부터 시어머니, 남편, 시동생과 함께 생활하기 시작했다. 가해자인 시동생은 장애가 없으나 매일 술을 마시고, 병원에서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기도 한 병력을 가지고 있었다. 가해자는 모씨가 남편과 결혼식을 올린 그날부터 모씨를 성폭행했으며, 이를 거부하는 모씨를 협박하며 폭행을 일삼았다. 또한 이를 말리는 자신의 형과 어머니에게까지 폭력을 행사해, 가족 모두가 가해자를 두려워하는 나날이 수십 년 동안 지속됐다고 한다.

  그런 한편, 가해자는 친조카인 모양이 태어나자 조카에게도 흑심을 품어 모양이 9살이 되던 때부터 성폭행을 저질렀다. 모양 역시 성폭행을 거부할 때마다 삼촌에게 폭행을 당했으며, 성관계를 거부하면 죽인다며 목에 칼을 들이댄 적도 수차례 있었다고 한다. 모양은 처음 성폭행을 당한 후 어머니 모씨에게 그 사실을 알렸으나 모씨 역시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었고, 가족 모두 모양이 삼촌에게 성폭행을 당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가해자의 난폭한 폭력과 협박이 두려워 어떤 저항도 할 수 없었다. 더욱 끔찍한 것은, 가해자는 자신의 어머니와 형과 형수가 지켜보는 앞에서 조카를 성폭행한 적도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 정도만 놓고 생각해 봐도, 가해자는 이미 인간이기를 포기한 금수만도 못한 존재로서 살아왔다고 표현해야 할 것이다.

  인권센터 활동가는 피해자와의 상담 내용을 옮긴 일지에 ‘피해자 모녀가 잦은 폭행과 성폭력으로 심각한 심리적 불안에 빠져 있었으며, 딸인 모양은 성폭력 피해를 현재도 지속적으로 당하고 있다. 어머니 모씨는 성폭력 피해 상황을 은폐하려는 경향이 있어 지속적인 상담을 통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사건 개입 당시의 상황을 기록했다.


인권단체 개입과 경찰 수사 착수…피해자 구제 나서

   
▲ 말라 죽은 화분과 제멋대로 쌓인 그릇들. 개수대 바닥에는 곰팡이가 가득 슬어 있었다.
  첫 상담 이후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움직임은 신속하게 이뤄졌다. 우선 피해자들을 사건 현장인 집에서 분리시키는 시도가 먼저 이뤄졌다. 이에 따라 모녀는 지방의 한 쉼터로 무사히 들어가게 됐고, 피해자 모씨의 남편 역시 또 다른 지역의 쉼터로 이동했다. 또 가해자의 모친 역시 가해자에게 폭행을 당해 노인요양시설로 몸을 옮기게 됐다.

  이후 당연한 수순으로, 가해자는 지역의 한 인권단체에 의해 고발됐다. 경찰은 불구속 입건 상태에서 가해자를 수사하고 있다. 가해자의 죄목은 폭행과 성폭행 두 가지인데, 폭행죄는 입증이 됐으나 성폭행 사실을 밝혀낼 만한 증거가 불충분해 이를 입증하기 위한 물증 확보가 지금도 진행 중이다. 가해자는 폭행 사실은 인정하고 있으나, 성폭행 혐의는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피해 사실에 관한 피해자 모녀의 증언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나, 이들 모녀가 현재 심리적인 불안 상태에 있는 데다 명확한 증언이 힘들어, 이들을  통한 성폭력 사실 입증은 난항을 겪고 있다. 한때 공중파의 한 방송국에서 사건 현장인 집에 몰래카메라와 녹음장비를 설치해 두고 물증 확보를 시도한 적이 있었으나, 몰래카메라는 가해자에게 적발돼 제거되고 녹음장비만 현장에 남게 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여전히 정신 못 차린 가해자

   
▲ 냉장고 문을 열자 숨이 막힐 정도로 지독한 악취가 새어나왔다. 지난해 여름 무렵 이후로 냉장고를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은 벌레가 들끓었던 흔적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지난 4월 6일, 방송국에서 숨겨둔 증거물(녹음장비) 확보를 위해 인권센터 활동가들과 본지 기자가 피해자 가족이 살았던 양천구의 아파트를 찾았다. 이날 출동에는 사건을 담당한 충북 청주경찰서의 형사도 동행했다. 피해자 가족이 집을 떠난 후, 가해자가 혼자 집에 남아 거주하면서 이웃 주민들에게 위협을 가하는 등 행패를 부린다는 제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은 피해자 모씨의 남편, 즉 가해자의 형도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관계자들과 함께 옛 집을 찾았다. 급하게 몸을 피하느라 미처 챙기지 못했던 살림살이를 정리하기 위한 발걸음이었다.

  혹시 있을지 모를 가해자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담당형사와 다수의 활동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닫힌 문의 잠금장치를 뜯고 집으로 들어갔다. 본지 기자가 직접 눈으로 살펴본 집안 내부는 오랫동안 청소는커녕 간단한 정리도 되지 않은 듯했다. 오래된 설거지감이 쌓여서 곰팡이를 증식시키고 있었고, 사용을 중단한 지 오래된 냉장고는 내부에서 벌레가 증식해 문을 열자마자 지독한 악취를 풍기기까지 했다. 가해자가 수시로 출입하고 잠까지 잔다고는 했으나, 마치 아무도 살지 않는 듯한 집안 공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출동은 가해자가 빈 집에 머물며 아파트 주민들에게 위해를 끼치지 못하도록, 남아있던 가구며 옷가지 등을 모두 정리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또한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 자물쇠를 뜯은 현관문은 그대로 두기로 했다. 이 또한 피해자 가족의 집에 대한 재산권이 없는 피해자가, 추후에도 계속 자의로 머무르며 주민들에게 위협을 가하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한편 방송국의 장비는 본지가 발행된 현재 담당 경찰서에서 입수해, 가해자의 성범죄를 입증할 수 있는 영상 및 음성자료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피해자 가족, 상처 딛고 새 생활…가해자 처벌 속히 이뤄져야

  현재 피해자 가족들은 아픔을 딛고 새로운 생활에 적응해 나가고 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의 한 지소에서 피해자 가족들이 향후 함께 모여 살 수 있도록 지원해 주기로 했으며, 이들이 살던 아파트의 재산권 문제 역시 원만하게 해결이 됐다.
 
  이제 남은 일은 가해자가 법에 의한 처벌을 받는 것이다. 가해자는 현재 따로 거주지를 마련해 두고 사건 현장인 아파트에도 간혹 출몰한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인륜과 천륜을 함께 저버린 가해자에게 하루빨리 엄정한 법의 심판이 내려져, 다시는 이런 괴악한 범죄가 재발되지 않도록 본보기를 삼아야 할 것이다.

작성자박근재 기자  tournf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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