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멍이 들 정도로 맞아 산으로 도망쳤다” > 기획 연재

  생활시설에 수용되어 있는 장애인에 대한 인권 침해가 그치지 않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며칠 전 국가인권위원회는 전북 익산시에 있는 한 장애인 시설에서 벌어진 인권침해 사례에 대해 직권 조사를 실시한 후 조치 사항을 발표 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시설에서 생활인을 폭행한 생활교사 등을 검찰총장에게 고발 및 수사의뢰하고, 시설이 있는 익산시 시장에게 이 시설을 폐쇄 조치할 것, 그리고 전라북도에 이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사회복지법인의 설립허가를 취소할 것 등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의 이런 조치 사항, 즉 인권위가 시설 폐쇄와 법인의 허가 취소 등을 권고한 것을 보면 상당히 강경한 조치사항으로 볼 수 있고, 또 이런 조치사항들을 보면 시설에서 심각한 인권 유린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와 이 사건을 인권위에 진정한 발바닥행동 여준민 활동가에 따르면, 문제의 시설은 익산시내에서도 한참 떨어진 외진 곳에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미신고 시설이었다가 복지법인 산하 시설로 전환한 시설이고, 현재 지적장애인 30 여명이 수용되어 있다는 게 여준민 씨 얘기다.

  시설에서 보호해야 할 장애인을 폭행한다는 건 용납될 수 없는 일인데, 문제의 시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먼저 국가인권위원회는 현장 조사 및 참고인 진술, 사진, 상해진단서, 이 시설의 생활일지 등 관련 기록 등을 조사한 결과 다음과 같은 인권침해 행위가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시설 원장은 이런 생활교사 등에 의한 원생 구타 사실들을 인지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게 인권위 발표다.  

  또 폭력을 휘두른 것으로 지목된 생활교사 등 피진정인 다섯 명은 인권위 조사과정에서, 훈육 차원에서 피해자를 말로 타이르거나 체벌을 가한 적은 있지만 폭행을 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객관적인 정황상 폭행 사실이 인정된다는 게 역시 국가인권위 발표다.

  이 사건이 드러나게 된 정황을 살펴보면, 여준민 활동가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지적장애 3급 장애인인 올해 21살 김아무개 군이 이 시설에 들어가게 된다. 서울에 살고 있던 김 군은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월 30만원을 내는 실비 입소 조건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시설에 들어가게 됐다고 한다. 

  시설에서 살던 김 군은 작년 11월 어느 날 시설 마당에서 생활교사 등에게 말을 안 듣는다는 이유로 집중적인 구타를 당했고, 매에 못 이겨 시설 근처 야산으로 도망쳤다. 산에서 밤을 보낸 김 군은 걸어서 익산시내로 나와 피씨방을 전전하다가 집이 있는 서울로 올라와 동생에게 연락했다.

  김 군의 아버지가 발바닥행동에 연락했고, 여준민 활동가가 김 군을 면담 후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해서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인권위와 여준민 활동가에 따르면 김 군을 폭행한 시설 관계자는, 사건이 드러나자 그만 둔 생활교사 한 명과, 시설 사무국장, 그리고, 시설장 동생인 또 다른 생활교사 한 명 이라고 한다.

  여준민 씨는, 군은 시설에서 폭행뿐만 아니라 역시 말을 안 듣는다는 이유로 두 시간 동안 식당에서 팔을 들고 서 있는 가혹한 벌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김 군에 대한 인권 침해 사례에 대해 시설 측은 처음에는 김 군을 때린 적이 없고, 시설장도 폭행 사실을 완강히 부인했다고 한다. 그런데 피해자인 김 군이 지적장애인 경계급 장애인이어서 기억력이 좋아 폭행사실을 매우 구체적으로 진술했기 때문에 나중에는 시설 관계자가 폭행 사실을 인정하고 인권위 직원에게 무릎 끓고 사죄했다는 게 여준민 활동가 전언이다.

  이 사건에 대해 해당 지자체인 익산시 장애인 복지계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조만간 시설에 대해 행정처분을 내릴 방침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익산시가 내릴 행정 처분 내용은 일단 문제의 시설 시설장을 교체하고 1년 내에 시설에서 동일한 사건이 발생하면 시설을 폐쇄시킬 방침을 통보하겠다는 것이었다.

  시설장 교체는 또 다른 가족이 시설장으로 임명될 수 있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는 조치가 아니냐고 물어보자 익산시 관계자는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덕망 있는 분을 시설장에 앉히도록 법인에 권고 하겠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서 장애인복지시설 생활인 인권지침서를 만들어서 시설에 내려 보내는 등 시설 생활 장애인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나름대로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지만 시설 생활 장애인들은 여전히 인권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다.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살펴보면, 먼저 일부 시설에서는 여전히 원생들을 구타하는 게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즉 우리 사회의 인권의식은 과거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는데 외진 곳에 있는 시설들은 이런 사회 변화에 둔감하다는 게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사실이다.

  김 군을 때린 시설 생활교사 등은 김 군이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한다. 교사 말을 안 듣는다. 그래서 교육차원에서 때렸다고 하는데, 어떤 이유로든 폭력은 인권침해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시설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할 수 있겠다.

  즉, 다 그렇지는 않지만 시설 내에 인권개념이 부재 한다는 게 이번 사건에서 명백하게 드러난 것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유사 사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시설을 상대로 한 별도의 인권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할 수 있겠고, 보건복지부도 지침서만 내려 보내는 게 아니라 인권지침서가 지켜질 수 있도록 별도의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