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한 명의 불법주차 단속, “그게 최선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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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의 불법주차 문제로 인한 장애인들의 고충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의 불법주차 단속 대상은 장애인자동차표지를 부착하지 않고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주차한 경우와, 장애인자동차표지를 부착했더라도 보행상 장애가 있는 장애인이 탑승하지 않은 경우이다.
그리고 장애인전용 주차구역의 불법주차가 적발됐을 경우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 제27조에 의거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있다.
▲ 사진은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현재 운영되고 있는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운영제도는 장애인이 소유한 자동차에 주차가능 표지를 발급하게 되어있다. 그리고 모든 장애인에게 주차가능 표지가 발급되는 게 아니라 보행에 장애가 있는 장애인이 소유한 자동차에만 주차가능 표지가 발급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체장애인은 1급에서 5급까지 하지에 장애가 있는 경우에만 주차가능 표지가 발급되고 있고, 절단장애인은 1급에서 2급 장애인, 뇌병변장애인은 1급에서 3급 까지, 역시 보행에 장애가 있는 장애인만 주차가능 표지를 발급받을 수 있다.
그리고 지적 장애인은 1급, 자폐장애인은 1급과 2급 장애인이 주차가능 표지를 발급받을 수 있는데, 지적장애와 자폐장애인은 주로 장애인 가족이 주차가능 표지를 발급받아 사용하고 있다.
▲ 사진은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보건복지부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주차가능 표지 남발로 인해 중증장애인들은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차량을 댈 수 없다고 민원을 제기하고, 하지가 아닌 상지에 장애가 있는 장애인들은 ‘나도 불편하니까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에 차를 주차할 수 있게 해달라’고 민원을 제기하고, 또 표지 발급 대상에서 제외된 지체장애 6급 장애인들은 나도 보행에 장애가 있는데 왜 주차가능 표지를 발급해 주지 않느냐고 문제 제기를 하면서 보건복지부에 하루 평균 열 통 가량의 민원 전화가 쏟아진다고 한다.
그런데, 장애인전용 주차구역 운영제도의 근본적인 문제는 장애인이 아닌 비장애인이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자동차를 주차시키면서 생기는 문제이다. 그러면 왜 제대로 된 단속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걸까,
일차적인 문제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강력한 단속 의지가 없다고 지적할 수 있다. 역시 보건복지부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시군구의 장애인 편의시설 담당, 즉 실제 현장에서 장애인 주차구역 불법주차 문제를 담당하는 인원이 단 한 명씩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한 명이 어떻게 불법주차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지, 애초부터 불가능한 상황 설정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또 제도 운영에서의 허점도 불법주차 문제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이다. 현재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가 가능한 노란색 표지는 탈부착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져 발급되고 있다.
주차가능 표지가 탈부착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이유는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주차가 가능한 표지를 발급받은 차량이라도, 자동차에 보행 장애가 있는 장애인이 탑승하고 있지 않으면 표지를 뗀 후 장애인 주차구역이 아닌 다른 곳에 자동차를 주차하라는 게 복지부 지침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 지침이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에 보행장애인이 없어도 가족들이나 비장애인들이 단지 표지가 부착되어 있다는 이유로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자동차를 주차시키고 있고, 이런 실정을 보고 장애인이나 비장애인들이 ‘저 사람은 장애인이 아닌데 왜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차를 대느냐’며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진국의 경우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운영 제도를 엄격하게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외국의 경우 만약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의 불법주차 문제가 적발됐을 때에는 불법주차 차량을 바로 견인 조치하고, 견인 비용도 당사자에게 물게 하는 등 강력한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불법주차 문제에 대응해 경찰에 단속권을 줘야 한다, 장애인 단체가 단속권을 가져야 한다는 등의 여러 가지 대책이 쏟아지고 있고, 심지어는 파파라치 제도를 도입하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한편 이와 관련해서 작년에 복지부에서도 나름의 대응책을 마련해 담당 국장의 결재까지 받았다가 포기한 적이 있다고 한다. 복지부 관계자에 따르면, 복지부가 모색한 해결책은 장애인 전용 주차가능 표지를 자동차가 아닌 보행장애가 있는 장애인에게 직접 발급해 주자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는 즉, 장애인 당사자가 자동차를 소지하고 있지 않거나 남의 차에 동승을 한 경우에도, 보행상 장애가 있으면 전용구역 주차를 가능하게 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 사진은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이미 나와 있다. 앞서 말한 바대로, 보행 장애가 있는 장애인에게 직접 주차가능 표지를 발급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이 표지의 양도나 대여를 막는 방법이다. 양도나 대여를 막는 사회 시스템적 해결책, 혹은 기술적 시스템이 등장한다면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의 불법주차라는 해묵은 난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가 양심을 지키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져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정부 당국 또한 보행장애인의 고충을 헤아리고 불법주차 문제에 대해 확고한 해결 의지를 보여야 한다. 드넓은 담당구역에 내던져진 담당 공무원 한 명으로는 결코 작금의 현실을 개선시킬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관계 당국에 한 마디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공무원 한 명의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불법주차 단속, “그게 최선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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