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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낮은 곳 사람들’과 함께 있고 싶어요”

장애인 인권운동가 박찬동씨

본문

[시민의 소리]

사회복지 현장 일하며 장애인 인권개선 앞장
얼굴상처 보며 빚 갚는 마음으로 세상 살 것

   
박찬동씨
얼마 전 광주시청 앞 ‘장애인콜택시증차를 위한 천막농성장’ 에서 그를 만났었다. 그리고 며칠 후 장애인복지시설 종사자를 위한 인권교육에서도 강의를 하는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어렸을 때 그의 꿈은 슈퍼맨이었다. 옆에서 보기에 그는 이미 그 꿈을 이룬 것 같다.
모든 것을 잘하는 슈퍼맨이 아닌 사회적 약자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슈퍼맨인 것이다. 박찬동(41)씨. 그의 공식직함은 ‘한마음자립지원센터 사무국장’이다. 하지만 그의 진정한 직함은 ‘장애인 인권운동가’라고 말하고 싶다.

자립지원센터에서 중증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자립해서 살 수 있도록 지원하고 교육하는 일을 한다는 그는 현재 ‘장애인차별철폐연대’, ‘국가인권위원회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 그리고 ‘인화학교 성폭력 대책위원회’ 활동을 겸하고 있다.

시골에서 평생 농사를 지으시던 부모님은 비싼 의료비 때문에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팠을 때 치료받을 권리가 있어야 된다고 그는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부모님을 여의고 난 후 그는 다니던 건설회사를 그만두고 2002년 사회복지대학원에 입학하며, 사회복지로 인생의 방향을 돌린다. 사회복지 현장에 근무하면서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바로 ‘인권’이었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돌아가야 할 것들이 일부 힘 있는 사람들에 의해 독차지 되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이상과 다른 현장의 모습에 실망하기도 했다. 그래서 더욱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

2005년 인화학교 성폭력 문제가 불거지면서 그는 지역사회 연대활동에 발을 딛게 된다. ‘인화학교 성폭력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활동의 집행위원장을 맡은 그는 이 일과 관련된 각종 집회와 기자회견을 주도하게 된다. 그리고 대책위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그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둔다. 지금까지도 그는 대책위의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후 그는 광주장애인부모연대에서 일하게 된다.
새로운 일들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것이 가장 재미있다는 그는 장애자녀를 둔 부모님들과 함께 ‘장애아동 방과 후 특기적성 지원’을 요구하며 시교육청 앞 농성을 주도해 25억원의 예산을 따내는데 기여하기도 했다. 그리고 방학 동안 집에서만 지내야 하는 중증 장애아동을 위해 시교육청에 ‘계절학교’를 요구해 그 결과 방학기간 동안 중증 장애아동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열릴 수 있게 하기도 했다.

   
장애인교육권연대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던 지난 2006년 박찬동씨가 광주 도심거리에서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시민의소리 자료사진
그렇게 물불 가리지 않고 온 힘을 다해 현장을 뛰어다니던 그에게 뜻하지 않은 어려움이 닥쳤다. 바로 건강에 이상신호가 온 것. 그는 건강 악화로 인해 몇 달 동안을 그냥 쉬어야 했다. 쉬는 동안 그는 자신을 재정비했다. 그리고 다시 인연을 맺은 곳이 바로 현재 일하고 있는 자립지원센터이다.

꿈꾸는 사람은 아름답다고 했던가. 그 꿈으로 인해 그의 눈빛은 항상 초롱초롱 빛난다. 30대 초반, 사회복
지 현장에서 뛰어들면서 그는 40대 후반의 나이가 되면 지역사회에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연구단체를 만들겠노라 마음먹었다. 지금 그 꿈을 위해 열심히 발로 뛰는 것이라고 소탈하게 말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희망은 어른다운 어른으로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고 사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어른으로서, 사회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어른으로서 해야 할 역할을 하는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그의 눈빛은 굳건함으로 빛났다.

그는 얼굴 왼쪽 광대뼈 부근에는 큰 상처가 있다. 대학시절 민주화를 위해 분신한 후배의 장례식 날 맞은 직격탄 4발의 흔적이다. 후배의 분신 이유를 알고 있는 선배라면 누구나 그녀에 대한 마음의 빚이 있을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래서 그는 그 상처가 없어지기 전까지 그 부채를 갚는 마음으로 세상을 살고 싶다고 말한다.

“조금 더 손해보고 조금 더 작은집에 살고, 좋은 옷은 못 입더라도 건전하고 바르게 살고 싶어요.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 무릎 꿇어야 만날 수 있고 고개 숙여야 만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언제부턴가 잊고 살았던 마음의 빚이 떠올랐다. 바쁜 일상으로 잊어버렸던 그 마음을 다신 잊지 않을 것이라는 다짐과 함께 그와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작성자임은주 시민기자  ej655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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