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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사회적기업, 선택권 확보를 위해 포기할 수 없는 가치다

[기획] 한일 사회적기업 심포지엄 참가기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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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진호 기자
일본 오사카 시에서 열린 한일 사회적기업 심포지엄은 속 내막을 알아보면 사회적기업 설립과 운영에서 한 발 앞서고 있는 우리나라 상황을 일본이 배우기 위해 마련된 심포지엄이었다. 그래서 ‘장애인의 노동 참여’라는 제목으로 열린 1분과 회의에서는 한국의 사회적기업, 그 중에서도 장애인 사회적기업 현황이 집중 소개됐다.

참고로 일본의 경우도 일반 고용시장에서 배제되는 사람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고, 노동시장에서 장애인 등에 대한 사회적 배제가 심각함에도 문제 해결은 미약한 실정에 놓여 있다. 일본 측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발주하는 공사 입찰 과정에서 장애인 등을 고용한 기업을 배려하는 종합평가 일반경쟁 입찰 제도를 소개했다.

노동 참여를 주제로 열린 제 1분과에서 발표된 주요 내용을 발췌 소개한다.

장애인 사회적기업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

‘장애인의 노동권 통합을 위한 사회적기업 지원방안’이라는 제목으로 발제를 한 장애인권익문제연구소 김정열 소장은 먼저 “일본뿐 아니라 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사회적기업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빠르게 사회적기업에 관한 법 제도 장치가 마련되었다. 이러한 논의는 승자독식의 무한경쟁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눔의 경제를 실현시키려는 몸부림으로 보인다.”고 전제했다.

김 소장은 이어 사회적기업의 역사에 대해 “사회적기업은 80년대 이후 실업과 빈곤으로 복지국가 위기에 처한 유럽에서 경쟁의 심화로 공동체성 파괴 및 사회적 유대의 약화로 사회적으로 분리된 소수자를 위한 대책 마련을 위해 사회적 경제 영역을 형성하는 비영리민간단체들이 주도하여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회적 서비스를 전달하면서 나타난 현상들을 포괄적으로 개념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적 배경이나 관련 학자에 따라 다양한 정의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사회적기업은 영리적인 기업 활동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창출된 수익은 사회적 목적을 위해 환원하는 기업이라고 정의할 수 있으며, 기본적으로 기업 지향적이지만 사회적 목적을 지니고 사회적 소유 형태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배경을 가지고 우리나라의 장애인 사회적기업을 분석해 보면, “장애인 다수 고용 사회적기업(이하 장애인사회적기업)은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는데, 첫째 장애인의 노동자성이 보장되고, 둘째 지속적인 장애인 일자리가 유지가능하기 위한 지원 장치가 제도적으로 보장되며, 셋째 장애인 일자리 참여 방식은 보편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마지막으로 장애인의 사회통합이 가능한 방법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즉 일반노동자와 장애인이 함께 일을 하면서 복지와 노동이 결합된 새로운 공동의 장을 장애인 사회적기업이라고 부를 수 있다는 게 김 소장 주장이다.

김 소장에 따르면, 올해 6월 현재 우리나라의 인증 사회적기업은 397개이고, 그중에서 79개가 장애인 사회적기업이다. 그런데 최근 많은 장애인 사회적기업이 다시 직업재활시설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김 소장은 “우리나라 장애인 사회적기업의 경우 3년 전 사회적기업육성법이 만들어지고 사회적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시작되면서,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보호작업장 등 직업재활시설이 대거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한 사례가 많은데, 정부 지원 시한인 3년이 다가오고,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장애인 사회적기업 다수가 장애인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게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특히 중증장애인이 다수 고용되어 있는 사업장의 경우는 더 힘든 상황을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적기업 지원을 주도하는 고용노동부는 사회적기업 초기에 지원금을 주고 경영성과를 통해서 사회적기업이 자립하는 걸 원하지만, 현재 장애인 사회적기업이 한국사회에서 살아남는 건 불가능하다. 극단적으로 장애인 사회적기업이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중증장애인 근로자는 경증장애인으로 교체하고, 경증장애인은 비장애인으로 교체해야 장애인 사회적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결론은 장애인 사회적기업이 없어지게 된다.”는 것이 김 소장 주장이었다.

20% 지원할지 100% 생계비 지원할지 선택해야

김 소장은 우리나라에서 장애인 사회적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으려면, 먼저 “사회적기업육성법에 따르면 사회적기업은 취업 취약계층을 50% 이상 고용하게 되어 있는데, 취약계층 중 30%만 장애인을 고용하고, 20%는 싱글맘 등 다른 취약계층을 고용하고, 나머지 고용인원의 50%는 비장애인 근로자를 고용해야 장애인 사회적기업이 유지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사회적기업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정부는 장애인 사회적기업의 전체 운영비 중 약 20%를 인건비 지원 등의 방식으로 지원해 주고 있다. 문제는 이 20%의 지원의 시한이 최대 3년이라는 것이다. 3년이 지나면 지원을 중단한다는 게 정부 방침인데, 정부가 이 20% 지원을 아끼려다가 장애인 사회적기업이 문을 닫게 되면 결국 사회적기업에서 일하던 장애인들이 기초생활수급자로 전락하게 되고 그러면 정부가 생계비 100%를 지원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적어도 중증장애인이 고용되어 있는 장애인 사회적기업은 3년 시한으로 지원을 중단하지 말고 계속 지원 방법을 찾아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김 소장은 정부의 장애인 사회적기업 지원은 보조금 지원 중심이 아니라 생산품 구매를 통한 일거리를 만들어주는 것을 중심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공공구매 중 장애인 생산품의 0.5% 할당구매제도 만으로 미국 내 중증장애인의 50% 의 일자리를 확보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장애인 생산품과 관련되어 우선구매제도가 시행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장애인의 고용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만큼의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개기구가 필요하고 이 기관의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 해결책으로 김 소장은 “시민들의 참여도 중요하다.”며 “결국 장애인 사회적기업의 생산품을 시민들이 사줘야 장애인 사회적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다. 이걸 착한 소비라고 부를 수 있고, 그 상품에 어떤 가치가 부여되고 있느냐를 고려해 시민들이 장애인 사회적기업 생산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장애계가 시민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발제 말미에서 “최근 장애인 복지현장에서는 장애인의 자립생활 패러다임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장애인의 자립생활이 가능하려면 핵심 가치는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의 실질적인 행사가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득에 있어서의 의존성을 극복해야 본질적인 자립생활이 가능하다고 본다면, 장애인의 지속적인 일을 통한 소득활동은 매우 중요한 실천적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장애인 사회적기업이 장애인의 삶에 주는 의미는 좋은 일자리를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제공한다는 데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장애인 사회적기업을 포기할 수 없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 ⓒ전진호 기자 공공성을 기준으로 사업체 선정하는 지방자치단체

일본은 사회적기업 사례는 아니지만, 우리나라도 배웠으면 하는 독특한 지방자치단체의 장애인 고용 지원 방안을 소개했다.

오사카 지적장애인 사업협동조합, 애칭 엘 챨렌지 대표 마루오 도오요시 씨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취업이 어려운 지적장애인 등 중증장애인 고용을 위해 일본 내 광역지방자치단체인 오사카 부와 오사카 시 등이 ‘종합평가 일반 경쟁 입찰제도’를 도입해서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이 제도가 도입되기 전인 2003년 이전에는 가령 오사카 부가 공사나 공공건물 관리 등의 사업을 일반회사에 발주할 경우 입찰가격이 얼마나 낮은지가 사업체 선정 기준이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종합평가 입찰제도가 도입된 이후에는 종합평가 기준이 100점이라면 가격 평가가 50점을 차지하고 사업체의 공공성 확보 여부가 30점으로 중요한 평가 기준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공공성 평가 30점 중에서 가령 3년 이상 지적장애인 고용을 계속 유지하고 있고, 또 장애인 근로자에게 여러 가지 지원을 하고 있으면 12점 가점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장애인 고용 기업을 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오요시 씨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근거는 일본 지방자치법 시행령 제 167조의 10의 2 제 1항이다. 이 조항을 보면 ‘가격만이 아닌 기타 조건이 해당 지방공공단체에 있어 가장 유리한 것으로 판단하면 신청한 곳을 낙찰자로서 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명시되어 있고, 이 조항에 따라 일본 오사카 부와 오사카 시 그리고 미노 시 등 10여 개의 지방자치단체가 공공건물 관리와 청소 등의 용역 발주에서 장애인 고용 기업을 우선 선정하고 있었다.

도오요시 씨는 이어진 설명에서 “가령 오사카 부가 공공성을 고려해서 수의계약을 하는 건수가 2003년 첫 해에는 발주하는 공공사업 중 8.1%에 그쳤다. 하지만 지금은 무려 86.9%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관공서에서 발주하는 공공사업 입찰의 거의 대다수를 공공성을 우선 고려해서 사업체를 선정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이런 조치가 시행되면서 공공입찰에 참여하는 기업의 장애인 평균 고용율이 무려 7.76%에 이르고 있고, 오사카 부의 경우 공공사업 입찰을 따내는 회사에 따라서는 장애인 근로자가 전체 근로자의 20% 내지 30%가 넘는 기업도 여러 곳 있다.”는 것이 그의 말이었다.

“장애인 고용 실태를 보면 오사카 부 한 곳에서만 이 제도 시행으로 약 1백 개 회사에 3백80명의 장애인 고용 성과를 거두고 있고, 일본에서는 이 정책을 행정의 복지화라고 부르는데, 이 제도 시행으로 무엇보다 복지는 담당 부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 큰 성과”라는 게 도오요시 씨가 강조한 말이었다.

1분과에서 마지막 발제를 한 일본 장애인차별과싸우는공동체연합의 시라스기 시로우 씨는 “일본의 경우 경제곤란과 생활고 등을 이유로 1억2천만 인구 중에 자살자 수가 10년 연속 3만명을 넘고 있는 등 삶의 고단함을 안고 있다.”며 “이렇게 긴 불황에 빠져 있는데, 일본 정부 조사는 장애인 고용율이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 장애인 고용 통계의 맹점은 정부가 장애인이 50명 이상 고용된 사업장만을 상대로 고용실태를 조사했다는 것이다. 장애인이 50명 이상 고용된 사업체는 일본 전체 사업장의 8%에 불과할 뿐이다.”라고 일본의 열악한 장애인 고용실태를 지적했다.

시로우 씨는 “일본 장애인들은 배제에서 통합으로 나가길 원하고 있고, 구체적으로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노동권을 보장받는 걸 절실하게 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작성자이태곤 기자  a352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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