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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를 거부하고 노동자로 살며 자립을 꿈꾼다

[기획] 한일 사회적기업 심포지엄 참가기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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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의 가치를 지키고 더욱 확대, 발전해나가기 위해선 어떤 것들이 갖춰져야 할까.
법률에 의한 지원이 우선이냐, 가치를 지키기 위한 신념이 더 중요한 것일지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이 이번 사회적기업 국제 심포지엄 기간 동안 마련됐다.

지난달 20일부터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사회적기업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한 60여 명의 한국 참가단은 ‘자활 훈련시설’인 피스클럽과 사회적기업 감바 컴퍼니 등 사회적기업을 방문해 일본의 실천 경험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 피스클럽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모니모토 사유리 이사장 ⓒ전진호 기자 ‘자립생활을 위한 모든 것을 한자리에서’ 장애인 통원 자활 훈련시설 '피스클럽'

한국 참가단의 환영식을 겸해 찾은 피스클럽은 6층 규모의 건물에 그룹홈, 사회적응 훈련실, 데이케어 서비스 센터, 빵공장 및 찻집 등을 함께 운영하고 있어서 자립생활을 꿈꾸는 장애인이라면 이곳에서 독립생활 체험은 물론 직업훈련을 한꺼번에 받을 수 있도록 꾸며졌다. 8명의 장애인이 생활하고 있는 그룹홈은 4평 남짓한 개별 공간에서 장애유형과 정도에 맞춘 인테리어를 갖춰 생활하고 있었으며, 욕실에는 리프트 장치가 설치돼 있어서 중증장애인도 욕실 안에 들어가 목욕을 즐길 수 있는 시설을 완비했다. 또 휠체어를 타거나 저신장장애인도 쉽게 설거지를 하고 음식을 조리할 수 있도록 낮게 만들어진 부엌, 장애유형에 맞춰 식사하기 편하도록 다양한 형태의 침대가 놓인 식당의 모습은 인상 깊었다.

한번에 100개 이상을 구울 수 있는 오븐을 완비, 천연효모로 만든 빵공장도 눈길을 끌었다.
이 빵은 지역주민들과 함께 가두판매를 하기도 하고, 관서지역 각 처로 배달하고 있었다. 빵공장 바로 옆에 마련된 찻집에서는 오키나와 소바와 타코야끼 등을 판매하고 있으며, 피스클럽 이용자들이 만든 공예품, 엽서 등을 비치해 판매하고 있었다. 특히 매주 금요일 저녁은 라이브 클럽으로 변신, 장애인당사자들이 편하게 술을 마시며 지역에서 활동하는 뮤지션의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꾸며졌다.

   
▲ 피스클럽 재빵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각종 빵과 주먹밥 ⓒ전진호 기자
   
▲ 그룹홈 내 부엌. 저신장장애인이나 휠체어를 타고 있는 이들도 손쉽게 설거지와 조리할 수 있도록 높이를 낮췄다 ⓒ전진호 기자
   
▲ 그룹홈 내부. 1인 1실이 원칙이며, 각자의 장애유형과 정도에 따라 가구들을 배치해 생활하고 있었다 ⓒ전진호 기자
   
▲ 피스클럽 내 샤워시설. 리프트 시설이 갖춰져 있어서 중증장애가 있는 이도 욕탕에 들어가 목욕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전진호 기자
   
▲ 피스클럽 내 작업장 모습 ⓒ전진호 기자
   
▲ 피스클럽 1층에 위치한 찻집. 오키나와 소바와 타코야끼 등을 판매하고 있으며, 피스클럽 이용자들이 만든 공예품, 엽서 등을 비치해 판매하고 있었다. 특히 매주 금요일 저녁은 라이브 클럽으로 변신, 장애인당사자들이 편하게 술을 마시며 지역에서 활동하는 뮤지션의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꾸며졌다. ⓒ전진호 기자
   
▲ 피스클럽 운영진을 비롯한 일본측 관계자와 한국 장애인부모 당사자 간의 간담회 모습 ⓒ전진호 기자
모니모토 사유리 이사장은 “지금의 피스클럽이 있기까지는 수십여 년 간 많은 이들의 희생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라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나뉘어 주고받는 관계가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함께 공생해 살아가는 것이 피스클럽의 지향점.”이라고 설명했다.

사유리 이사장은 “장애인을 위한다는 이유로 여러 가지 제도가 생겼으나, 장애인을 제외한 상태에서 이뤄지다보니 형식적인데다 장애인당사자의 자기주장과 존엄을 무시한 채 ‘보호’에만 치중하다보니 장애인은 성가시고 손이 가는 인간 취급을 받게 됐다.”라며 “피스클럽에서 생활하는 이들이 가능한 빨리 졸업하고 여물어져서 본연의 생활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 감바 컴퍼니 전경 ⓒ전진호 기자 사회적 약자가 일궈낸 기적 '감바 컴퍼니'

두 번째로 찾은 곳은 장애인 등이 함께 쿠키를 만드는 감바 컴퍼니였다. 1986년 소규모 작업장으로 출발한 감바 컴퍼니는 연매출 2억 엔을 거두는 중견 기업으로 성장했다. 감바 컴퍼니 히토미 소장에 따르면 “한국의 장애인 작업장도 비슷한 실정이겠지만, ‘장애인이 만든 제품은 질이 떨어진다’는 선입견 때문에 무척 어려워 설립 후 15년 가량 정말 어려웠다. 전기와 물이 끊어질 정도로 힘들었고, 빚도 많이 졌으나 쿠키에 대한 입소문이 나면서 지금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총 공사비 2억5천 엔 중 정부로부터 1억5천 엔을 지원받아 2008년 세워진 쿠키공장에서는 5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30명의 장애인 근로자 중 절반이 지적장애인, 나머지는 지체장애인과 정신장애인이 근무하고 있었다.

비장애인으로 구성된 20명의 스태프 역시 싱글맘과 노숙인, 전과자 등 사회적으로 소외받는 이들이라고 밝혀 참가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특히 장애유무나 능력에 따라 차별적으로 급여를 지급하는 대신, 근무시간과 환경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사실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감바 컴퍼니의 근로자들은 최저 6만 엔에서부터 20만 엔의 급여를 받고 있었으며, 장애인의 경우 장애인 연금 등과 합쳐 30만 엔 이상의 월수입을 거두고 있어서 오사카 시내 평균 노동자(25~30만엔)보다 오히려 많은 수익을 거두는 이들도 많다고 히토미 소장은 귀띔했다.

   
▲ 쿠키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을 포장하고 있는 근로자들 ⓒ전진호 기자
   
▲ ⓒ전진호 기자
   
▲ ⓒ전진호 기자
   
▲ 감바 컴퍼니 입구에 위치한 진열대. 이 회사에서 만들고 있는 제품들을 전시해 판매하고 있다 ⓒ전진호 기자
   
▲ ⓒ전진호 기자
감바 컴퍼니에서 만든 쿠키는 스태프와 장애인 직원 2인 1조로 나가 대리점에 납품하거나, 가두판매를 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스태프는 장애인 근로자를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한다고.

히토미 소장은 “지금은 통신, 인터넷 판매에 주력하고 있으며, 여전히 장애인 제품이라면 안사겠다는 편견이 강해 오이엠(OEM) 형태로 백화점 등에 납품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성자전진호 기자  01627296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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