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기기 제공, 유럽처럼 당당한 복지서비스가 되어야 한다
[현장] 2010년 독일 뒤셀도르프 국제 보조기구 박람회
본문
▲ ⓒ박종기
Rehabilitation, Care 그리고 보조기구
장애의 삶을 살거나 장애인과 생활을 공유하는 가족들에게 가장 큰 화두는 무엇일까?
아마도 ‘재활’과 ‘보호’라는 단어가 아닐까 생각한다. 장애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에게 일상생활에서부터 의료, 직업에 이르는 재활이야말로 이상향일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장애에 대한 완전한 재활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재활을 위한 여러 활동과 서비스와 더불어 보호라는 아쉬움의 단어가 함께 통용되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재활과 보호는 장애인의 삶속에서 뗄 수 없는 명제가 되고 있다.
더불어 재활과 보호를 함께 병행하는 또 하나의 단어가 있다. 바로 ‘보조기구’이다.
아주 작은 사소한 것이라도 스스로 하기를 원하는 장애인, 그리고 생활의 편리함을 함께 도모해야만 하는 가족에게 있어 보조기구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세계 경제를 아우르고 있다는 21세기의 한국에서 장애인의 보조기구의 사용은 아직도 생소하기만 하다. 보조기구의 직접적인 소비자인 장애인들조차 자신의 장애에 필요한 기구들이 어떤 종류가 있는지 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니 말이다.
이러한 현실을 우리나라에 한정하지 않고 글로벌 보조기구 박람회 ‘2010 레하케어(REHACARE)(이하 레하케어)’를 살펴보며 세계 보조기구의 현주소와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를 찾고자 한다.
▲ ⓒ박종기 2010 REHACARE, 보조기구의 체험과 보조기구 글로벌마케팅의 현장
레하케어는 독일의 뒤셀도르프에서 지난 10월 6일부터 9일까지 총 4일간 펼쳐졌다.
재활(Rehabilitation)의 ‘REHA’와 보호(Care)의 ‘CA’의 합성어로 이루어진 바와 같이 장애인을 위한 보조기구 전문 박람회로 세계 유수의 전문가와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재활(Rehabilitation), 예방(Prevention), 통합(Integration), 보호(Care)를 주제로 수많은 보조기구의 전시 및 체험과 더불어 다양한 세미나와 발표회가 함께 열렸다.
이러한 박람회를 통해 장애인과 노인 등 보조기구 이용자 당사자에게는 다양한 보조기구의 정보 획득과 체험의 장으로, 참가 기업에게는 글로벌 마케팅의 기회로 활용되고 있다. 전시 공간만 30,000㎡인데다, 29개국에서 750여 개의 기업이 참가하는 등 명실공히 세계 최대의 보조기구 박람회인 것이다.
이런 글로벌한 박람회가 가능한 것은 개최지 독일의 장애인과 기업뿐만 아니라 유럽을 비롯한 미국, 일본, 대만에 이르기까지 보조공학 관련 선진국의 기업과 전문가들이 함께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위 국가들이 장애인 이용자를 위한 다양한 보조기구 지원정책을 펼침으로써 장애인 스스로 필요한 보조기구를 살 수 있는 구매력을 갖추게 된 것이 그 원동력이었다. 이에 따라 수요자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보조기구 생산·판매 기업들이 성장하는 산업적 기반이 되었다.
또 이러한 기업들은 자국 내의 판매뿐만 아니라 레하케어와 같은 글로벌 박람회와 같은 공간에서의 만남을 통해 수출의 길이 필요했던 것이다. 때문에 750여개에 이르는 기업들이 대륙을 건너 독일이란 생소한 나라에 모여 글로벌 마케팅의 전쟁을 펼치게 된 연유가 되었다.
즉, 레하케어는 단순히 자국의 장애인뿐만 아니라 세계의 장애인을 위한 보조기구 판매 전쟁의 홍보처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열리고 있는 자동차박람회가 홍보뿐만 아니라 세계 자동차메이커의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 예가 될 것 같다.
그럼 올해 레하케어에 참여한 750개 기업의 수많은 보조기구를 통해 우리 장애인에게 필요한 기구들은 무엇이 있을지, 그 보조기구의 세계로 함께 떠나보자.
▲ 여성장애인을 위한 웨등용 수동휠체어 ⓒ박종기 ▲ 장애아동을 위한 소형 전동휠체어 ⓒ박종기 ▲ 바닥리프트형 전동휠체어 ⓒ박종기 ▲ 휠체어를 탄 상태로 사용하는 오토바이 ⓒ박종기 ▲ 오토바이형 스쿠터 ⓒ박종기 ▲ 탈부착형 오프로드 전동휠체어 ⓒ박종기 ▲ 휠체어장애인을 위한 2인용 자전거 ⓒ박종기 장애인 이동의 새로운 변화
가장 전통적이고 가장 널리 사용되는 보조기구는 무엇인가? 바로 이동보조기구라고 할 수 있다. 목발, 지팡이, 수동휠체어에서 전동스쿠터, 전동휠체어로 우리나라의 장애인도 누구나 알고 있는 분야다.
그러나 누구나 알고 있지만 누구나 같은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하는 경우가 많듯이 이동보조기구 영역 역시 그러했다. 이것은 어떤 의미일까? 다수의 우리 장애인들이 알고 있는 휠체어 같은 이동기구는 둔탁하고 기능이 부족한데다 디자인 또한 유려하지 못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장애인을 위한 디자인, 그리고 다채로운 기능
하지만 유럽을 중심으로 한 이동보조기구들의 특징은 보다 인체공학적인 디자인과 보다 편리한 기능성에 기반을 두고 있음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이와 함께 기존의 휠체어를 훼손하지 않으며 보다 많은 기능성을 보완할 수 있는 탈부착형 기구들의 등장과 상용화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존의 수동휠체어에 자전거와 전동기구들을 탈부착시킴으로써 수동이동기구의 이동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소수의 장애인이 사용하는 모습이 비춰지기는 했으나 이곳에서는 이미 상용화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다른 문화적 차이를 실감하게 됐다.
▲ 1인승 장애인승용차 ⓒ박종기 ▲ 수동휠체어 보관 트렁크 시스템 ⓒ박종기 ▲ 통합운전 보조장치 개조 시스템 ⓒ박종기 ▲ 핸들부착용 버튼 운전보조장치 ⓒ박종기 ▲ ⓒ박종기 장애인 운전의 새로운 해석
현재를 사는 사회인에게 있어 자동차란 어떤 의미인가? 이전 사회와 달리 자동차는 사회 진출의 통로이자 필수품이 된지 오래이다. 특히 장애인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양팔 중 하나 또는 상지 기능이 조금만 어려워도 자동차 운전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자동차 관련 법률의 각종 규제와 중증장애인은 운전을 할 수 없다는 사회적 편견 등이 융합되어 도로위에 장애인이 달릴 수 없도록 방치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그러나 이들은 반문한다. 한국에서는 중증장애인이 운전할 수 없음을 이해하지 못한 듯한 반응에 오히려 질문한 자가 무색해질 정도이니. 이들의 장애인 중심의 유연한 사고는 바로 장애인을 위한 자동차와 다양한 운전보조장치 속에서 찾을 수 있었다.
장애인 1인이 휠체어를 탄 상태로 운전할 수 있는 독립형 소형자동차에서부터, 조이스틱을 움직일 수 있는 능력만 된다면 그에 맞는 맞춤형 운전보조장치를 제작, 설치하는 전문기업이 있고,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독일의 세계적 자동차메이커는 핸들에 부착된 자체의 운전보조장치를 만들어 장애인 소비자를 배려하고 있었다.
▲ ⓒ박종기 ▲ ⓒ박종기 ▲ ⓒ박종기 ▲ ⓒ박종기 ▲ ⓒ박종기 자세유지를 위한 시스템의 진보
모든 사람에게 있어 자세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함은 지나침이 없다. 특히나 장애인에게는 선천적이든 후천적인 장애이든 각종 장애로 인한 자세유지의 어려움은 2차 장애로의 발전을 의미하기에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특성으로 전시된 기구들 중에는 서기, 앉기 등 장애인의 자세유지를 위한 다채로운 기구들이 선보였다.
더불어 특징적인 것이라면 기존의 서기, 앉기 등의 단조로운 자세유지 보조기구들에서 운동을 겸할 수 있는 기구들이 보다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보다 많은 나은 훈련과 기능을 요구하는 세계 장애인들의 욕구에 부응한 결과일 것이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기업들이 자세유지보조기구들을 자체 생산·판매하고 있으나, 디자인이나 성능 면에서는 아무래도 부족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자세유지 보조기구들이 아직까지는 건강보험 보장구 등의 급여품목으로 지정되지 않은 연유 등으로 고가의 기구를 사용하기에는 장애인들이 그것을 구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보조기구 관련 서비스 현장에서 접하는 우리나라 중증장애인과 가족들의 높은 욕구로 살펴 볼 때 자세유지 보조기구는 빠른 시일 내에 보급이 시급한 품목이다.
유럽, 보조기구와 함께하는 장애인 스포츠의 메카
유럽, 특히 독일에서는 장애인이라도 스포츠를 즐기도록 권장하며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장애인이라 하더라도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며 여가를 선용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배려, 그리고 운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뒤따르는 장애인 건강 증진으로 말미암아 정부의 의료비 지출을 줄이는 등의 현실적인 이유가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유럽은 여가생활 보조기구라고도 표현하고 있는 이 영역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특히 장애인용 하키, 스포츠용 휠체어와 같은 특별한 보조기구 외에는 유심히 보지 않고는 보조기구임을 알 수 없을 만큼 기본적인 것들도 눈에 띄었다.
즉, 탁구게임에서는 받침대 자체를 하지장애인이 쉽게 사용할 수 있게끔 설계했으며, 구기종목에서는 경기장 바닥에서부터 구조물에 이르기까지 장애인이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었다. 이들은 배구, 탁구, 농구 등 비장애인들이 다수를 이루는 종목들조차 장애인들이 즐길 수 있도록 작고 세심한 배려를 갖춘 시스템 자체를 전시하고 상품화하고 있었던 것이다. 장애인스포츠 역시 올림픽을 비롯한 일부에 한정된 우리와는 격세지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 ⓒ박종기 ▲ ⓒ박종기 ▲ ⓒ박종기 우리와는 다른 세계 보조기구 시장의 움직임
보조기구는 복지서비스 중 가장 비주얼한 분야일 것이다. 레하케어에서 보여진 수천가지 이상의 보조기구를 다 얘기한다 해도, 보고, 직접 써보지 않은 바에야 다 이해할 수 있을까. 하지만 몇 가지 키워드를 통해 독자들께 정보를 전달하고자 하였다. 이와 함께 우리와는 다른 세계 보조기구의 모습을 반추해 보고자 한다.
앞서 상술한 바와 같이 유럽, 미국, 그리고 가까이는 일본, 대만까지 장애인을 위한 보조기구 지원정책을 법제화함으로써 위와 같은 기구들을 자국 내의 장애인들이 무료, 또는 저가로 구입, 대여해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것이 곧 자국 장애인에 대한 당연한 범용적 복지서비스이면서, 보조기구 사용을 통해 의료비 등 사회보장비 지출을 줄일 수 있다는 경제논리까지 갖추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보조기구 산업화가 이뤄짐으로써 세계화의 길을 걷고 보조기구 생산·판매가 수출의 주역으로도 대접받고 있는 것이다.
금번 레하케어에는 국내 5개 기업이 참여했다. 하지만 그 부스의 크기와 전시된 기구의 차이는 아주 극명해 찾는 이조차 제한적이었던 것도 아쉽지만 현실이었다.
마지막으로 세계의 보조기구를 이끄는 그들과의 대화 속에서 얻은 교훈은 하나였다. “보조기구의 단순한 판매가 아닌, 장애인의 불편함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 기술과 경쟁력이 발전해왔다.”라고 말이다. 보조기구 역시 이제 우리 사회의 당당한 장애인복지서비스가 되어야 함을 살필 때, 장애인 이용자 중심의 보조기구 산업화를 기대해 본다.
장애의 삶을 살거나 장애인과 생활을 공유하는 가족들에게 가장 큰 화두는 무엇일까?
아마도 ‘재활’과 ‘보호’라는 단어가 아닐까 생각한다. 장애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에게 일상생활에서부터 의료, 직업에 이르는 재활이야말로 이상향일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장애에 대한 완전한 재활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재활을 위한 여러 활동과 서비스와 더불어 보호라는 아쉬움의 단어가 함께 통용되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재활과 보호는 장애인의 삶속에서 뗄 수 없는 명제가 되고 있다.
더불어 재활과 보호를 함께 병행하는 또 하나의 단어가 있다. 바로 ‘보조기구’이다.
아주 작은 사소한 것이라도 스스로 하기를 원하는 장애인, 그리고 생활의 편리함을 함께 도모해야만 하는 가족에게 있어 보조기구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세계 경제를 아우르고 있다는 21세기의 한국에서 장애인의 보조기구의 사용은 아직도 생소하기만 하다. 보조기구의 직접적인 소비자인 장애인들조차 자신의 장애에 필요한 기구들이 어떤 종류가 있는지 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니 말이다.
이러한 현실을 우리나라에 한정하지 않고 글로벌 보조기구 박람회 ‘2010 레하케어(REHACARE)(이하 레하케어)’를 살펴보며 세계 보조기구의 현주소와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를 찾고자 한다.
▲ ⓒ박종기 2010 REHACARE, 보조기구의 체험과 보조기구 글로벌마케팅의 현장
레하케어는 독일의 뒤셀도르프에서 지난 10월 6일부터 9일까지 총 4일간 펼쳐졌다.
재활(Rehabilitation)의 ‘REHA’와 보호(Care)의 ‘CA’의 합성어로 이루어진 바와 같이 장애인을 위한 보조기구 전문 박람회로 세계 유수의 전문가와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재활(Rehabilitation), 예방(Prevention), 통합(Integration), 보호(Care)를 주제로 수많은 보조기구의 전시 및 체험과 더불어 다양한 세미나와 발표회가 함께 열렸다.
이러한 박람회를 통해 장애인과 노인 등 보조기구 이용자 당사자에게는 다양한 보조기구의 정보 획득과 체험의 장으로, 참가 기업에게는 글로벌 마케팅의 기회로 활용되고 있다. 전시 공간만 30,000㎡인데다, 29개국에서 750여 개의 기업이 참가하는 등 명실공히 세계 최대의 보조기구 박람회인 것이다.
이런 글로벌한 박람회가 가능한 것은 개최지 독일의 장애인과 기업뿐만 아니라 유럽을 비롯한 미국, 일본, 대만에 이르기까지 보조공학 관련 선진국의 기업과 전문가들이 함께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위 국가들이 장애인 이용자를 위한 다양한 보조기구 지원정책을 펼침으로써 장애인 스스로 필요한 보조기구를 살 수 있는 구매력을 갖추게 된 것이 그 원동력이었다. 이에 따라 수요자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보조기구 생산·판매 기업들이 성장하는 산업적 기반이 되었다.
또 이러한 기업들은 자국 내의 판매뿐만 아니라 레하케어와 같은 글로벌 박람회와 같은 공간에서의 만남을 통해 수출의 길이 필요했던 것이다. 때문에 750여개에 이르는 기업들이 대륙을 건너 독일이란 생소한 나라에 모여 글로벌 마케팅의 전쟁을 펼치게 된 연유가 되었다.
즉, 레하케어는 단순히 자국의 장애인뿐만 아니라 세계의 장애인을 위한 보조기구 판매 전쟁의 홍보처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열리고 있는 자동차박람회가 홍보뿐만 아니라 세계 자동차메이커의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 예가 될 것 같다.
그럼 올해 레하케어에 참여한 750개 기업의 수많은 보조기구를 통해 우리 장애인에게 필요한 기구들은 무엇이 있을지, 그 보조기구의 세계로 함께 떠나보자.
▲ 여성장애인을 위한 웨등용 수동휠체어 ⓒ박종기 ▲ 장애아동을 위한 소형 전동휠체어 ⓒ박종기 ▲ 바닥리프트형 전동휠체어 ⓒ박종기 ▲ 휠체어를 탄 상태로 사용하는 오토바이 ⓒ박종기 ▲ 오토바이형 스쿠터 ⓒ박종기 ▲ 탈부착형 오프로드 전동휠체어 ⓒ박종기 ▲ 휠체어장애인을 위한 2인용 자전거 ⓒ박종기 장애인 이동의 새로운 변화
가장 전통적이고 가장 널리 사용되는 보조기구는 무엇인가? 바로 이동보조기구라고 할 수 있다. 목발, 지팡이, 수동휠체어에서 전동스쿠터, 전동휠체어로 우리나라의 장애인도 누구나 알고 있는 분야다.
그러나 누구나 알고 있지만 누구나 같은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하는 경우가 많듯이 이동보조기구 영역 역시 그러했다. 이것은 어떤 의미일까? 다수의 우리 장애인들이 알고 있는 휠체어 같은 이동기구는 둔탁하고 기능이 부족한데다 디자인 또한 유려하지 못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장애인을 위한 디자인, 그리고 다채로운 기능
하지만 유럽을 중심으로 한 이동보조기구들의 특징은 보다 인체공학적인 디자인과 보다 편리한 기능성에 기반을 두고 있음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이와 함께 기존의 휠체어를 훼손하지 않으며 보다 많은 기능성을 보완할 수 있는 탈부착형 기구들의 등장과 상용화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존의 수동휠체어에 자전거와 전동기구들을 탈부착시킴으로써 수동이동기구의 이동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소수의 장애인이 사용하는 모습이 비춰지기는 했으나 이곳에서는 이미 상용화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다른 문화적 차이를 실감하게 됐다.
▲ 1인승 장애인승용차 ⓒ박종기 ▲ 수동휠체어 보관 트렁크 시스템 ⓒ박종기 ▲ 통합운전 보조장치 개조 시스템 ⓒ박종기 ▲ 핸들부착용 버튼 운전보조장치 ⓒ박종기 ▲ ⓒ박종기 장애인 운전의 새로운 해석
현재를 사는 사회인에게 있어 자동차란 어떤 의미인가? 이전 사회와 달리 자동차는 사회 진출의 통로이자 필수품이 된지 오래이다. 특히 장애인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양팔 중 하나 또는 상지 기능이 조금만 어려워도 자동차 운전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자동차 관련 법률의 각종 규제와 중증장애인은 운전을 할 수 없다는 사회적 편견 등이 융합되어 도로위에 장애인이 달릴 수 없도록 방치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그러나 이들은 반문한다. 한국에서는 중증장애인이 운전할 수 없음을 이해하지 못한 듯한 반응에 오히려 질문한 자가 무색해질 정도이니. 이들의 장애인 중심의 유연한 사고는 바로 장애인을 위한 자동차와 다양한 운전보조장치 속에서 찾을 수 있었다.
장애인 1인이 휠체어를 탄 상태로 운전할 수 있는 독립형 소형자동차에서부터, 조이스틱을 움직일 수 있는 능력만 된다면 그에 맞는 맞춤형 운전보조장치를 제작, 설치하는 전문기업이 있고,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독일의 세계적 자동차메이커는 핸들에 부착된 자체의 운전보조장치를 만들어 장애인 소비자를 배려하고 있었다.
▲ ⓒ박종기 ▲ ⓒ박종기 ▲ ⓒ박종기 ▲ ⓒ박종기 ▲ ⓒ박종기 자세유지를 위한 시스템의 진보
모든 사람에게 있어 자세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함은 지나침이 없다. 특히나 장애인에게는 선천적이든 후천적인 장애이든 각종 장애로 인한 자세유지의 어려움은 2차 장애로의 발전을 의미하기에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특성으로 전시된 기구들 중에는 서기, 앉기 등 장애인의 자세유지를 위한 다채로운 기구들이 선보였다.
더불어 특징적인 것이라면 기존의 서기, 앉기 등의 단조로운 자세유지 보조기구들에서 운동을 겸할 수 있는 기구들이 보다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보다 많은 나은 훈련과 기능을 요구하는 세계 장애인들의 욕구에 부응한 결과일 것이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기업들이 자세유지보조기구들을 자체 생산·판매하고 있으나, 디자인이나 성능 면에서는 아무래도 부족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자세유지 보조기구들이 아직까지는 건강보험 보장구 등의 급여품목으로 지정되지 않은 연유 등으로 고가의 기구를 사용하기에는 장애인들이 그것을 구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보조기구 관련 서비스 현장에서 접하는 우리나라 중증장애인과 가족들의 높은 욕구로 살펴 볼 때 자세유지 보조기구는 빠른 시일 내에 보급이 시급한 품목이다.
유럽, 보조기구와 함께하는 장애인 스포츠의 메카
유럽, 특히 독일에서는 장애인이라도 스포츠를 즐기도록 권장하며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장애인이라 하더라도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며 여가를 선용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배려, 그리고 운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뒤따르는 장애인 건강 증진으로 말미암아 정부의 의료비 지출을 줄이는 등의 현실적인 이유가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유럽은 여가생활 보조기구라고도 표현하고 있는 이 영역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특히 장애인용 하키, 스포츠용 휠체어와 같은 특별한 보조기구 외에는 유심히 보지 않고는 보조기구임을 알 수 없을 만큼 기본적인 것들도 눈에 띄었다.
즉, 탁구게임에서는 받침대 자체를 하지장애인이 쉽게 사용할 수 있게끔 설계했으며, 구기종목에서는 경기장 바닥에서부터 구조물에 이르기까지 장애인이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었다. 이들은 배구, 탁구, 농구 등 비장애인들이 다수를 이루는 종목들조차 장애인들이 즐길 수 있도록 작고 세심한 배려를 갖춘 시스템 자체를 전시하고 상품화하고 있었던 것이다. 장애인스포츠 역시 올림픽을 비롯한 일부에 한정된 우리와는 격세지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 ⓒ박종기 ▲ ⓒ박종기 ▲ ⓒ박종기 우리와는 다른 세계 보조기구 시장의 움직임
보조기구는 복지서비스 중 가장 비주얼한 분야일 것이다. 레하케어에서 보여진 수천가지 이상의 보조기구를 다 얘기한다 해도, 보고, 직접 써보지 않은 바에야 다 이해할 수 있을까. 하지만 몇 가지 키워드를 통해 독자들께 정보를 전달하고자 하였다. 이와 함께 우리와는 다른 세계 보조기구의 모습을 반추해 보고자 한다.
앞서 상술한 바와 같이 유럽, 미국, 그리고 가까이는 일본, 대만까지 장애인을 위한 보조기구 지원정책을 법제화함으로써 위와 같은 기구들을 자국 내의 장애인들이 무료, 또는 저가로 구입, 대여해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것이 곧 자국 장애인에 대한 당연한 범용적 복지서비스이면서, 보조기구 사용을 통해 의료비 등 사회보장비 지출을 줄일 수 있다는 경제논리까지 갖추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보조기구 산업화가 이뤄짐으로써 세계화의 길을 걷고 보조기구 생산·판매가 수출의 주역으로도 대접받고 있는 것이다.
금번 레하케어에는 국내 5개 기업이 참여했다. 하지만 그 부스의 크기와 전시된 기구의 차이는 아주 극명해 찾는 이조차 제한적이었던 것도 아쉽지만 현실이었다.
마지막으로 세계의 보조기구를 이끄는 그들과의 대화 속에서 얻은 교훈은 하나였다. “보조기구의 단순한 판매가 아닌, 장애인의 불편함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 기술과 경쟁력이 발전해왔다.”라고 말이다. 보조기구 역시 이제 우리 사회의 당당한 장애인복지서비스가 되어야 함을 살필 때, 장애인 이용자 중심의 보조기구 산업화를 기대해 본다.
작성자박종기 경기도재활공학센터 실장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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