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가족에게 짐이 되는 존재가 되기 싫다”
부양의무제 피해 당사자 증언 및 청와대 집단 민원 제출 기자회견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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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라현 기자 |
기초법개정공동행동은 기자회견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부양의무자 기준은 가난한 이들을 복지의 사각지대에 내모는 가장 큰 진입 장벽이 되고 있다.”며 “일을 해도 가난을 벗어날 수 없고, 쥐꼬리만한 소득이 있다고 오히려 자녀의 복지 수급이 가로막히는 현실에서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한 장애아 부모의 가슴 아픈 사연은, 빈곤의 책임을 가족에게 떠넘겨온 그동안의 한국사회복지의 문제점을 드러내는 사건”이라고 꼬집었다.
기초법개정공동행동은 이어 “지금의 빈곤과 불평등의 문제는 개인이나 가족이 아닌 사회구조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가난한 이들이 더욱 가난해지고 더 확대되는 지금, 빈곤해결을 위한 국가의 책임이 시급한 시점”이라며 “이명박 정부는 더 이상 국민을 우롱하고 기만하는 정책을 중단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빈곤의 책임을 가족에게 넘기는 부양의무제 기준을 폐지하고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위해 상대빈곤선을 즉각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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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는 “정부는 빈곤층의 요구를 무시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법안을 올려놓고 서로 자기네 정당이 복지에 앞장서고 있다고 생색만 내고 있다. 복지부는 기획재정부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우리의 요구에 모두 찬성한다고 하지만, 정작 돈을 틀어쥐고 있는 대통령은 우리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으며, 우리 삶도 달라지는 게 없다.”고 분노하며 “옛말에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 못한다고 했지만, 지금 시대에 가난을 구하지 못하는 정부는 ‘친서민정책’을 말할 자격조차 없다.”고 규탄했다.
박 대표는 이어 “오늘은 정책적 요구가 아닌 피해자 37명 개개인의 아픈 사연을 들고 왔다. 그러나 이게 비단 37명뿐이겠나. 부양의무제 때문에 100만명의 빈곤층이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고통 받고 있다.”고 말하고 “청와대는 양심이 있다면 경찰로 막지 말고 귀 기울여 우리 목소리를 들어 기초생활보장에 대한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박경석, 이준수, 황인현 ⓒ김라현 기자 |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부양의무제로 피해를 입고 청와대에 민원신청서를 제출한 당사자 37명 중 몇 명의 증언이 이어졌다.
몇 달 전 자립생활을 위해 양천구청에 사회복지서비스 변경신청을 했다가 거부처분을 받은 황인현 씨(41, 뇌병변1급)는 “지금 장애인생활시설에서 살고 있는데, 시설에서 나와 자립하고 싶어 구청에서 수급자가 될 수 있는지 문의하자 공무원들이 가족이 나를 부양하기 때문에 수급자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내가 부모님을 부양해야 할 나이인데, 부모가 나를 부양하기 때문에 안 된다니 내가 가족에게 부담되고 피해주는 것 같아서 내 자신이 싫다.”고 울분을 토했다.
황인현 씨는 이어 “어릴 적 가족들이 중증 장애를 가진 나 때문에 싸우는 모습을 보고 할 수 없이 시설에 들어갔지만, 이제는 수급비를 받아 자립해서 자유롭게 살고 싶다. 누구한테도 부담 주지 않고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준수 씨(31, 뇌병변1급)는 “장애로 인해 정규교육을 받지 못해 야학에서 공부도 하고 있고 취업프로그램에도 참여했지만, 이 사회에서 내가 취업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사회와 정부가 우리를 너무 힘들게 하고 있다.”고 토로하고 “그래서 여전히 불안정 고용형태로 노동을 하는 아버지와 과일가게를 운영하시는 어머니에게 의지해서 살고 있다. 부모님의 고충을 덜어드리고 싶지만 그건 불가능할 것 같고, 마지막으로 기댈 것은 기초생활수급비 뿐이다. 가족의 짐이 되지 않도록 수급권을 달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 당일 노인일자리 사업 때문에 참여하지 못한 72세의 이OO 씨의 사연이 발표됐는데, 이씨는 “2000년 초 부동산 중개업을 하다가 경기가 좋지 않아 모든 재산을 탕진하고 가족들 볼 면목이 없어 3년 전 집을 나와 노숙생활을 1년 반이나 하기도 했다. 이후 기초생활수급을 신청했으나, 아들이 소득이 많아서 부양의무자 기준에 걸려 수급자가 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들의 수입은 200만원 남짓이라, 중3, 초1 두 자녀를 키우는 형편이라 실상 네 식구 생활하기도 빠듯한 상태이며, 어머니 병원비까지 책임지고 있으며, 딸이 둘 있는데 큰 딸은 중증장애인이라 평생 방 안에 갇혀 지내고, 막내딸이 결혼하지 않고 언니와 암 투병중인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형편”이라고 이씨의 상황을 밝힌 활동가는 마지막으로 “기초생활수급을 받는 것이 절실하지만 이 제도가 개선되지 않는 한 방법이 없다.”며 “하루 빨리 부양의무제가 개선되었으면 한다.”고 이씨의 바람을 전했다.
▲ ⓒ김라현 기자 |
기자회견 도중 37명의 민원신청서를 청와대에 접수하고자 인권단체 활동가와 장애인 대표가 청와대로 향했으나, 결국 경찰들이 앞을 가로막아 민원신청서를 전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초법개정공동행동 활동가들과 장애인활동가들은 자리를 옮겨 복지부에서 현수막을 펼쳐 보이는 퍼포먼스를 펼친 뒤, 다시 보신각으로 자리를 옮겨 ‘장애인활동지원 권리쟁취 결의대회’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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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라현 기자 husisarang@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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