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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국민에게 등급을 주는 나라

획일적 적용 아니라 장애인당사자 필요로 하는 사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체계로의 전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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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 소사이어티]

최근 보건복지부가 운영비를 지원하는 결혼 정보 사이트에서 본인의 학력과 소득, 부모의 직업 등에 따라 회원들을 몇 개의 등급으로 나눠 관리해 왔다고 해서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다.

이 사이트의 등급 기준을 보면, 회원의 부모가 고위 공무원, 대학교수, 의사, 대기업 또는 은행의 임원이면 최고 등급인 에이(A)를 주는 반면, 농업·임업·축산업과 생산직 종사자이면 최하 등급인 지(G)로 평가했다. 부모의 재산도 남성의 경우 20억 원 이상이면 A등급, 5,000만~2억 원은 최하위 등급이다. 결혼 대상자 본인의 학력과 소득에도 등급을 부여했다.

사실 보건복지부가 사람의 몸에 전국적으로 등급을 매기기 시작한 것은 1988년부터다. 소위 장애인등록사업을 본격화하면서 장애인의 몸에 등급을 부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장애인을 15개의 장애유형별로 분류하고 장애유형에 따라 장애가 가장 심한 사람에게는 1급, 그리고 장애가 가장 약한 사람에게는 6급을 부여한다.

그리고 모든 복지 혜택은 장애인으로 등록했는가, 장애등급 몇 급을 부여 받았는가에 의해 결정된다. 활동보조서비스를 받으려면 장애등급 1급이 되어야 하고, 장애연금은 1-3급이 아니면 받을 수가 없다. 장애인 등록을 하지 않으면 이 모든 혜택으로부터 아예 배제된다.

그래서 장애인들은 ‘나는 1급짜리, 너는 2급짜리’ 국민이라고 말한다. 보건복지부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장애등급을 전면적으로 재판정하겠다고 한다. 보건복지부는 2007년 4월부터 중증장애수당 신규신청자를 대상으로 장애등급 위탁심사를 진행하였고, 2009년 10월부터는 활동보조서비스를 신규로 신청하는 1급 장애인에 대해 장애등급 위탁심사를 진행하였다.

2010년 1월부터는 신규로 1~3급 장애등록을 신청하는 경우에도 장애등급심사를 받도록 하였고, 지난 4월에는 장애인복지법 및 시행규칙 등의 일부개정을 통해 장애등급심사를 국민연금공단이 위탁 운영하도록 법적 근거도 정비하였다.

현재 신규로 장애등록을 하는 경우와 신규로 장애수당, 장애연금, 그리고 활동보조 등의 사회서비스를 신청하는 경우에는 장애등급심사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활동보조서비스의 경우에는 2년 이상 서비스를 이용한 장애인도 장애등급심사를 받도록 지침이 개정되었으나, 비용과 절차 등의 문제로 아직 실행되고 있지는 않은 상태다. 보건복지부는 내년부터 1~6급 전체 장애인을 대상으로 등급심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사실 장애인들의 몸에 등급을 주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나면 일본이 유일하다. 그렇지만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이렇게까지 세세하게 등급을 매겨 주진 않는다. 또한 우리나라와 일본을 제외하면, 장애등급에 따라 일률적으로 사회서비스의 수급 자격이 결정되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생각해 보라. 활동보조서비스의 수급 기준은 해당 장애인이 혼자 활동할 수 있는 정도를 가지고 판단해야 하며, 장애인연금은 소득 관련 활동을 얼마만큼 할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되어야 하고, 교육비를 지원하는 것은 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을 장애인 스스로가 어느 정도 충당할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이 의료적, 해부학적 기준에 의한 장애등급으로 결정된다.

그래서 장애인들은 말한다. “우리를 더 이상 1등급, 2등급, 3등급 등으로 나누지 말라. 우리는 이 땅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들 사이에서 똑같이 불리고 있는 이름 석 자로 또는 그 사람의 직함으로 불리고 싶습니다.”라고 말이다(류흥주 -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회장).

대부분의 외국에서는 이렇게 한다. 장애인을 등록시키지 않는다. 사회서비스가 필요한 장애인은 해당 서비스를 받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충족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원할 때만 입증하면 된다. 그러면 해당 서비스가 제공된다. 이것이 장애인의 주체적 삶을 지원하는 사회의 올바른 모습일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미국 켈리포니아주의 지역센터(Regional Center), 호주의 센터링크(Centerlink) 등의 통합적 전달체계모델은 장애인 개인의 욕구와 환경에 기초하여 필요한 서비스를 평가(assessment)하고, 필요한 각종 서비스를 해당 장애인에게 연결하는 개인별 지원 프로그램들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장애등급이라고 하는 ‘획일적 의료 기준’과 가구소득 기준으로 장애인에게 필요한 각종 서비스의 수급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장애인들을 반강제적으로 등록시키는 것, 그것도 모자라서 사람의 몸에 등급의 낙인을 찍는 것, 이것을 두고 어찌 우리가 장애인에게 사람의 권리(인권)를 제대로 보장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앞으로는 이렇게 해보자. 장애 판정을 행정적 관점이 아니라 인권의 관점에서 접근하도록 하는 것이다. 보행 장애가 있는 장애인의 경우에는 이동권 확보의 관점에서, 일상생활 동작 수행의 제한이 있는 장애인의 경우에는 자립생활의 확보라는 관점에서, 학습과 인지기능의 제한이 있는 장애인의 경우에는 교육권의 확보와 사회적 후견이라는 관점에서 각각 해당 장애를 평가하고 판정해야 한다.

아니, 판정이라기보다 오히려 개별 장애인에게 어떤 서비스가 필요하냐를 중심으로 욕구 판단(평가)을 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장애등급의 획일적 적용보다는 장애인 당사자의 기본권 확보 차원에서 그들이 필요로 하는 각종 사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것이 ‘장애인 복지와 인권’의 관점에서 우리나라가 복지국가로 가는 올바른 길이다.

작성자유동철 동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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