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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장애인활동지원법에 관한 법률(안)에 바란다

[기고] 가칭 장애인활동지원법 제정에 고려되어야 할 몇 가지 사항들

본문

지난 9월 17일 정부의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의 부대결의에 따른 장애인장기요양제도에 대해 정부가 그 초석을 만들고자 제도화로서의 첫걸음을 내디딘 것은 대단히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어수선한 상황 안에서 세상에 나온 이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활동지원법)이 어쩌면 장애인연금과 같이 조삼모사로 우리를 우롱하는 것은 아닌가 겁이 난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장애수당의 옷을 바꿔 장애인연금을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이런 현실 때문에 활동보조지원제도(활동보조서비스)도 이름만을 바꾼 또 다른 제도가 아니냐는 우려는 당연한 것이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말처럼 무작정 장애계의 거부는 아니라는 점을 정부 측이 이해해 주길 필자는 바란다.

지금은 모양만이 아닌 내용을 채울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먼저 노인장기요양제도의 부대결의였다는 것을 감안하여 노인장기요양에서의 시행착오를 딛고 적합한 것들, 문제시되었던 것들을 분별하여 받아들여야 한다. 또 법안, 제도에 대해 더욱 깊은 고민을 장애계와 함께 해 나가야 한다. 무조건 거부도, 무조건 수용도 아닌 치열한 논의와 합의만이 실효성 있는 장애인사회보장제도를 탄생 시킬 수 있다.

사실 입법예고된 법안은 법안만으로는 논의를 할 사항이 적다. 예민한 사항은 대통령령이나 복지부령으로 넘겨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논의점이 필요한 바 이에 대한 바람을 적어본다.

1. 장애인활동지원위원회 위원 중 최소 3분의 1이상은 장애인으로 하자

법안 제3조에서는 활동지원의 기본방향·추진·재원 조달 등을 정하는 장애인활동지원회를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이 위원회는 위원장 1인, 부위원장 1인을 포함한 12인 이상 16인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하도록 한다. 이 위원회에 최소 3분의 1이상은 장애인으로 하도록 명기되길 바란다. 장애인소비자의 감수성을 가지고 장애인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일정 수 이상 장애인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2. 활동지원 급여 신청자격은 등록장애인으로 하자

법안 제5조에서는 활동지원급여 신청자격으로 혼자서 일상생활과 사회활동을 수행하기 어려운 중증장애인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애 정도 이상인 자와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2조제1항의 규정에 의한 노인 등이 아닌 자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연령 이상인 자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중증장애인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어디에도 없고 활동지원법 안에서 대상은 인정조사를 통해 그 서비스 급여자격을 부여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중증장애인으로 제한할 이유가 없다. 보편적인 체계, 제도가 되기 위해서는 이중의 잣대는 없어야 한다. 또한 등록장애인은 장애인복지법 상에 명확히 규정되어 있으므로 대통령령으로 위임할 필요가 없다.

또 연령에 대해 대통령령으로 위임하고 있으나 6세에서 18세까지의 아동을 포괄할 수 있는 급여나 내용을 담보할 수 없을 경우 명확히 연령을 언급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현행 법안의 내용으로 진행이 될 수밖에 없다면 장애아동, 지적자폐성장애를 위한 별도의 제도마련이 시급하다고 본다.

3. 활동지원급여 신청의 조사에서 신청인의 장애정도에 관한 장애등급심사의 조항은 삭제하자

시급히 인정조사표를 수정 보완하자. 제7조 활동지원급여신청의 조사의 ②항에서는 신청인의 장애정도에 관하여 「장애인복지법」 제32조제6항에 따른 심사를 할 수 있고 이 경우 심사 방법 및 절차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명기되어 있다.

이는 「장애인복지법」에 의거 장애등급심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신청자격에서 등록장애인이면 자격이 부여되어야 하기에 굳이 등급심사를 받을 필요는 없다. 또한 현 등급심사의 문제점들이 여기저기에서 발생되고 있는 점들을 고려한다면 이에 대한 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시점에서 살포시 법조항에 포함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아울러 현재 활동보조 인정조사표는 대부분 일상생활동작에 한정짓는 기준으로 되어 있다. 2008년도 장애인 실태조사는 일상생활에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33.8%, 집밖의 활동이 불편한 경우가 36.2%로 조사되었으며, 그 세부적 유형을 살펴볼 경우 33.8% 중 자폐성장애가 93.6%, 지적장애 83.5%, 뇌병변장애가 73.5%나 된다. 현재 인정조사표는 이들을 활동지원대상으로 절대 포함시킬 수 없다. 그렇다면 지금은 인정조사표를 수정 보완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4. 급여에 기존 활동보조서비스 내용을 포함시키고 주간보호는 빼자

제17조 급여의 종류에서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제공인력(이하 서비스제공인력이라 한다)이 수급자의 가정 등을 방문하여 신체활동 및 가사활동, 이동보조 등을 지원하고 받는 급여를 활동지원급여로 명기하고 있다. 2010 장애인활동보조지원 사업안내에 따르면 현재 활동보조서비스는 신변처리(목욕, 대소변, 옷 갈아입기, 세면, 식사보조 등) 가사지원(쇼핑, 청소, 식사 준비, 양육 보조 등) 일상생활 지원(금전관리, 시간관리, 일정관리 등) 커뮤니케이션 보조(낭독보조, 대필 보조 등) 이동의 보조(안내도우미, 학교 등·하교 지원, 직장 출·퇴근 지원, 야외·문화활동 지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현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으로 볼 때 이 모든 사항이 다 포함되어야 한다. 단, 신변처리라는 용어는 부적절하므로 신체활동으로 변경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이를 바꿔보면 활동보조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제공인력(이하 서비스제공인력이라 한다)이 수급자의 가정 등을 방문하여 신체활동, 가사지원, 일상생활지원, 커뮤니케이션보조, 이동보조 등을 지원하는 활동급여로 가능할 것이다.

또 주간보호는 노인장기요양의 시설급여와 같은 성격으로 볼 수 있다. 현 법안이 자립생활과 사회참여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을 감안하다면 주간보호는 급여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자칫 사설의 주간보호시설만을 증대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에 추후 충분한 논의가 진행된 후 보완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방문목욕의 경우 현 장애인복지관 등에서 이루어지는 이동목욕 서비스와의 연계성 등을 고려하여 기존의 수가를 낮추는 방안이 연구되어야 하며, 장애아동, 지적장애 및 자폐성장애를 위한 급여 내용에 대해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5. 서비스 제공기관은 지정제로 가자

법안 제21조에서는 서비스제공기관의 지정제를 명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적극 찬성하며, 서비스제공기관을 신고제로 했을 경우 미인가시설 및 조건부 시설의 변형을 가져오게 되고 기관의 난립으로 인한 서비스 질 담보가 어려워진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인지해주길 바란다. 이는 이미 노인장기요양제도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된 바 있다. 정부는 규제개혁심사에서 문제시 될 것으로 우려한 바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강하게 주장해 주길 바란다.

6. 서비스 제공인력의 활동제한, 가족포함의 논란… 일단은 제한하는 것으로 하자

제31조에서는 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은 활동보조인이 본인의 가족 등에게 활동보조급여를 제공하는 행위를 제한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에 대한 장애계, 전문가, 학계의 의견은 분분하다. 많은 사람들과 논의하고 고민 중에 정리한 바는 일단은 가족 등에게 활동보조 급여 제공은 제한하자는 것이다.

이유는 가족의 성실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제한하지 않을 경우 가정에서는 생계보조로 급여를 챙길 수 있는 공식적 명분이 발생하게 된다는 점이다. 또 가족들이 당사자의 결정권을 충분히 침해할 수 있으나 우리나라는 정서상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는 것 때문이다. 아울러 노인장기요양제도에서도 가족요양보호사의 문제점이 대두되고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제도가 정착되어 경험 축적과 장애인들의 권리로 자리잡을 때까지는 가족의 활동보조급여 제공은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활동지원법에서는 기존의 활동보조인 뿐만이 아닌 요양보호사, 방문간호사 등을 서비스 제공인력으로 포함시키고 있다. 정부차원에서 이미 많은 고민을 해 왔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각기 다른 자격기준과 과정을 거치고 있는 상황이므로 이들 간의 차이에 대한 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7. 본인일부부담금은 없는 것으로 하자

현행 활동보조서비스 본인부담금은 (수급권자, 차상위를 제외) 최하 4만원에서 최대 8만원이다. 이번 법의 기준점(15%)을 적용할 경우, 최하 4만 8천원에서 최대 21만 6천원에 해당된다. 경제적·심적 부담감이 급등될 수밖에 없다. 또한 향후 지속적으로 급여단가가 높아질 때 이에 대한 부담금은 더욱 높아 장애인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다.

또한 활동지원제도는 별도의 추가부담이 없는 노인과는 달리 사회적 활동을 담보로 하고 있기에 추가의 활동비용이 부담되게 된다. 이에 본인부담금은 없는 것이 맞지만 부득이 필요하다면 현재의 활동보조 서비스의 본인부담금보다 낮추는 것이 맞을 것이다.

우리가 균형을 맞추어야 하는 것이 노인장기요양의 본인부담금은 아닐 것이다. 일본은 자립지원법상의 본인부담금은 10%로 책정되어 있으나 현행 정부 및 지자체에서 이중 일부를 지원하고 본인은 그중 1/4인 2.5%만을 지급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참고해 보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8. 구상권 조항은 삭제하자

「장애인복지법」에 따르면 장애인은 사유를 불문하고 신체적·정신적인 장애로 인해 오랫동안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에 제약을 받는 사람으로 법상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제 3자의 행위로 인한 활동지원급여 제공사유 등을 재정의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제 37조의 구상권 항목은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서 그대로 인용한 것으로 보이며, 본 법안에는 적절치 않다.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은 또 다른 장애인의 사회보장제도이다. 관련된 모든 사람들, 정부, 국회, 그리고 전문가, 당사자는 법률안에 대한 검토에 또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나가면서 실효성 있는 법률의 제정을 희망한다.
작성자허경아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부장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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