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기준에 따라 장애인연금 대상자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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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라현 기자 |
장애관련 9대 법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개선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정책토론회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열렸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박은수 의원 공동주최로 열린 이번 토론회에서는 「장애인복지법」,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편의증진에관한법」(아래 편의증진법),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아래 이동편의증진법), 「장애인연금법」등 4개 법안에 대해 1차로 다뤘다.
조한진 교수 "의학 범주 못 벗은 장애인복지법, 개정돼야"
먼저 「장애인복지법」에 대한 주제발표를 맡은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조한진 교수는 “「장애인복지법」은 철저하게 의학적으로 장애를 정의하고 있고, 법정 장애의 범주 역시 좁은 범위만을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세계보건기구의 권장에 따라 장애의 범주에 만성 알코올․약물 남용, 암 등의 장애를 포함해 범주를 더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한진 교수는 “「장애인복지법」의 더 큰 문제는 장애를 기능적 손실과 그에서 기인하는 제한으로만 보고 장애인들이 직면하는 문제의 원인을 사회의 실패에서 찾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고 말하고 “이는 결과적으로 장애인을 의존적인 위치에 놓이게 하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국제장애인연맹의 장애 정의(장애는 물리적․사회적 장벽에 기인하여 다른 사람과 동등한 수준에서 지역사회의 평상의 생활에 참여할 기회의 상실 또는 제한이다)에 기초한 것과 같은 사회적 모델에 근거한 장애 정의를 필요로 한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그 과도기적 조치로 「장애인복지법」에서의 장애 정의를 개정해서, 의료적 이상․손상과 사회적․환경적 차원을 함께 고려하는 상호작용적 접근을 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조한진 교수는 이어 “장애인 차별에는 다른 소수자 집단과 구별되어야 하는 구체적인 특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인복지법」 제8조에서는 차별금지에 관한 선언적 규정만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장애인 차별에 관한 다른 법이 제정 됐다 하더라도 「장애인복지법」의 위 조문이 삭제되지 않는 한 별다른 효력을 갖지 못하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장애인의 차별금지의 이념을 구체적으로 강행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 「장애인복지법」 제8조는 “① 누구든지 장애를 이유로 정치․경제ㆍ사회ㆍ문화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누구든지 장애를 이유로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장애인을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누구든지 장애인을 비하․모욕하거나 장애인을 이용하여 부당한 영리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되며, 장애인의 장애를 이해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교 규정하고 있다.
조한진 교수는 또한 ‘재활’이라는 용어 사용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조한진 교수는 “재활 모델에서는 비장애인 위주의 ‘정상’이라는 목표를 만들어놓고 장애인을 변화시키려 할 뿐, 장애인 자신의 선택권과 결정권은 강조하지 않고 있으므로 「장애인복지법」 제85조에 사용된 ‘국립재활원장’을 제외한 모든 조문에서 ‘재활’이라는 용어를 삭제하거나, 다른 적당한 용어를 바꿔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한진 교수는 마지막으로 「장애인복지법」에 탈시설에 관한 강행 규정을 마련할 것을 강조했다.
▲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윤삼호 소장ⓒ김라현 기자 |
이에 대해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윤삼호 소장은 “조한진 교수의 의견에 대체로 동의하지만 장차법이 생긴 마당에 「장애인복지법」까지 차별금지조항을 강화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윤삼호 소장은 이어 “「장애인복지법」은 장애와 관련된 거의 모든 영역을 포괄하면서도 정작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서비스의 보장은 미흡하다. 뿐만 아니라 장애인당사자보다는 보조기업체나 시설운영자들의 입장을 더욱 반영하고 있다.”라고 지적하고 “「장애인복지법」의 개정도 중요하지만 이참에 장애인 복지서비스와 관련하여 전반적인 사항을 규정하여 장애인기본법이라는 명칭으로 바꾸고, 특히 ‘국가장애위원회’를 중심으로 하는 장애인 복지 행정 체계를 새롭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안했다.
배융호 사무총장 "교통약자 편의증진법과 장애인 등 편의증진법, 통합돼야"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 편의증진보장에관한법률」과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의 주제발표를 맡은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배융호 사무총장은 “도로와 건물이 서로 이어져 있듯이 편의증진법과 이동편의증진법은 서로 연계되어 있는데, 두 법이 별개로 제정되어 시행됨에 따라 정책과 시행에 있어 연계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하고 “건물 내의 편의시설은 편의증진법을 따르고, 건물 밖을 나서면 이동편의증진법을 따르는 이중적인 법률구조는 장애인의 접근과 이동의 연계성을 보장할 수 없다. 편의시설이라는 점에 대한 정책에서 공간의 이용과 이동에 대한 보장이라는 정책으로 바뀌어야 하고, 이에 두 법률의 통합이 논의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 무장애연대 배융호 사무총장 ⓒ김라현 기자 |
통합을 할 경우 주무부처를 어디에 둘 것인가의 문제에 대해 배융호 사무총장은 “편의증진법이 보건복지부 소관이 됨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시설 주관기관은 복지담당부서가 맡고 있지만 전문성의 결여와 예산 및 인력의 부족으로 편의증진법의 효과적인 시행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라면서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이 고용노동부 소관이고, 「장애인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 교육과학기술부의 소관인 것처럼 편의증진법 역시 건축물의 편의시설에 대한 법률이라면 국토해양부의 소관이 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최강민 조직실장은 “기본적으로는 통합의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교통 문제나 시설 접근 문제뿐만 아니라 이동에 관련된 보장구 문제, 장애인 주거 문제 등의 여타의 문제들도 있기 때문에 국토해양부 내에 별도의 국을 만드는 고민이나 새로운 법체계를 만드는 고민을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 외에도 배융호 사무총장은 편의시설의 설치율이 증가와 장애인의 접근성 향상이 비례하지 않은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시설 및 설치 중심의 정책에서 접근성 정책으로 바뀔 것 ▲올바른 설치를 위한 제도적 정비와 모니터링 필요 ▲주거 편의시설 설치 기준 필요 ▲어린이를 위한 기준 재정비 ▲오래된 편의시설 설치 기준 재검토 ▲편의시설의 설치 기준 뿐 아니라 정당한 편의까지 보장하도록 개정할 것을 과제로 제시했다.
정일교 교수 "경증장애인 배제하는 장애인연금법, 개선돼야"
가톨릭상지대학 사회복지학과 정일교 교수는 「장애인연금법」에 대한 주제발제를 맡았다. 정일교 교수는 “현 「장애인연금법」은 중증의 장애인을 중심으로 지급대상자를 결정하고 있어 경증장애인은 배제되어 있지만, 중증장애인과 경증장애인의 빈곤율을 볼 때 10% 수준밖에 차이가 나지 않고 경증장애인의 경제활동 참가율도 전체 국민과 비교할 때 큰 차이가 나고 있으므로 소득보전급여로서 장애연금이 제도 취지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일정소득에 못 미치는 모든 장애인에게 장애인연금을 지급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가톨릭상지대학교 정일교 교수 ⓒ김라현 기자 |
정일교 교수는 이어 장애인연금의 비용 문제에 있어 “장애인연금의 구체적인 부담 비율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여건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국가, 특별시ㆍ광역시ㆍ도 또는 특별자치도ㆍ시ㆍ군ㆍ구가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의 경우에 선정기준이 더 까다롭게 적용되어 수급권자들이 배제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장애인의 기본생활보장과 같은 생존권과 관련된 비용은 중앙정부가 부담함으로써 예산부족으로 인하여 부당하게 장애인의 생존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애인연금법」에 대해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은종군 정책연구팀장은 “장애인연금은 한정된 예산과 중증장애인에 대한 지원의 시급성을 이유로 중증장애인 중심으로 제정되었다. 그러나 2010년에 장애인연금제도를 시행해 첫해에 68만 명, 2012년에 83만 명에게 지원하겠다고 계획을 밝힌 바 있는 제3차 장애인정책발전 5개년계획의 이행을 촉구해서 대상자를 확대하고, 현재의 의학적 기준뿐만 아니라 소득획득능력은 물론 직업능력, 노동능력 등을 고려한 선정기준을 마련해 대상자를 선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발제자와 토론자의 모든 발표가 끝난 후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정충현 과장이 의견을 피력했다. 정충현 과장은 「장애인복지법」에 탈시설화 강행규정을 마련하자는 제안에 대해 “탈시설화보다는 지역사회 중심의 장애인정책으로 표현하는 게 더 낫다.”고 밝히고, 장애인연금의 대상자 확대와 급여의 현실화에 대해서는 “결국은 돈 문제인데 예산 시스템이 점증주의 방식이기에 급격한 확대가 어려운 상황이 있다.”고 설명했다.
편의증진법과 이동편의증진법을 통합하자는 제안에 정충현 과장은 “아무래도 보건복지부는 장애인에 관한 모든 걸 아울러야 하기 때문에 ‘아무리 비용이 들어도 (편의시설과 편의제공이) 필요하다’라는 사회적 공감대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두 가지 병렬체계가 필요하다고 확신한다.”라고 답했다.
한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18일 2차 정책토론회를 열고 나머지 5개 장애 관련 법에 대해서 다룰 예정이다. 5개 법은 「장애인등에관한특수교육법」,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법」, 「장애인기업활동촉진법」, 「중증장애인생산품우선구매법」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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