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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지적장애인들도 노동조합을 만들고 싶다

일본 장애인차별과싸우는전국공동연합 센다이시(市) 참관기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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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동운 사회적 배제 극복 위해 사회적기업 설립으로 노동권 확보 모색하는 일본의 중증장애인들

‘장애인도 노동자가 되어야 한다.’ 8월말 일본에서 열린, 일본 장애인차별과싸우는전국공동연합(이하 공동련)이라는 단체의 1년에 한 번 열리는 전국대회에서 나온 말이다. 지금 일본의 중증장애인들은 이 말처럼 복지 확대가 아니라 노동에의 참여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자본주의 경제 체계는 생산성을 중시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노동 현장에서 장애인을 배제하고 있다.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 약자들에 대한 이런 사회적 배제를 없애기 위해, 장애인과 노인 그리고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 등이 함께 어울려 일하는 작업장이 필요하고, 사회적기업이 중증장애인 노동 문제 해결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게 일본 장애인들의 주장이다. 공동련 대회에서 논의된 일본 장애계 현황과 장애인들의 노동권 실태에 대해 취재했다.

일본, 가칭 장애인종합복지법 제정 준비

8월 28일에서 29일까지 이틀 동안 일본 미야기현 센다이시에서 일본 공동련의 1년에 한 번 열리는 전국대회가 열렸다. 이번 대회에는 일본 전국에서 약 7백 명의 장애인들이 참가했고, 대회 주제는 ‘더불어 살고 더불어 일하고 더불어 자립할 수 있는 소득을 확보하자.’는 것이었다.

참고로 일본 공동련은 주로 중증장애인들이 고용되어 있는, 일본 내 소규모 장애인 작업장들이 모여서 만든 단체이고, 중증장애인의 일을 통한 사회참여를 목표로 하고 있는 단체이다. 이 단체는 일본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이 한 공간에서 차이 없이 일을 하고 있고, 임금도 장애인 비장애인 가리지 않고 똑같이 받고 있어서 주목을 받고 있는 단체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공동련의 1년에 한 번 열리는 전국대회인 만큼, 먼저 일본 장애계 현안이 집중 논의됐다. 대회 참가자들이 얘기하는 일본 장애계 이슈를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일본은 지난 2007년에 유엔 장애인권리조약에 서명했지만, 아직 국회에서 이 조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유엔 장애인권리조약을 비준하려면 우선 일본 내 장애인 관련법이 정비되어야 하는데, 법이 정비되지 않아 국회 비준이 미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유엔 권리 조약은 모든 고용의 현장에서 장애인 권리를 명시하고 있지만, 일본 장애인 관련법은 이 부분이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지 않아 비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게 일본 장애인제도개혁위원회 위원장 히라시 변호사의 지적이었다. 일본이 앞으로 어떻게 유엔 장애인 권리조약을 비준할지 큰 과제가 되고 있다는 게 히라시 변호사의 이어진 말이었다.

일본에서는 선거로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고 난 후 작년 12월 장애인제도개혁위원회가 만들어졌다. 55명의 위원이 활동하고 있는 이 위원회는 장애인인 히라시 변호사가 위원장을 맡고 있다.

올해 1월부터 회의를 시작한 이 위원회는 그동안 18회 회의를 열었다고 하는데, 이 위원회가 목표로 하는 건, 복지서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에게 10% 자부담을 지워 일본 장애인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현 장애인자립지원법을 폐기하고, 가칭 장애인종합복지법을 새로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법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 시한도 정해졌다고 하는데, 오는 2013년 7월까지 어떤 내용으로 장애인종합복지법을 만들지 역시 큰 과제라는 게 히라시 변호사 지적이었다.

    ▲ ⓒ서동운 왜 중증장애인은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나 문제 제기

공동련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은 종합복지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장애 등급 심사를 기존의 의학적 모델에서 사회적 모델로 바꾸려는 논의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어 공동련 관계자는, 2013년 7월까지 폐기될 현 자립지원법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이 법이 장애인을 노동자로 보지 않는다는 점을 꼽았다.

그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장애인 일반고용은 장애인고용촉진법 적용을 받고, 복지 고용은 자립지원법 적용을 받고 있는데, 자립지원법에 따른 복지 고용은 장애인이 고용계약을 맺을 수 없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정리하면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장애인 고용이 두 가지 부류로 나눠져 있다. 고용촉진법에 의한 일반고용과 일본에서 복지적 취업이라고 부르는 보호고용이 있다. 그리고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보호고용 사업장에 중증장애인들 대다수가 고용되어 있다.

먼저 장애인 일반고용과 관련해서, 이번 대회에서 눈길을 끈 건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설립이 늘어나고 있는 특례 자회사, 즉 기업이 장애인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별도의 회사를 설립해서 그 회사에 일감을 주면 장애인 고용을 인정해 주는, 이 특례 자회사 설립이 일본에서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하는데, 대회에 참가한 일본 장애인들은 이 특례 자회사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기업이 장애인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별도로 특례 자회사를 설립해 장애인들을 일하게 하는 건 새로운 장애인 격리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복지적 취업, 즉 보호고용에 대한 문제 제기는, 언급한 대로 보호고용작업장 즉 장애인 자립작업장 등에서 일하는 장애인이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게 큰 문제라는 게 일본 장애인들의 주장이었다. 가령 보호작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지적장애인들의 경우 분명 노동자이기 때문에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어야 하는데, 자립지원법이 복지 고용 현장에서 일하는 장애인들을 노동자로 보지 않기 때문에 노동조합 설립이 불가능하다는 게 일본 장애인들 주장이었다.

이밖에도 공동련 관계자들은 일본 장애인 고용 현실은 두 가지 문제가 있는데, 하나는 기업 등에 고용되어 있는 장애인들은 활동보조인 등이 필요해도 복지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고, 반대로 보호작업장에 있는 장애인들은 활동보조인 지원 등의 복지 혜택 지원을 받고 있지만 대신 임금이 낮고, 또 일을 해도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장애인들이 복지고용에서 일반고용으로 나가는 게 중요하고, 또 장애인도 비장애인 노동자들처럼 일반 노동자로 대접받을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공동련 관계자 지적이었다.

일본도 중증장애인 고용 현실 열악

그런데 일본의 경우는 장애인들이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수준의 장애연금이 지급되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 장애인들이 일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참고로 일본은 장애인 연금으로 장애1급의 장애인에게는 월 8만2천엔, 우리나라 돈으로 약110만원의 연금을 지급하고 있고, 2급은 월 6만엔의 장애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일본 회사원들이 받는 초임이 평균 16만엔에서 19만엔 사이라고 하니까, 일본 1급 장애인의 경우 일본 회사원이 받는 초임의 반에 약간 못 미치는 돈을 연금으로 받고 있는 셈이다.

아무리 경제력과 물가 차이가 있다지만, 우리나라 1급 장애인들이 일본 돈으로 고작 1만엔에 해당하는 돈을 연금으로 받고 있는 점을 대비해 보면, 일본 장애인들이 비교적 높은 수준의 장애연금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일본의 중증장애인들은 노동권 확보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데, 그 배경에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다. 한마디로 일본 중증장애인들이 이 정도 수준의 연금만 받아서는 생활이 힘들다는 게 일본 장애인들의 주장이었다.

관련해서 이번 대회에서 확인된 일본 중증장애인 노동권 확보의 과제는, 일본 장애인들이 인간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월 15만엔, 우리나라 돈으로 1백80만원 안팎의 비용이 필요한데, 장애연금에서 액수의 반을 지원하고 있으니까, 나머지 반 즉 월 7만에서 8만엔의, 쉽게 얘기해서 우리나라 돈으로 월 90여 만원의 소득을 작업장에서 중증장애인에게 어떻게 채워줄 것인가가 고민이고 관건이라는 게 대회 참가자들 얘기였다.

하지만 아무리 일본이라지만, 지적장애인 등 중증장애인들이 일하는 소규모 작업장에서 장애인 한 명에게 우리나라 돈으로 월 90만원의 임금을 지급해준다는 건 쉽지 않아 보였다. 가령 이번 대회가 열린 일본 미야기현 내에 있는 한 장애인 보호작업장은 장애인에게 지급하고 싶어하는 임금 지급 목표가 90여 만원은 커녕 1만2천엔, 우리나라 돈으로 20만원이 채 안됐다. 그리고 일본 전국적으로는 1만1천엔이 지급 목표 임금이라는 게 보호작업장 관계자 얘기였다.

현재 지급하고 있는 임금이 아니라 중증장애인에게 지급하고 싶다는 목표 액수가 이렇게 작은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일본 내 대다수 보호작업장에 있는 중증장애인들도 우리나라처럼 저임금을 받고 일하고 있는 게 현실이었다.

    ▲ ⓒ서동운 사회적 배제 극복 위해 사회적기업 설립 절실하다 주장

이런 열악한 중증장애인 노동 실태를 개선하기 위해 현재 일본에서 집중 논의되고 있는 대안은, 일본에서는 사회적사업소라고 부르는 사회적기업 설립이었다. 일본 내에 사회적기업을 수천 개 이상 만들어 중증장애인 고용을 늘리고, 나아가 중증장애인의 노동권을 확보하자는 게 일본 장애인들의 주장이었다.

그래서 이번 공동련 대회에서는 어떻게 우리나라의 「사회적기업육성법」처럼 일본에서도 사회적 사업소 지원법 내용을 만들지가 논의됐고, 외국과 일본 국내 사례도 소개됐다.

여기서 한 예를 소개하면, 대회에서 이탈리아 사례를 발표한 쭈루 문과대 다나카 씨는 “현재 이탈리아의 사회적기업인 사회적협동조합에서 대략 5만4천 명이 일하고 있는데, 그 중에 3만 명 이상이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라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이탈리아 사회적 협동조합은 법에 따라 반드시 고용인원의 30% 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해야 하는데, 지금 통계를 보면 30%를 넘어 실질적으로 고용 인원의 50%가 장애인으로 채워져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탈리아의 경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예전에는 구매 건이나 공사를 발주할 때 업자와 수의계약 또는 임의계약을 맺는 일이 많았는데, 지금은 입찰계약이 많고, 이 입찰계약에서 장애인 등의 취약계층을 고용하고 있는 사회적협동조합을 우대해 주는 방식으로 장애인을 고용하고 있는 사회적기업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국내 사례 발표에 나선 오사카시 (주) 나이스 대표 도미타 씨는 “오사카시의 경우 중증장애인을 일정 비율 이상 고용하고 있으면 관급 공사 입찰에서 우선 입찰 기회를 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오사카시는 매년 13억엔 이상의 구매나 공사를 장애인 고용 사업장에 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제는 시장에서 일반 경쟁이 아닌 다른 경쟁 체계가 필요한데, 결국 사회적 가치를 실현해 나가는 경쟁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한 후 “가령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구매나 공사를 발주할 때 사회적기업만 입찰할 수 있게 법으로 제한하면, 일본에서 사회적기업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동련이 제정을 주장하고 준비하고 있는 일본 사회적기업지원법은 고용인원의 25% 이상을 반드시 중증장애인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정리하면, 일본의 중증장애인 그룹은 일본에서 경쟁의 룰과는 다른 사회적인 경제의 룰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장애인이 생활과 일에 대한 위협을 느끼지 않고 살아갈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이제는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배제와의 싸움을 시작할 때이며, 사회적기업이 중증장애인 고용 문제 해결의 대안이 될 것이다, 라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었다.
작성자이태곤 기자  a352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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