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 그것은 나의 꿈
콜택시 늘려 달라 시위하는 중증장애인 박용일씨
본문
[시민의 소리]
디딤돌장애인야학에 나와 미술활동을 하는 용일씨. 그의 꿈은 하루 빨리 체험 홈에서 나와 독립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직 세상을 더 많이 배우고 싶다. |
올해 2월, 용일씨는 지역사회로 나왔다. 전주에 있는 생활시설에서 어렸을 때부터 살았던 그는 그곳의 사정에 의해 지역사회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생활시설의 규정상 더 이상 그 시설에 거주할 수 없어 다른 곳으로 가야하는 선택을 해야 할 그 시기에 때마침 광주에 있는 한마음자립지원센터와 연결이 됐다.
지역사회로 나오는 과정이 용일씨에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그는 지금 아주 행복하다고 말한다. 전화위복이 된 것이다.
용일씨는 현재 광산구 운남동의 조그만 아파트 체험 홈에서 동료 2명과 거주하고 있다. 매일 아침 그는 6시30분에 일어난다. 또한 매일 아침 7시부터 그는 전화기를 들고 씨름을 한다. 장애인 콜택시를 예약하기 위해서다. 전화하느라 아침을 거르는 날도 많다.
매일같이 디딤돌장애인야학에 나가 컴퓨터도 배우고, 한글도 공부하고, 좋아하는 미술활동도 하며 하루를 보내는 그에게는 그곳까지 이동할 수단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큰 일인 것이다.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고, 쇼핑도 마음껏 할 수 있어서 좋아요. 또,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서 좋아요”라고 지역사회에 나와 살면서 좋은 점에 대해 웃으며 긍정적으로 말하는 그에게도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처럼 여겨지는 일이 있다. 바로 매일 아침 ‘장애인 콜택시’를 예약하는 일이다.
몸이 불편해 전통휠체어를 타야하는 그에게 장애인 콜택시는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꼭 필요한 이동수단이다. 운남동에서 야학이 있는 첨단지역까지 저상시내버스가 운행되기는 하나 1시간에 1대꼴로 운행되며 그나마 시간도 들쑥날쑥 해 시간 맞추기도 힘들고, 때론 탈 수도 없을 만큼 사람들이 붐빌 때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불편한 것은 버스에서 내려도 야학이 있는 곳까지는 한참을 가야 한다는 것이다. 휠체어가 가기에는 너무도 불편한 길이 우리나라의 도로 현실이다.
용일씨가 광주시청 앞 천막농성 중에 짬을 이용해 자신이 좋아하는 보치아 경기를 하고 있다. |
용일씨, 그의 꿈은 체험 홈에서 나와 자립을 하는 것이다. 그는 매달 장애인 수당을 포함해 50여만 원의 생계비를 받아 독립을 위해 매달 꼬박꼬박 적금을 들고 있다. 몇 년 뒤 독립해 생활할 집을 마련하기 위해서이다.
1살 때 고열로 인해 장애를 갖게 됐다고 말하는 그는 3남1녀 중 장남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머니를 가끔 찾아뵈었지만 2년 전부터 그는 어머니를 만날 수 없게 됐다. 이유는 그도 잘 모른다. 이야기 도중 어머니가 보고 싶다고 울음을 터트린 용일씨. 올 추석 어머니를 뵈러 가지 못한 그는 너무도 슬퍼하고 힘들어 했다고 야학의 관계자는 전했다.
그래도 용일씨는 씩씩했다. 금방 눈물을 거두고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서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으로 옷과 신발 사는 것을 좋아하고, 또 쇼핑 다니는 것도 좋아해요. 그림그리기, 컴퓨터, 그리고 보치아를 좋아해요” 라고 본인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줄줄이 말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꿈이 있는 용일씨. 그것은 바로 마음이 따뜻한 여자를 만나서 결혼을 하는 것이다.
“마음에 드는 사람은 있는데 아직은 부끄러워서 말을 못 하겠어요”라고 수줍게 웃으며 말하는 그를 보며 “용일씨는 참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입니다. 아주 자상한 사람이에요. 예의도 바르고 책임감도 강해서 좋은 사람 만나 결혼하면 행복하게 잘 사실 것 같아요” 라고 옆에서 인터뷰를 도와주던 야학의 관계자는 말한다.
농성 도중 잠시 짬을 내 또 자신이 좋아하는 보치아를 하는 용일씨. 좋아하는 것이 많다는 것은 열정적이라는 것이다. 좋아하는 것이 많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는 것이다. 또 좋아하는 것이 많다는 것은 사랑이 많다는 것이다.
장애로 인해 뜻하지 않게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살게 됐지만, 그래도 현실을 인정하고 긍정적으로 삶을 살고 있는 용일씨.
불편한 몸과,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자립을 꿈꾸고 또 하나의 희망인 결혼을 꿈꾸며 사는 그에게 어서 빨리 마음이 통하는 어여쁜 사람이 나타나기를 바란다. 몇 년 뒤 자신의 집에서 가정을 꾸리고 사는 용일씨를 다시 만나 수 있기를 기대하며 보치아를 하는 그와 인사를 작별의 나눴다. 오늘 따라 하늘이 유난히 맑고도 높았다. 완연한 가을 하늘이다.
작성자임은주 시민기자 ej655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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