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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등급제, 보완보다 전면적인 개선 필요

장애등급제 해법은 없는가? 토론회, 장애판정위원회 도입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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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등급 재심사가 실시되면서 작년 한 해 재심사를 받은 장애인 중 36.7%가 장애 등급이 하락했다는 통계가 있다, 숫자로 보면 재심사를 통해 무려 3만명 가량 장애인의 장애등급이 하락했다는 게 정부 통계이다.

관련해서 장애계에서는 현재 실시되고 있는 장애재심사 제도와 장애인 등급제 제도가 문제가 많기 때문에 이 두 제도를 이참에 폐지해야 한다는 요구가 그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2일 장애인재활협회 주최로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장애 등급제 해법은 없는가? 라는 제목으로 토론회가 열렸다.

   
▲ ⓒ이태곤 기자
2일 열린 토론회에서는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장애등급제와 재심사와 관련해서 날선 비판이 이어졌는데, 예를 들면, 현 장애등급제는 장애인이 아무리 중증장애를 갖고 있어도 혼자 밥 먹고 혼자 전화 하고 요의를 참을 수 있으면 절대 1급 장애판정을 받을 수 없다며, 정부의 장애 등급제가 지나치게 경직되고 꿰어 맞추기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그리고 토론회에서는 의학적인 판단 기준만으로 장애 등급을 판정하는 게 문제라는 일관된 지적이 제기됐는데, 이렇게 의학적인 기준 하나로 장애판정을 하는 나라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는 게 역시 참석자들의 일치된 지적이었다.

토론회에서는 다른 나라의 장애등급 판정 제도가 소개됐는데, 구체적으로 일본과 미국 독일 그리고 영국의 장애판정 사례가 소개 됐다.

각 나라의 사례를 간단하게 언급하면, 먼저 일본 사례를 발표한 삼육대 정종화 교수는 일본은 106개 항목으로 된 설문지를 만들어서 의사가 이 설문지를 기초로 장애인의 장애등급을 판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목되는 건 일본의 경우 의사가 1차적인 장애판정을 하고, 장애인이 문제제기를 하면 일본 말로 시정촌 우리나라로 치면 지방자치단체가 2차 장애판정을 한다는 것이다.

2차 장애판정에서는 의사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사 등 전문가 5명이 참여해서 의학적인 판단이 아닌 장애인이 처해 있는 개별적인 환경을 고려해서 최종적인 장애등급 판정을 한다는 게 정 교수 얘기였다.

미국 사례는 조성열 나사렛대 교수가 발표했는데, 미국은 장애인에게 일률적으로 장애급수를 매기지 않고 장애인과 관련된 법과 제도가 각각 다른 장애판정을 한다고 하는데, 예를 들면, 미국사회보장법에 따른 장애 판정이 다르고, 미국 ADA나 재활법에 따른 장애 판정이 또 다르다는 게 조 교수 말이었다.

그리고 미국은 장애인이 활동보조인 지원 서비스를 받을 경우 또 장애판정이 다르다고 하는데, 각 주, 또 서비스 제공기관에 따라 장애판정을 다르게 하고 있다는 게 조 교수 전언이었다.

이렇게 각 법과 제도에 따라 장애판정 기준은 다르지만, 미국의 경우 의학적 장애판단 보다는 장애인의 소득 창출 능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장애인의 직업적 능력 판정에 주안점을 두고 장애 판정을 하고 있다는 게 조 교수 얘기였다.

독일의 장애판정 제도는 이정준 중부대 교수가 소개했다. 독일의 경우 의사 개인이 아닌 장애판정위원회에서 장애 판정을 하고 있고, 장애 심사 결과 점수가 50이상 나오면 중증장애인으로 분류하고, 점수 50미만은 경증 장애인으로 분류한다고 하는데, 장애판정에서 장애인의 신체 손상 여부를 중요시 하지만, 그보다는 장애가 장애인의 사회활동이나 일상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여부가 장애판정의 최대 고려 사항이라는 게 이 교수 얘기였다.

그리고 독일은 의학적 판단과 장애인이 처해 있는 사회적 환경을 고려해서 종합적인 장애 판정을 하는데, 장애인의 장애가 경하더라도 학력이나 소득에서 장애인이 불리한 환경에 놓여 있으면 점수를 더 줘서 중증장애인으로 인정한다는 게 이 교수 전언이었다.

영국의 장애 판정 사례는 이리나 재활협회 실장이 발표했는데, 이 실장은 영국은 소득에 관계없이 기본적으로 모든 장애인에게 장애수당 지급하고 있는데, 장애수당을 중증과 경증장애인에게 차등 지급하기 위해 장애 등급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의 장애판정 기준은 크게 두 가지라고 하는데, 하나는 장애인이 이동할 때 힘들지 않은가 여부와 장애인이 일상생활영역에서 실제 활동을 할 수 있느냐 여부에 초점을 두고 장애 판정을 하고 있다는 게 이 실장 얘기였다.

그리고 영국의 경우 장애판정을 할 때는 판정위원회에서 장애인과 관련된 사람들의 모든 보고서를 다 받아 판정에 참고하는데, 예컨대 교육은 교사, 일상생활은 사회복지사, 그리고 심지어는 가족의 의견까지 참고해 종합적인 장애판정을 하고 있다는 게 이 실장 말이었다.

장애등급제 해법은 없는가? 라는 제목으로 토론회가 열렸기 때문에, 당연히 토론회에서는 장애등급제 실시와 관련해서 대안이 모색됐다.

관련해서 토론회 참석자들은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실시되고 있는 장애등급제는 문제가 많기 때문에 보완보다는 전면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개선책으로는 장애인의 장애 판정 기준에 현재 시행되고 있는 의료적인 판정기준 뿐만이 아니라 장애인의 복지서비스 필요도를 고려한 평가항목을 새롭게 추가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다수였다.

또 일본처럼 2차 장애판정위원회를 둬서 장애인의 사회적 환경을 고려한 장애판정을 해야 한다는 지적과 아울러 장애인 스스로 장애로 인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서 평가하게 하고 이를 보고서로 만들어서 장애판정에 반드시 반영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밖에도 미국처럼 다양한 복지서비스 별로 장애판정이 따로 따로 이뤄져야 한다는 개선책도 제기됐는데, 가령 주차카드가 필요한 장애인이 있으면 거기에 맞는 장애 판정을 하고, 활동보조서비스가 필요한 장애인이 있으면 거기에 맞는 장애 판정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결론적으로 장애등급을 판정을 의사 한 명이 하면 안 되고, 미국이나 유럽처럼 장애판정 위원회를 만들어서 해야 하며, 그리고 의료 중심의 장애판정을 벗어나 장애인이 어떤 복지서비스가 필요한지 서비스에 맞는 장애 등급을 매기고 이를 위해 장애 판정을 해야 한다는 게 토론회 패널들의 일치된 지적이었다.
작성자이태곤 기자  a352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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